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9)
아크 더 레전드-39화(39/875)
[39] SPACE 5. 제3의 그룹(PART : 2) (3)《밀란의 제안》
밀란은 타투인에서 활동하는 트레져 헌터입니다. 그는 벨타나에서 벗어나게 해 준 당신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타투인으로 돌아가면 열심히 노력해 도움이 될 만한 보물을 찾아 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됐을 때 타투인의 밀란을 찾아가면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난이도 : –
여지없이 퀘스트가 등록된 것이다.
이렇게 지난 열흘 동안 아크가 사면받게 해 준 NPC는 다섯. 그로 인해 아크는 보상 퀘스트 3개와 권총 페이드 스틸II,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대박!
NPC에게 잘 보이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그런 당연한 진리를 갤럭시안에서도 깨닫게 된 아크였다.
아크가 NPC를 좋아하는 게 이 때문이다.
선의를 베풀면 그만한 보답을 한다. 물론 예외―토리 같은―도 있지만 적어도 NPC들은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게 유저보다 NPC를 믿을 수 있는 이유고, 또 NPC에게 선의를 베푸는 데 망설이지 않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벨타나를 떠나는 밀란을 환송해 준 아크가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죄수를 사면시킬 때마다 보상 퀘스트나 아이템, 스킬이 툭툭 떨어진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열흘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대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보상만 생각하면 남은 죄수들도 몽땅 사면시키고 싶었지만 그 역시 한계는 있었다.
“처음 나를 따랐던 죄수는 15명. 그중 5명을 사면받게 해 줬으니…….”
새삼스럽지만 애초에 아크가 친위대를 만든 목적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을 따르는 죄수들을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아크가 벨타나를 벗어나기 위해서.
그런데 따르는 죄수를 몽땅 사면시켜 버리면 주객이 전도되는 꼴. 정작 아크가 벨타나를 벗어나기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남은 숫자는 10명! 더 이상 숫자가 줄면 곤란해.”
이 10명은 아크의 사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였다. 최소한이라는 말처럼 10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10명은 다른 죄수와 달랐다.
오래 있었던 만큼 아크에게 도움을 받은 횟수도 많고, 또 앞서 사면받은 죄수들을 지켜본 덕분에 100% 아크를 신뢰하는 NPC들. 아크가 위험해지면 망설임 없이 대신 죽어 줄 수 있는 죄수들이었다. 사실 5명의 사면으로 얻은 가장 큰 이득은 바로 이들의 신뢰였다.
아크를 절대적으로 믿고 충성하는 죄수 10명!
그리고 그 효과는 이미 전장에서 충분히 나타나고 있었다.
따르는 죄수들이 생기기 시작한 뒤로 아크의 생존율이 80%에 달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부활로 깎이는 공적치가 줄었음은 물론, 오래 살아남은 만큼 공적치를 더 먹게 되어 -200까지 내려갔던 공적치를 +700대까지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살아 돌아오면 경험치도 그대로 보존되어 그사이 레벨도 3이나 더 올라갔다.
“이 상태를 잘 유지하면 앞으로 길어야 한 달! 한 달이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남은 죄수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 돼.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따르는 죄수들의 신뢰뿐이다. 그들을 잃으면 죽도 밥도 안 돼. 그러니 나와 남은 죄수들의 공적치를 적당한 수준으로 맞추며 올리는 게 중요해.”
사실 그건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친위대는 아크를 따르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니 전장에서 적절히 병력을 운용하며 공적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지난 며칠, 아크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준 문제는 바로…….
그런 생각을 하며 막사로 돌아오던 아크가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동시에 얼굴에 불쾌감이 떠올랐다.
‘쳇!’
아크가 불만스러운 눈길로 쏘아보는 것은 보급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급소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이리나였다.
자선 파티에서 만났던 붉은 드레스의 여자, 아크는 그녀가 이리나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때문에 다시 갤럭시안에 접속했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찾아가 보았지만…….
“안녕하세요.”
“이리듐을 교환하러 오셨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혹시 저 기억 못 하세요?”
“기억합니다. 이리듐을 킬로그램 단위로 가져오는 죄수는 당신뿐이니까요.”
“아니요. 밖에서 봤잖아요. 어제 자선 파티 때…… 그게 접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기억 안 나세요? 그때 뒤에서 어떤 여자가 칵테일을 쏟을 뻔한 걸 제가…….”
“용건이 없으면 돌아가 주십시오. 작업은 사절입니다.”
이리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현실에서, 심지어 몸 바쳐(?)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생 까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작업을 건다는 누명까지!
아니, 뭐 아크도 목적이 있어서 알은척을 하려던 것이니 작업이라면 작업이지만. 어쨌든 대놓고 그딴 말을 들으니 울컥 화가 치밀었다.
‘혹시 내가 잘 못 판단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그냥 표준 사이즈 얼굴도 아니고, 직접 만든 얼굴이 우연히 저렇게까지 닮을 리가 없잖아. 분명 그때 그 여자야. 그럼 날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는데도 그따위로 무시한다 이거지? 어디, 그럼 오기로라도 알은척을 하게 만들어 주마!’
그때부터 아크는 막사를 오갈 때나 이리듐을 교환할 때마다 은근히 노려보며 무언의 압력을 가했지만 반응 제로. 열흘 동안 눈이 빠져라 노려봐도 이리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난 네가 자선 파티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이리나는 여전히 묵묵부답.
깔끔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은하연방 장교면 저렇게 건방져도 되는 거야?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정말 성질 같아서는 저 무표정한 얼굴의 뒤통수를…….’
아크가 입술을 잘근거리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여어, 이게 누구야?”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아크의 얼굴이 자동적으로 일그러졌다.
뒤에서 한 무리의 병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아크를 향해 실실 쪼개며 손을 흔드는 사람은 기갑 1소대장 발렌시아. 근래 들어 아크가 가장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었다.
때문에 ‘나 너 싫어. 저리 가!’라는 의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바라보았지만 발렌시아 역시 아크의 눈길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하며 다가왔다.
“요즘 잘나가시는 아크 아니야? 그런 아크 님께서 왜 이런 곳에서 멀뚱멀뚱 서 계실까? 아하, 혹시 이리나를 보고 있었던 거냐? 저런 여자가 네 취향이었어? 마음은 불타지만 말도 못 붙이고 멀리서 지켜본다라…… 이거 생긴 것 같지 않게 의외로 순정파로군.”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나도 남자야. 그 정도는 딱 보면 안다고. 이리나, 확실히 목석같기는 하지만 일단 얼굴은 예쁘장하지. 뭐 실제는 어떤 얼굴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멋진데? 전장에서의 사랑. 음, 멋져. 그럼 이 발렌시아 님이 좀 도와주지. 어이, 이리나!”
발렌시아가 씨익 웃으며 보급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크가 화들짝 놀라 발렌시아의 팔을 잡았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뭐긴. 이 발렌시아 님이 도와주려고 하는 거잖아.”
아크의 반응에 발렌시아는 더욱 흥이 오른 듯 히죽거리며 이리나에게 소리쳤다.
“이리나, 여기 요즘 잘나가시는 아크 님께서 너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애절해서 봐주기가 힘들다고. 어때? 어지간하면 밖에서 데이트라도 한 번 해 주지 그래? 어이쿠, 쳐다보지도 않네. 어쩌나? 너, 채인 것 같은데? 혹시 상처받은 거 아니지?”
“너 정말…….”
아크가 얼굴을 붉히며 발렌시아를 노려보았다.
실실 쪼개던 발렌시아의 표정이 일변한 건 그때였다.
“정말? 정말 뭐? 어쩔 건데?”
발렌시아가 닿을 정도로 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 말이야…… 눈에 거슬려. 알아? 건방진 새끼, 죄수면 죄수답게 총알받이나 할 일이지 어디서 주제넘게 떨거지들을 긁어모아서 설쳐 대는 거냐? 누구 허락을 받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할 수 있는 일?”
발렌시아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까불지 마라.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너희 죄수들이 그나마 살 수 있는 건 우리가 있기 때문이야. 우리가 아니면 너희 같은 놈들은 그냥 뒈질 뿐이라고. 그럼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어디서 건방지게 네 멋대로 조직을 만들어?”
“너희에게 피해 준 기억은 없는데?”
“네놈들이 눈앞에 알짱거리는 것 자체가 피해라는 말이다.”
발렌시아가 낮게 뇌까렸다.
“잘 들어. 지금까지는 네놈이 뭘 하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묵과해 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야. 네놈, 거슬린다고. 알겠어? 찍혔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곧 깨닫게 해 주지. 아니, 알게 해 주지. 명심해라. 이곳은 우리들의 전장이라는 걸.”
발렌시아가 날카로운 눈매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하아, 이놈이고 저놈이고…….’
아크는 멀어지는 발렌시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불어 냈다.
현재 아크의 가장 큰 두통거리가 저놈, 발렌시아였다.
새삼스럽지만 발렌시아는 은하연방의 최정예인 기갑 1소대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죄수들에게 보호비를 뜯어내는 비열한 놈이었다. 때문에 아크도 처음 벨타나에 들어왔을 때 발렌시아에게 보호비를 상납하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단칼에 거절!
떨거지나 다름없던 죄수들을 모아 친위대까지 만들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발렌시아도 일부러 아크를 갈구지 않았다. 아마 신경 쓸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발렌시아의 생각과 달리 친위대는 아크를 중심으로 모인 이후부터 생존율이 급증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공적치도 꽤 모아 열흘 사이에 5명이나 되는 죄수가 벨타나를 벗어나는 쾌거를 이루었다.
발렌시아의 태도가 변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뭐 당연하겠지만…….’
발렌시아의 태도가 변한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그에게 보호비를 상납하는 제1그룹 탓이다.
발렌시아는 제1그룹에게 적지 않은 상납금을 받으면서도 결정적인 공적치는 자신이 독점해 왔다. 그럼에도 제1그룹은 지금까지 불평조차 할 수 없었다.
설사 공적치를 먹지 못해도 일단 살아 돌아오면 전투 참가 공적치 50과 적지만 경험치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크의 친위대가 승승장구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뭐야? 우리는 상납금까지 바치는데 저 녀석들이 공적치는 더 많이 먹잖아?”
“그럼 우리도 굳이 기갑 1소대에게 상납금을 바칠 이유가 없잖아?”
“그래, 사실 기갑 1소대가 우리에게 해 주는 게 뭐가 있어? 말만 보호지 공적치는 그 녀석들이 다 쓸어 가잖아. 어쩌면 그냥 우리끼리 싸우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아크라는 놈이 떨거지들을 모아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못 할 이유는 없잖아.”
당연히 이런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발렌시아가 아크를 갈구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열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차라리 이런 갈굼이라면 그나마 참을 수 있지만…….’
그런 갈굼은 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발렌시아와 기갑 1소대는 전장에서도 아크와 친위대를 견제하며 공적치를 빼앗아 가거나 심지어 일부러 라마족을 몰고 와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은하연방의 최정예 부대가 대놓고 방해를 하는 통에 아크 친위대는 지난 며칠, 공적치를 이전의 반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날 물로 봤다 이거지?’
아크는 은혜는 금세 까먹어도 원한은 메모장에 적어 넣고 밑줄까지 좍좍 그으며 길이길이 간직하는 꼼꼼한 성격이다.
‘내게 원한을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깨닫도록 해 주지.’
그러나 이곳은 전장 그리고 기갑 1소대는 은하연방의 최정예로 군림하는 부대다.
이제 겨우 조직의 틀을 갖춘 아크 친위대로 어찌해 보기에는 지나치게 강한 상대. 더구나 공적치를 쌓는 게 목적인 아크에게 기갑 1소대와 경쟁이 붙어서 좋을 게 없었다.
원한은 기필코 갚을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 걸음 물러나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뭐,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니까.”
당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아크가 변명하듯이 중얼거리며 막사로 향할 때였다.
위이이이이이이!
갑자기 진영에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진영 여기저기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비상이다! 라마족 정찰 부대가 100킬로미터 근방까지 진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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