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80)
아크 더 레전드-380화(380/875)
[380] SPACE 2. 버림받은 자들 (2)이에 바사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때 바이우스 실드에는 아직 몇몇 선조 카사인의 자아가 남아 있어 바사크 역시 완전히 자아를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바사크는 생각했다.
이대로 모든 자아가 빠져나가면 바이우스 실드는 평범한 실드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귀암성에서 확인한 것처럼 현재 바이우스 실드의 주인은 아크. 다시 말해 자아의 증발로 바이우스 실드가 신기로서의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아크에게 손실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충성도가 만땅인 바사크는 그런 결론에 도달했고, 바이우스 실드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익숙한 포스의 힘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바사크를 빨아들이던 어둠의 힘이 돌연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혼자뿐이더군요.
‘그건 혹시…….’
듣다 보니 아크도 짚이는 바가 있었다.
바로 이큘러스에서 에이션트 나쿠마와 싸울 때였다.
당시 골렘이 이상한 반응을 보여 소환 해제하려 하자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었다.
-바이우스 골렘의 소환 해제에 실패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저주의 기운이 실드와 골렘 사이의 영적 연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장시간 방치하면 바이우스 실드의 신비한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조속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장시간 방치하면 바이우스 실드의 신비한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적혀 있었어. 그리고 바이우스 실드의 신비한 능력이란 카사인들의 자아가 들어가 있기에 만들어진 것. 다시 말해 신비한 능력이 사라진다는 것은 카사인들의 자아가 사라진다는 뜻!’
이로써 마지막 단서가 조합되었다.
그렇다. 그때 골렘의 몸에서 흘러나와 나쿠마에게 흡수되던 검은 형체는 바이우스 실드에 담겨 있던 선대 카사인들의 자아. 바사크가 말한 흡인력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익숙한 포스의 힘이란 아크가 발동시킨 포스 익스플로전. 그 결과 바이우스 실드에 바사크의 자아만 남게 된 것이리라.
‘가만? 그러면 에이션트 나쿠마는 생명체의 영혼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잖아? 그럼 이큘러스의 나쿠마가 죽을 때 흘러나왔던 것도 사람의 영혼이었다는 말인가? 에이션트 나쿠마라는 놈, 결국 정체가 뭐였던 거야?’
한 가지 의문이 풀리자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그러나 아크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영지 혹성에 그런 수상한 놈이 있었다는 게 찜찜하기는 하지만 이미 아크가 요절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은하연방의 연구소가 세워질 예정이니 굳이 아크가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언젠가는 놈의 정체가 밝혀지리라.
지금 아크에게 중요한 것은 바사크의 자아가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아직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바이우스 실드에 모여 있던 다른 카사인의 자아가 몽땅 나쿠마에게 잡아먹혀 이제 바사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 골렘은 완전히 바사크가 되었다는 뜻!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그로 인해 바이우스 실드의 성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부분은 바사크도 확신하지 못했다.
-자아와 힘은 다릅니다. 실드로 흡수된 카사인들의 영혼은 자아와 힘이 분리되니까요. 자아는 빠져나갔지만 힘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자아를 통해 발현되는 것입니다. 선조들이 남긴 힘을 과연 저 혼자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장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바이우스 실드 Lv.6(아티팩트)
아이템 타입 : 에너지 실드 착용제한: 엘림의 계승자 전용
방어력 : 500 내구도 : ∞
실드 양 : 8,000/8,000
바이우스 골렘
타입 : 방어형 레벨 : 56
생명력 : 660 방어력 : 132
공격력 : 66 특수 능력 : 폭쇄
이게 현재 바이우스 실드와 골렘의 능력치.
성장형 장비품이니 당연하지만 처음 얻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쓸 만해져 있었다.
뭐 그게 다 아크의 노력 덕분이지만 어쨌든!
골렘이 10레벨을 올릴 때마다 1씩 올라가는 바이우스 실드는 현재 6. 200이던 방어력이 레벨 1당 50씩 상승해 지금은 방어력 500의 실드가 되어 있었다.
그와 함께 골렘 역시 급성장.
처음에는 몬스터에게 한두 방만 제대로 맞아도 박살이 났지만, 생명력과 방어력이 몇 배로 뛰어 이제 약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그럭저럭 몸빵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대로 착착 성장해 아크와 비슷한 레벨 수준까지 올라오면 상당한 전력이 되리라. 그런 기대 때문에 싸가지없는 골렘이라도 꾸준히 성장시켜 온 것이다.
그러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크는 금세 머리를 흔들었다.
‘어차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방법이 있었다고 해도 카사인들의 자아를 흡수한 나쿠마를 없앴으니 걱정해 봤자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지. 그리고 나중이야 어쨌든 지금까지 올려놓은 능력치는 유지되고 있으니 앞서 걱정할 필요도 없어. 아니, 설사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골렘의 자아가 바사크로 바뀐다면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어!’
말 안 듣는 레벨 100의 전사보다 충성스러운 레벨 10의 전사가 낫다. 골렘의 자아가 바사크로 고정된다면 설사 능력치가 떨어져도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뭣보다 바사크는 아크도 아쉬워하던 NPC니까.
아크가 바사크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다른 문제는 됐고! 다시 만나서 반갑다.”
-혀, 형님……!
바사크가 감격스러운 눈으로 아크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와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전생에 끝까지 지키지 못했던 맹세! 다시 얻은 생을 위대한 신의 인도로 받아들이고 맹세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저 바사크, 선대 카사인들의 영령 앞에 재차 맹세합니다. 설사 이 몸이 수천 번 부서지더라도 굴하지 않고 형님 곁을 지키겠습니다!
이래서 NPC가 좋다.
한번 믿음을 주면 배신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그 자식들은…….’
“아크 님!”
이리나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도왔어야 하는데 확인할 것이 있어서.”
“아니에요. 제가 쉬고 계시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까도 묻고 싶었는데 이 골렘은……?”
“아, 이리나 님은 처음 보시나요? 저 소환수입니다.”
“소환수? 소환도 하세요?”
“소환을 한다기보다는 장비품의 부록 같은 거라고 할까요,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뭐 지니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바사크가 아장아장―레벨이 오를 때마다 약간씩 커지고 있었지만 아직 골렘의 크기는 120센티미터 수준이었다― 걸어 나오며 대답했다.
“크리스털 인형이라니, 귀엽네요.”
-인형 아닙니다! 골렘입니다! 그리고 귀엽다니? 저는 긍지 높은 카사인의 가디언입니다! 그런 저에게 귀엽다는 말은 모욕입니다! 정정해 주십시오! 그보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약간 건방진 바사크의 말투에도 이리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 난 이리나라고 해.”
-이리나? 혹시 형님의 애인 되십니까? 아니면 형수님?
“애, 애인? 형수님?”
이어지는 바사크의 질문에 이리나가 살짝 당황한 표정―반면 이리나의 뒤에 있던 카멜과 하진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으로 아크를 돌아보았다.
정말이지 오늘따라 NPC들이 무슨 작당을 했나, 왜 이렇게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지…….
“바사크, 넌 일단 들어가 있어!”
-앗! 형님! 잠깐만……!
아크는 얼른 바사크를 집어넣고 말을 돌렸다.
“흠흠, 뭐 쓸 만한 것 좀 나왔나요?”
“아, 네! 쓸 만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몇 개 주웠어요.”
이리나가 티렉스의 사체에서 챙긴 전리품을 늘어놓으며 대답했다.
티렉스의 송곳니×3
아이템 타입 : 합성 재료
오래전에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티렉스의 송곳니입니다.
예로부터 은하계의 여러 종족은 강력한 몬스터의 신체에는 특별한 힘이 담겨 있다고 믿어 왔습니다. 과학이 발달하며 그런 믿음은 미신이었다고 밝혀졌지만,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과학 문명이 만들어지자 오히려 단순한 미신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몬스터의 신체에서 추출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실제로 특수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특히 이런 희소성 높은 재료는 장신구를 제작하는 세공사가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티렉스의 가죽×5
아이템 타입 : 합성 재료
오래전에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티렉스의 가죽입니다.
우주 개척 시대의 가죽 장인은 단순히 가죽을 가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가죽의 유전자 구조를 분석, 강화해 탄력도와 강도를 수십 배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공된 가죽은 인공 소재로는 흉내 내기 힘든 고유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고도화된 과학 문명을 이룩한 현대에도 몬스터의 가죽이 아머의 재료로 사용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소재가 강하면 결과물도 강한 법, 뛰어난 장인의 손에 맡기면 티렉스의 가죽은 분명 훌륭한 경량 아머가 될 것입니다. 물론 뛰어난 장인에게 지불할 충분한 돈이 있다면 말입니다…….
가죽과 송곳니를 합해도 8개.
11마리의 티렉스에게 얻은 전리품치고는 적지만, 헬 하운드로 변신시킨 몬스터는 전리품을 떨어뜨릴 확률이 극도로 낮아진다는-경험한 바에 의하면- 점을 생각하면 적은 수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재료 아이템이군요.”
이런 건 팔아 보기 전에는 가격도 알 수 없다.
뭐 그래도 희소성이 높다고 적혀 있으니 잘만 하면 의외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은 실버핸드를 구출하는 게 목적이고, 이리나까지 함께 있으니 자잘한 전리품은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여자 친구 앞에서 쪼잔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분배 문제는 탐험이 끝난 뒤에 정리하죠.”
“그게 좋겠어요.”
이리나가 전리품을 챙겨 넣으며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제부터가 문제네요. 던전이라기에 그냥 동굴 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이렇게 넓은 지저세계라니. 어디로 가야 할지도 감을 잡지 못하겠어요. 안개가 너무 짙어 우주선을 띄우기도 힘들고……. 하다못해 실버핸드라는 용병단이나 레피드 일행의 흔적이라도 찾으면 방향이라도 알 수 있을 텐데, 티렉스가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놨으니…….”
“그건 알 수 있을 겁니다.”
“네?”
아크의 말에 이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아크가 빙글 몸을 돌려 실버스타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바닥에 대롱 3개가 일렬로 박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푸슈! 푸슈! 푸슈!
기묘하게도 공기가 뿜어져 올라오는 대롱.
아크가 대롱 앞에 서서 슬쩍 입술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좋은 말로 할 때 나와라, 응?”
푸, 푸슈? 푸슈! 푸슈!
“3초 주지. 그 안에 나오지 않으면 갈스톤 광선에서 삽질을 두당 10만 번씩 더…….”
“으악! 나갑니다! 나가요! 지금 나갑니다!”
대롱이 박혀 있던 땅이 들썩거리며 비명이 터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솟아오르는 흙더미와 함께 튀어나오는 3개의 넝쿨 더미! 바로 티렉스가 나타나기 직전에 아크와 마주쳤던 넝쿨 더미, 아니, 나뭇가지와 수풀 따위를 덕지덕지 붙인 사람들이었다.
뭐 딴에는 위장이랍시고 붙여 놓은 것 같았지만 아크는 이들과 마주쳤을 때 이미 정체를 파악했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아크 님, 오셨군요!”
“우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함을 질러 대며 아크에게 달려드는 3인!
이들은 바로 원숭이 3형제, 퍼거슨과 A, B였다.
퍼거슨과 A, B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달려들었지만 아크는 원숭이 따위와 재회의 기쁨을 나눌 생각이 없었다.
아니, 확실히 말해 열 받은 상태였다.
이놈들이 왜 이런 몰골로 불쑥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크와 마주쳤을 때, 퍼거슨과 A, B도 분명 아크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뒤이어 티렉스가 나타나자 곧바로 줄행랑.
실버스타 아래의 땅을 파고 숨은 채 전투가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뭐 덕분에 이리나 앞에서 폼을 잡을 수 있었지만!
‘기껏 삽질을 가르쳐 놨더니 날 쌩 까는 데 써먹어?’
사실 삽질도 아크가 가르친 스킬도 아니지만!
아크가 주먹을 우두둑 꺾으며 살기 넘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 상황을 설명해 봐라. 네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들어 보고 결정하지.”
“그, 그게…….”
퍼거슨이 떠듬거리며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다.
그런 퍼거슨의 머릿속으로 처절했던 지난 나흘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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