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88)
아크 더 레전드-388화(388/875)
[388] SPACE 5. Bio-Plant(PART : 2) (2)무라트였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아크가 본 영상은 샤이어에 각인되어 있던 무라트의 기억.
“대체 뭐지? 무라트가 왜 이런 곳에? 그리고 방금 전의 영상은? 영상 속에서 알칸족은 이 무라트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냥 죽인 것은 아니야. 내가 마지막에 본 장면은…….”
사방에 흩뿌려지는 피와 비명!
알칸족은 무라트를 생포해 고문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시체가 된 무라트를 이런 표본으로 만들어 이런 캡슐 속에 넣어 두었다.
일단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 이 연구소는 무라트가 멸망하기 이전 시대, 그러니까 최소한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시설을 만든 알칸족과 무라트는 적대 관계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시체를 표본으로 만들어 보관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원래 무라트는 평화를 지향하는 종족이었다. 또한 토트의 말에 의하면 이스타나의 원주민들도 다른 종족처럼 무라트를 신으로 섬겼다고 했다. 심지어 이스타나에는 무라트 엘림의 성소까지 있지 않은가?
그런 혹성에 무라트를 적대하는 종족이라니? 알칸족에 이어 무라트까지, 어째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의 생각은 더 깊게 이어지지 못했다.
“아크 님, 무슨 일이에요?”
소리치며 뛰어 들어오는 사람은 이리나.
그 뒤로 퍼거슨과 A, B도 무기를 들고 따라 들어왔다.
아마도 2층을 수색하다가 아크의 비명을 듣고 뛰어온 모양이다. 그리고 뒤늦게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부패한 공룡을 확인하고는 움찔하며 물러났다.
“여, 여기는?”
“우리가 지나온 숲을 관리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숲을 관리하는 곳이라고요?”
이리나의 질문에 아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로 알아낸 정보를 설명해 주었다.
“결국 우리가 숲에서 마주친 공룡이 그 알칸이라는 종족이 실험을 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었다는 말이네요. 그리고 지저세계의 끝 부분에 위치한 노스페라트라는 곳이 아마도 알칸족의 중심지. 나머지 정보는 일단 거기까지 가야 얻을 수 있겠군요.”
역시 이리나!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그런데 방금 전에 비명은 왜 지른 거예요?”
“네? 아, 그건…….”
딱히 숨길 생각은 없지만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몇 시간도 부족하다.
“캡슐 속에서 썩은 사체가 쏟아져 놀라서 그런 겁니다. 제가 이런 것에는 좀 약해서요.”
“네? 이것 때문이었다고요? 흠, 뭐 징그럽기는 하지만…….”
이리나가 태연한 표정으로 사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의외의 약점이네요.”
왜지? 어째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착각인가?
“어쨌든 이 방에서 할 일은 다 했습니다. 악취도 심하니 일단 나가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이제 지저세계의 구조도 확인했고 안개와 공간 결계도 해제했으니 아직 둘러보지 못한 장소만 확인하고 돌아가죠. 이리나 님은 어디까지 수색하셨습니까?”
“2층은 다 돌아봤어요.”
“저희는 반대쪽에서 3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찾아 올라가 보려다가 비명을 듣고 뛰어왔습니다. 저희가 존경하는 아크 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니까요.”
“그럼 다 같이 3층으로 가면 되겠군.”
아크는 퍼거슨의 뒷말을 씹으며 3층으로 이동했다.
3층은 1, 2층과는 전혀 다른 구조였다. 연구소의 후면, 그러니까 절벽 쪽의 벽이 없었다. 그리고 내부에는 밖을 향해 솟아 있는 안테나 같은 기계의 본체로 채워져 있었다.
“이 기계는 뭐에 쓰는 걸까요?”
“작동시켜 보면 알겠죠.”
아크가 어깨를 으쓱이며 기계로 다가갔다.
기계의 조작부에는 암호 입력기가 붙어 있었지만…….
-해킹으로 보안 장치를 해제했습니다!
《관리자 권한을 획득해 기계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해결!
시스템을 가동시키자 기계가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그리고 돌연 밖을 향해 있는 안테나 같은 기계에서 붉은 광선이 뿜어져 나갔다.
순간 아크는 레이저 포 같은 무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광선이 절벽 저 편으로 뻗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그 빛줄기를 따라 타원형의 물체가 날아왔다.
그리고 아크와 이리나, 퍼거슨과 A, B 앞에서 멈추며 문이 개방되었다.
A↔B
타원형 물체의 표면에 적혀 있는 글자.
멀뚱멀뚱 바라보던 아크의 머리 위로 ‘!’가 떠올랐다.
“아하! 그렇군! 이건 케이블카야!”
“케, 케이블카요? 아니 여기가 무슨 관광지도 아니고…….”
“관광지는 아니지만 사람이 살았던 곳이지. 그리고 이 지저세계는 상당히 넓어. 게다가 숲에는 티렉스 같은 공룡까지 우글거리잖아. 알칸족이 B지역이나 노스페라트로 이동할 때마다 매번 그런 숲을 지나갔을 리가 없어. 당연히 그들만의 이동수단을 만들어 두었겠지. 그게 이 케이블카야. A↔B라고 적혀 있으니 여기와 A지역에 있는 연구소 사이를 왕복하는 케이블카일 거야. 그렇다면 아마도 A지역의 연구소에는 노스페라트라는 곳까지 가는 케이블카도 있을 터! 그냥 앉아만 있어도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아크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저세계가 알칸족의 실험장 같은 곳이라면 다른 곳을 둘러볼 필요도 없다. 여기에 뭐가 숨겨져 있든 노른자는 알칸족의 시설물에 있을 터.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면 굳이 티렉스 따위와 싸우지 않아도 그런 시설물까지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가 흥분한 이유는 편해서만이 아니었다.
‘레피드 자식, 딴에는 날 골탕 먹이겠답시고 웃기지도 않는 짓을 했겠다? 하지만 너와 달리 내게는 행운의 여신이 함께한다 이거야. 네가 한 짓 때문에 내가 배틀슈트 코어와 샤이어까지 얻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거기에 목적지까지 한 방에 갈 수 있는 케이블카까지! 결국 내게 지름길을 알려 주고 너는 돌아서 가고 있는 거다, 멍청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레피드는 울화통이 터지리라.
그런 상상만으로도 레피드에게 당해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뭔가를 생각하던 이리나가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길이 엇갈리면 어쩌죠?”
“엇갈리다니요?”
“레피드 일행이 이곳에 온 목적은 실버핸드라는 용병단을 찾기 위해서잖아요. 만약 레피드 일행이 도중에 실버핸드를 찾아 되돌아 나오는 중이라면 엇갈리게 되잖아요. 그러니 일단 레피드에게 전화라도 해 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받지도 않을 겁니다.”
아크에게 그런 짓을 한 녀석이다.
전화를 걸어 봤자 욕이나 먹게 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받을 리가 없다. 아니, 아크는 설사 레피드가 전화를 받는다고 해도 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레피드가 노스페라트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면 케이블카를 이용해 아크가 먼저 도착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면 아크는 뒤늦게 도착한 레피드에게 이렇게 말해 줄 생각이었다.
-훗, 늦었군.
……라고!
그리고 레피드가 먼저 도착해 있더라도…….
-고맙다. 네가 알려 준 대로 케이블카를 타고 오니 금방이네.
……라고!
‘어떤 표정을 보여 줄지 기대되는군.’
문제는 이리나의 말대로 레피드가 되돌아오는 경우지만.
‘레피드가 실버핸드만 찾고 돌아와? 그럴 리가 없지. 다른 놈도 아니고 레피드다. 이곳에서 나흘이나 보내고 실버핸드만 찾아 나올 리가 없어. 내게 잘난 척할 만한 전리품을 찾기 위해서라도 던전을 샅샅이 뒤지겠지. 그러면 결국 도달할 곳은 노스페라트!’
“자, 출발하죠.”
아크가 씨익 웃으며 케이블카에 올랐다.
뒤이어 이리나와 퍼거슨, A, B까지 탑승 완료. 이어 내부의 스위치를 누르자 케이블카가 절벽 저편으로 쏘아지는 광선을 타고 날아갔다.
* * *
하루 전.
“끝이 보이는군.”
레피드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사방에 불쑥불쑥 솟아 있는 거대한 돌산. 안개 숲을 벗어나 진입한 암석 지대였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레피드는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꼬박 이틀을 헤매고 돌아다니던 답답한 안개 숲을 벗어난 것도 시원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진 것은 성취감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난이도 높은 퍼즐을 풀었을 때의 성취감!
‘그러니까 이런 기분을 혼자만 느끼기에는 아깝지.’
레피드는 배려심 깊은 남자였다.
성취감이란 그만한 노력―정확히 말하면 개고생―을 해야만 맛볼 수 있는 것. 그래서 레피드는 아크가 안개 숲을 좀 더 헤맬 수 있도록 다른 방향을 알려 주었다.
절대 아크에게 추월당하거나 자기가 고생한 곳을 편하게 지나오는 게 배가 아프다는 옹졸한 생각으로 한 짓이 아니다.
뭐 아크가 숲을 헤매는 장면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죽어라 헤맨 끝에 엉뚱한 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을 상상하면 10년 묵은 숙변이 쑥 빠져나오는 것처럼 통쾌한 기분이 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크를 위한 배려.
아크도 자신과 같은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런 막간의 즐거움도 잠깐이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모든 던전에 통용되는 규칙이 있다.
적→강한 적→좀 더 강한 적→겁나 강한 적→겁나 겁나 강한 적…….
바로 이것.
일단 던전에 들어오면 진행할수록 더 강한 적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저세계도 그런 규칙이 적용되는 던전이었다.
크와아아아!
여기저기에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몬스터!
일단 암석 지대에서 나오는 몬스터도 안개 숲처럼 공룡이었다. 그러나 암석 지대의 공룡은 머리가 3개, 어떤 놈은 꼬리가 5~6개나 달린 놈도 있었고, 몇 가지 공룡을 짬뽕시켜 놓아 보는 것만으로도 심란한 기분이 드는 놈도 있었다.
놈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엄청 강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놈들은 안개 숲의 공룡과 달리 특수 공격―입에서 불을 뿜는 등―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영리하기까지 했다. 도망치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역공을 가하거나 일부러 레피드 일행을 불리한 지형으로 몰아넣는 등.
확인되는 레벨은 150~160 사이였지만 실제 체감되는 느낌은 200대 수준의 몬스터와 싸우는 것보다 힘들었다.
반면 레피드 일행은 아크가 빠지고―이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퍼거슨과 A, B가 낙오―뭐 버리고 온 것이지만―되어 10명이었던 인원이 6명으로 줄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은 팀원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준 팀원은 쿠라칸과 엘라인이었다.
쿠라칸이 들고 있는 M-620은 개조에 개조를 거듭해 이제 더 이상 ‘총’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형태가 되어 버렸지만 화력은 단연 으뜸! 적절한 기회만 만들어 주면 공룡을 순식간에 벌집으로 만들어 버리는 화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쿠라칸에게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는 팀원은 엘라인. 쿠산족 최강의 전사답게 날렵한 몸놀림으로 공룡을 견제하며 쿠라칸에게 사격 찬스를 만들어 주었다.
총과 검! 화력과 민첩성!
어느새 둘의 조합은 레피드 파티의 주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비하면 뒤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밀란과 헤겔, 아스란도 레피드의 지휘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한 사람 몫은 거뜬히 해내 주었다.
‘용케도 이런 NPC를 긁어모았군.’
직접 지휘해 보니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아크의 휘하에 있는 NPC들이 평범한 NPC가 아니라는 것을.
게임 속에 널리고 널린 게 NPC지만, 이렇게까지 유저의 뜻대로 정확하게 움직여 주는 NPC는 많지 않다. 그리고 그런 NPC는 어지간한 유저―예를 들면 퍼거슨과 A, B―보다 전력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긴, 아크 녀석은 예전부터 NPC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었지.’
그럼에도 암석 지대의 기형 공룡은 힘겨운 상대였다.
그래서 레피드는 조급함을 버렸다.
이동할 때는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고, 기형 공룡을 발견하면 1~2마리씩 풀링. 무리와 떨어뜨려 놓고 최대한 안전한 장소로 유인하며 처리해 나갔다.
덕분에 시간은 몇 배나 더 소요됐지만 레피드는 서두르지 않았다. 힘겨운 적을 상대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조급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Step by step!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전진하던 도중.
얼마 전에 마침내 실버핸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실버핸드는 수십 마리의 기형 공룡이 떼 지어 모여 있는 돌산의 위에 고립되어 있었다.
딱 보니 어떤 상황인지 감이 왔다. 실버핸드의 인원은 20명. 거기에 앞서 아크가 파견한 8명의 친위대원까지 더하면 28명이다. 레피드가 불과 6명의 인원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실버핸드는 더 수월하게 진군하고 있었으리라.
‘아마도 그게 독이 됐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