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86)
아크 더 레전드-386화(386/875)
[386] SPACE 4. Bio-Plant(PART : 1) (3)“덤벼라, 치킨들아! 차마 누구 때문이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동안 쌓인 울분! 차마 누구 때문이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동안 쌓인 설움! 네놈들에게라도 풀지 않으면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으니 그냥 네놈들이 죽어라!”
옆에서 퍼거슨이 리볼버런처를 연사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퍼거슨도 이리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본래 런처를 다루는 퍼거슨은 1대1 전문 유저가 아니었다.
많은 적에게 광역 데미지를 주는 직업. 때문에 티렉스를 상대로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레벨 70~80대의 소형 몬스터 떼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퍼거슨과 A, B는 셋이 한 세트.
전투가 시작되자 A, B는 방패를 치켜들고 퍼거슨의 좌우에서 합체! 퍼거슨에게 밀려드는 딜로포를 막는 한편, 검을 휘둘러 반격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퍼거슨이 리볼버런처를 연사하며 딜로포를 향해 진군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차!
3인 합체로 탄생한 전차였다.
뭐 그래 봤자 티렉스에게 밟히면 바로 해체되는 허접한 전차였지만 상대가 조무래기 공룡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퍼거슨과 A, B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유저들인 것이다!
“우하하하! 허접한 자식들! 몽땅 쓸어 주마!”
퍼펑! 퍼펑! 퍼펑!
불길이 치솟을 때마다 딜로포들이 펑펑 날아갔다.
그리고 새까만 재가 되어 쌓여 있는 딜로포의 사체는 이미 20여 구! 이리나보다 2배나 빠른 속도로 딜로포를 처리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무슨 저런?’
아크 앞에서 빌빌대던 퍼거슨 일행의 모습만 봐 왔던 이리나로서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썩어도 퍼거슨(?)! 퍼거슨이 항상 주장하듯이 이 녀석도 한때는 유저 순위 18위까지 올라갔던 경력을 가진 유저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퍼거슨과 A, B를 노예로 부리는 아크는…….
“피어싱! 체인 어택!”
섬광이 되어 딜로포 무리를 꿰뚫는 아크!
뒤이어 주먹을 꽉 움켜쥐자 아크가 휩쓸고 지나갔던 딜로포들이 폭발에 휩싸였다.
피어싱과 체인 어택의 연계기!
그것만으로도 딜로포들의 생명력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대신 딜로포 무리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형태가 되어 한꺼번에 10여 마리의 공격을 받았지만.
“마인드 실드!”
온몸을 감싸는 마인드 실드!
사방에서 날아드는 딜로포의 공격이 실드에 맞고 튕겨 나갔다. 아크의 검광이 부챗살처럼 펼쳐지며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은 그때였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회回!”
무참하게 찢긴 사체로 변해 흩어지는 딜로포들!
그런 아크의 주위에는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의 딜로포 시체가 쌓여 있었다.
그야말로 양 떼 속에 뛰어 들어간 늑대!
아크의 싸움은 이미 전투라고 부르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사실 이건 아크의 전투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크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성격.
상대가 아무리 약한 몬스터라도 어느 정도 힘을 배분하면서 싸우는 성격인 것이다. 때문에 어떨 때는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이리나가 보고 있으니까! 모처럼의 기회니 이리나에게 최대한 멋지게 보여야 하니까! 덕분에 아크의 여자 친구는…….
‘아크 님, 너무해요!’
……또 다시 좌절의 쓴맛을 맛보고 있었다.
* * *
이틀 전.
“응? 왜 웃으세요?”
“아니, 별건 아니지만…….”
헤겔의 질문에 레피드가 고개를 저으며 씨익 웃었다.
“늦더라도 아크가 꼭 이곳에 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잉? 왜요? 아크 형님이 오기 전에 해결하면 더 좋잖아요.”
“뭐 그야 그렇지만.”
레피드가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크가 내 메시지를 꼭 봐줬으면 좋겠거든.”
그렇게 말하는 레피드의 뒤쪽으로는 짙은 안개에 뒤덮인 숲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 숲도, 숲을 뒤덮은 안개도 어떤 경계에서 딱 끊어지고 전혀 다른 환경이 시작되었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암석 지대였다.
* * *
‘이거 참…….’
딜로포를 모두 처리한 직후.
아크가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건물을 발견했을 때 아크는 실버핸드나 레피드, 둘 중 하나와 만나거나 적어도 흔적은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건물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그건 그것대로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사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이리나의 태도였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괜찮아요.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딜로포와 싸운 이후에 왠지 골이 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아크는 이유를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대강 짐작하기 때문이다.
‘이리나는 간단한 던전이라고 생각하고 동행했을 텐데 벌써 꼬박 하루가 지났으니. 게다가 힘들게 찾은 건물에도 여전히 레피드와 실버핸드의 흔적은 보이지 않잖아.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왔던 이리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만도 하지.’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
그러나 이리나와는 별개로 아크 역시 짜증이 치밀었다.
레피드가 알려 준 방향으로 와서 수상한 건물을 발견했다. 때문에 잠시 제대로 된 정보였다고 생각했지만 레피드가 이곳에 왔었다면 최소한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 한다.
-레피드 왔다 감.(^_^)
하다못해 이런 거라도!
일부러 숲에 메시지를 남겨 놓은 사람이 이런 포인트에 아무런 표시도 해 놓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표시가 없다는 것은 레피드 일행은 이곳에 온 적이 없다는 뜻.
다시 말해 낚였다는 말이다.
그리고 레피드는 지금쯤 어딘가에서 헤매는 아크를 상상하며 실실 쪼개고 있겠지.
아마 레피드가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가 이것이리라.
이딴 짓을 해 놓고 전화를 받을 리가 없다. 그리고 덕분에 아크는 이리나의 눈치를 살피는 신세가 된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저절로 이가 갈린다.
“레피드 자식……!”
“하지만 레피드라는 사람이 왜 그런 짓을?”
“레피드는 원래 그런 놈입니다!”
잽싸게 끼어들어 침을 튀기는 사람은 퍼거슨이었다.
“그 자식은 음흉하기 짝이 없는 놈입니다. 게다가 이기적이고 비열하기까지 한 놈이죠. 사욕에 눈이 멀어 아크 님을 기다려야 한다고 충고하는 저를 버리고 간 것만 봐도 딱 답이 나오는 성격 아닙니까? 레피드 자식은 그러고도 남을 놈입니다!”
퍼거슨은 아직 콧구멍에 총구가 쑤셔 박혔던 원한을 잊지 않고 있었다. 아니, 별 일 없었다면 아마도 그때 레피드에게 결투를 신청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것은 바로 티렉스 떼의 습격을 받은 탓도 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사람에게는 개기면 안 된다!
아크를 대할 때와 비슷한 종류의 불안감이었다.
사실 퍼거슨이 이런 불안감을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뉴월드 시절 퍼거슨과 A, B가 아크 다음으로 피하고 싶어 했던 유저는 아란, 지금의 레피드였다.
아란은 아크가 최강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팽팽하게 맞섰던 유일한 유저이자, 당시 퍼거슨과 A, B도 몇 번이나 밟혔던 적이 있는 것이다.
물론 퍼거슨은 레피드가 아란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에 퍼거슨의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뉴월드에서 아크의 노예―아크는 정당한 근로계약이었다고 주장하지만―로 3년을 지내는 사이에 본의 아니게 생겨 버린 슬픈 본능이었다.
그러나 퍼거슨도 할 때는 한다!
“레피드는 완전히 성격파탄자! 사회 부적응자가 분명합니다! 하는 짓을 보면 딱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분명 30이 다 돼서도 부모님에게 용돈이나 뜯어내며 골방에 처박혀 게임이나 해대는 놈일 겁니다! 잉여인간은 바로 그런 놈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입으로! 무서우니까! 없을 때 입으로!
그리고 퍼거슨의 주장은 의외로 진실과 근접해 있었다.
실제로 현재 레피드는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으며 골방에 처박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 거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지만 아크도 굳이 변호해 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덕분에 레피드의 평판은 단숨에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전락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아크 님과…….”
“뭐 악연이죠.”
“죄송해요. 사정도 모르고 아크 님이 친구를 못 믿는다고 해서…….”
“아닙니다. 이리나 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아크는 짐짓 대범한 투로 대답했다.
뭐 상황은 여전히 짜증스럽지만, 이리나가 이런 식으로 나오니 기분은 좀 나아졌다.
“레피드라는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못됐군요. 아크 님은 걱정이 돼서 찾아온 건데 이런 식으로 골탕 먹이다니. 그나저나 큰일이네요. 이제 어쩌죠?”
“장난을 쳐 놓기는 했지만 레피드의 메시지가 적혀 있던 바위가 분기점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레피드의 이동 루트가 이쪽이 아니라면 다시 바위로 돌아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보는 수밖에 없겠죠. 올 때는 일일이 확인하느라 5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이제 서쪽 숲의 지형은 다 파악했으니 돌아갈 때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아크가 건물 내부를 돌아보았다.
이제 레피드가 엉뚱한 방향을 적어 놓았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그런데 레피드의 장난은 아크가 숨겨진 장소를 찾아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건물을 찾은 사람은 아크 일행이 최초.
찾는 사람이 없다고 모처럼 찾아낸 이런 건물을 뒤져 보지도 않고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유도 없이 이런 숲에 건물이 세워져 있을 리가 없습니다. 누가 만든 건물이든 목적이 있을 터. 그리고 그건 분명 숲의 기현상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어쩌면 실버핸드를 찾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일단 이곳을 수색해 보죠.”
“네.”
건물 수색이 시작되었다.
외부는 투박한 형태였지만 내부는 나름 현대식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정문을 들어서니 넓은 로비가 자리 잡고 있었고 사방으로 연결된 통로의 좌우에는 꽤 많은 문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기자재들.
건물이 있으니 당연하지만 딜로포들에게 점령되기 전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부서진 책상이나 캐비닛.
그런 곳을 뒤지다 보면 때때로 딜로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딜로포 몇 마리는 싸움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불쑥 튀어나오는 몬스터에 놀랄 군번도 아니다.
위이이잉! 부웅! 부웅!
딜로포 따위는 대가리를 들이미는 족족 슥삭슥삭!
가뿐하게 정리하며 돌아다니는 사이에 몇 가지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낡은 옷(잡동사니)
독특한 옷감으로 만들어진 옷입니다.
그러나 너무 낡아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빛바랜 사진(잡동사니)
뿌옇게 색이 바랜 사진 속에는 독특한 외모의 종족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레이족과 닮은 외모지만 팔과 다리가 더 긴 종족입니다.
사진의 뒷면에는 고대어로 ‘위대한 알칸족의 지도자 이자리온 님을 위해서!’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알칸족?”
아마도 이 건물을 만든 종족이리라.
그러나 1층의 방에서는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맡은 부분을 대강 돌아본 아크는 곧 복도 끝에 놓여 있는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2~3마리씩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딜로포를 썰어 대며 둘러보기를 잠시.
긴 복도 끝의 문에 손을 가져가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문은 보안장치에 의해 잠겨 있습니다.
패스워드를 입력하거나 인베이더를 이용해 해킹으로 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해킹을 시도하겠습니까? Y/N
“오호! 잠겨 있는 문이라!”
동시에 아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잠겨 있다. 다른 방과 달리 특별한 보안이 필요한 곳이라는 말이다. 그런 곳에는 뭔가 숨겨져 있기 마련! 그리고 아크에게 전자식 자물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뭐 이 정도는.”
아크가 님프의 커넥터를 잠금 장치에 접속시켰다.
그러자 아크의 해킹 프로그램, 인베이더가 기동하며 보안장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 장치가 풀렸다.
“엄청 편하군.”
아크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새삼스럽지만 해킹은 상당히 요긴한 스킬이었다.
판타지의 도적이 사용하는 ‘자물쇠 열기’ 스킬처럼 전자식 자물쇠를 해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컴퓨터를 해킹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아크는 다른 건 몰라도 해킹 스킬만은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었다.
항상 백팩에 잡템으로 얻은 회로 따위를 가지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해킹을 시도해 숙련도를 올려온 것이다.
그런 회로 하나에 숙련도 1.
정말이지 앞에 ‘개’ 자를 붙여야 할 노가다였다.
그러나 정작 필요할 때 해킹 레벨이 부족해 ‘뭔가 있어 보이는 문’이나 ‘뭔가 있어 보이는 상자’를 열지 못하면 아크의 성격상 며칠은 밤잠을 설칠 게 뻔한 일.
차라리 밤잠을 아껴서 해킹 숙련도를 올리는 편이 낫다.
그렇게 생각한 아크는 손가락에 피멍이 들 정도로 미니 게임을 반복해 얼마 전에 마침내 상급에 해당하는 Lv.3을 달성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