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66)
아크 더 레전드-366화(366/875)
[366] SPACE 6. 지금 그들은…… (3)오행문의 진짜 용도는 지금은 잊힌 고대 종족이 사용하던 일종의 나침반. 그것도 단순히 방위가 아닌, 고대 종족이 숨겨 놓은 어떤 장소만을 가리키도록 만들어진 나침반이었다.
호크가 아크에게서 잠시 손을 뗀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오행문의 힘을 깨워 우주 개척지를 항해하기를 며칠, 이제야 호크는 한 소혹성의 분화구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곳이 호크가 찾던 곳임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 호크의 전함 데스나이트가 떠 있는 소혹성의 지저. 그 앞에는 전함보다 몇 배나 큰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기묘한 석상이군요.”
“불상佛像이다.”
“불상…….”
할리는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광학 스캐너로 한번 훑어볼까요?”
“그럴 필요 없다. 어차피 여기부터는 혼자 부딪쳐야 하는 일이니까. 내가 나가서 직접 살펴보지. 어쩌면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네가 데스나이트를 맡아라. 자잘한 일은 내게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처리하도록.”
“알겠습니다.”
심복의 대답을 뒤로하고 호크는 상부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외부 작업용 우주복을 입고 밖으로 나와 분사장치를 이용해 불상으로 다가갔다.
어둠에 잠겨 있는 거대한 공동.
그런 곳에서 데스나이트의 라이트에 떠오른, 그야말로 거대하다고밖에는 할 수 없는 불상을 보고 있자니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무중력 공간을 유영하며 그런 불상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여기인가?”
호크가 눈매를 좁히며 시선을 집중했다.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불상의 단전 부근,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두껍게 덮힌 먼지를 털어 내자 음각 되어 있는 문자가 나타난 것이다.
전인입성傳人入城 오행진五行進.
그리고 그 아래에 손바닥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런 경우, 시도해 볼 방법은 뻔하다.
“여기까지 찾아오는 과정에 비하면 의외로 간단하군.”
호크가 씨익 웃으며 그곳에 자신의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촤촤촤촤!
아니나 다를까, 손바닥을 붙이자 굉음이 울리며 불상이 진동했다.
여기까지는 호크가 예상한 대로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이어졌다.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를 향하고 있던 불상의 손이 돌연 잘게 쪼개지더니 수백, 수천 자루의 검으로 변해 파도처럼 호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이게?”
호크가 당혹성을 터뜨리며 황급히 분사 장치를 작동시켰다. 압축 공기가 뿜어지며 호크가 튕기듯 솟아오르자 수백 자루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발밑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수백 자루의 검이 뱀처럼 움직이며 다시 호크를 향해 밀려들었다. 우주 공간에서 그런 검을 피하기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검의 파도가 호크를 뒤덮는 순간!
“화化! 추영追影!”
두 줄기의 빛이 폭사되었다.
푸른 검신에 음양쌍성陰陽雙星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호크의 쌍검!
쌍검에서 검기가 뿜어지자 호크를 향해 날아들던 검 무리가 폭발하듯이 사방으로 확 퍼졌다. 그러나 두 자루의 검으로 수백 자루의 검을 막아 내기는 무리. 뒤따르던 검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순식간에 호크를 뒤덮었다.
카카카카! 콰직-!
엄청난 충격에 튕겨 날아간 호크가 불상에 처박혔다.
헛바람을 들이키며 확인해 보니 잠깐 사이에 생명력이 40%나 깎여 있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우주복의 상태였다.
푸슈슈슈슈!
-경고!
우주복이 손상되어 산소가 새고 있습니다!
신속히 응급조치를 하거나, 우주선으로 귀환해야 합니다!
《산소 잔량 : 70%, 65%…….》
뒤쪽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경고 메시지!
외부 작업용 우주복은 어지간한 충격은 견디게 되어 있었다. 우주복을 입은 채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아도 대개는 우주복이 찢어지기 전에 사용자가 먼저 죽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계 이상의 대미지!
예를 들어 폭탄에 맞거나, 레벨이 100쯤 차이 나는 적에게 치명타를 맞으면 우주복이 찢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일종의 상태이상이다.
우주 공간에서 이런 사태는 사용자에게 치명적!
생명력이 만땅이라도 산소가 모두 새어 나가 버리면 채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사망! 물론 응급처치용 테이프로 손상 부위를 막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파, 팔이 닿지 않아!’
……손상 부위가 등이라 팔이 닿지 않았다.
덕분에 호크가 평소의 냉철한 이미지를 지키지 못하고 버둥거릴 때였다.
-호크 님, 위험합니다! 피하십시오! 우리가 엄호하겠습니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할리의 고함과 함께 데스나이트에서 기관포가 빗발쳤다.
그러자 호크를 향해 밀려들던 검 무리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포탄에 적중되고도 검은 단 한 자루도 부서지지 않았다. 되레 검 무리가 방향을 틀어 데스나이트로 날아들자 전함의 장갑이 순식간에 자잘한 상처로 뒤덮였다.
“할리, 물러나라!”
-하, 하지만 호크 님이…….
“모르겠나? 저 검은 한때 천족이라고 불리던 고대 종족이 만들어 놓은 방어 시스템이다. 아무리 데스나이트라도 함포 따위로는 상대할 수 없어.”
-그래도 호크 님을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아니, 너는 네 역할을 다 했다. 네가 시간을 벌어 준 덕분에 머리가 식었어. 이 검들은 침입자를 막는 방어 시스템이자 후계자를 시험하는 관문이다. 다시 말해 나, 호크가 천족의 힘을 이을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데스나이트를 후퇴시켜라. 이건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할리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린 직후.
함포를 뿜어내던 데스나이트가 불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정 거리까지 멀어지자 데스나이트를 뒤덮었던 검 무리가 다시 방향을 틀어 호크를 향해 날아왔다.
고대 전쟁에서 수백 명의 궁수가 일제히 화살을 날리는 장면처럼, 공간 전체를 빈틈없이 뒤덮으며 날아오는 수천 자루의 검!
‘피할 곳은 없다. 아니, 적어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아. 하지만…….’
호크가 불상을 차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수십 미터를 날아 불상의 우측에 멈춰 섰을 때였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수천 자루의 검이 공간을 관통했다.
그러나 그 많은 검 중에 호크를 스친 것은 단 한 자루도 없었다.
‘그래, 역시 이게 답이었어!’
호크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전인입성 오행진. 그게 이 방어 시스템을 해제하는 방법이었어!’
그게 불상에 새겨져 있던 한자의 내용이었다.
말하자면 ‘후계자[傳人]는 성에 들어갈 수 있다[入城]. 오행으로 나아가라[五行進].’라는 의미였다.
사실 호크가 당황했던 것이 그 때문이었다.
호크는 그 내용을 오행문으로 이곳을 찾아내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열리라는 문은 안 열리고 느닷없이 공격이 시작돼 뭔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글귀가 열쇠였다.
‘오행에는 순서가 있다. 목, 화, 토, 금, 수. 그리고 이건 단순히 5원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방위를 가리키기도 한다. 목은 동, 화는 남, 토는 중앙, 금은 서, 수는 북. 오행으로 나아가라는 말은 그 방위대로 움직이라는 말이었던 거야. 목은 동, 동은 오른쪽, 다시 말해 불상의 오른쪽으로 이동하라는 뜻!’
호크가 불상의 오른쪽으로 이동한 이유였다.
결과는 보다시피.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던 검 무리의 공격이 호크를 스치지도 못한 것이다.
호크의 추리가 적중했다는 의미였다.
촤라라라! 촤라라라!
그 사이에 수천 자루의 검이 다시 복잡하게 얽히며 호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미 파훼법을 찾은 공격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검 무리가 날아들 때마다 호크는 오행의 방위에 따라 남, 중앙, 서…… 즉, 불상의 아래, 단전, 왼쪽으로 이동하자 검은 닿지도 않고 비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불상의 머리(북)로 이동했을 때였다.
이번에는 검 무리가 호크를 향해 날아오지 않았다.
좌우로 갈라져 하나로 합쳐지더니 처음 봤을 때처럼 불상의 손으로 돌아갔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그와 함께 불상의 팔이 굉음을 일으키며 움직였다.
그리고 손뼉을 치듯이 손바닥을 마주쳤다가 떼자 중심에서 푸른빛이 번져 나왔다.
놀랍게도 그 푸른빛 너머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시커멓게 죽은 대지 사이로 시뻘건 용암이 흐르고 여기저기에서 불기둥이 뿜어져 올라오는 화산!
“……찾았다!”
호크의 눈동자에 활기가 샘솟았다.
“여기가 바로 어리티우스의 선택의 받은 자가 엘림이 되기 위해 도달해야 하는 장소! 선대 엘림의 비전 아수라파천검의 후반부가 봉인되어 있는 수라성修羅星이다!”
딱 보기에도 위험천만해 보이는 곳이지만.
호크는 망설임 없이 날아 들어갔다.
* * *
끼익.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사내는 잠시 입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대였지만 지하에 자리 잡은 카페는 조명이 밝지 않아 어두침침했다.
누군가 만나기로 했지만 얼굴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앉아 있는 몇몇 테이블을 둘러보던 사내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발신 버튼을 누르자 근처 테이블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 4명이 둘러앉은 테이블. 그중 1명이 핸드폰을 꺼내 드는 장면을 확인한 사내가 다가갔다.
“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한 겁니다.”
“그럼 그쪽이…….”
“네, 모임의 주최자인 발렌시아입니다.”
사내가 빈자리를 찾아 끼어 앉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묵묵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동참할 의사를 밝힌 사람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모인 사람은 이게 전부입니다.”
“생각보다는 적군요.”
“갤럭시안에서 연락이 닿은 사람 중에 SNS 아이디를 보내온 사람이 있습니다. 모임이 성사되면 SNS를 통해서라도 참가하겠다고 하더군요. 연락을 해 볼까요?”
“됐습니다.”
발렌시아가 딱 잘라 말했다.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공동의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믿음이 중요하죠. 믿음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런 모임을 가져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죠. 그런데 얼굴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면 모임에 참가할 의사가 없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음…….”
사내들이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를 잠시.
한 사내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확인부터 하죠. 저는 이 모임의 취지가 아크라는 유저를 상대하기 위한 동맹 결성을 위해서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발렌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오기 전에 서로 대화를 나눠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크든 작든 아크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현재 갤럭시안을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를 포함해 여러분도 가능하다면 복수를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아크는 갤럭시안에서 나름의 세력을 구축했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죠. 놈은 강합니다. 개개인의 힘으로는 놈에게 타격을 주기 힘들 정도로. 아니, 되레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 모임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얼마 전 발렌시아는 호크를 만났다.
그리고 발렌시아가 아크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뒷배가 되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호크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비록 은하연방에서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발렌시아도 우주 마법진 조사 퀘스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 퀘스트에 호크와 아크가 참가했던 것도, 그리고 모두의 예상―누구보다 호크가 가장 믿었겠지만―을 깨고 아크가 최고 공적자가 되었다는 것도.
호크가 아크에게 적대감을 이유가 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발렌시아가 믿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이었다.
말했듯이 아크는 이미 나름의 세력을 구축했다. 반면 발렌시아는 아크와의 충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호크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결국 아크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나다. 이전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겠지. 하지만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벨타나와 파고스 화산, 그리고 임펠투스. 내가 세 번이나 아크에게 당한 것은 우연이 아니야. 내 실력이 아크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호크의 지원이나, 오기를 부린다고 바로 그 차이가 메워질 리는 없어.’
거기까지 생각하니 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발렌시아는 몇 달 전, 아크가 처음으로 벨타나의 영웅이 되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아크는 명성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갤럭시안의 커뮤니티에는 그 이상의 악플이 따라붙었다.
‘대부분은 그저 유명해진 유저를 시기하는 사람들이었겠지. 하지만 그중에는 진짜 아크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그동안 발렌시아가 한 일이 바로 이것.
아크에게 원한이 있는 유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
그 때문에 발렌시아는 갤럭시안은 물론, 각종 관련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당시 아크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떠들어 대던 유저들을 찾아 쪽지 따위로 연락을 취해 왔다.
이에 대해 답장을 보내온 사람은 약 30여 명. 그러나 실제로 모인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입으로는 뭐라도 떠들건 막상 나서기는 싫다는 뜻이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실망하지 않았다.
“생각만큼 인원이 많지 않아 실망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숫자가 많아도 신뢰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제가 오프 모임을 갖자고 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게이머의 특성상 이런 자리에 나오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주셨다는 것은 저만큼 아크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때 한 사내가 손을 들어 올리며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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