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92)
아크 더 레전드-392화(392/875)
[392] SPACE 6. 노스페라트 (4)이리나가 꿀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크는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레피드는 분명 실버핸드를 찾아도 물러나지 않고 노스페라트까지 진군할 것이다. 놈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이때 실버핸드까지 합류한 상태라면 노스페라트를 공략하는 데 큰 문제가 없으리라.
바로 이게 아크의 걱정거리였다.
과연 레피드가 노스페라트를 모두 공략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크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 그래도 혼자라면 상관없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레피드는 아크의 직원. 부하 직원이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데 불평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아크의 옆에는 이리나가 있지 않은가.
이리나와 함께 갖은 고생을 하며 겨우 도착했는데 상황 종료…….
아크로서는 무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되리라.
아크가 간당간당한 포스를 쥐어짜 헬 하운드를 타고 날아온 이유가 그것이다.
‘최소한 상황이 끝나기 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그런데 노스페라트의 창밖으로 포화가 비쳐 나오고 있다.
그 속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아직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레피드 팀이 아직 노스페라트를 공략하는 중이라는 뜻!
아직 늦지 않았다!
“헬 하운드, 저 창이다! 돌진하라!”
아크가 헬 하운드의 갈기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기다려라, 레피드! 곧 이 몸께서 구, 해, 주, 러, 가, 마!’
의욕이 샘솟았다.
* SPACE 7. 최강의 합성수 (1)
투투투투! 투투투투!
공간을 뒤흔들며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총성.
사방에서 동시에 포화가 뿜어지자 어둠 속에서 수십 명의 인영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그림자들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내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마치 미끄러지듯이 그림자를 뚫고 나오는 사내의 몸 주위에서 연이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연사! 속사! 연환사격!”
탕-! 탕-! 탕-! 탕-!
그와 함께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탄환!
방아쇠 부분을 손가락에 걸고 회전시키며 난사하는 방식임에도 총구에서 뿜어진 탄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물에 적중했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수천수만 번의 사격을 통해 얻어진 숙련된 솜씨는 물론 고도의 집중력에 의해 탄생한 사격술!
이 놀라운 사격술의 주인공은 바로!
-어지러워! 젠장, 어지럽다고! 멀미 난단 말이야! 토한다? 확 토해 버린다?
그때 난데없이 사내의 머리에 괴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유지되던 사내의 집중력이 뚝. 99%의 명중률을 자랑하던 사내의 사격술이 단숨에 50~6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놀라운 사격 솜씨에 급소를 공격당하는 동안 주춤해졌던 적의 바로 반격하기 시작했다.
쿠쿵! 콰콰콰콰! 콰콰콰콰!
“이런 젠장!”
사내가 욕설을 내뱉으며 물러났다.
“빌어먹을 아크 자식! 어째 줘도 꼭 저 같은 것만…….”
울컥한 눈으로 권총을 내려다보는 사내는 다름 아닌 레피드. 그리고 그의 손에서 찜찜하기 짝이 없는 검은 기운을 스멀스멀 피워 올리는 권총은 ‘악마가 봉인된 권총’이었다.
사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크에게 이 권총을 받았을 때 레피드는 살짝 감동 먹었다.
레피드는 아크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뺏으면 뺏었지 누구에게 땡전 한 푼 주지 않는 노랑이 유저라는 것을. 그런 아크가 일반 템도 아니고 레어 템을 주었다. 때문에 비록 악연이라도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레피드 대한 아크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권총을 사용하는 순간 싹 사라졌다.
탕! 탕! 탕!
-알아? 탄환은 내 밥이라고! 후후후! 그럼 총구에서 나가는 건 뭘까?
권총을 쏠 때마다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
‘악마가 봉인된 권총’은 탄환을 발사할 때마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는 시끄러운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떠들어 댄다는 말은 몽땅…….
-탄환이 떨어졌습니다!
-배고파! 배고프다고! 먹지 않으면 쌀 수도 없잖아!
탄환이 떨어지면 이딴 소리를 해 대고.
-장시간의 연속 사격으로 총구가 과열되었습니다!
-뜨거워! 내 몸이 뜨거워! 하악! 하악!
연속사격으로 총구가 과열되면 귓가에 낯 뜨거운 신음을 흘린다.
그래도 성능 자체는 최상급.
다른 유저라면 감수하고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피드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연환사격은 아직 자유롭지 않은 신체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스킬이었다.
그런 레피드에게 ‘악마가 봉인된 권총’은 그야말로 재앙!
정말이지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아크의 면상에 집어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레피드는 꾹꾹 참으며 아직까지 권총을 사용하고 있었다.
성능이 좋아서? 천만의 말씀이다.
이딴 권총을 보상―영지 혹성의 투자 펀드를 설계하는 조건으로 받은―이랍시고 던져 준 아크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다. 이딴 권총이라도 잘 사용하고 있다는.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그러나 레피드가 원한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안개 숲에 엉뚱한 방향을 적어 놓은 것도 그런 이유가 컸다. 어떤 식으로든 아크가 자신을 엿 먹인 것과 같이, 레피드 역시 아크에게 엿을 먹여 주어야겠다는 우정의 표시랄까?
‘내가 아크의 전화가 걸려 온 직후 쿠라칸에게도 전화가 왔었다고 했어. 하지만 우리끼리 해내는 걸 보여 주자고 설득한 내 말 때문에 받지 않았다고 했지. 뭐 퍼거슨과 A, B에게도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차피 놈들은 안개 숲 초입에 헤어졌으니 이쪽 사정을 몰라. 그러니 아크 성격상 직접 찾아오지 않고는 못 참을 터. 그리고 안개 숲에 들어갔다면 내 메시지를 봤을 거야. 당연히 헤맸겠지! 열 받을 거야!’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더 즐거우려면 아크가 오기 전에 지저세계 공략을 끝내야 한다.
그리고 뒤늦게 헉헉대며 도착한 아크에게 말해 주는 거다. ‘뭐야? 넌 왜 왔냐? 다 끝내고 돌아가는 중인데?’라고!
레피드가 노스페라트로 온 이유는 그게 90%!
레피드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다.
실버핸드와 합류하고 암석 지대의 기형 공룡을 해치우며 진군! 어제 지저세계의 최종 목적지로 보이는 이 성채에 진입할 수 있었다.
당연히 성채에도 몬스터가 있었다.
암석 지대에서 만난 기형 공룡보다 더 괴상하고 기이하게 변형된 공룡들이었다. 대체 왜 여기에 이런 공룡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역시 나오는 족족 격파!
레피드는 거의 최상층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게 마지막!”
레피드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뇌까렸다.
그 앞에 떠올라 있는 것은 20여 미터나 되는 천장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붉은 살점으로 이루어진 거인이었다. 이게 지금 레피드와 실버핸드를 압박해 오는 몬스터!
-디스트럭션Destruction 등급의 몬스터 ‘블러드 골렘’이 출현했습니다!
블러드 골렘!
딱 봐도 보스 몬스터 같은 느낌이 팍팍 풍기는 놈이었다.
이처럼 거대한 지저세계의 막판 보스니 당연히 전투력도 엄청났다.
부우우웅! 콰쾅! 콰쾅! 콰쾅!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구를 때마다 성이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쪽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엘라인과 쿠라칸을 포함해 친위대원은 다크에덴의 최정예. 또한 실버핸드 역시 나름 용병으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들이었다. 그리고 뭣보다 지금 이들을 지휘하는 것은 한때 아크의 최강 라이벌이었던 레피드―경력은 클렘이 위였지만 구조 당한 입장이라 지휘관 자리를 레피드에게 양보했다―!
“놈에게 쉴 시간을 주지 마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놈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두어서는 안 된다! 투척!”
퍼펑! 퍼펑! 퍼펑!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총성과 폭음!
처음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레피드와 다크에덴+실버핸드로 구성된 공격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승기를 잡아 가고 있었다. 아니,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너덜너덜해진 블러드 골렘의 숨통을 끊는 일뿐! 그때 멀리서 우렁찬 클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피드, 1조는 더 버티기 힘들다!”
“네. 1조 퇴각! 후방으로 물러나 부상을 치료하고 총기를 재정비하라! 2조는 엄호하며 전방으로 나선다! 서두르지 마라. 이미 놈은 빈사 상태. 공격보다 방어에 집중하라!”
레피드가 고수해 온 전술은 공격대를 둘로 나눠 전열과 후열이 교대로 공격하는 방식.
공격과 정비를 동시에 할 수 있어 꽤 효과적이었지만 이것도 여러 번 반복되자 블러드 골렘에게 타이밍을 읽힌 모양이다. 전열과 후열이 교대하느라 공격의 맥이 잠깐 끊어진 틈을 이용해 골렘이 돌진해 오며 양팔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쿠오오오오! 콰콰콰쾅!
폭음이 울리며 위아래로 요동치는 바닥!
이에 위치를 바꾸던 대원들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러자 블러드 골렘은 남은 힘을 쥐어짜듯 뛰어올라 우수수 흩어지는 대원들을 향해 돌진했다.
“놈이 온다!”
“위험해! 밟히면 끝장이다! 물러나라!”
“쳇, 슬라이드!”
잠시 숨을 고르던 레피드가 뛰어나간 것은 그때였다.
지금은 많이 적응했지만 갤럭시안 초기, 레피드는 신체의 장애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장애인으로 오래 생활한 탓인지 게임 속에서도 한쪽 다리를 저는 습관이 교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레피드는 억지로 습관을 고치기보다는 차라리 이런 동작으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하여 익힌 움직임이 슬라이드!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슬라이드(중급, 패시브) : 총사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움직일 때입니다. 아무리 빠른 적이라도 백발백중시킬 수 있는 명사수라도 자신이 움직일 때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는 동작을 체득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총구가 흔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늪지나 설원처럼 움직이기 힘든 특수한 환경에서도 평지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이동할 때 감소되는 명중률과 연사 속도를 최대 70%까지 막아 줍니다. 또한 늪지나 설원 같은 장소에서 적용되는 행동 제약도 50% 감소합니다.》
아크의 늪지보행술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좀 더 총사에게 적합한 스킬이었다. 레피드가 바람처럼 대원들 사이를 가로지를 수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탕! 탕! 탕! 탕! 탕!
단숨에 블러드 골렘에게 다가간 레피드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첫 번째 탄환이 박힌 곳에 2발! 3발! 4발! 5발!
경이로운 사격술과 리볼버 특유의 연사 속도가 빛을 발하며 불과 1~2초 사이에 같은 지점에 10여 발의 탄환이 박혔다. 그러자 살점이 터져 나가며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2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블러드 골렘의 몸집에 비하면 살짝 바늘에 찔린 상처 수준. 그 정도로는 블러드 골렘의 돌진을 막기는 무리였지만…….
“어디 이것도 버텨 봐라!”
레피드가 수류탄을 꺼내 상처에 쑤셔 박았다.
퍼펑! 퍼퍼퍼펑!
그리고 다시 슬라이드를 펼치며 물러나기가 무섭게 터져 나오는 폭음! 뒤이어 불길과 함께 다리에 엉겨붙어 있던 살점이 뭉떵 떨어져 나오며 불도저처럼 돌진해 오던 블러드 골렘이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지금이다! 공격하라!”
레피드의 활약으로 전황은 다시 공격대의 페이스로 진행되었다.
-젠장! 너무하잖아! 그딴 식으로 무지막지하게 연사하면 어쩌자는 거야? 네가 내 입장이 돼 봐! 그딴 식으로 싸질러 대면 똥꼬가 남아나겠어? 얼얼하다고! 아프단 말이야! 치질 걸린 것 같아! 나쁜 자식! 흑흑! 책임져! 내 똥꼬 책임지란 말이야!
“……뭐지?”
레피드가 이런 심란한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재장전할 때였다. 눈에 뭔가 이상한 장면이 포착되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창 밖, 기괴하게 생긴 몬스터가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공격대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레피드는 생각했다.
저런 몬스터가 아군일 리가 없다고. 그리고 또 생각했다.
저런 놈이 들이닥치면 힘들게 잡아 가던 승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저런 놈은 가까이 오기 전에 격추시키는 게 좋다고.
“클렘 님, 칼리벤! 베럴!”
레피드는 공격대의 스나이퍼 셋을 호출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비행 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놈이 접근하기 전에 격추시켜 주십시오!”
“맡겨 주게. 쏴라!”
퉁! 퉁! 퉁!
묵직한 울림과 함께 3자루의 라이플이 불을 뿜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