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96)
아크 더 레전드-396화(396/875)
[396] SPACE 8. 데미안 (3)퉁! 퉁! 퉁! 퍼펑! 퍼펑!
데미안의 등장으로 당혹스러워하던 것도 잠시.
다크에덴과 실버핸드 대원들은 곧 진형을 갖추고 떼 지어 몰려드는 공룡을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리나와 퍼거슨, A, B도 기대 이상의 활약―이리나는 아크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퍼거슨과 A, B는 뭐라도 해야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가지 않을 것 같아서―을 펼치며 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전투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속속 쓰러지는 공룡들.
“됐어! 할 수 있어!”
“이대로 몰아붙여 본체까지 쓰러뜨리자!”
이에 대원들이 활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소리쳤을 때였다.
-……몰아붙여? 본체?
침묵을 유지하던 데미안이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웃기는군. 설마 네놈들, 지금 나와 싸운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차, 착각?”
-나는 수백 년이나 갇혀 있었다. 그런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굶주림? 천만에. 고독이다. 그렇다고 네놈들이 생각하는 그런 고독은 아니야. 최강의 포식자로 태어난 내가 느끼는 고독은 피식자에 대한 그리움. 먹잇감으로서가 아닌 장난감으로서의 그리움이다. 내가 네놈들을 바로 삼키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다. 즐기기 위해서. 그저 먹이에 불과한 존재를 가지고 노는 쾌감은 각별하지. 하지만 내가 그보다 좋아하는 것은 너희들의 감정이다. 완벽한 나조차 느끼지 못하는 단 하나의 감정!
그때였다.
10여 분의 전투로 대원들이 쓰러뜨린 20여 마리의 공룡.
검붉은 점액질로 변해 있던 그 공룡들의 사체가 일제히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위로 확 솟아오르더니 처음의 공룡 모습으로 변했다.
모습만 변한 게 아니었다. 생명력도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100% 상태! 각종 버프의 도움을 받아 20여 분 동안 피 터지게 싸워 쓰러뜨린 공룡들이 몽땅 부활한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대원들이 비명을 터뜨리며 주춤거렸다.
그러자 공룡 떼의 뒤에 자리 잡은 거대한 점액질, 데미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바로 그것이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아니, 최강의 존재로 태어나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감정! 공포! 그리고 절망! 내가 보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너희들의 그 표정이야말로 내가 최강의 포식자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주니까! 좋아! 나를 기쁘게 해 준 대가로 한 가지를 더 말해 주지!
“필요 없다!”
레피드가 뛰어나간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권총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바로 앞에 서 있는 뿔 공룡, 트리케라톱스를 향해 순식간에 10여 발의 탄환을 연사했다.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 것은 그다음이었다.
탄환이 공룡의 몸에 쑤셔 박히는 순간, 돌연 공룡이 좌우로 길게 늘어나더니 2마리로 분열한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공룡들도 반으로 갈라져 2마리로 분열되었다.
그렇게 늘어난 공룡은 80여 마리!
9층은 엄청난 넓이였지만 공룡이 80마리로 늘어나자 빈틈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레피드마저 전의를 잃은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데미안의 웃음이 뒤따랐다.
-크크크크! 그러니 말을 할 때 들었어야지. 이제 알겠나? 네놈들의 무기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양의 이가 늑대의 가죽을 뚫지 못하는 것처럼. 그게 피식자에 불과한 너희들과 포식자인 나의 차이다. 무슨 짓을 해도 메울 수 없는 차이. 불멸! 그리고 최강! 그것이 바로 나, 최강의 합성수 데미안이다!
“최강의 합성수…….”
아크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아크의 머릿속에 이자리온의 일기장에 적힌 내용이 떠올랐다.
최강의 합성수!
나는 그 합성수에게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데미안은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현존하는 어떤 무기를 사용해도 대미지를 받는 속도보다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 능력만으로도 이미 데미안은 최강! 설사 모든 무라트가 몰려온다 해도 데미안을 쓰러뜨리지는 못하리라. 쿠핫핫핫핫!
그렇게 웃던 놈도 결국은 이곳에서 죽었다.
지저세계를 건설하고, 수많은 합성수를 부리던 알칸족도 데미안 하나 때문에 멸망한 것이다.
다시 말해 데미안은 한 종족을 멸망시킬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는 말. 이름 그대로 이레이저, 무적의 소멸자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크가 이자리온의 일기장을 떠올린 이유는 새삼 데미안이 무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차분히 임종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무적? 웃기지 마!’
여기는 게임 속의 세계다.
그런 세계에 무적이라는 것이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런 존재가 있다면 유저가 레벨과 스킬을 올리고 장비품을 맞추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제작자가 모두 또라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몬스터를 만들었을 리가 없을 터! 데미안은 알칸족이 자신을 무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창조주, 제작자들이 그런 존재를 허락할 리가 없는 것이다.
‘무적처럼 보인다면 아직 쓰러뜨리는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아크가 이자리온의 일기장을 떠올린 이유가 그것.
데미안에게도 약점이 있다면 단서가 적혀 있을 만한 곳은 하나, 이자리온의 일기장뿐이었다.
그 기억을 떠올릴 때였다.
‘가만? 혹시……?’
“특수탄! 레피드, 클렘, 특수탄 남은 건?”
“빌어먹을! 남은 거라니? 네가 언제 사 준 적이나 있어?”
다크에덴 직원의 대표로 레피드가 울컥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긴, 아크는 아직 직원들에게 특수탄 같은 고가의 탄환을 비품으로 지급한 역사가 없다.
가끔 현지 조달―전리품으로 획득할 때―로 가지고 있을 때도 있지만 그것도 전장의 경우. 공룡들이 설치는 지저세계에서 특수탄 따위가 현지조달 될 리가 없었다.
“우리는 지저세계에서 일주일도 넘게 갇혀 있었다. 아직까지 그런 게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이제 일반 탄환도 간당간당하다고.”
그리고 이건 실버핸드의 대표 클렘의 대답.
아크는 이제 하루 반나절이 지났지만 레피드 일행은 5~6일, 실버핸드는 9~10일을 지저세계에서 지냈다. 특수탄이 있었다 해도 아직까지 가지고 있을 리도 없었다.
따라서 현재 공격대에 남아 있는 특수탄은 ‘0’!
‘그렇다면 대체할 다른 방법은…… 그래, 그것밖에 없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아니, 되든 안 되는 이제 해 보는 수밖에 없다. 그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전멸밖에 답이 없어!’
“헥스, 헤겔, 나를 따라와라!”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린 아크가 소리치며 돌진했다.
절망에 빠진 대원들이 넋 놓고 있을 때 아크 혼자 움직이자 공룡들이 몰려들었다. 아니, 따로 몰려들지 않아도 아크가 돌진하는 공간에는 이미 10여 마리의 공룡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망설임 없이 가속을 붙이며 돌진했다.
‘기회는 한 번! 놈이 눈치채기 전에 돌파해야 한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아크의 손에서 펼쳐진 무라트 엘림의 비기 갤럭시 소드!
20여 분 동안 찔끔찔끔 회복한 포스를 박박 긁어 스킬을 발동하자 검광이 부챗살처럼 펼쳐지며 공룡들을 휩쓸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공룡으로 이루어진 벽을 허물기는 무리였다.
성난 포효를 터뜨리며 사방에서 달려드는 공룡들!
그러나 아크도 혼자가 아니었다.
“돕겠습니다! 환영난무!”
“저도 있어요! 탄영신彈影身! 쾌속의 검!”
아크의 좌우로 날아오는 두 줄기의 섬광은 엘라인과 기갑 전사로 변신한 이리나!
“어? 어? 어? 우리도 있습니다! A, B, 가자! 합체! 우오오오!”
뒤이어 퍼거슨이 방패를 든 A, B와 합체!
중전차처럼 변해 리볼버 런처를 연사하며 따라붙었다.
그러자 레피드가 ‘저 자식, 뭔가 있군.’이라고 중얼거리며 뒤따랐고, ‘사장의 위엄’ 효과를 받는 다크에덴의 직원들도 레피드의 뒤를 이어 합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클렘과 실버핸드 단원들도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따라붙었다.
“좋아! 어차피 죽기밖에 더 하겠냐?”
그러자 자연스럽게 아크를 선두로 쇄기 진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80여 마리의 공룡으로 이루어진 벽은 상상 이상으로 두꺼웠다.
모든 화력을 한 점에 쏟아부어 일격에 2~3마리의 공룡을 박살 냈지만 전체 숫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그조차 다른 공룡을 상대하는 사이에 재생되어 다시 앞을 가로막았다.
‘젠장! 좀 더 빨리 알아냈다면…….’
아크가 또다시 재생되는 공룡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데미안이 처음 나타났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아직 40여 마리밖에 되지 않을 때 전력을 동원했다면 공룡을 돌파하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때는 아크도 미처 데미안의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방심의 결과가 이것이다.
전력을 쏟아부어도 공룡의 재생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생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 이런 전투는 몇 시간을 해도 무의미!
그러나 아크는 아직 최후의 방법이 남아 있었다.
“퍼거슨! A! B!”
“네!”
“도발로 공룡을 유인해라!”
“네! 에? 네?”
힘차게 대답하던 퍼거슨과 A, B의 눈이 똥그래졌다.
아크가 생각한 최후의 방법이 이것이었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사실 다크에덴과 실버핸드로 이루어진 공격대는 그리 균형 잡힌 편성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5인 파티를 기준으로 최적의 편성은 탱커 1, 딜러 2, 보조 1, 힐러 1. 그래야 방어와 공격, 회복, 보조까지 균형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건 수십 명의 인원으로 이루어지는 공격대도 마찬가지.
그러나 현재 공격대는 대부분이 총기병. 다시 말해 딜러였다. 그리고 실버핸드에 소속된 스케빈저는 보조. 파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탱커와 힐러가 빠져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여유가 있어 회피력이 높은 레피드와 엘라인이 탱커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이런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회피력이 높아도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뿐더러, 탱커로서 가장 중요한 스킬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도발!
몬스터를 자극해 공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탱커의 핵심 스킬이다.
아크가 많고 많은 대원 중에 퍼거슨과 A, B를 지목한 이유가 그것이다. 물론 퍼거슨과 A, B도 탱커는 아니었다. 장비품을 보면 오히려 광역 딜러에 가까운 유저였다.
그러나 아크는 알고 있었다.
퍼거슨과 A, B는 무라티우스타에서 쿠휀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몸으로 막은 공(?)을 높이 사 보디가드라는 직업을 얻었다는 것을! 그리고 보디가드는 도발을 가진 직업이라는 것을!
퍼거슨과 A, B는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탱커의 자질(?)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자, 잠깐만요! 이런 상황에서 도발이라니? 저희는 1마리도 상대하기 힘들다고요! 아니! 무, 물론 아크 님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목숨 초개처럼 버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이 많은 공룡을 우리 셋이서 무슨 수로 다 도발을 먹여 유인합니까?”
“빌어먹을! 그런 건 니들이 알아서 어떻게든 해!”
“어, 어떻게든 하라니…….”
“하라면 해! 못하면 아오지 탄광이다!”
아크의 고함에 퍼거슨과 A, B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 그러나 퍼거슨과 A, B는 알고 있었다. 아크는 한다면 하는 놈이다. 특히 사람을 괴롭히는 쪽으로는 반드시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인간인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퍼거슨의 눈앞에 지옥 같던 기억이 떠올랐다. 며칠 동안 햇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오직 삽질만 하며 지내던 기억.
자고 삽질, 먹고 삽질, 싸고 삽질, 다시 자고 삽질, 먹고 삽질, 삽질, 삽질, 삽질……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설사 살아 돌아가도 그 지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으아아아악! 싫어! 싫어! 싫어! 싫어!”
퍼거슨이 비명을 터뜨리며 미친 듯이 도발을 남발했다.
효과가 있었다. 4마리의 티렉스가 퍼거슨과 A, B를 향해 돌진해 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공격대가 공룡 무리를 돌파하려면 최소 20~30마리는 도발해야 한다. 그러나 도발이란 적의 공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스킬. 티렉스 4마리의 공격을 받자 퍼거슨과 A, B는 도발은커녕 순식간에 빈사상태가 되어 버렸다.
“아, 안 돼!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아오지 탄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나에게 오란 말이다, 이 빌어먹을 공룡 새끼들아!”
절규에 가까운 퍼거슨의 외침!
그 순간!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광역 절대 도발(유저, 액티브) : 도발은 자신을 희생해 동료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의 외침입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극한에 이른다면 어떤 몬스터도 당신의 외침을 거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든 몬스터가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것뿐이지만. 어쨌든 보디가드의 자질을 갖춘 당신은 단숨에 모든 몬스터에게 몰매를 맞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뭐 축하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조심하십시오.
《직경 100미터 범위 모든 몬스터에게 도발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후 30초 동안은 어떤 상황에서도 도발이 유지됩니다.》
“과, 광역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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