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72)
아크 더 레전드-372화(372/875)
[372] SPACE 8. 에이션트 나쿠마 (3)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서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특별한 힘! 이것이야 말로 바로 사랑의 텔레파시…….
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체는 그냥 핸드폰이었다.
이제 와 밝히자면 사실 아크는 이큘러스에 떨어졌을 때, 현실에서 이리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상에 있는 아크는 노블리스가 격침된 이후, 이큘러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리나는 진행하던 공무 퀘스트를 중단하고 이큘러스로 이동. 해당 좌표를 뒤져 봤지만 이큘러스나 노블리스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아크가 이큘러스는 여전히 사라진 상태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리나가 아크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이유도 이것.
그러나 NPC에게 핸드폰이니 뭐니 설명해 봤자 알아먹을 리가 없다. 때문에 이리나로서는 사랑의 텔레파시 비스무리한 뭔가가 있다는 식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역시나 웨스턴은 꽤나 심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자네도 은하연방의 녹을 먹는 군인이라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알고 있을 터.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좋다. 그럼 말해 보라. 내게 바라는 게 뭔가?”
-현재 아크 님과 마틴 후작님은 이큘러스가 사라진 사건의 핵심에 거의 다다랐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두 분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앞으로 몇 시간 사이에 이큘러스가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때 바로 두 분을 구출할 수 있도록 웨어 벨트의 봉쇄를 풀어 주십시오.
“이큘러스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웨스턴이 날카로운 눈으로 이리나를 바라보았다.
“설사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이큘러스가 나타나지 않으면 증명할 수 없다. 그게 후작님과 아크라는 개척자가 실패한 결과라도. 그러면 자네는 수색 작업을 방해한 죄로 군법회의에 넘겨질 것이다. 그래도 주장을 철회할 생각이 없나?”
-네.
“무슨 자신감이지?”
-후작님과 함께 있는 사람이 아크 님이기 때문입니다.
이리나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잠시 화난 표정으로 이리나를 바라보던 웨스턴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수색 작업을 중단하고 함대를 이큘러스로 이동시킨다!”
* * *
쿠콰콰콰콰콰-!
-대미지 89! 대미지 35! 대미지 58…….
지하 공간의 중심에서 맹렬히 회전하는 노블리스.
아크는 배틀슈트를 입기 전에 마인드 실드를 발동시켜 온몸을 실드로 감싸고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배틀슈트까지 입었음에도 노블리스에 닿자 엄청난 속도로 대미지가 들어왔다.
현재 노블리스는 산산이 부서진 잔해의 결합체.
그런 결합체가 회전하자 표면의 거친 요철이 그라인더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아크가 그런 곳으로 몸을 날린 이유는…….
“포스 익스플로전!”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우렁찬 외침과 함께 주위로 무형의 기운이 폭발하며 퍼져 나갔다. 순간 맹렬하게 회전하던 노블리스가 산산이 분해되며 작은 파편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회전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 벽에 처박혔다.
……바로 이것!
바우의 생사가 오락가락한 직후.
포스 익스플로전을 발동시킨 아크는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포스 익스플로전의 영향을 받은 공간만이 다른 지역과 달리 좀 더 밝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범위 안에 있던 촉수의 기계 부품이 저절로 분해되어 쏟아졌다. 스킬을 발동한 직후 아크의 봤던, 바닥에 일렬로 쌓여 있던 기계 부품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다.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가 떠올랐다.
‘포스 익스플로전은 어둠의 힘을 중화시키는 스킬이다. 포스 익스플로전의 범위에 속해 있는 공간만 다른 곳과 다르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이 공간 자체가 어둠의 힘에 덮여 있다는 뜻!
거기까지 생각하자 아크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단서가 조합되기 시작했다.
이큘러스를 뒤덮은 검붉은 기체의 중심은 흑점. 그리고 흑점의 중심이 바로 이곳이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지만 모든 사건의 핵심이 이 공간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나쿠마의 몸에는 검은 형체가 들어 있었어. 아마도 기계 부품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나쿠마의 실체가 그것! 그리고 특무대가 쓰러뜨린 나쿠마는 모두 이곳으로 날아왔다. 어쩌면 에이션트 나쿠마라는 놈은 그런 나쿠마들의 결합체, 아니, 반대로 나쿠마는 에이션트 나쿠마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아크가 추측해 낸 결론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쿠마의 본체가 기계 부품이 아닌 형태가 없는 검은 형체, 마치 영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 석판 아래로 들어왔을 때부터 분명 기이한 기운이 느껴졌어. 마치 수렁 속에 들어온 것 같은. 하지만 하자스카를 발동시킨 내 눈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이제 그 이유를 알겠어.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니야.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석판 아래로 들어오는 순간, 이미 그 속에 들어왔다는 것을. 나쿠마의 실체, 검은 형체 속에!’
그게 아크가 있던 자리만 밝아진 이유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에이션트 나쿠마의 조종을 받는 노블리스가 나타났는데도 정작 놈의 생명력은 보이지 않았지. 당연해. 몬스터의 몸속에서 싸우는 중인데 몬스터의 생명력 게이지를 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 여기는 바로 에이션트 나쿠마의 몸속이다!’
이 공간 자체가 어둠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저주, 에이션트 나쿠마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포스 익스플로전으로 그 어둠의 힘을 중화시킬 수 있다면 답은 간단하다.
아마도 노블리스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 어둠의 힘.
포스 익스플로전으로 노블리스를 움직이는 어둠의 힘을 중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아크가 위로 올라갔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노블리스가 공중에 뜬 상태로 회전하는 중이라 밑에서는 접근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입구까지 뛰어 올라가 노블리스의 중심부로 떨어지며 포스 익스플로전을 발동시킨 것이다.
결과는 보다시피.
노블리스가 분해되며 터져 나갔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상황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노, 노블리스가 조각나 흩어졌다!”
“하지만 저건…….”
“맙소사! 저건 노블리스를 습격했던 촉수!”
“노블리스는 저 촉수에게 조종되고 있었던 것인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특무대원들이 비명을 터뜨렸다.
노블리스가 사라진 공간에서 나타난 것은 구멍에서 솟아 나온 수십 가닥의 촉수가 뒤엉켜 만들어진 덩어리였다.
포스 익스플로전에 의해 어둠의 힘이 중화된 탓인지, 나쿠마의 본체가 아크만이 아니라 마틴 후작과 페이, 특무대원들의 눈에도 보이는 것이다.
아크가 서 있는 곳은 바로 그 촉수 뭉치의 위였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노블리스가 사라지자 촉수가 날아들었다.
아크는 광선검을 휘둘러 촉수를 쳐 내며 바닥을 굴렀다.
‘이 공간의 어둠의 힘은 이미 중화되었다. 하지만 촉수 뭉치는 오히려 실체를 갖게 되었어. 그건 이 촉수가 나쿠마의 본체. 포스 익스플로전으로도 중화시키지 못할 정도로 응축된 어둠의 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둠의 힘은 어둠의 힘!’
“포스 익스플로전!”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또다시 대기를 태우며 퍼져 나가는 무형의 기운!
그 기운에 닿자 촉수의 표피가 허물이 벗겨지듯 너덜너덜하게 변했다. 생명력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미지가 들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검기에 맞고 찢어지는 촉수, 이퀄라이저의 공격도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크다! 아크가 놈의 몸 위에서 싸우고 있어!”
“괴, 굉장하다! 저게 아크!”
“병신 같은 놈들! 뭘 보고 있는 거냐?”
감탄사를 터뜨리는 대원들의 귀에 폭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원들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자 페이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네놈들이 헤매고 있는 사이에 한낱 개척자에 불과한 아크가 홀로 노블리스를 파괴하고 나쿠마와 분전하는 것이 보이지도 않는가?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생각이냐?”
“핫! 그, 그렇지!”
“공격! 아크 님을 엄호하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퍼펑!
갑작스러운 상황에 넋 놓고 지켜보던 대원들이 포화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마, 맞지를 않잖아?”
탄환은 모두 촉수 뭉치를 관통해 반대편 벽에서 불길을 일으킬 뿐이었다. 어둠의 힘이 일부 중화되어 실체가 보이기는 하지만 영혼체와 같은 속성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 자체는 무형의 기운.
그건 지금 아크의 상황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크는 촉수 뭉치 위에 올라 서 있다. 그러나 마치 늪지처럼 가만히 서 있으면 점점 몸이 내려앉았다.
응집된 상태라 일종의 부력浮力이 형성되고 있었지만 실체는 없는 존재라 체중이 가해지면 빠져드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아크가 평지처럼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늪지보행술 덕분! 바닥을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며 체중을 분산시켜 촉수 뭉치 위에서도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촉수 뭉치를 공격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노블리스가 격침되기 전에 촉수와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크도 검으로 촉수에 대미지를 입히고 있었다. 이 두 공격의 공통점은…….
“에너지 탄이다!”
소리친 사람은 마틴 후작이었다.
“아크의 광선검은 놈에게 먹히고 있다. 그건 광선 계열의 공격은 통한다는 뜻! 모두 실탄을 에너지 탄으로 전환해 공격하라! 으라차차차! 공간 도약!”
마틴 후작이 소리치며 대원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단숨에 20여 미터를 도약해 아크가 혈전을 펼치는 촉수 뭉치 위로 올라왔다. 아크는 여기에 올라서기 위해 입구까지 뛰어 올라갔었는데…….
“듀얼 소드!”
마틴 후작이 양팔을 펼치자 와일드 암에서 푸른 광선검이 솟아 나왔다.
산탄과 포탄, 실드도 모자라 광선검까지 장착되어 있는 기계 팔 와일드 암. 몇 번을 봐도 사기 장비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지만 뭐 어쨌든!
“아크, 도와주지!”
“허둥대다가 빠져도 전 모릅니다!”
“푸핫핫핫핫!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 내가 현역에 있을 때는 산전수전 공중전, 안 치러 본 전투가 없다. 특수 지형전이 내 특기야! 자아, 지렁이 같은 놈아 받아라, 소드 크로스!”
마틴 후작이 질주하며 2개의 광선검을 휘둘렀다.
호언장담한 대로 마틴 후작은 푹푹 빠지는 촉수 뭉치 위를 늪지보행술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거침없이 뛰어다녔다.
그때마다 십자 형태의 검기가 뿜어지며 촉수가 뚝뚝 끊어졌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크보다는 높은 대미지가 들어가고 있으리라.
“포스 익스플로전!”
그러나 아크에게는 이게 있었다.
일단 발동되면 촉수 뭉치 전체에 대미지를 주는 포스 익스플로전!
“우리도 있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퍼펑!
거기에 에너지 탄으로 전환한 특무대원들의 총격!
위에서는 아크와 마틴 후작이, 아래에서는 페이가 이끄는 20여 명―그사이에 15명 정도가 전사했다―의 특무대원들이 쉬지 않고 공격하자 촉수 뭉치는 순식간에 걸레 뭉치처럼 변해 버렸다.
그러나 에이션트 나쿠마도 만만하지 않았다.
쉴 새 없이 휘둘러 대는 촉수로 아크와 기타 등등에게 꾸준히 대미지를 입히며 저항했다.
그게 아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제 전황은 확실히 우리에게 유리해졌다. 하지만 우리 측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어. 게다가 이곳에서는 놈의 생명력조차 확인할 수 없다. 놈이 얼마나 대미지를 입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승산을 장담할 수 없어. 그러니 확실한 치명타를 먹여야 한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구멍 속의 눈동자!
깊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눈동자, 딱 보기에도 약점이지 않은가!
‘한 방으로 승부를 건다!’
위잉! 위잉! 위이이잉! 부우웅!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휘둘러 촉수를 쳐 내며 뛰었다.
그리고 촉수 뭉치의 끝 부분에서 내려다보자 촉수 줄기가 솟아 나와 있는 구멍 아래, 공간을 꽉 채우고 있는 거대한 눈동자가 보였다. 그 눈동자가 아크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주변의 촉수가 발작하듯이 격렬하게 움직이며 날아들었다.
“하! 거기만은 찌르지 말아 달라 이거냐?”
콰콰콰쾅-!
서너 줄기의 촉수가 내리치는 순간!
아크가 번지를 하듯이 바닥을 차고 구멍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구멍 내부의 벽에 박혀 있던 커다란 기계 부품들이 아크를 요격하듯이 솟구쳐 날아왔다.
“고작 이게 네 최후의 무기냐? 솔리드 아머!”
-Lock on! Lock on! Lock on! Lock on…….
파이어탐 장착과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융단폭격!”
다음 순간 어깨에 장착된 솔리드 아머, 파이어탐이 개방되었다. 그리고 타깃으로 잡힌 기계 부품을 향해 미사일 발사!
퍼펑! 퍼펑! 퍼펑! 퍼펑!
구멍 속에서 불길을 품은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아크가 그 불길을 뚫고 나오자 대여섯 줄기의 촉수가 황급히 날아와 눈동자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듯이 겹겹이 겹쳐졌다. 아니, 겹쳐지려는 찰나!
“이퀄라이저! 광전사 발동! 피어싱!”
남은 포스를 박박 긁어모아 스킬 효과를 50% 상승시키는 광전사 발동! 이어 폭발하듯 확대되는 검신을 앞으로 향하며 피어싱으로 연결! 동시에 아크의 몸이 섬광으로 변해 촉수 사이를 꿰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쩌쩌쩌쩡!
뭔가가 깨져나가는 소리가 울리며 이퀄라이저의 백색 검신이 눈동자에 박혀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눈동자에 균열이 번지며 공간이 요동쳤다.
나쿠마가, 이 공간 전체를 뒤덮고 있는 에이션트 나쿠마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잔인했다.
특히 약점을 보인 적에게는 더!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회回!”
아크가 눈동자에 검을 박아 넣은 상태로 갤럭시 소드를 발동시켰다. 눈동자 속에서 수십 개의 검영이 소용돌이치며 퍼져 나가자 눈동자가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콰직! 콰직! 콰직! 퍼퍼펑-!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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