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89)
아크 더 레전드-389화(389/875)
[389] SPACE 5. Bio-Plant(PART : 2) (3)뭐 이런 상황은 유저도 흔히 겪는 일었다.
전력이 충분하니 긴장이 풀어진다. 그리고 무리하게 싸우다가 주변 몬스터까지 몽땅 애드(다른 몬스터가 전장에 난입하는 것)되어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빠졌겠지.
그래서 일단 공룡이 기어 올라오기 힘든 돌산 정상으로 피신한 뒤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것이리라. 그러나 레피드는 실버핸드를 발견하고도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근처에 몸을 숨기고 기형 공룡들의 움직임을 살피다가 타이밍을 잡아 풀링.
수백 미터 밖으로 유인해 1마리씩 차근차근 숫자를 줄여 갔다. 그렇게 장장 4시간. 돌산 주위의 공룡을 10마리까지 줄어든 뒤에야 실버핸드와 협공해 전멸시킬 수 있었다.
이로써 지저세계로 온 목적은 달성!
여기가 분기점이었다.
‘일단 목적은 달성했다. 하지만…….’
레피드도 유저. 그리고 이곳은 유저들의 성지, 던전이다.
분명 목적은 실버핸드의 구출이었고 이제 목적도 달성했지만 아직 던전 공략은 완료된 게 아니다.
그런 던전을 포기하고 돌아 나오는 것은 유저에게 X 싸고 뒤처리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일. 게다가 레피드는 왜 이런 곳에 안개 숲이나 기형 공룡이 있는지가 궁금했다. 아니, 그보다 사흘이나 헤맨 던전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결국 거기에 뭐가 있었던 건데? 그것도 확인하지 못하고 온 거야?
뭣보다 아크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쪽팔리지 않겠는가!
그래서 레피드는 생각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그리고 돌아갈 필요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꽤 힘든 진군이었지만 이제 실버핸드와 친위대가 합류하지 않았는가?
당연히 진군 속도는 급상승하리라.
“저는 이 던전의 끝까지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러자 클렘이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우리도 가겠네! 비록 실수를 저질러 구조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어 있었지만 우리도 명색이 전문가네. 그런데 제 앞가림도 못 하고 남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만 붙여 돌아가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 그래서야 직원과 구조대를 파견해 준 아크를 볼 면목도 없어. 하다못해 쓸 만한 전리품이라도 챙겨다 줘야겠네.”
“뭐 아크에게 전리품을 챙겨다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실버핸드의 동행은 레피드로서도 바라던 바!
그리하여 레피드는 실버핸드와 합류, 34명으로 불어 진군을 개시했다.
……말하자면 레피드는 결국 아크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다.
어쨌든 전력이 증강되니 당연히 진군 속도도 UP! UP! UP! 레피드 일행은 이전의 몇 배의 속도로 암석 지대를 가로질렀다. 그러는 사이 암석 지대는 점점 좁아졌다.
레피드도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저세계의 땅은 좌우 양쪽 끝이 절벽으로 되어 있었다. 그 폭은 처음 암석 지대에 들어왔을 때는 수 킬로미터에 달했는데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즉 지저세계의 지형은 안개 숲에서 여기까지, 커다란 삼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지. 아마도 지저세계의 끝은 삼각형의 꼭짓점 부분! 분명 이 좁아지는 대지가 모이는 곳에 최종 목적지가 있을 것이다.’
레피드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금 레피드가 바라보는 곳은 점점 좁아지던 대지가 긴 다리처럼 변해 절벽 저편으로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거대한 건축물의 실루엣이 떠올라 있었다.
“저기가 지저세계의 최종 목적지다!”
* * *
“이런 젠장!”
아크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을 때 아크는 안락하고 쾌적하게 지저세계의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크는 잊고 있었다.
갤럭시안까지 가상현실 게임만 4년째.
그 장구한(?) 세월을 보내는 동안 그렇게 편하게 던전 공략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을! 아크의 팔자는 그렇게 날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팔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어째 너무 쉽게 풀린다 싶었어!”
일단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곳은 예상대로 A지역을 관리하는 연구소가 맞았다.
-A↔노스페라트
그리고 아크가 도착한 연구소의 옥상 맞은편에는 또 다른, 십중팔구 노스페라트라는 곳까지 이어진 케이블카도 있었다.
문제는 그게 박살이 나있다는 점이다.
케이블카만이 아니다. 연구소 내부의 컴퓨터나 기자재도 몽땅 부서져 있는 것이다.
그뿐이라면 그나마 참을 만하다.
그래도 어쨌든 반은 편하게 온 셈이니까.
그러나 A지역의 연구소는 깎아지는 듯한 절벽에 붙박이 형태로 세워져 있었다.
아마도 절벽 저편에 A지역이 있겠지만 이어져 있는 길은 없다. 유일한 이동수단은 B지역과 노스페라트로 연결된 케이블카. 그런데 노스페라트와 연결된 케이블카가 부서졌다.
이런 내용을 조합하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
“저기…… 이제 어쩌죠?”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냐?”
아크가 울컥한 눈으로 퍼거슨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너 날개 있어?”
“네? 아, 아니, 없는데요?”
“그럼 어째야겠냐?”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겁니까?”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알면서 왜 물어, 인마!”
B지역의 연구소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시 안개 숲―이제 안개는 없겠지만―을 가로질러 A지역, 그리고 노스페라트까지 걸어가야 하리라.
뭐 따지고 보면 그게 정석적인 공략 루트지만!
그리고 결과적으로 헛다리를 짚은 셈이지만 이곳, A 연구소에서도 꽤 많은 잡템을 챙길 수 있었지만!
‘이제 레피드를 따라잡기는 글렀군.’
가장 짜증나는 게 이거였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미련이 넘치는 눈으로 바라본다고 부서진 케이블카가 저절로 수리될 리는 없을 터. 결국 아크는 한숨을 불어 내며 타고 왔던 케이블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생각에 잠겨 있던 이리나가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요?”
“이곳은 다른 지역과 이어진 길이 없잖아요. 케이블카를 타지 않으면 들어오지도 못하죠. 그런데 어째서 B지역의 연구소보다 더 심하게 시설물이 부서져 있는 걸까요?”
“네? 그야…….”
듣고 보니 이상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뭔가 사정이 있었겠죠. 어쨌든 여기 다시 올 일은 없으니까 저희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리고 노스페라트라는 곳에 가면 지저세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밝혀질 테니…….”
아크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할 때였다.
끼야아아아악!
돌연 괴성이 울려 퍼졌다.
* SPACE 6. 노스페라트 (1)
“뭐, 뭐죠?”
쿠쿵! 쿠쿵! 쿠쿵!
천장 위쪽에서 들려오는 굉음!
이리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잠시 대기하고 있으세요!”
아크는 소리치며 케이블카 발착장으로 뛰어가 난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밖을 확인하기 위해 뻥 뚫린 벽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 고개를 내밀기 직전. 돌연 아크의 앞으로 시커먼 그림자가 뚝 떨어졌다. 그게 뭔지 확인한 겨를도 없었다.
뒤이어 날아드는 창처럼 길고 날카로운 물체!
“이, 이런!”
위잉! 부우우웅! 위잉! 위잉!
아크는 반사적으로 물러나며 이퀄라이저를 휘둘렀다.
허공에서 백색 검광과 날카로운 ‘그것’이 얽히며 자잘한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이었지만 이런 접근전은 아크의 장기.
아크는 서너 차례 공방을 펼치는 사이에 자세를 잡고 능숙하게 광선검을 회전시키며 놈의 공격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놈의 머리가 치켜 올라가며 아랫부분이 활짝 열렸다.
이에 아크가 놈의 품으로 파고들려는 찰나!
끼야아아아아!
놈의 머리가 빙글 돌아오며 괴성을 터뜨렸다.
순간 보이지 않는 뭔가가 몸을 휘감으며 저릿저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피어’에 적중했습니다!
《원시적인 공포에 휩싸여 2~3초 동안 몸이 경직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태이상!
‘빌어먹을! 느닷없이 이게 무슨…….’
뻣뻣하게 굳어 버린 아크가 내심 비명을 터뜨렸다.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뒤이어 날아드는 놈의 주둥이를 바라볼 때였다.
“소드! 더 소드 나인!”
이리나가 쌍검을 뽑아 들고 놈에게 돌진했다.
잠깐 사이에 놈의 몸이 면도날에 베어지는 것처럼 예리한 상처에 뒤덮였다. 그사이 허둥지둥 리볼버런처를 꺼내 든 퍼거슨이 포탄을 연사했다.
“충격탄!”
퍼펑! 퍼펑! 퍼펑!
놈의 가슴에서 연속적으로 터져 나오는 불길!
그 충격에 떠밀린 놈은 케이블카 발착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놈의 몸이 좌우로 확 퍼진 것은 그때였다.
발착장 밖은 엄청난 열기를 뿜어올리는 용암의 강까지 다이렉트로 떨어지는 낭떠러지. 그러나 놈은 좌우로 펼친 거대한 피막을 펄럭이며 발착장 위로 날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제야 마비가 풀린 아크의 입에서 신음 같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프테라사우루스!”
그렇다. 이게 아크를 습격한 놈의 정체.
창처럼 길고 뾰족한 부리, 양쪽 날개를 펼치면 6~7미터나 되는 거대한 몸으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공룡, 아니, 사실은 공룡보다는 조류로 분류된다고 하지만 어쨌든!
놈의 정체는 프테라사우루스 혹은 프테라노돈이라고 불리는 익룡翼龍이었다.
놈의 정체를 확인하자 이리나의 의문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90도 경사의 깎아지른 절벽에 붙어 있는, 케이블카를 제외하면 완전히 고립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A동 연구소의 시설이 파괴되어 있는 이유.
범인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익룡이리라.
“힉! 또, 또 온다!”
그때 반대쪽에서 A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노스페라트 쪽으로 개방된 발착장으로 익룡이 날아들었다. 아니, 그쪽만이 아니다.
아크가 그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이번에는 이미 부서져 있던 창문 사이로 또 다른 익룡의 머리가 불쑥 들어오며 날카로운 부리가 날아왔다.
아크가 몸을 회전시키며 팔을 휘둘렀다.
“바사크, 폭쇄!”
-우오오오!
소환된 바사크의 머리가 송곳처럼 솟으며 날아갔다.
‘밀어내기’ 효과가 있는 바사크의 폭쇄에 턱을 얻어맞은 익룡이 창가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때부터 B동 연구소와 노스페라트 방향으로 개방되어 있는 양쪽 발착장. 그리고 벽에 줄지어 붙어 있는 창으로 익룡이 쉴 새 없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크와 이리나, 퍼거슨과 A, B를 향해 쏟아지는 익룡의 부리!
“젠장! 창에서 떨어져! 소닉 소드!”
“쾌속의 검!”
“우와아아아! 충격탄! 충격탄!”
파지지지! 카카카칵! 퍼펑! 퍼펑! 퍼펑!
A동의 발착장은 단숨에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아크는 바사크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검기를 뿜었고, 이리나는 특유의 쾌검으로! 그리고 퍼거슨은 충격탄을 사방에서 날아드는 익룡에게 퍼부었다.
그때마다 스파크와 불길이 일렁이며 익룡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것도 잠깐. 긴 날개를 펄럭이며 주위를 맴돌던 익룡은 다시 발착장으로 돌아와 숨 쉴 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이 상태로 버티기는 무리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다행히 발착장에는 천장이 있어 익룡을 막아 주고 있었다.
익룡이 일행을 공격할 방법은 발착장이나 창으로 난입하는 방법뿐. 그리고 아직까지 아크와 이리나, 퍼거슨과 A, B는 그때마다 공격을 퍼부어 놈들을 떨쳐 내고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보통 많은 숫자의 몬스터와 싸울 때 가장 효과적인 전투법은 일점사!
화력을 집중해 1마리씩 확실하게 숫자를 줄여 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사방에서 날아들면 1마리에게 화력을 집중시킬 수 없다. 또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것도 놈들이 먼저 접근해 올 때뿐이다. 건물에서 떨어져 나가면 공격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갤럭시안에는 총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근접무기를 사용하는 유저라도 만약을 대비해 총 1자루는 소지하는 게 상식.
그러나 검사에게 총기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
호크처럼 돈이 넘쳐난다면 모르겠지만 일반 유저는 레벨에 맞춰 주무기를 바꿔 주기도 허덕이는 판에 제대로 공격력도 나오지 않는―근접 전사니까!― 보조 무기까지 챙기기는 무리. 때문에 아크의 총기도 여전히 레벨 60대의 파이어 이글 1정뿐이다.
반면 익룡은 티렉스보다는 레벨이 낮지만 100대였다.
레벨 60대의 파이어 이글로 제대로 대미지를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일단은 총기라 검보다는 사정거리가 길지만 샷건. 유효사거리는 10미터도 되지 않아 비행 몬스터인 익룡을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사정은 이리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검사라 소지한 총기는 노멀 타입의 권총밖에 없었다.
현재 파티에서 그나마 화기 전문가이자 익룡을 상대로도 제대로 대미지를 뽑아내는 화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퍼거슨 1명. 그러나 퍼거슨도 이런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화기 전문가라도 퍼거슨이 사용하는 무기는 리볼버런처. 일단 엄청 비싼 레어 런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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