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70)
아크 더 레전드-370화(370/875)
[370] SPACE 7. 라젠카의 비문 (3)“뭐?”
“……눈! 눈 말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눈동자!”
아크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렇다. 구멍 속에서 떠오른 것은 엄청난 크기의 눈동자.
지금 구멍 속에서는 굵은 실핏줄이 거미줄처럼 뒤엉킨 끔찍한 형상의 눈동자가 아크 일행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상상도 못 했던 충격적인 비주얼에 아크가 멍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주위가 시끄러워지더니 갑자기 누군가 뒷덜미를 확 잡아당겼다.
휘이이이이! 퍼퍼펑!
구멍 속에서 뭔가가 솟아올라 천장에 부딪히며 굉음을 울린 것은 그때였다.
아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뒷덜미를 움켜쥔 페이가 버럭 소리쳤다.
“멍청한 자식! 뭘 넋 놓고 있는 거냐? 말했지? 잔재주에만 의존하면 정작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고!”
“뭐, 뭐였죠?”
“나도 몰라! 하지만…….”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그때 굉음이 울리며 지하 공간이 통째로 흔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구멍 속에서 거대한 뭔가가 떠올랐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압력에 떠밀려 튕겨 나오는 수십 미터 크기의 덩어리들은 기계 부품이었다.
그러나 그건 파편에 불과했다. 그 뒤를 따라 구멍 속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물체! 금속 빛을 발하는 표면에는 푸른 혹성과 우주선을 겹쳐 놓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 뒤로 떠오르는 형체는 마틴 후작의 얼굴마저 경직시켰다.
“여, 연방 마크?”
“맙소사! 저건…… 우주선?”
“노블리스다! 틀림없어! 노블리스의 선수다!”
놀랍게도 구멍 속에서 떠오르는 물체는 마틴 후작의 순양함 노블리스! 반으로 찢겨 선수 부분만 남은 노블리스가 유령선과 같은 모습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타이탄Titan 등급의 몬스터 ‘에이션트 나쿠마’가 출현했습니다!
동시에 눈앞에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 SPACE 8. 에이션트 나쿠마 (1)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기체.
장갑이 왕창 뜯겨나가 내부가 들여다보이고, 두꺼운 프레임이 삐져나온 상태로 선수 부분만 잘려 있다. 사람으로 치면 살점이 뜯어지고 뼈가 삐져나온 상태로 가슴 윗부분만 잘려 둥둥 떠 있는, 유령선으로 변한 노블리스였다.
웅웅웅, 웅웅웅웅!
대원들이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이.
기계음이 울리며 노블리스의 포탑이 대원들이 모여 있는 방향으로 회전했다.
순양함은 아크나 호크가 사용하는 전함보다 한 등급 높은 우주선이다. 게다가 후작의 전용기. 장갑부터 포탑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능이 일반 순양함보다 뛰어나다. 그리고 대부분의 화기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 선수.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간 상태라도 선수에 붙어 있는 포탑만 4개나 되었다.
그 포탑에서 일제히 발사되는 포탄!
“이런 젠장! 포격이다! 피해라!”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페이의 고함과 동시에 포성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대원들이 놀란 물고기 떼처럼 사방으로 흩어지자 중심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탄연이 가라앉으며 드러난 자리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화력!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돼! 노블리스가……!”
상상도 못 했던 장면에 대원들이 비명을 터뜨렸다.
믿기지 않지만 그들의 눈앞에 떠 있는 것은 나쿠마!
자신들이 타고 있던 우주선이 나쿠마가 되어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아무리 용맹한 전사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인 상황에 직면하면 전의를 잃어버리는 법. 거기에 위압적인 포격까지 더해지자 대원들은 반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근성 없는 놈 같으니!”
그때 분기탱천한 마틴 후작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한때는 이 마틴의 전용함이었던 녀석이 나쿠마 따위가 돼 버리다니! 네놈은 은하연방 후작의 전용함이었던 우주선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은 거냐? 좋다! 뭐 이미 고철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아예 내 손으로 조각조각 해체해서 고물상에 팔아 넘겨주마!”
뭐랄까…….
그다지 적절하지 못한 대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 노블리스라도 이미 폐선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아니, 노블리스가 아니야! 상대는 그냥 커다랗기만 한 고철덩어리에 불과해!”
부대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지휘관은 머리.
머리가 전의를 잃지 않는 한 팔다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다. 다소 황당한 마틴 후작의 대사였지만 눈앞의 상황에 한 치의 당혹감도 보이지 않는 그의 태도에 특무대원들은 바로 충격에서 벗어나며 분분히 총을 들어 올렸다.
마틴 후작은 ‘그런’ 타입의 지휘관인 것이다.
“와일드 암!”
마틴 후작이 기계 팔을 장착하며 소리쳤다.
“특무대원들이여, 아무래도 저놈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자기가 잘나서 다른 우주선보다 강했다고! 하지만 노블리스가 지금까지 다른 우주선보다 강했던 것은 바로 우리! 뛰어난 함장과 뛰어난 승무원의 힘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우오오오!”
“알려 주자! 우리가 없는 노블리스는 그냥 쇳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야말로 노블리스의 힘! 우리가 없는 노블리스는 그저 기계!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 대원 최종 전투태세! 기갑 무장!”
페이가 소리치자 대원들의 머리 위로 일제히 금속 캡슐이 솟아올랐다.
일전에 S-20이 카오틱 유저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아크는 그들을 함정에 몰아넣고 마틴 후작의 도움을 받아 전멸시켰던 적이 있었다.
당시 마틴 후작과 동행한 병사들은 페이가 대장으로 있는 호위대대와는 다르지만 같은 특무대였다. 그리고 그때 확인된 바와 같이 특무대는 모두 배틀슈트를 장비하고 있었다.
텅-! 텅-! 텅-! 텅-!
수 미터 높이로 떠오른 캡슐이 큐빅처럼 회전하며 갑옷으로 변했다. 그리고 병사들의 몸을 감싸고 벌어진 금속판이 단단하게 조이며 증기를 뿜어 올렸다.
일대를 뒤덮은 자욱한 증기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기갑 전사로 변한 40여 명의 특무대원!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그때 노블리스에서 다시 포화가 빗발쳤다.
그러나 이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디펜스!”
특무대의 배틀슈트는 모양이 약간씩 달랐다.
페이의 지시에 먼저 움직인 기갑 전사는 등에 커다란 원반이 붙어 있는 대원. 이어 원반에서 서너 줄기의 레이저가 뻗어 나오자 포탄이 공중에서 폭발했다.
레인저형 배틀슈트에 탑재된 소형 GEM!
적의 포탄이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이었다.
6명의 레인저가 GEM을 발동시키자 상당한 숫자의 포탄이 요격되었다. 그러나 4개의 포탑에서 빗발치는 포탄을 배틀슈트에 탑재된 소형 GEM만으로 막아 내기는 무리.
요격 당하는 포탄의 불길을 뚫고 몇 배나 많은 포탄이 파티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특무대는 모든 전황에 대처할 수 있게 편성된 부대!
“광역 실드를 펼쳐라!”
이어지는 명령에 10명의 대원이 선두로 뛰어나왔다.
양팔에 굵은 코일이 장착된 기갑 전사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자리를 잡고 양팔을 벌리자 코일에서 스파크가 번지며 하나로 연결돼 전방에 거대한 실드가 펼쳐졌다.
디펜더형 기갑 전사들의 다중 실드 전개!
물론 마틴 후작과 아크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인스파이어!”
마틴 후작이 와일드 암의 주먹을 마주치며 소리쳤다.
순간 와일드 암에서 푸른빛이 폭발하며 특무대원들을 휘감았다.
-마틴 후작이 ‘인스파이어’를 발동시켰습니다.
수많은 전공을 세운 뛰어난 지휘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휘하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는 존재입니다. 인스파이어Inspire는 그런 지휘관들이 가지는 일종의 특성으로, 휘하 병사들의 전의를 고취시켜 일정 시간 동안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만들어 줍니다. 단, 인스파이어로 상승하는 병사들의 능력치는 지휘관의 통솔 수치 영향을 받습니다.
《마틴 후작의 통솔 수치 2,500 : 휘하 병사의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 전투 중 입은 부상의 회복 속도가 50% 빨라집니다.》
마틴 후작의 특수 스킬 인스파이어!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 배틀슈트로 인한 능력치 상승까지 합하면 이것만으로도 60%다. 거기에 부상 회복 속도 상승. 전투 중에도 생명력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사기적인 버프 효과였다.
뭐 따지고 보면 통솔 수치 2,500이라는 것부터가 이미 사기였다.
뭐 덕분에 한결 소박해진 느낌이 있지만…….
“룬 문자 각인술, 쿠온!”
-룬 문자 각인술 : 쿠온이 발동 중입니다.
《100미터 범위 내의 모든 아군에게 30분간 최대 생명력과 방어력이 20% 증가합니다.》
아크의 룬 문자 버프 쿠온!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GEM의 요격을 뚫고 날아온 포탄이 대원들에게 쏟아진 것은 그 직후였다.
포탄이 쏟아지자 불길과 시커먼 연기가 확 뿜어져 올라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찾아온 정적과 함께 흩어지는 폭연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푸른빛의 실드!
“……막아 냈군.”
마틴 후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쿠마가 된 기계라도 성능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한번 부서졌던 기계라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나쿠마의 능력으로 보완되어 그 수치는 고작 20% 정도. 다시 말해 나쿠마라도 레벨 100대의 무기를 장착하면 최소 레벨 80대의 화력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상대하는 나쿠마는 우주 순양함 노블리스를 흡수한 괴물. 일부라고는 하나 포탑의 본래 화력을 80%까지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대원들의 전의가 꺾였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순양함에 장착된 포탑. 80%라도 일반 병사가 대항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역시 뭐든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배틀슈트+부대 편성+GAM+인스파이어+쿠온…… 가능한 한 모든 능력을 동원해 노블리스의 포격을 정면으로 막아 낸 것이다.
‘막았다! 저 노블리스의 포격을!’
‘이길 수 있다!’
‘마틴 후작님과 함께라면!’
아크도 대원들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페이는 이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후작님의 말씀이 증명되었다! 노블리스가 지금까지 최강의 전함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최강의 전함으로 만들어져서 아니라, 최강의 승무원들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노블리스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나쿠마! 노블리스의 형태를 하고 있는 우주 몬스터일 뿐이다! 특무대! 놈에게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려 주자! 숄더 런처!”
페이의 양어깨에서 런처가 솟아 나왔다.
중화기형 배틀슈트에 장착된 런처. 페이를 시작으로 중화기형 배틀슈트를 입은 대원들의 어깨에서 연이어 런처가 솟아 나와 노블리스를 향해 회전했다.
“박살 내라!”
투퉁! 투퉁! 투퉁! 투퉁!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수십 발의 포탄!
그뿐이 아니었다. 돌격형 배틀슈트를 입은 대원들은 기체와 결합해 명중률과 화력이 상승한 기관총을 난사했고, 붐버형 배틀슈트를 입은 대원들은 투척형 폭탄을 쏟아 냈다.
공간을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노블리스가 흔들렸다.
물론 노블리스도 얌전히 있지는 않았다.
4개의 포탑에서 번갈아 가며 쉬지 않고 포화를 쏟아부었다. 전후좌우,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포성에 바로 옆의 대원의 고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마다 어둠을 찢으며 퍼지는 파란색과 붉은색의 폭광에 휩싸여 대원들을 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병사들은 정예 중의 정예 특무대!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훈련받은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노블리스, 아니, 나쿠마를 몰아붙였다.
그런 혼전이 몇 분가량 지속되었을 때였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퍼펑!
노블리스의 동체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연기가 치솟았다.
화력을 집중시킨 공격으로 포탑 1기 폭파!
‘됐어! 승산이 보인다!’
아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포탑 1기를 파괴했다. 그것만으로도 노블리스의 화력은 사분의 일이 감소.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포탑 3기뿐이다.
처음에는 상대가 노블리스라는 사실에 움찔했지만 이대로 몰아붙이면 낙승!
그러나 아크의 무기는 광선검.
보조 무기로 파이어 이글을 가지고 있지만 레벨 65대의 무기다. 나쿠마들과 싸울 때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 기계생명체를 상대할 때는 화력이 떨어지는 광선검이라도 65레벨의 파이어 이글보다 높은 대미지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그조차 사정거리가 짧은 샷건이다.
덕분에 공중에 떠 있는 노블리스와 특무대가 장거리 화력전을 펼치자 아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냥 쿠온이나 써 주고 간간이 소드 디펜스로 포탄 하나―탄환과 달리 포탄은 1발을 막기도 버거웠다―를 막아 주는 것이 전부.
그러나 그런 건 상관없다.
특무대와 합류하고 지금까지 그랬듯이 굳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활약하지 않아도 경험치는 들어온다. 전리품도 마찬가지. 활약할 기회가 없다고 안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니, 죽어라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면 장땡!
“좋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이대로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여 박살 내라!”
포탑이 파괴되자 대원들의 공격에 활기가 더해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크도, 마틴 후작도, 페이와 대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었다. 사기가 치솟은 대원들이 다시 폭격을 시작하려는 순간!
윙윙윙윙, 윙윙윙윙…… 위이이이이!
갑자기 노블리스가 팽이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점점 가속을 붙여 그저 시커먼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회전! 동시에 주위의 대기가 노블리스를 중심으로 폭풍을 일으키며 회오리쳤다.
“윽! 뭐, 뭐야?”
“엄청난 풍압이다! 자세를 잡을 수가 없어!”
대원들이 바람에 떠밀려 주춤주춤 물러나며 당혹성을 터뜨렸다. 화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제대로 중심조차 잡기 힘들어졌다. 말할 것도 없이 심각한 페널티!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타깃을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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