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94)
아크 더 레전드-394화(394/875)
[394] SPACE 7. 최강의 합성수 (3)무라트 관련 정보 습득!
이로써 아크는 지저세계에 대한 대부분의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무라트는 은하계의 평화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종족. 그런 무라트의 눈에 다른 종족을 학살하고 노예로 부리는 알칸족은 은하계의 평화에 방해가 되는 존재로 여겨졌으리라.
이에 무라트는 교섭을 시도했지만―아마도― 실패.
결국 전쟁을 시작됐고 그 결과 알칸족은 전멸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알칸족은 무라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들의 과학과 비술을 접목해 강력한 생명체를 만드는 계획을 시작했다.
그 계획이 진행되던 곳이 바로 이 지저세계.
아마도 지저세계의 공룡들은 최강의 생명체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실험 재료들이었으리라.
‘실험실에 있던 무라트도…….’
일기장에는 그와 관련된 내용도 적혀 있었다.
……염원하던 살아 있는 무라트를 손에 넣었다.
본디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는 법. 이제부터 놈을 철저하게 해부해 무라트를 연구할 것이다. 어쩌면 최강의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내가 그것을 알아내는 동안 이 불쌍한 무라트는 죽지도, 그렇다고 살아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실로 기대된다. 놈이 과연 어떤 비명으로 날 즐겁게 해 줄지…….
아크가 샤이어를 흡수할 때 본 장면이 이것.
그 무라트는 고문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알칸족에게 생포된 무라트는 온갖 생체 실험에 이용된 것이다. 그리고 죽은 뒤에도 표본으로 만들어져 있었던 것.
‘이런 놈들이니 무라트에게 발린 것이겠지. 어떤 비명으로 즐겁게 해 줄지 기대된다니, 무슨 사이코 영화의 주인공도 아니고. 쯧,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군.’
아크가 혀를 차며 미라를 바라보았다.
이때부터 아크는 일기장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그 뒤로는 대부분 생포한 무라트를 어떤 식으로 생체 실험을 했는지, 혹은 공룡을 어떤 식으로 잘라 붙여 어떤 괴상한 형태의 괴물로 만들었는지 따위의 변태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아크가 궁금한 것은 그런 사이코틱한 내용이 아니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은 하나.
‘복수를 꿈꾸던 알칸족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여기까지 오면서 아크가 발견한 알칸족의 시체는 족장이었다는 이자리온 1명.
뭐 지름길로 오느라 중간 과정을 생략했지만 주요 시설이었을 A, B동 연구소에도 알칸족이 보이지 않던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곳에 족장의 미라가 있는 것도.
물론 알칸족이 걱정되서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알칸족이 왜 사라졌는지, 어디로 갔는지를 알아야 뭐라도 찾을 거 아니야?’
무라트에게 발렸지만 그래도 이만한 실험장을 만든 종족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뭔가를 남겼을 터. 그게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면 먼저 사라진 과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아크는 그 내용을 마지막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드디어 최강의 합성수合成獸를 창조했다.
어떤 형태로든 변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반 생명체라면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입어도 회복이 가능한, 문자 그대로 최강의 합성수다.
그러나 그게 알칸족을 멸망의 길로 이끌게 될 줄은…….
보다 강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자아를 부여한 것이 실수였다.
내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었다. ‘우리’ 속에 숨어든 놈은 수많은 동족을 집어삼키고 감당할 수 없는 존재로 변해 있었다. 놈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합성수를 모두 동원했지만 놈을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놈의 집요한 습격으로 남은 동족들도 하나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결국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합성수와 동족들을 이끌고 최후의 전투를 감행했다. 그나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놈의 DNA 구성을 완전히 연결해 놓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DNA 구성 연결이 완료된 상태였다면 방법이 없었겠지만…… 몇 시간에 걸친 힘겨운 사투 끝에 놈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래층의 냉동 보관소 속에 봉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남은 동족의 목숨을 바쳐야 했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과거의 잔재에 불과한 합성수와 나 하나…….
알칸족의 역사는 스스로 창조한 존재에 의해 허망하게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실로 비참하다. 복수를 위해 벼리던 칼날이 나의 심장에 박히게 될 줄이야.
나는…… 나는…….
‘최강의 합성수가 아래층에 봉인되어 있다고?’
아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칸족을 멸망시킨 최강의 합성수!
감이 팍 온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합성수라는 몬스터가 지저세계의 보스 몬스터! 그리고 아래층이라면 바로 지금 레피드 일행이 신나게 싸우는 곳이 아닌가?
다시 말해 레피드가 지금 싸우는 상대가 보스 몬스터!
“이런 빌어먹을!”
아크가 와락 얼굴을 구기며 소리쳤다.
레피드가 아직 노스페라트의 최상층에 올라오지 못한 상태라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보스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만약 레피드가 이대로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린다면? 하루 종일 숲을 헤매고, 남은 포스를 박박 긁어 날아오다가, 총격을 받고 용암에 다이빙할 뻔했던 모든 일이 삽질!
삽질! 삽질! 삽질!
물론 이대로 끝나도 딱히 손해는 없다.
아니, 애초에 레피드는 아크가 사건 해결을 위해 파견한 직원이니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일이 다 끝난 뒤에야 헐떡이며 나타나 ‘어? 끝났어?’라고 떠들어 대는 것은 엑스트라나 하는 짓이 아니던가? 게다가 여기까지 따라와 준 이리나에게 무슨 낯짝으로 ‘다 끝났데요. 하하하, 괜한 고생이었네요. 그만 가죠.’라고 말하란 말인가?
뿐만 아니라 이런 고생을 하고도 전리품의 지분을 0.001%도 주장하지 못하리라.
비록 포스가 바닥이 나 있는 상황이지만!
“가자! 서둘러!”
아크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상황 파악을 못 해 어리둥절하는 이리나와 퍼거슨 A, B를 이끌고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내려왔을 때였다.
“기다려! 내가 왔다!”
“어? 뭐야? 혹시 이 목소리는?”
위층보다 몇 배나 넓은 공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예상했던 대로 레피드와 엘라인 등, 추가로 파견한 직원들과 이전에 보낸 친위대원.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클렘과 실버핸드 단원들이었다.
그들 역시 뒤늦게 아크의 얼굴을 알아보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왁 하며 함성을 터뜨렸다.
“혀, 형님이다! 형님이 오셨어!”
“오오! 아크다! 우리 막둥이가 왔다!”
“가만? 그런데 왜 아크가 위층에서 내려오는 거지?”
“에? 게다가 같이 있는 사람은 이리나 님과 퍼거슨, A, B잖아?”
여기저기에서 반가움과 의문, 기타 등등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아크는 질풍처럼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 레피드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었다.
“너! 레피드 이 자식!”
“왔냐? 좀 늦었구나. 일부러 친절하게 메시지까지 남겨 주었는데.”
“메시지? 메시지라고? 이 자식,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면 다 말인 줄 알아? 내가 네놈 때문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 게다가 방금 전의 총질도 네가 시킨 거지? 발뺌할 생각하지 마! 다 알아! 너 때문에 다 와서 죽을 뻔했다고!”
“총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레피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크를 떼어 놨다.
그리고 잠시 꾀죄죄하게 변한 아크를 바라보다가 밉살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고생을 했다니 고맙군. 내가 바라던 그대로야. 그런데 막상 이렇게 보니 좀 미안한 생각도 드네. 네가 왜 위층에서 내려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할 일이 없어서. 이미 여기는 다 정리가 됐거든.”
“……다 정리가 됐다고?”
아크가 우뚝 멈추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레피드의 말대로였다. 대원들의 앞에는 산더미처럼 보이는 거대한 살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좌우로 벌어져 있는 두껍고 거대한 철문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그게 이자리온이 최강의 합성수를 봉인했다는 냉동 보관소였으리라. 그리고 대원들 앞에 놓여 있는 거대한 살덩어리는 최강―이제 최강도 뭣도 아니지만― 합성수의 시체!
아크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한 고생은 대체…….’
“어이, 아크! 그런 얘기는 됐고. 이제 네 얘기 좀 들어 보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넌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들었는데? 대체 어떻게 아직 우리도 가지 못한 위층에서 내려오는 거야? 그리고 위층에는 뭐가 있는 거지? 얘기 좀 해 봐. 답답해 미치겠다.”
그때 한층 수염이 짙어진 클렘이 라이플―아크를 저격한!―을 메고 다가왔다. 이에 암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하려 할 때였다.
‘어라? 저건 누구지?’
아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방금 전에는 레피드에게 뛰어오느라 미처 못 봤는데 실버핸드 속에 낯선 얼굴이 섞여 있었다.
네팔림에 있을 때 실버핸드와 꽤 오래 생활했지만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혹시 못 본 사이에 신입 단원이 들어왔나 싶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나이가 어렸다.
잘해야 열 살 전후?
왜 그런 소년이 이런 곳에 있다는 말인가?
“클렘 대장님,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
“응? 아, 이 녀석 말인가?”
클렘이 소년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나도 아직 잘은 몰라. 이 층을 지키고 있던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고 저쪽의 냉동 보관소를 열어 보니 그 속에 이 아이가 냉동 가사 상태로 잠들어 있더군.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였지만 뭔가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일단 이 성을 다 돌아본 뒤에 데리고 나가 의사에게 보일 생각이야. 이 아이가 기억을 되찾으면 이 지저세계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겠지.”
“냉동 보관소에 잠들어 있었다고요?”
아크가 멍청한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이자리온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내용이 떠올랐다.
-어떤 형태로든 변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 속에 숨어든 놈은 수많은 동족을 집어삼키고…… 아래층의 냉동 보관소 속에 봉인할 수 있었다…….
유난히 강조되어 있던 ‘우리’!
일기장을 읽을 때 아크는 그 말을 단순히 습격당했다는 뜻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앞에 ‘어떤 형태로든 변형이 가능하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설마…….
아크가 와락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모두 그 아이에게서 떨어져!”
“에? 왜 그러십니까?”
“너! 정체가 뭐냐?”
아크가 대원들의 말을 씹으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살을 찌푸리며 아크를 바라보던 소년의 입술이 돌연 길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기괴한 변화에 대원들이 움찔하며 물러나자 소년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쳇, 귀찮게 구는군!”
소년이 밀가루 반죽처럼 뭉개지는 얼굴로 아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백 년이나 굶었다. 하지만 참았지. 네놈들을 따라가면 더 많은 버러지들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네놈은 아무래도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모양이군. 어떻게 내 정체를 알게 됐는지는 묻지 않겠다. 네 뇌수를 빨아먹으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이로서 네놈들의 운명은 결정됐다. 수백 년 만에 나를 깨워 준 인간들. 그 보답으로 좀 더 숨 쉬게 해 주고 싶었지만 저 녀석 탓에 내 정체가 발각됐으니 이만 죽어 줘야겠다. 그렇다고 저 녀석을 원망할 필요는 없어. 솔직히 나도 더 이상은…….”
소년의 목소리가 점점 둔탁하게 변했다.
그와 함께 소년의 얼굴에 거미줄처럼 퍼져 가는 균열도 더 커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얼굴 전체가 균열로 뒤덮였을 때, 잘게 변한 피부가 떨어져 나가며 시커먼 기운이 확 뿜어져 올라왔다. 그리고 한데 뭉쳐 마치 거대한 점액질 같은 형태로 변했다.
-……식욕을 참을 수가 없으니까!
-이레이저Eraser 등급의 몬스터 합성수 ‘데미안’이 출현했습니다!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 SPACE 8. 데미안 (1)
“뭐, 뭐야?”
“그 아이의 정체가……!”
“맙소사! 대체 저걸 뭐라고 불러야 해?”
주위의 대원들이 ‘ㅇㅁㅇ’이런 얼굴로 물러나며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 중심에 ‘그것’이 있었다.
마치 액체 상태로 변한 살점과 내장이 젤리 상태로 굳어 있는 듯한 거대한 점액질 덩어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의 시체가 뒤엉켜 있는 것 같은 점액질 덩어리의 표면은 검붉은 윤기를 번들거리며 쉬지 않고 꿈틀거리며 기이한, 실로 기이한 불쾌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 괴이한 생명체의 출현에 모두가 공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쏴라!”
가장 먼저 소리친 사람은 클렘이었다.
이에 실버핸드의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꺼내 들었다.
25mm 대구경 라이플을 빼 든 클렘 뒤로 페드로가 팀장을 맡고 있는 어택커는 기관총을! 헥스가 팀장을 맡고 있는 스케빈저들은 전자기 기뢰나 C-6 따위의 폭발물을!
퉁! 퉁! 투투투투! 퍼펑! 콰지지지!
그와 함께 솟아오르는 불기둥과 사방으로 퍼지는 뇌전의 소용돌이!
마치 공간 전체가 사라지듯 시커먼 연기에 뒤덮였다.
이것이 실버핸드! 10여 년간 이스타나 전역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은 실버핸드 대원들의 힘이었다. 그러나…….
-크크크크. 웃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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