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71)
아크 더 레전드-371화(371/875)
[371] SPACE 8. 에이션트 나쿠마 (2)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니 포탑이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아도 포탑은 분명 존재한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회전하는 노블리스에서 포탄이 빗발쳤다.
회전하는 상태에서 쏟아 내는 포탄이라 사방으로 퍼져 날아갔다. 그러나 대원들도 폭풍에 휘말려 진형이 무너진 상태. 레인저들은 GEM으로 포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가드들의 간격이 벌어져 실드에 틈이 생겨 포탄이 진형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진형 내부에서 폭발하는 포탄!
제대로 조준된 포탄은 아니라 대미지는 크지 않았지만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폭발에 휘말린 대원들이 튕겨 날아가자 폭풍 탓에 불안하던 진형이 단숨에 붕괴. 이어지는 2차, 3차 포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중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나쿠마의 공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노블리스의 아랫부분이 열리더니 수십 줄기의 촉수가 뻗어 나왔다. 나사와 너트, 작은 기계 부품 따위가 뒤엉켜 만들어진 촉수!
“저, 저게 뭐야?”
“빌어먹을! 디펜더, 막아라!”
당혹성과 고함이 난무하며 디펜더가 뛰어나갔다.
그리고 실드를 펼쳤지만 촉수가 들이받자 일격에 균열이 번져 나갔다. 포탄 같은 폭발성 무기에는 강하지만 직접 타격에 취약해 몇 배의 대미지를 받은 탓이었다.
다시 말해 실드로 촉수를 막아 내기는 어렵다는 뜻!
“크윽! 더는 무리입니다!”
“총이다! 철갑탄으로 촉수를 요격하라!”
페이의 명령에 몇몇 대원들이 기관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폭풍 탓에 중심도 잡기 힘든 상황. 하물며 빠르게 움직이는 촉수를 맞히기 쉬울 리가 없었다. 게다가 한두 방 맞힌다고 두꺼운 촉수가 끊어질 리도 없었다.
투투투투! 쾅! 쾅! 쾅! 쾅! 쾅!
촉수가 광란하자 총격을 가하던 대원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거기에 비록 조준된 공격은 아니지만 회전하는 노블리스에서 쉬지 않고 포격이 빗발친다.
치솟는 불길과 폭연, 잘게 부서져 튀어 오르는 자갈 따위가 폭풍에 휘말려 시야를 가리고, 그사이로 촉수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대원들을 내리쳤다.
그야말로 대혼란!
‘젠장! 어째 너무 쉽다고 했어!’
상대는 혹성 전체를 기현상으로 몰아넣은 에이션트 나쿠마! 타이탄 급의 보스 몬스터치고는 어째 전투가 너무 무난하게 진행된다 싶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황이 이렇게 순식간에 뒤바뀔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낙담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쿠마는 그럴 틈도 주지 않았다.
슈슈슈슈!
“꺼져라! 소닉 소드!”
아크가 날아드는 촉수를 향해 이퀄라이저를 휘둘렀다.
그리고 촉수가 움찔하며 물러나는 순간, 상체를 숙이며 ‘늪지보행술’을 발동시켜 미끄러져 나가며 연속적인 검격을 가했다. 백색 검광이 촉수를 휘감으며 뻗어 나가자 그 궤적을 따라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촉수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계 부품이 자석에 붙듯 다시 촉수에 달라붙었다.
‘이런 젠장! 재생까지 하는 건가?’
나쿠마 중에는 가끔 이런 놈들이 있었다.
몸의 일부를 파괴해도 다시 부품을 흡수해 형태를 유지하는. 이런 나쿠마를 처리하는 방법은 부품을 흡수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분해시켜 제로(0)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
그러나 지금 나쿠마의 몸은 노블리스!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말도 안 돼!’
“커헉!”
아크가 내심 절망의 비명을 터뜨리고 있을 때였다.
바로 옆에서 그보다 심각해 보이는 비명이 울리며 한 대원이 굴러왔다. 뒤이어 그 뒤를 쫓듯이 촉수가 날아왔다. 그리고 날카로운 드릴 같은 부품으로 꿰뚫으려는 찰나!
“물러나십시오! 피어싱!”
아크가 몸을 돌리며 이퀄라이저를 내뻗었다.
동시에 한 줄기 섬광으로 변한 아크가 촉수와 충돌했다.
“아, 아크 님!”
“진형에 합류하십시오! 여기는 내가…….”
소리치는 아크를 향해 튕겨 날아갔던 촉수가 날아들었다.
황급히 검을 들어 올리자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몸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때 아크는 바로 몸을 날려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검으로 막은 촉수의 앞부분에는 작은 기계 손 같은 장치가 붙어 있어 광선검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터엉-!
덕분에 그대로 20여 미터를 떠밀려 벽과 충돌!
등으로 전해지는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검을 짓누르는 촉수의 압력에 숨이 턱 막혔다. 검 자루를 움켜쥔 팔에 약간만 힘을 풀어도 촉수가 가슴에 쑤셔 박힐 것 같았다.
아크가 몸을 비틀어 왼팔을 빼내며 소리쳤다.
“바이우스 실드! 골렘 소환!”
-주인! 너!
실드가 바우로 변하며 아크를 노려보았다.
아직 돌산에서 아크에게 걷어차인 감정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바우의 불평이나 들어 줄 시간은 없었다.
“닥치고! 폭쇄!”
-우웃! 이, 이 자식!
아크의 강제 스킬 발동!
이에 바우가 강제력에 의해 몸을 웅크리며 송곳처럼 변한 머리로 촉수를 들이받았다. 순간 힘이 약해진 틈을 이용해 아크가 광선검을 휘두르며 빠져나왔다.
그리고 출렁거리는 촉수로 고개를 돌릴 때였다.
“바우, 이제부터…….”
-크윽! 크아아아아! 크악! 아아아!
갑자기 바우가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그제야 아크는 바우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보통 폭쇄를 사용하면 머리가 송곳처럼 변해 적을 타격한 뒤에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그러나 지금의 바우는 송곳 머리 상태 그대로였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오아…… 이야아…… 기기기…… 그그그…….
기괴한 신음을 흘리는 바우의 몸 위로, 마치 거미줄 같은 검은 형체가 흘러나와 노블리스―나쿠마―로 빨려들어 가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른다.
모르지만!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바우, 돌아와!”
아크가 황급히 바우를 실드로 되돌렸다.
그러나 팔찌―바우가 골렘 상태일 때는 바이우스 실드가 팔찌처럼 변한다―에서 시커먼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눈앞에 느닷없이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바이우스 골렘의 소환 해제에 실패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저주의 기운이 실드와 골렘 사이의 영적 연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장시간 방치하면 바이우스 실드의 신비한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조속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바이우스 실드의 신비한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건 다시 말해 바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크의 입에서 숨 막히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록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바우지만! 때때로 육아(?)에 회의감이 치밀지만!
그래도 나름 애써 가며 레벨 50대까지 키워 온 골렘이다. 그런 골렘이 이렇게 허무하게 없어진다니?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환 해제조차 되지 않는 상황!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조속한 대처라고 했으니 뭔가 방법이…….’
허둥대던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현재 바우가 뾰족 머리 상태로 괴로워하는 것은 정체불명의 저주 탓이다. 왜 밑도 끝도 없이 저주에 걸렸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저주를 해제하면 된다는 말. 그리고 아크는 저주를 해제할 방법이 있었다.
“포스 익스플로전!”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아크를 중심으로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뻗어 나가는 무형의 기운!
-‘포스 익스플로전’을 사용했습니다!
어둠의 힘에 의해 왜곡된 주변의 포스를 안정시킵니다.
《지속 시간 : 3분》
무라티우스타에서 전수 받은 포스 익스플로전이었다.
효과는 어둠이 힘에 의해 왜곡된 공간의 포스를 본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
다시 말해 디버프 따위의 저주를 없애는 것이었다.
‘이거라면!’
아크가 황급히 바우를 내려다보았다.
-으으으…… 으으으…….
바우는 대자로 뻗은 채 여전히 괴로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처럼 몸에서 거미줄 같은 검은 형체가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포스 익스플로전으로 주변이 정화되어 저주의 속박에서 벗어난 것이다.
“돌아와라! 소환 해제!”
아크는 일단 바우를 실드로 되돌리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갑자기 아크의 주변만 묘하게 밝아진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일자로 늘어져 있는 기계 부품들은 분명…….
“맙소사! 이건 혹시?”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불쑥 뭔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황망한 눈으로 여전히 맹렬하게 회전하며 포격과 촉수를 날리는 노블리스를 돌아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와락 몸을 돌리며 뛰어갔다.
“뭐냐? 저놈은?”
그곳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장소.
정신없이 중화기를 난사하며 촉수와 싸우던 페이가 벽에 붙은 나선형 통로로 뛰어가는 사람을 발견한 것은 그때였다.
처음에는 누구인지 몰랐지만 적외선 스코프로 곧 그가 아크임을 확인하는 순간 페이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설마 도망치는…….”
슈슈슈슈! 퍼펑!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촉수가 날아들었다.
페이가 황급히 몸을 돌려 세웠지만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촉수에 가슴을 맞았다. 이에 휘청거리는 사이, 촉수 하나가 더 날아와 페이를 휘감아 수 미터 높이의 벽에 처박았다.
가슴이 짓이겨지는 충격과 함께 입에서 울컥 피가 뿜어져 올라왔다.
“커헉! 빌어먹을,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페이가 피에 물든 입술을 깨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포화와 촉수 사이를 뛰어다닐 때도 대강 짐작하고 있었지만, 수 미터 높이에서 내려다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니,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노블리스가 회전하기 시작하자 대원들은 제대로 공격조차 할 수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무차별적인 폭격과 촉수에 진형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직, 특히 군대의 힘은 진형과 연동에 의해 발휘되는 법.
진형조차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래도 와일드 암을 장착한 마틴 후작이 경이로운 무위를 선보이며 촉수를 파괴하고 있지만, 아무리 강해도 그 역시 1명. 40여 명의 대원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전황을 뒤집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특무대는 전멸!
“그래, 차라리 도망치는 편이 좋겠지. 비난하지 않겠다. 아니, 잘 생각했다. 너는 아직 젊다. 승산이 없는 전투에 목숨을 바치기에는. 영웅이란 죽음을 불사하는 자에게 붙는 칭호가 아니다. 설사 도망을 치더라도 살아남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다.”
피에 젖은 페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겠다! 나는 특무대의 대장 페이! 설사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지옥이라고 해도 후작님과 함께하는 것! 그게 나의 존재 의의다!”
페이가 발목의 단검을 뽑아 촉수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세차게 돌리자 콰지직 소리가 울리며 자잘한 기계 부품이 떨어져 나가며 촉수의 힘이 약해졌다. 그 틈에 페이가 몸을 흔들며 벗어나 아래로 뛰어내렸다. 고작 수 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린 것만으로도 온몸이 분해되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페이는 입술을 깨물고 몸을 일으켰다.
“특무대장의 의지를 보여 주마!”
페이가 모든 수류탄을 꺼내 양쪽 옆구리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열 손가락에 모두 반지를 끼듯 안전핀을 끼우고 노블리스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미 빈사 상태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도 큰 도움은 되지 못할 터. 그런 페이가 선택한 방법이 이것! 자신의 몸을 던져 적에게 대미지를 주는 필사의 특공!
“와라! 이 우주 괴물 자식! 이게 나 페이의 마지막…….”
“우와아아아아!”
그리고 노블리스를 향해 돌진할 때였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우렁찬 비명? 기합? 그런 것이 터져 나왔다. 이에 반응하듯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린 페이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맹렬히 회전하는 노블리스의 위로 누군가가 떨어지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푸른빛에 휩싸여 라마족의 기갑 전사로 변신하며 떨어지는 사내는 놀랍게도…….
“……아크?”
* * *
“이큘러스라고?”
-네.
“그런…….”
이어지는 대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중년인은 웨스턴 백작이었다.
그 앞의 스크린에 떠올라 있는 사람은 검은 머리를 비단처럼 내려뜨리고 있는 여군 장교. 방금 전, 웨스턴의 전열함에 통신을 보내온 은하연방 내사과 소속의 이리나 대위였다.
원래 웨스턴은 비상사태에 내사과의, 하물며 여군 장교 따위의 통신은 무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가 웨스턴이 찾고 있는, 마틴 후작의 소재를 알고 있다는 통신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백작님도 이큘러스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마틴 후작님은 얼마 전, 이큘러스의 영주인 아크 남작과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가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습격을 받고 격침된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이큘러스로 추정되는 혹성에서 탈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게 이리나가 알려 온 내용이었다.
그러나 웨스턴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대위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위의 말대로 이큘러스는 사라졌다. 노블리스를 습격했다는 무언가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후작님이 사라진 혹성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자세한 사정은 저도 모릅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그런데도 나에게 믿으라는 것인가?”
-하지만 사실입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마틴 후작님과 함께 있는 아크라는 개척자와 제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이리나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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