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67)
아크 더 레전드-367화(367/875)
[367] SPACE 6. 지금 그들은…… (4)“뭡니까?”
“정말 벨타나의 아크가 뉴월드의 ‘그’ 아크가 확실합니까?”
“네, 저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분명 아크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갤럭시안의 아크가 아닙니다. 뉴월드의 아크죠. 한때 커뮤니티에서 반反아크 모임 결성이 회자되다가 사라진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뉴월드의 제작사는 공식적으로 ‘그’ 아크가 갤럭시안을 시작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단 그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죠. 만약 발렌시아 님이 말하는 아크가 ‘그’ 아크가 아니라면 저는 참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글로벌엑서스에서는…….”
“저도 자세한 사정은 모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개인적인 사정이든 뭐든 아크가 갤럭시안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벨타나의 영웅으로 알려진 아크라는 것뿐입니다.”
“그걸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증하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증? 누가 말입니까?”
“호크입니다.”
“호크? 호크라면 혹시 그…….”
“세븐 소드의 일원이죠. 실은 제가 쪽지로 말했던 후원자라는 사람이 그 호크입니다. 호크는 입장상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이 모임을 후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발렌시아의 말에 테이블의 사내들이 웅성거렸다.
이미 모이기 전에 큰 세력을 가진 유저가 모임을 후원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그가 호크일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호크라는 이름이 거론되자 사내들의 반응도 나뉘었다. 호크 같은 유저가 뒷배가 되어 준다면 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왠지 조종을 당하는 듯한 분위기가 영 찜찜하다고 말하는 유저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발렌시아도 후자였다.
어떤 식으로 포장하든 호크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발렌시아는 받아들였다. 호크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 이상으로 아크가 싫어서다. 아크에게 한 방 먹여 주지 않고는 다시 프로게이머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
“여러분이 찜찜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크와의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니만큼 동맹에 참가하면 앞으로 게임을 하는 데 지장을 받을 때도 많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더 드릴 말은 없습니다. 저는 믿을 수 있는 동료를 원합니다. 지금이라도 망설임이 남아 있다면 빠지셔도 좋습니다. 단, 남겠다면 한 가지만은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는 포, 기, 하, 지, 않, 습, 니, 다.”
발렌시아가 힘주어 말했다.
그 말에 진심을 느꼈는지, 아니면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가기가 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리를 벗어나는 사람은 없었다. 발렌시아가 그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 시간부로 우리는 동료입니다.”
“그럼 이름부터 정해야겠군요.”
“마침 5명이니 심플하게 오인회五人會가 어떻습니까?”
“오인회, 괜찮군요.”
분위기가 조성되자 동맹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명칭은 오인회. 설립 취지는 아크의, 아크에 의한, 아크를 때려 부수기 위한 동맹. 그리고 목표는 서로 협조하며 아크의 동향을 감시하며 힘을 기르다가, 때가 되면 오인회의 힘을 집중시켜 일격에 아크를 재기불능 상태로 몰아넣는 것!
“상상만 해도 흐뭇하군.”
“그럼 일단 서로 협조할 부분을 의논하기 전에 정식으로 소개부터 하죠. 기왕이면 아크에게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해 주면 좋고.”
“그게 좋겠습니다. 제가 먼저 소개하죠. 저는 마일드라고 합니다. 다른 분들은 뉴월드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인 것 같은데, 제가 아크 자식에게 당한 것은 갤럭시안입니다. 놈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네팔림이라는 곳에서 선량하게 살아가며…….”
“유치해서 못 들어 주겠군.”
한 유저가 일어나 자기소개를 할 때였다.
갑자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청년이 벌떡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마일드라고 소개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보았다.
“뭐야? 너는? 나한테 한 소리냐?”
“너희 모두에게 한 소리다.”
청년이 슬쩍 고개를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 아크 모임에 참석하라는 쪽지가 왔기에 뭔가 하고 와 봤더니 한심하기 짝이 없군. 원한? 힘을 모아? 혼자 힘으로 안 되니 쪽수를 늘리겠다는 생각도 한심하지만, 쪽수만 늘어나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발상을 한다는 것은 더 기가 차는군. 설마 지금까지 너희들이 당한 게 그저 쪽수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게다가 오인회? 당장 아크 앞에 서서 결투도 신청하지 못하는 것들이 아주 주접을 떨고 앉아 있군.”
“너 이 자식! 말 다 했냐?”
“다 했다. 그러니 난 이만 갈란다. 잘들 놀아라.”
청년이 더 할 말도 없다는 듯이 몸을 돌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때 발렌시아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뇌까렸다.
“제 할 말만 하고 도망가는 거냐?”
“도망? 내가?”
“네 정체도 밝히지 않고 가는 게 도망이 아니면 뭐냐?”
“……하긴 그렇군. 좋아. 말해 주지. 너희나 나나 갤럭시안 유저. 내 말에 기분이 나쁘다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언제든지 상대해 줄 테니. 나는 라마 진영의 유저지만 지금은 개척지에 있으니 작정하고 찾으면 어렵지는 않을 거다. 정식 이름은 아니지만, 나를 만나고 싶다면 콰이안에서 내 별명을 물어보는 편이 나을 거다.”
“별명?”
“붉은학살자라고 한다.”
청년은 그 말을 끝으로 카페를 나갔다.
* * *
“확실히…….”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황무지.
파도가 출렁이다가 그대로 굳어 버린 것처럼 일대는 물결 모양으로 수십 개의 언덕이 솟아 있었다. 그중 한 언덕의 완만한 경사에 세 사내가 엎드려 있었다.
마틴 후작과 페이, 아크였다.
“짜릿하다 못해 저릿저릿한 느낌이군.”
“저도 느껴집니다. 피부가 타들어 가는 느낌입니다.”
“호오, 자네도 이제 풋내기는 아니라는 건가?”
“그만두십시오. 후작님을 모신 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도 10년 이상 전장에서 지낸 사람입니다. 후작님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베테랑 소리를 듣는 군인입니다. 뭐 그래도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영웅 칭호를 받은 천재님은 못 당하겠지만…….”
페이가 슬쩍 아크를 째리며 말했다.
그러자 마틴 후작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자네의 고집도 어지간하군. 그리도 마음에 안 드나?”
“마음에 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군인이고, 군인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웅이라면 그에 어울리는 품격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품격과 실력이라…….”
마틴 후작이 어깨를 으쓱이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뭐 품격과 실력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지. 적어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아크, 알겠나? 유감스럽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러니 뭐든 설명해 줘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어이, 아크!”
“네? 아, 네. 죄송합니다.”
그제야 아크가 마틴 후작을 돌아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아크는 얼마 전 마틴 후작과 페이, 두 사람과 함께 나쿠마와 치열한 전투를 치르며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던 노블리스의 승무원들을 구출,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정작 혹성을 탈출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노블리스를 탈출하기 전에 헉슬러가 서부 국경 사령부로 SOS를 보냈지만 제대로 수신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고, 수신되었다 해도 이큘러스의 상태를 생각하면 구조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아니,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이큘러스는 여전히 탐지가 불가능한 상태다.
얼마 전까지는 의심이었지만 지금의 아크는 그리 확신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혹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아마도…….’
아크의 시선이 다시 언덕 너머로 향했다.
노블리스의 생존자들과 합류하고 다시 반나절.
아크 일행은 쉬지 않고 몰아치는 모래 폭풍을 헤치며, 간간이 나타나는 나쿠마와 싸우며, 장장 3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행군했다.
이곳으로 오기 위해서.
부서지는 나쿠마의 몸에서 솟아 나온 검은 형체가 날아온, 검은 기류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곳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 여기가 이번 사건의 발생지다!’
하자스카의 기운이 서린 아크의 눈에는 엄청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찰을 나온 마틴 후작과 페이, 아크가 몸을 숨기고 있는 언덕 아래에는 깔때기 모양으로 직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공간이 움푹 파여 들어가 있었다.
검은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곳은 그 중심.
보이지 않는 마틴 후작과 페이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힘의 파동이 솟아 나와 검은 하늘―흑점―과 연결된 상태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크의 설명에 마틴 후작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장관이겠군. 보이지 않는 게 애석할 뿐이야.”
“대체 저게 뭘까요?”
“글쎄? 나도 은하계를 돌아다니며 남들이 믿지 못할 경험을 적지 않게 했지만 도무지 짐작도 되지 않는군. 하물며 보이지도 않는 걸 무슨 수로 알겠나?”
마틴 후작이 아크를 돌아보았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느냐는 눈빛이었다.
“아니, 저도 이런 것은 처음이라 짐작 가는 것조차 없습니다.”
“보이는 사람이 저렇게 얘기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나나 페이가 머리를 굴려 봐야 소용없겠지. 그리고 사실 아크가 얘기하는 검은 소용돌이의 정체나 발생원인 따위를 당장 고민할 필요는 없어. 이미 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답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니요?”
“뻔하지 않나? 노블리스를 공격한 건 이큘러스를 뒤덮고 있는 ‘무언가’다. 그 ‘무언가’의 핵은 십중팔구 흑점. 그리고 아크의 말이 사실이라면 흑점은 저 크레이터의 중심과 연관이 있다. 저 크레이터의 중심부와 검은 하늘을 연결하고 있다는 소용돌이. 그로 인해 흑점이 만들어진 것이든, 흑점으로 인해 저 크레이터가 만들어진 것이든. 저 크레이터 속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럼 들어가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런 저런 생각해 봤자 거치적거리기만 할 뿐이지. 목표만 확실하면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 없어. 목표에만 집중해라. 그게 내가 수많은 격전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건 아크도 동감이었다.
어차피 아직은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데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아크와 마틴 후작, 페이가 언덕에 몸을 숨기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모래 폭풍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크레이터의 주위,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나쿠마가 모여 있는 것이다.
“일단 저놈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관건이 되겠군요.”
“그렇지.”
마틴 후작이 끄덕이며 물었다.
“페이, 현재 전투 가능한 인원은 얼마나 되나?”
“특무대원 중 43명이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전력에 큰 보탬은 되지 않겠지만 26명의 일반 승무원 중에도 헉슬러 같은 기관병을 제외한 10명 정도는 전투가 가능합니다.”
“그들까지 동원해도 53명인가?”
마틴 후작이 답답한 표정으로 한숨을 불었다.
크레이터 주위를 새까맣게 뒤덮고 있는 나쿠마는 대충 헤아려도 400~500. 게다가 이미 경험해 봤듯이 이스타나에서 발견되는 나쿠마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다.
그런 나쿠마 400~500을 상대로 불과 53명.
지금까지 마틴 후작이 닥돌(닥치고 돌격)을 해 온 것은 시간이 지체되는 만큼 승무원들의 피해가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무식해서 돌격밖에 몰라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특무대가 아무리 뛰어나도 닥돌로 승리할 확률은 잘해야 10% 미만.
“잘해야 그 정도겠지.”
마틴 후작의 말에 페이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특무대원들 중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원은 없습니다!”
“그건 자랑이 아닌 것 같은데요?”
“뭐라고?”
페이가 발끈하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감히 특무대를 모욕하는 것인가? 특무대는 후작님의 직속 부대다. 어떤 상황이라도 후작님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 그 임무에 목숨을 바치는 것이 우리의 자긍심이다.”
“하지만 몽땅 죽어 버리면 후작님은 누가 지킵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지킨다. 제 생각에는 그 편이 훨씬 더 말이 되는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내 말은…….”
“게다가…….”
아크가 페이의 말을 끊으며 시선을 돌렸다.
“우리의 목적은 나쿠마를 전멸시키는 게 아니라 저 크레이터의 중심부를 조사해 이 사태의 해결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저 속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죠. 거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죽더라도 나쿠마를 전멸시킬 생각을 하기보다, 먼저 최대한 병력을 보존하며 저 속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네놈이 감히 누구에게…….”
“아크의 말이 맞다.”
마틴 후작이 발끈하는 페이를 제지했다.
그리고 묘한 눈길로 아크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 대안 없는 반대는 단순한 비난에 불과한 법. 보아하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고. 뭔가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다는 말인가?”
“후작님, 이런 녀석에게 무슨 기대를…….”
“있습니다.”
“뭐야? 네놈이 무슨…….”
“호오, 뭔가 있단 말이지? 준비가 필요한 계획인가?”
“후작님, 제 말 좀…….”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 30명이면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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