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84)
아크 더 레전드-384화(384/875)
[384] SPACE 3. 혼돈의 숲 (3)“알 게 뭐야?”
“하지만 저 녀석, 아크와 아는 사이잖아요. 저 녀석이 죽고 나중에 우리가 못 본 척했다는 걸 알면 아크가 화내지 않을까요?”
“바보냐? 어차피 카야가 우리를 본 것도 아니잖아. 우리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를 텐데 뭐 하러 아크에게 말해? 그냥 잊어. 우리는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알았지?”
“아! 그러면 되겠군요!”
“티렉스의 사체가 그대로 있으니 다른 놈들이 더 올지도 몰라. 여기서 머뭇거려 봐야 좋을 게 없으니 일단 아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그때 B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뭘 보고 있었던 걸까요?”
“응? 무슨 말이야?”
“우리가 발견했을 때 말이에요. 카야는 저 바위 앞에 앉아 있었잖아요. 기대 앉아 쉬고 있던 것도 아니고 바위 쪽을 향하고 있었다면 뭔가 보고 있었던 거 아닐까요?”
“그렇군.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 가 보자.”
B의 말에 퍼거슨이 수풀을 헤치며 카야가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위를 바라보는 순간!
“이, 이건!”
* * *
사흘 전.
“……이제 좀 감이 오는군.”
주변을 둘러보던 레피드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 앞에는 짙은 안개 사이로 10여 구의 티렉스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숲에 들어선 지 만 이틀이 지났지만 레피드는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며 티렉스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 숲은 공간 자체가 뒤틀려 있는 것 같다.”
“공간 자체가 뒤틀려 있다고요?”
헤겔과 밀란, 아스란 등이 ‘?’를 떠올리며 되물었다.
“그래, 다시 말해 공간 결계가 펼쳐져 있는 셈이지. 대체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간 자체가 뒤틀어져 있으니 숲을 벗어날 수 없는 거야.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런 결계를 쳐 놓았다면 당연히 침입자를 가둬 두려는 의도일 테니까.”
“그럼 우리도 이 숲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입니까?”
질문한 것은 엘라인이었다.
“무턱대고 뛰어만 다녀서는 무리겠지.”
“그 말은……?”
“공간이 뒤틀려 있다고 해도 마구잡이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숲 전체의 공간이 뒤틀려 있는 것도 아니야. 일정 간격으로 ‘그런 장소’가 있다. 내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간격은 대략 200~300미터. 그리고 한 방향으로 직진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런 장소’로 인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바뀌는 방향은 정해져 있다. 규칙이 있다는 말이지. 우리가 세 번이나 다시 이 장소로 돌아온 게 그 증거다.”
“우리가 돌아온 게 증거라니요?”
“모르겠나? 처음에는 우연이었지만 나머지 두 번은 일부러 지나갔던 길을 따라온 거야. 그 결과 처음과 똑같은 장소에 도착했지. 그건 ‘그런 장소’를 통과할 때 바뀌는 방향이 항상 일정하다는 뜻이다. 동쪽으로 들어갔을 때 남쪽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면, 다음에도 동쪽으로 들어가는 한 남쪽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지.”
“그게 지금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규칙이 있다는 것은, 그 규칙만 파악하면 우리가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숲을 벗어나는 것쯤은 일도 아니겠지.”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숲을 벗어날 수 있는 건가?”
레피드의 말에 대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때 엘라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은 실버핸드라는 용병단을 구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설사 숲을 벗어날 수 있다 해도 그들의 행방을 찾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이해를 못 하는군.”
레피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왜 공간 결계 같은 것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나?”
“네? 그야…….”
“누군가가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였겠지. 실버핸드도 그 정도는 파악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들도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그리고 공간 결계의 구조를 파악했다면? 이 숲을 탈출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실버핸드는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숲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 그렇다면 실버핸드는 어디에 있겠는가? 답은 간단하다. 말했지? 이 공간 결계는 누군가 침입자를 막기 위해 펼쳐 놓은 것이라고. 돌려 말하면 그 누군가가 침입자를 가장 접근시키고 싶지 않은 곳. 거기가 이 던전의 최종 목적지겠지. 실버핸드가 이 숲의 공간 결계를 파악했다면 십중팔구 그런 루트를 찾아 이동했을 것이다.”
“그럼…….”
“당연히 실버핸드를 찾아가야지.”
‘아크 자식이 빈정거리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레피드는 뒤이은 말을 꿀꺽 삼켰다. 딱히 다른 대원들의 눈치가 보여서가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아크를 신경 쓰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레피드가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공간 결계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해도 전체 구성을 파악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실버핸드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으니 서둘러야 한다. 이제부터 쉬는 시간 없이 이동할 테니 각오 단단히 해라. 헤겔, 너는 공간 결계로 바뀌는 방향의 각도 따위를 계산해야 하니 내 옆에 붙어 있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헤겔이 레피드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우리가 여기 온 지 벌써 이틀이 지났으니 그사이에 아크 형님이 올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만약을 위해서 아크 형님이 볼 수 있게 우리의 흔적을 남겨 두는 게 어떨까요?”
“아! 그래.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레피드가 우뚝 멈춰서며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 * *
“이 자식이…….”
아크가 울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이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이리나와 ‘하아~. 하아~.’하고 있을 때, 아크는 퍼거슨과 A, B가 똥 수집을 하러 간 방향에서 울려나오는 티렉스의 포효를 들었다.
당연히 아크는 곧바로 이곳으로 뛰어왔다.
퍼거슨과 A, B에게 문제가 생기면 티렉스를 죽일 때마다 아크가 똥칠을 해야 하니까!
그런 생각으로 수풀을 헤치며 뛰어가자 맞은편에서 퍼거슨과 A, B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크 님, 여기입니다!”
“퍼거슨, 티렉스는?”
“놈들은 저희가 쫓아 버렸습니다!”
“뭐? 너희가? 어떻게?”
“그건…… 아니, 그보다 이걸 보십시오!”
살짝 움찔하던 퍼거슨이 고개를 저으며 바위를 가리켰다.
뭔가 하고 시선을 돌리던 아크의 눈매가 좁아졌다. 상당한 두께의 바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는 작은 흠집. 가까이 가 보니 누군가 칼로 글자를 파 놓은 것이었다.
너냐? 나다.
혹시라도 네가 올지도 몰라 글을 남긴다.
일단 상황을 설명하자면 네 기대와 달리 나는 멀쩡히 살아 있다.
뭐 좀 헤매기는 했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그래서 질질 짜고 있을 너를 위해 내가 알아낸 정보를 이 글의 우측에 적어 두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보도록 해라. 싫으면 관두고. 나야 네가 여기서 헤매다가 죽어 버려도 아쉬울 것 없으니 굳이 권하지는 않으마.
누구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는 단번에 글을 적어 놓은 사람을 알아냈다.
아마도 이 글은 먼저 도착한 팀원이 적어 놓은 것일 터. 그리고 그 팀원들 중에 이런 식으로 싸가지없는 글을 남길 사람은 레피드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크는 고민했다.
새삼스럽지만 아크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좀 찜찜해도 이득이 된다면 얼마든지 고개를 숙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에 따라서다.
NPC도 아니고 유저, 그것도 다른 유저도 아니고 레피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물며 이런 식으로 대놓고 갈구는 글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왠지 레피드가 남긴 정보를 보면 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흘낏 이리나를 본 아크가 한숨을 불어 냈다.
여전히 아크는 이리나가 시간문제로 걱정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레피드의 정보를 보면 숲을 벗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터. 그걸 알면서도 레피드에게 지는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할 수 없지. 이리나를 위해서라면!’
결국 아크는 자존심을 버리고 바위 우측을 돌아보았다.
멍청아, 네 쪽에서 우측이 아니라 바위의 우측 말이다!
그게 우측에 적혀 있는 글이었다.
레피드!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열 받는 놈이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자존심을 버린 몸, 결국 아크는 반대쪽을 돌아보았다.
아크 바보.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진짜 정보는 바위 아랫부분에 적혀 있다.
‘……#$!#$!##[email protected]#$!’
순간 쌍욕이 나올 뻔했다.
“재미있네요. 친한 사이인가 봐요? 이런 농담도 하고…….”
“아, 네.”
아크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농담? 절대 아니다. 이건 레피드의 암살 계획이다.
레피드는 이런 식으로 아크를 열 받아 죽일 생각이었던 게 분명하다.
‘이 자식,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어!’
뭐 그러려면 먼저 레피드를 찾아야겠지만.
그나마 다행히 바위 아랫부분에는 제대로 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내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이 숲은 약 200미터 간격으로 공간이 뒤틀려 있다.
생각 없이 걸으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구조로. 대원들과 함께 몇 번이나 숲을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그 분기점이 되는 장소가 바로 이 바위가 있는 곳이다. 여기서 길을 잘못 들면 몇 시간을 헤매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도 이 숲에서 헤매고 있다면 언젠가 이 바위를 발견할 수 있겠지.
아직 나도 모든 공간을 다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이번에는 이 바위의 우측, ‘아크 바보’라는 명언이 적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다른 글을 적어 놓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방향으로 이동해 숲을 벗어났다는 뜻. 참고해라.
그럼 이만.
“다행이에요. 이제 헤매지 않아도 되겠어요.”
“그러게요.”
아크가 괴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퍼거슨과 A, B가 잽싸게 다가오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제가 말했죠? 꼭 아크 님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저희가 이런 사람입니다! 아니, 뭐 그렇다고 딱히 칭찬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기억해 주십시오!”
어필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퍼거슨이었다.
그런데 어째 아크의 분위기가 기대와는 달랐다.
“너희들 내가 오기 전에 이거 읽었지?”
아크가 스윽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네? 아, 네. 그야…….”
“그런데도 저 글을 처음부터 읽게 만들어 이리나 님 앞에서 날 바보로 만들었다는 말이지?”
“네?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기, 억, 해, 두, 마!”
아크의 살벌한 목소리.
퍼거슨과 A, B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 SPACE 4. Bio-Plant(PART : 1) (1)
‘뭔가 이상해.’
아크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정보를 알려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갈구기 위한 것이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지만, 어쨌든 레피드가 바위에 행적을 적어 놓은 글귀 덕분에 기준점이 생겼다. 적어도 레피드 일행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는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방향을 잡고 진군!
크와아아아!
“아크 님, 티렉스예요!”
“오케이! 제게 맡기세요! 아자! 아자!”
때때로 등장하는 티렉스와 피 터지게 싸우며!
“휴, 퍼거슨! A! B!”
“넵! 뒤처리는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우오오오!”
처묵처묵! 치덕치덕! 치덕치덕!
전리품을 챙기고 사체를 똥으로 뒤덮어 이어지는 습격을 막으며―주로 퍼거슨과 A, B가―!
잠시 멈출 때도 쉬지 않고 주변의 식재료와 티렉스의 똥을 리필해 두며―주로 퍼거슨과 A, B가―!
힘겹게―주로 퍼거슨과 A, B만― 안개 덮인 숲을 행군한 지 6시간!
……여전히 아크는 안개 덮인 숲을 헤매고 있었다.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 거겠죠?”
“네, 그건 확실합니다.”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님프를 바라보았다.
메모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는 님프에는 ‘▦’, 같은 격자 모양이 떠올라 있었다. 이게 레피드의 메시지를 읽을 때 아크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 숲의 이미지였다.
공간이 뒤틀리는 ‘그런 장소’가 200미터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이런 형태로 표시하는 게 알아보기 쉽다.
다시 말해 선과 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그런 장소’.
그리고 ‘그런 장소’에서 뒤바뀌는 방향에 규칙이 있다면 ‘+’ 지점을 지날 때마다 바뀌는 방향을 기록하는 것으로 복잡하게 얽힌 숲의 길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숲이 구획으로 나뉘어 있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숲은 크게 몇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마치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것처럼 동쪽 숲에서 아무리 헤매도 서쪽이나 남쪽, 북쪽 숲으로는 진입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어떤 지점을 통과하지 않고는. 그 지점이 바로 레피드가 정보를 적어 놓은 바위예요. 다시 말해 바위에서는 동, 서, 남, 북, 어떤 방향으로든 진행할 수 있지만 일단 그곳에서 한 방향으로 진입하면 다시 바위로 돌아오기 전에는 다른 구획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바위를 분기점이라고 적어 놓은 겁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들어와서 거기까지 알아내다니…….”
이리나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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