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00)
아크 더 레전드-400화(400/875)
[400] SPACE 9. 투자펀드 발족! (3)그러나 그 이상으로 궁금해졌다. 계속 게임만 할 생각이었다면 왜 갑자기 경영학 공부를 했던 걸까? 그러나 아란에게 물어도 묵묵부답. 이에 아란을 지켜보라고 지시해 두었던 비서가 이런 보고를 가지고 온 것이다.
순간 유한필은 모든 의문이 풀렸다.
‘이제 알겠군! 그래, 아란이 경영 공부를 한 이유가 이거였어! 아란은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업 시뮬레이션이겠지. 훗날 내 사업체를 물려받을 때를 대비해 실제로 사업을 해 보고 있는 거야!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아버지의 사업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경영자가 되기 위해! 혼자 힘으로!’
유한필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매일 게임이나 한다고 걱정했는데 실은 이런 준비를 해 오고 있었다니! 그럼에도 아버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녀석이 괘씸하면서도 장하고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모르면 모르되 아비 된 입장에서 어찌 아들의 고군분투를 못 본 척하겠는가?
그래서 유한필은 질렀다.
“김 비서, 당장 직원을 보내 아란의 사업에 투자하게!”
“알겠습니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혼자 해 보겠다고 아버지에게도 말하지 않은 녀석이다. 맘 같아서는 100억이라도 투자하고 싶지만 너무 많이 도와줘도 안 되겠지. 3억. 그래, 그 정도면 되겠어. 3억이다!”
그런 유한필의 오버 덕분에…….
* * *
“3, 3억이라고?”
퍼거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란이 목표액 5억이라고 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억’ 단위의 돈이 모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첫 타자가 부른 게 1~2억도 아닌 3억이라니?
두 동생들의 잔고까지 합해도 300만 원밖에 되지 않는 퍼거슨으로서는 정말 ‘억’ 소리는 상황이었다. 이로서 퍼거슨과 A, B는 이로서 전 재산을 투자해도 0.5%의 지분밖에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0…… 0.5%도 적지 않아!”
퍼거슨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을 때였다.
“저는 5억을 투자하겠습니다!”
뒤이어 다른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이 남자는…….
* * *
“사업 설명회?”
“네, 분명 그렇게 들었습니다.”
누군가와 똑같은 대화를 나누는 중년인과 청년.
이들은 누군가와 똑같이 모 기업의 회장과 그의 비서였다.
이 모 기업의 회장은 조민선의 아버지. 그는 요즘 색다른 취미(?)가 생겼다.
그의 딸에게 들러붙은 현우라는 남자의 뒤를 캐는 취미였다. 사람의 뒤를 캐는 게 왜 취미냐, 그건 이 현우라는 녀석이 캐면 캘수록 수상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 하나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전설의 게이머.
일단 여기까지는 알겠다. 게임 따위로 인생 역전을 한다는 게 우습지만 그 역시 용돈―보통 사람들의 연봉이지만―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게이머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알 수 없는 부분은 그다음이다.
‘20대의 나이로 대기업의 이사라니? 그것도 게임을 잘해서? 단지 그 이유로?’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넌센스. 설사 기업 홍보용 인사라고 해도 이사라는 직함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니, 좋다. 뭐 글로벌엑서스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니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더 황당한 것은 고작 운이 좋아 이사가 된 녀석이 대체 무슨 수로 성연 그룹의 회장과 석유 재벌 압둘이라는 거물과 가까이, 심지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지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대체 이놈의 정체가 뭐야?’
그는 궁금증을 못 참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이 현우라는 놈은 까면 깔수록 ‘?’로 도배가 되어 있는 놈이다. 덕분에 그는 점점 더 현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 취미 수준까지 도달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현우라는 녀석이 또 수상한 짓을 시작했다.
게임 속의 혹성 개발 자금을 투자 받겠다며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
실제로 존재도 하지 않는 것을, 파는 것도 아니고 개발 투자를 받겠다니? 게임 따위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는 그가 보기에는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것처럼 허황된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은가?”
“이제 가상현실 속의 재산도 인정되는 세상이니, 절차만 확실하다면…….”
“가능하다는 말이군.”
그가 슬쩍 입술을 치켜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살짝 흔들어 볼까?”
“네?”
“2억. 넣어 보게.”
그는 아직 현우라는 남자를 모른다.
가족 관계나 경력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현우가 어떤 남자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의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은 돈 앞에서는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의 2억.
사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 돈이 주어졌을 때 현우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딸과의 관계는 그때 가서 생각해 봐도 늦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회장님, 방금 전에 사업 설명회에 보낸 직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사업 설명이 끝나자마자 3억을 투자한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3억?”
그의 눈가가 실룩였다.
게임을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게임 속에 존재하는 뭔가를 개발하는데 투자금 3억이라니? 그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다. 김 회장이나 압둘처럼 또 현우 주변에서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의문은 나중 문제.
‘현우라는 놈의 배후에 내가 모르는 조직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개뿔도 없는 놈이 김 회장이나 압둘과 가까이 지낼 수는 없어. 3억, 투자금으로 보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놈의 사업이라는 것이 게임 속의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많은 액수다. 그런 돈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녀석에게 흘러들어 갔을 리가 없다.’
이런 쪽으로 그의 직감은 놀라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뭔가 있다.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잠시 생각하던 그가 짧게 말했다.
“5억이다.”
* * *
“이게 뭐야? 다들 미친 거야? 나만 정상이야?”
퍼거슨이 황망한 눈으로 3억과 5억을 부른 사람을 돌아보았다. 3억? 5억? 평범한 월급쟁이는 평생을 일해도 한번 만져 볼까 말까 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그런 돈으로 집을 사는 것도 아니고 게임 속의 사업에 투자하겠다니? 퍼거슨과 A, B도 게임에 미쳐 사는 사람이지만 도무지 제정신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 저는 2억입니다!”
미친놈이 또 1명 등장했다.
이 미친놈의 정체는…….
* * *
“사업 설명회?”
또 똑같은 말이 시작되니 일단 Skip.
2배속으로 돌려서 설명하자면 세 번째로 등장한 미친놈은 소린. 게임특종의 기자였다.
우연히 펜타곤에서 나오는 연방 함대를 추격하다가 사라졌던 이큘러스가 다시 나타나는 장면을 촬영한 소린은 그때부터 아크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아크가 이큘러스 개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사업 설명회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
메인 MC인 이지웅에게 보고했다.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네? 기회라니요?”
“생각해 봐. 아크는 지금 계속해서 우리의 취재 요청을 거부하고 있잖아. 하지만 투자자가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 사업가가 가장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 투자자야. 돈을 쥐고 있다는 것은 결국 그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니까.”
“그러니까 형님의 얘기는…….”
“우리가 놈의 혹성에 투자하는 거다. 그것도 꽤 많이. 그러면 우리는 아크의 목줄을 쥐게 되는 셈이니 녀석도 더 이상 취재 요청을 거절하지는 못하지 않겠어?”
“그렇기는 하지만 그만한 돈을 어디서 구합니까?”
“그래 봤자 투자자는 유저야. 설사 그게 유망한 사업이라도 유저가 투자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 잘해야 1인당 몇백. 그러니 우리가 한 3~4,000 정도면 대주주가 되고도 남아. 일단 투자했다가 여차하면 빼도 그만이니 그 정도는 내가 마련해 보지.”
소린과 이지웅은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첫 타자가 부른 금액이 3억! 뒤이어 5억! 이에 당황해 버린 소린은 황급히 이지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혀, 형님, 여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이제 두 사람이 나섰는데 벌써 투자금이 8억을 넘겼다고요! 이거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작은 사업이 아니에요!”
-8, 8억이라고?
이지웅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이미 8억이 모였으니 3~4,000 따위는 넣어 봐야 흔적도 보이지 않으리라.
뭐 일단 넣었다가 분위기를 봐서 회수할 생각이기는 했지만 단지 아크를 취재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무리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 아크를 취재하기 위한 것만이라면 그렇겠지!’
그러나 8억이라는 말을 들은 이지웅은 바로 다른 부분에 생각이 미쳤다.
2명이 각각 한 번에 3억과 5억을 투자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런 거금을 투자하지는 않았을 터. 큰손(?)이 움직였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3억, 5억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크의 사업을 유망하다고 판단했다는 말이다. 이에 이지웅은 확신했다.
‘이 사업은 확실히 돈이 되는 거다!’
-이건 의외의 기회일지도 몰라! 내 예금을 몽땅 털어 줄 테니 최대한 베팅해!
그리하여 2억!
* * *
사람들이 그렇다.
살까 말까 망설이는 옷도 남이 먼저 사면 좋아 보인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 5,000원짜리 주식이 몇 시간 만에 6,000원, 7,000원이 되면 그 회사가 뭐 하는 곳인지조차 몰라도 유망해 보이는 법이다.
‘벌써 10억이다!’
‘아직 3명밖에 나서지 않았는데 10억!’
‘대체 뭐야? 이거 게임 속의 사업 설명회 아니었어? 게임 속의 사업에 어떻게 그만한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투자하는 거야?’
‘TV에 나온 혹성의 사업 설명회라기에 재미 삼아 와 봤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그래, 다시 생각해 보니 사업 설명을 하는 아란이라는 사람도 어째 평범한 유저처럼 보이지 않아. 어딘지 모르게 전문가 냄새가 난단 말이지.’
‘어쩌면 정말 굉장한 사업일지도 몰라!’
‘잘만 되면…….’
이지웅이 특별한 게 아니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재미 삼아 구경 왔던 사람들도 진지하게 투자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투자할 생각으로 온 사람들은 100만 원을 생각하다가 200만 원, 300만 원으로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들자 투자를 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가 되었다. 덕분에 설명회는 성황리에 진행되어 모인 투자금은 무려 20억!
“혀, 형님, 우리 지분은 0.075%예요.”
“그 정도 지분으로 아크에게 구박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묻지 마! 알면서 뭘 물어?”
덕분에 퍼거슨과 A, B는 울상이 되었고.
“꺄악! 현우 씨, 20억이에요! 20억! 완전 대박이라고요!”
조민선은 환호성을 터뜨렸고.
‘우하하하! 20억! 그 정도면 이큘러스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한꺼번에 건설할 수 있는 돈이다! 좋아! 기다려라, 마이 혹성 이큘러스! 돈질이 뭔지 보여 주마!’
현우의 머릿속은 벌써 이큘러스로 날아가 있었다.
* * *
같은 시각.
전면의 창으로 문제의 혹성 이큘러스가 보이는 우주선의 내부. 후드를 턱까지 눌러쓴 5명의 사내가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백색 눈동자로 이큘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1명이 뒤쪽에 앉아 있는 사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실패한 모양이군요.”
“그런 것 같군.”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상관없다. 각성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필요한 데이터는 충분히 모았으니.”
“하지만 대공께서는…….”
“상, 관, 없, 다, 고, 했, 다!”
뒤에 앉은 사내, 다른 사내들과 달리 후드 사이로 하얀 피부의 턱이 드러나 보이는 남자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에게 재차 말을 건네던 사내는 흡사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몸을 경직시키며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렸다.
그의 몸이 다시 움직인 것은 붉은 눈동자의 시선이 이큘러스로 옮겨진 뒤였다.
“죄, 죄송합니다.”
사내가 땀을 닦아 내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붉은 눈동자의 사내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묵묵히 이큘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드 사이로 드러난 사내의 입술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너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아크!’
사내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내가 얼마나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너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리고 나만큼은 아니라도 너 역시 나를 만나고 싶겠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우리가 만나는 것은 좀 더 먼 훗날이 될 것이다. 시간은 많으니까. 느긋하게 즐겨 주지.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누릴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리면서 가능한 한 높이 올라와라. 그래야 떨어뜨리는 보람이 있을 테니까.’
“돌아간다! 워프를 준비하라!”
사내가 빙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사내들이 탄 우주선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빛의 입자에 휩싸였다. 그리고 곧 섬광으로 변해 공간을 관통하는 우주선에는 검은 늑대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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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더 레전드 1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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