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03)
아크 더 레전드-403화(403/875)
[403] SPACE 1. 설명회가 끝나고…… (3)석판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늑대 형상의 균열.
그런 일련의 일들이 왠지 모르게 아크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니, 균열의 형상은 단순히 우연에 불과하더라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봉인을 깨뜨렸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대체 누가? 왜?
그 부분이 해명되지 않는 이상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토트의 설명을 듣는 사이에 또 다른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카르마가 나쿠마를 봉인한 이유는 방치하면 끝없이 증식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봉인이 깨졌다. 뭐 그 속에 봉인되어 있던 에이션트 나쿠마는 처리했지만, 지금까지 들은 말을 종합하면 나쿠마는 불멸의 존재. 다시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잖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만약 한창 개발이 진행되는 도중에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설사 이번처럼 잘 마무리된다 해도 투자자들이 가만있지 않으리라! 그리고 벌떼 처럼 들고일어나 투자금 반환을 요청하면 아크는 순식간에 파산!
‘지금이라도 개발을 중지시켜야 하나?’
불안감에 휩싸인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사정을 전해들은 토트가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네? 왜요?”
-말했듯이 나쿠마는 카르마의 출현과 함께 나타난 존재들이다. 그리고 둘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르마가 사라지자 나쿠마의 증식도 멈췄지. 이미 발생한 나쿠마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4대 천족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 그러니까 무한히 증식하는 일은 없어졌다는 말이다. 그리고 카르마와의 전쟁이 끝난 뒤에는 4대 천족도 나쿠마를 상대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4대 천족이 나쿠마의 본체가 영체라는 것을 알아낸 시점이 이때였다.
그리고 영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각자의 방식으로 영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기를 개발했다.
이건 여담이지만, 무라트가 귀암성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영체와 관련된 연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카르마가 물러간 지 얼마 되지 않아 4대 천족의 분쟁이 시작되는 바람에 영체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무기까지는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체에 치명적인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많이 개발되었지.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영체에 타격을 입히면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더라도 다시 나쿠마로 부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지.
“혹시 그런 무기를 구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너 역시 이미 가지고 있지 않은가?
“네? 제가요?”
-그래, 네가 사용하는 광선검. 그런 에너지 무기가 영체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쿠마의 본체가 영체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는 기계 몸만 파괴했으니 증식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놈들의 본체가 영체라는 것과, 에너지 무기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완전히 근절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부활 속도를 늦춰 상대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네가 이큘러스의 나쿠마를 상대할 때 기계 몸만 파괴한 것이 아니라 본체에도 타격을 입혔다면 설사 부활한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내용을 알고 한 짓은 아니지만.
에이션트 나쿠마는 에너지 무기로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처리했다. 결과적으로 토트의 말대로라면 설사 부활한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가 될 것이고, 그마저 에너지 무기를 사용하면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리하자면 당장 걱정할 일은 없다는 뜻.
“……다행이다!”
-다행은 뭐가 다행이냐, 이 멍청아!
안도의 한숨을 불어 내는 아크의 귀에 토트의 고함이 박혀들었다.
-그 귀는 장식이냐? 대체 뭘 들은 거냐? 말했잖아! 이 은하계에 나쿠마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카르마가 출현한 이후부터였다고! 하물며 혹성을 통째로 삼키는 나쿠마의 등장은 당시에도 흔한 일이 아니었어! 그런데 다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뭐가 다행이라는 거냐?
“하지만 나쿠마라면 이스타나에도…….”
-네가 말한 나쿠마는 그런 조무래기가 아니잖아! 게다가 나쿠마를 봉인하고 있던 석판이 깨져 있었다며? 그건 누군가가 작정하고 나쿠마의 봉인을 풀었다는 말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뭐가 그건 그렇지만이야?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난 놈은 이래서 문제라는 거야! 안전불감증이 문제라고!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 거냐? 그 전에 발생했던 음에너지 사건 그리고 이번의 나쿠마 사건, 모두 카르마와 연관이 있는 것들이잖아! 그게 만약 진짜 카르마와 관련이 있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잊은 거냐? 너는 엘림의 후예다! 너의 가장 큰 사명은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것! 그리고 카르마는 이 은하계의 가장 큰 적이다! 그런 카르마와 관련된 수상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뭐가 다행이라는 거냐?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야! 하지만이! 내가 말했지? 음에너지 사건이 좀 뒤끝이 찜찜하니까 더 조사해 보라고! 조사해 봤어? 안 했지? 안 했잖아! 그러면서 기껏 한다는 짓이 혹성 개발이네 뭐네 하는 하찮은 일만 쫓아다니고 말이야! 대체 엘림의 후예라는 자각이 있기는 한 거냐? 엘림의 후예면, 엘림의 후예답게, 엘림의 후예로서 자각을 가지고! 응?
“저도 말 좀 하자고요!”
참다못한 아크가 버럭 소리쳤다.
“음에너지 조사는 아직 진척이 없지만 하기 싫어서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 뒤로 생명의 나무는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고 은하연방에서도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 마땅히 알아볼 데도 없단 말입니다! 그리고 혹성 개발도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라고요! 나도 먹고살아야죠! 엘림의 후예라고 따로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면 누가 밥을 줍니까? 탄환값이라도 줘요? 아니잖아요! 솔직히 땡전 한 푼 받지 못하면서 이 정도라도 하면 엄청 노력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저도 힘들다고요! 엘림의 후예랍시고 마음대로 부려먹고 싶으면 먹고 살 걱정이라도 하지 않게 월급이라도 주던지! 돈이 없으면 뭔가 엄청난 보물이 묻혀 있는 지도라도 주든지!”
참으로 지당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토트도 나름의 주장이 있었다.
-멍청아, 그딴 혹성 아무리 개발해도 카르마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말짱 황이야! 너뿐만이 아니라 은하계의 모든 종족의 전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아직 나타난 것도 아니잖아요!”
-아니지. 그러니까 더 수상한 움직임을 파헤쳐야 한다는 말이다! 나타나면 이미 늦으니까! 네 녀석이 개발한다는 이큘러스인지 뭔지도 몽땅 박살 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아니, 박살 난다! 박살 날걸! 분명 박살 날 거야! 팍, 하고! 펑, 하고!
“하여간 말을 해도 꼭…….”
-그러니까 위기의식을 좀 가지란 말이다!
“이미 충분히 갖고 있거든요? 이번 혹성 개발에 실패하면 카르마가 나타나기도 전에 굶어 죽을 판이니까!”
-제대로 대비를 하라고! 음에너지 조사도 제대로 하고! 응? 그리고 신기는 어떻게 된 거냐? 왜 인쿼리에 다녀온 뒤로 계속 딴짓만 하는 거야? 오신기는 진정한 엘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지금 너는 무엇보다 오신기를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란 말이다!
“그건…….”
잠시 머뭇거리던 아크가 한숨을 불어 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크 역시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뭐 토트가 주장하는 대로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원대한 포부 때문이 아니더라도, 유저에게 퀘스트는 마냥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진행 중인 직업 퀘스트
《음에너지의 조사(직업 전용-I)》 : 은하계 변경에서 감지된 음에너지의 조사.
《위대한 여정의 시작(직업 전용-II)》 : 오신기를 찾아라.(3/)
게다가 이 두 가지는 직업 퀘스트.
아크도 목록을 확인할 때마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음에너지의 조사》는 사실상 사건이 종결되어 더 이상 알아볼 구석이 없었다.
그럼에도 토트는 뭔가 찜찜하다는 이유만으로 퀘스트를 완료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니면 치매―버그―에 걸렸거나…….’
어쨌든 알아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으니 일단 패스.
사실 이 퀘스트는 딱히 아쉬울 것도 없었다. 문제는 두 번째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다.
오신기를 찾는 퀘스트!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오신기는 최고 등급의 장비품이다. 뿐만 아니라 토트가 열변을 토하는 것처럼 진정한 엘림, 그러니까 상위 직업 전직에 필요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가장 마음이 급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크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뭉그적거리는 이유?
물론 인쿼리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큘러스 그리고 지저세계로 가야 했던 이유도 있었다. 또한 이큘러스 개발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네 번째 신기의 위치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귀암성에서 찾은 자낙스의 메모리 칩 안에는 네 번째 신기가 숨겨진 장소의 단서도 들어 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수수께끼 같은 방식도 아니어서 은하연방의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유력한 후보지를 찾아내었다.
문제는 바로 그 장소에 있었다.
당장은 아크가 갈 수 없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까지 시시콜콜 토트에게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물며 할 일을 제쳐 두고 놀고 있네 어쩌네 하는 잔소리를 들은 직후라면.
“제게도 사정이 있습니다.”
-사정은 무슨 놈의 얼어 죽을 사정? 그냥 게으름 피는 거지! 나 참, 자낙스 녀석은 왜 하필이면 이딴 놈을 후계자로 삼은 거야?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아크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몸을 돌렸다.
“어쨌든 음에너지 조사든 오신기 찾기든 나도 나름대로 부지런히 알아보고 있으니 닦달하지 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많아 머리가 지끈거린단 말입니다.”
-부지런히 알아본다는 게 고작 이거냐? 야, 인마! 어디 가?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어어? 진짜 나가냐? 야! 빌어먹을 자식! 그래, 늙었다고 무시한다 이거지? 흑, 젠장! 늙으면 죽어야지.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무시나 당하고.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리고 이어지는 토트의 말을 씹으며 성소를 나왔다.
* SPACE 2. Don’t STOP! (1)
“쳇! 정말이지…….”
토트는 어째 날이 갈수록 시어머니가 되어 간다.
뭐 음침한 성소에서 그저 둥둥 떠 있기만 해야 하는 신세니 답답한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래도! 명색이 현자였다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사실 아크는 원래 토트에게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었다.
바사크의 인격으로 돌아온 바이우스 골렘.
원래 토트와 바사크는 과거 무라티우스타에서 알던 사이였지만, 불행한 사고―당시 무라티우스타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세트와의 전투―로 인해 바사크는 바이우스 실드에 봉인되고, 토트는 광구가 되어 성소의 인테리어 소품(?) 신세가 되어 버렸다. 좋게 말하면 영생불사의 몸이, 나쁘게 말하면 인생 대차게 꼬여 버린 둘을 재회는 나름 뜻깊은 시간이 되리라.
뭐 겸사겸사 바사크의 상태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도 물어보면 도움이 될 테고 말이다.
하지만 관뒀다.
아크는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토트는 한번 잔소리 모드로 돌입하면 한도 끝도 없었다. 뭐 그래도 일단은 명색이 엘림의 스승이니 그런 잔소리도 들어 두면 도움이 될 때가 있지만, 지금은 그런데 할애할 시간 따위는 1초도 없었다.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정의의 용사? 말은 쉽지.”
말이 좋아 정의의 용사지 광선검 하나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고 누가 월급이라도 주냐?
과거의 엘림들은 무라트라는 스폰서가 있었으니 한도 무제한의 스카―스폰서 카드―라도 받았겠지.
아니, 무라트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이었으니 굳이 카드 따위 없어도 어딜 가나 VVVIP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개뿔도 없다.
덕분에 탄환 하나부터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날아가는 우주선의 연료까지, 모든 경비를 사비로 충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설사 당장 카르마가 쳐들어와도 우주선 연료가 떨어지면 구경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일만 하라니?
수백 년을 성소에 처박혀 잠만 자느라 현실 감각이 없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때는 바야흐로 자본주의 시대!
마왕도 돈이 없으면 세계정복 따위는 꿈도 못 꾸고, 정의의 용사도 돈이 없으면 굶어 죽는 시대다.
-Money is power!
돈이 곧 힘인 세상!
그것만은 현실과 게임이 다르지 않다.
“그래, 깊게 고민할 필요 없어. 루시퍼는 궁극의 목표라는 애매모호한 과제를 제시했지만 종착지는 크게 다를 것도 없어. 개인전이든 팀전이든 세력전이든 답은 하나다. 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은 강한 놈이 이기는 거야. 그리고 그 강함을 떠받치는 것이 바로 자금.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보다 많은 병사를 양성하고 보다 많은 병기를 동원하는 쪽이 이기기 마련이다. 그러니 궁극의 목표가 뭔지 모르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비는 하나!”
필요할 시기에 필요한 만큼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지금!
오랜 시간 공들인 영지 혹성 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개척지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 호크. 그리고 아직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상상 이상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을 루시퍼.
이 둘을 생각하면 지금도 늦은 감이 있었다. 그러니 한가하게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큘러스에만 신경 쓸 수는 없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큘러스는 앞으로 아크가 세력을 키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영지 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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