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75)
아크 더 레전드-375화(375/875)
[375] SPACE 9. 쉴 틈이 없도다! (3)-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다고 우쭐대면 정작 눈앞의 것도 보지 못하게 된다.
석판 아래의 지하공간에서 페이가 했던 말이었다.
확실히…… 아크는 눈앞의 사람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 * *
“헉헉헉! 헉헉헉!”
짙은 안개가 깔려 있는 밀림.
한 여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뛰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카야.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말이지만 카야는 근래 레피드라는 유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고 묻지 말자.
그냥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이런 곳을 뛰어가고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얼마 전 그녀는 레피드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함께 S-20의 민원 퀘스트에 참가했던 적이 있었다. 레피드와의 거리를 좁혀 볼 생각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을 오해한 레피드가 아크를 들먹이는 바람에 울컥 화를 내고 파티를 나가 버린 것이다.
그 뒤로 많이 후회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레피드를 찾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화해―레피드는 싸웠다는 자각조차 없어 보였지만―할 기회를 엿보던 중, 레피드가 아크와 실버핸드라는 용병단을 구출하러 간다는 정보―제공자는 바이엔이었다―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가 비행정을 타고 은밀히 뒤를 밟았다.
상황 1 : 레피드가 위험에 처한다→도와준다→호감도 대폭 상승!
상황 2 : 위험은 없다→우연한 만남을 가장→인연이라고 생각한다→호감도 소폭 상승!
뭐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작전은 어느 쪽이든 일단 호감도 상승한다는 점이 핵심!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실버스타를 추적해 베스타이나의 던전에 입성!
레피드의 뒤를 쫓으며 기회를 노릴 생각이었지만…… 모든 것이 뒤틀어졌다. 레피드를 따라 들어온 이곳은 그녀가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던 것이다.
‘이상해! 여기는 뭔가 이상하다고!’
* * *
콰콰콰콰!
굉음이 울리며 기체가 요동쳤다.
방심하고 있던 아크가 계기판을 잡고 쏠리는 몸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이리나를 잡아 품에 안았다.
이 장면만 보면 뭔가 야릇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도 같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아크와 이리나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리나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하진 하사, 보고하세요!”
“저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기체가 놈들에게 뒤덮여 창과 카메라가 모두 막혀 버렸습니다! 조종도 되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충돌 위험이 있습니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아크가 입술을 깨물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하진의 말대로 모든 모니터가 검은 화면만 띄우고 있었다.
고장 난 게 아니다. 기체 외부의 모든 카메라에 놈들이 달라붙어 모니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모니터만이 아니었다.
놈들이 기체를 뒤덮은 탓에 조종도 되지 않아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어딘가에 충돌할 위험도 있었다.
아크와 이리나가 왜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해 있을까?
* * *
“……젠장!”
몇 시간 전 아크의 대사였다.
들어 보면 알겠지만 아크는 짜증이 나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에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큘러스의 문제는 일단 해결되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보상을 받고, 페이의 환대(?)를 받으며 연방 본부를 나섰다.
일단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
새삼스럽지만 아크는 바쁜 유저였다.
한동안 자리를 비웠으니 S-20의 상황도 점검해 봐야 하고, 토리와 제이에게 맡긴 설계도의 연구 진척 상황도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곧 이큘러스의 개발도 본격화시켜야 하니 투자 펀드도 준비해야한다. 게다가 이번에 얻은 전리품의 아이템 분석까지!
마틴 후작처럼 아크도 할 일이 산더미인 것이다.
때문에 아크는 바로 실버스타를 불러 S-20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아크를 짜증나게 만든 것은 그 부분이었다.
이때 아크는 당연히 레피드가 실버핸드 구조를 마치고 S-20으로 돌아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게 벌써 나흘 전의 일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S-20에 확인해 보니 아직까지 귀환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레피드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뚜우…… 뚜우…… 뚜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레피드만이 아니었다. 퍼거슨과 A, B. 쿠라칸까지.
게임 속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다.
‘뭐야? 이 자식들? 왜 연락도 안 돼? 파업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돌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 아크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연락이 안 되는 상황도 답답하지만 뭣보다 이들은 아크의 하나뿐인 우주선, 실버스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실버스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실버스타는 아크의 우주선이다. 다른 유저에게 맡겨 놓아도 소유자가 바뀌지 않는 한, 항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메시지가 뜨게 되어 있었다.
그런 메시지가 없으니 일단 실버스타는 무사하다는 뜻.
‘그런데 대체 왜 연락도 되지 않는 거야?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든 현실에서는 연락이 돼야 하잖아? 그런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전화를 받지 않으니, 답답해 미치겠네. 그렇다고 이대로 S-20으로 돌아가 무턱대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고.’
아크는 그런 성격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방법은 하나, 직접 찾아가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레피드 일행이 향한 던전은 시델린의 아웃랜드에서도 수백 킬로미터는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뭐 에어보드를 타고 가면 몇 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실버핸드가 찾았다는 던전은 아직 아크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것이다.
에어보드만으로 그 지역을 모두 수색하기는 무리.
“태워 줄까요?”
그때 이리나가 제안했다.
사실 아크가 타투인의 연방 본부에서 나와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이리나였다.
아크의 SOS를 받고 웨스턴 백작의 함대를 이큘러스로 이동시킨 이리나 역시 그 함대와 함께 타투인으로 돌아와 있었고, 원래는 아크가 S-20으로 가기 전에 타투인에서 데이트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크의 사정을 들은 이리나가 동행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네? 하지만 이리나 님도…….”
“저 징계 먹었어요, 근무지 이탈로.”
“그럼 저 때문에…….”
아크가 난감한 표정이 되자 이리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농담이에요. 뭐 근무지를 이탈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마틴 후작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됐잖아요. 하지만 한번 이탈한 근무지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서 다음 근무지가 정해질 때까지 대기하게 됐어요, 일단 형식은 포상 휴가로. 그래서 이참에 전부터 아크 님이 말한 것처럼 S-20에 가 볼 생각으로 기다리던 중이었어요.”
“도와주시면 저야 고맙지만…….”
“그럼 같이 가요. 저도 우주 마법진 조사 이후로 계속 감사 임무만 해 오던 중이라 좀 지루해하던 중이었어요. 그동안 같은 게임을 하면서도 같이 다닐 기회는 없었잖아요. 이번 기회에 저도 아크 님하고 같이 모험을 해 보고 싶어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설마요. 은하연방의 영웅하고 같이 있는데.”
이리나가 귀엽게 웃으며 대답했다.
덕분에 순간 기분이 확 좋아졌지만! 덕분에 따로 차비도 들지 않았지만!
‘이 자식들! 가 봐서 별일 아닌 것으로 걱정시킨 거면 다 뒈졌어!’
응징을 다짐하는 아크였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아크는 이리나의 우주선을 얻어 타고 베스타이나로 직행! 역시 우주선을 이용하니 실버핸드가 실종된 던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뭐 처음에는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레피드가 했던 것처럼 컨테이너 트럭이 이동할 만한 지형을 찾아 광학 스캐너를 뿌리자 곧 넝쿨로 뒤덮인 동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실버스타는 보이지 않는군요. 타고 들어간 걸까요?”
“그렇겠죠. 밖에 착륙시켜 두었다면 타투인에서도 제 님프에 실버스타의 위치가 표시되었을 거예요. 잘은 모르지만 실버핸드가 보내온 우편에 의하면 던전 내부에서는 통신이 잘되지 않는데요. 그러니 던전 안에 있다고 봐야겠죠.”
“그럼 우리도 이대로 들어가죠.”
이리나는 우주선을 동굴로 진입시켰다.
그리고 거대한 구멍으로 수직 하강하기를 잠시, 100여 미터가량 내려오자 마치 경사 길처럼 완만한 각도의 동굴이 나타났다. 사건은 그 동굴을 이동하고 있을 때 벌어졌다.
“대위님,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조종석에 앉은 하진이 당혹성을 터뜨리며 보고하는 순간!
갑자기 사방에서 날개 소리가 들리더니 동굴 전체에서 엄청난 숫자의 검은 물체가 떠올랐다.
그 물체의 정체는 박쥐!
동굴 천장에서 크기가 1미터 이상 되는 박쥐 떼가 쏟아져 내려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우주선을 뒤덮어 버렸다.
그리고…….
* * *
“대위님, 이대로는…….”
하진이 요동치는 조종간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우주선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라고 하지만 동굴 속이다. 게다가 창과 카메라가 박쥐 떼에 뒤덮여 시계 제로가 되어 버린 상황. 그러자 자동 제어 장치까지 오작동을 일으켜 기체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언제 벽과 충돌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탈출할 방법은…….’
“자동 제어 장치 해제!”
그때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하진이 움찔하며 돌아보자 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 님의 지시대로 해요!”
“우측 날개의 분사구를 최대 상향각으로! 좌측 날개의 분사구를 최대 하향각으로 전환! 선수의 각도는 우측 45도! 선미의 각도는 좌측 45도! 조정이 끝나는 대로 보고해 주세요!”
“우측 45도…… 좌측 45도…… 됐습니다!”
“엔진 최대 출력으로 분사!”
“분사!”
푸화아아아아-!
하진의 대답과 동시에 우주선의 전후좌우에서 동시에 불길이 솟아 나왔다.
우주선의 분사구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조종하고 분사하자 기체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바로 이큘러스에서 솟아 나온 촉수에 노블리스가 휘감겼을 때 마틴 후작이 사용한 방법! 마틴 후작은 이런 식으로 기체를 요동시켜 촉수를 벗어난 것이다.
일명 파동요란!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주선이 요동친 직후, 검은 화면만 보이던 모니터에 주위의 상황에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박쥐가 떨어져 나갔다는 뜻!
“지금입니다! 기관포로 놈들을 막아 내며 전속 돌진!”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뒤이어 이리나의 관용선官用船, 아이언레이디가 사방으로 포화를 뿜어내며 돌진했다.
그리고 치열한 전투―일단 떨어지니 일방적인 학살이었지만―를 치르며 동굴을 가로지르기를 10여 분, 추격하던 박쥐가 점점 줄어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엄청난 넓이의 공간이 나타났다.
동굴에 들어오기 전에 보던 풍경처럼 울창한 수풀에 뒤덮인 대지. 지하인지, 동굴을 통해 다른 지상으로 나간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위쪽은 바위로 막혀 있는 것을 보면 지하 세계인 것만은 분명했다.
당장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아이언레이디가 도착한 지하 세계는 라이트를 비춰도 가시거리가 50여 미터도 되지 않아 지형 탐사는커녕 더 이상 비행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비행할 이유도 없었다.
-실버스타 위치 확인. 거리 30미터. 좌표 128…….
아크는 님프를 실버스타 신호 수신 상태로 전환해 두고 있었다. 뭐 일단 실버스타를 찾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니까. 그런데 안개에 뒤덮인 지하 세계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실버스타의 신호가 잡힌 것이다. 거리는 불과 30미터!
‘레피드도 안개 때문에 일단 이 근처에 착륙시켜 놓은 모양이군.’
“아크 님, 착륙시키겠습니다.”
푸슈슈슈슈!
하진이 신호가 잡히는 지점에 아이언레이디를 착륙시켰다.
그리고 일단 하진과 카멜―이번 비행에 이리나와 동행한 부하는 하진과 카멜, 둘뿐이었다. 나머지는 휴가 중―이 아이언레이디를 점검하는 사이, 아크와 이리나는 실버스타의 신호를 따라 짙은 안개를 헤치며 이동했다.
“여기입니다.”
아크가 걸음을 멈추고 님프를 조작했다.
-실버스타 원격 모드 실행. 잠김 상태…… 최상위 관리자 인식…… 확인. 원격 조작 모드로 잠금장치 해제, 스텔스 모드 해제…….
연이은 메시지와 함께 안개 속에서 실버스타가 떠올랐다.
그제야 실버스타를 확인한 이리나가 중얼거렸다.
“스텔스 상태로 놔뒀었군요.”
“네, 이상하네요.”
“이상해요?”
“이곳에 도착한 대원들에게 실버스타는 유일한 이동 수단입니다. 또 무기이자 방어기지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아무리 스텔스 상태라고는 해도 지키는 사람 하나 없이 실버스타만 방치해 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1명은 타고 있거나, 근처에 대기하고 있어야 정상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레피드가 그 정도도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 실버스타 내부는 물론 주변에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뭔가 사정이 있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글쎄요…….”
아크가 말끝을 흐리며 주위를 둘러볼 때였다.
갑자기 뭔가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리며 근처의 두꺼운 나무가 좌우로 갈라졌다. 동시에 안개가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요동치며 연속적인 굉음이 들려왔다.
쿵! 쿵!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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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더 레전드 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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