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06)
아크 더 레전드-406화(406/875)
[406] SPACE 2. Don’t STOP! (4)“탁월한 선택이네. 그렇지 않아도 일부 개척자들이 귀중품을 맡길 데가 없어서 던전 탐사를 할 때 부담스럽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네. 귀중품 보관 창고를 만들면 개척자들이 대도시를 왕복하는 불편을 해소해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될 거야.”
하마드란이 ‘!’를 띄우며 대답했다.
NPC가 이런 반응을 보이면 대체로 좋은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그럼 또 하나는?”
“방역 설비를 확충할 생각입니다.”
“방역 설비라면 이미 관리 사무소에 있지 않나?”
몇 달 전 쥬벨 후작과 라이오스사가 S-20을 날로 먹기 위해 정치적으로 압박했을 때가 있었다.
이때 쥬벨 후작이 꺼낸 카드가 《감사 명령》.
안전 설비와 방재, 위생 설비를 갖추지 못하면 섹터 관리자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명령이었다.
이때 아크는 쥬벨 후작과 라이오스사가 모종의 협작을 했다는 증거를 확보. 라이오스사를 압박해 S-20 앞에 건설 중이던 연구소를 무기한 임대받을 수 있었다.
그게 현재의 관리 사무소.
라이오스사가 S-20을 차지할 목적으로 건설하던 것이라 관리 사무소 내부에는 각종 연구 시설과 기본적인 방역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
하마드란이 말한 방역 설비는 그것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S-20은 외우주의 이큘러스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이큘러스는 은하연방에서도 외곽, 개척지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 혹성입니다. 이큘러스를 통해 유입될 물자와 개척자들을 생각하면 현재 관리 사무소의 방역 설비로는 부족합니다.”
이제 S-20은 영지 혹성과 다이렉트로 연결된다.
그만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나 세균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졌다는 뜻.
아크는 알고 있었다.
한창 잘나가던 도시도 고작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하나에 붕괴 직전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바로 자렘이 그런 케이스였다.
뭐 사실 무라트의 유물을 함부로 건드린 탓에 일어난 일이지만, 비슷한 일이 S-20에서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위험이 있다면 미리 준비해 두는 편이 좋다.
이미 일이 터져 버리면 무슨 짓을 해도 뒷북치기밖에 되지 않으니까. 그런 아크의 설명에 하마드란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도 곧 ‘!’로 바뀌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하긴 당장 돈이 되는 시설만 중요한 게 아니지. 방재나 방역이란 문자 그대로 지키기 위한 것. 긴 안목으로 본다면 간과할 수 없지. 알겠네. 바로 예상을 편성해 물류 창고와 방역 시설 건설을 추진하겠네.”
“한 가지 더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근래 들어 점점 연구가 필요한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참에 전문 방역 시설을 세우면 관리 사무소의 방역 설비를 철거하고 연구 시설을 확충할 생각입니다.”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연구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아크가 종종 주워 오는 세포 조직을 ‘MIX UP 용액’으로 만드는 데도 하루 이틀이 필요하다.
이건 그나마 양반. 인쿼리의 무라트 유적에서 얻은 <설계도 : 미확인> 같은 경우는 보름이 넘는 연구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로 제이와 토리에게 연구를 맡기고 이큘러스와 지저세계를 돌아다니고 왔지만 아직 연구는 40%밖에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큘러스 개발이 본격화되면 아크의 활동 범위도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당연히 미확인 아이템이나 설계도 따위를 얻을 일도 더 많아질 것이다.
연구소에 과부하가 걸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그때마다 먼저 진행시킨 연구가 끝날 때까지 주야장천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뭐 그나마 미확인 아이템은 실버스타의 분석기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제대로 설비를 갖춘 연구소보다 몇 배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건 상당한 페널티였다.
아스트랄 망토(레어)
아이템 타입 : 망토
착용 제한 : 레벨 150
방어력 : 50 내구도 : 60100
반투명한 상태로 유령처럼 펄럭이는 신비한 재질의 망토입니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이 신비한 망토의 재질은 아스트랄이라고 불리는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스트랄은 우주를 이루는 주요 에너지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스트랄을 옷감 따위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실제 이 망토의 재질이 진짜 아스트랄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존하는 어떤 재질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망토에서 뿜어지는 아스트랄의 에너지는 당신을 보다 민첩하고 영리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민첩 +25, 지능 +25》
《특수 옵션(아스트랄의 비행) : 망토를 펼치면 아스트랄의 힘으로 부유 능력이 생겨 잠시 동안 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비행이라고는 하나 행글라이더처럼 활강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험난한 외계 혹성을 탐사할 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스트랄 망토’는 에이션트 나쿠마가 떨군 ‘신비하게 흔들리는 망토’의 분석 결과였다.
이레이저 급의 보스 몬스터가 떨군 전리품답게 레어 템. 망토치고는 상당한 방어력에 아크에게 필요한 민첩과 지능을 25씩이나 올려 주는 효과가 붙어 있었다.
문제는 특수 옵션인 ‘아스트랄 비행’.
잠시 비행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 스킬이었다.
‘만약 지저세계로 가기 전에 아이템 분석을 끝내고 망토를 사용했다면…….’
헬 하운드를 타고 노스페라트로 날아가다가 저격당했을 때 그렇게까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았으리라.
뭐 그래도 어찌어찌 살아남았지만! 그리고 결국 데미안까지 처리하고 돌아올 수 있었지만! 만약 그때 아스트랄 망토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하지 않아도 됐을 고생이었다.
날 수 있으니까!
그냥 날아서 가면 됐을 테니까!
그러나 이제야 망토의 성능을 알아냈다.
완전 뒷북이었다.
S-20에서 진행되는 연구 목록-1
연구 내용 : <설계도-미확인>
연구 인원(2) : 제이, 토리
《진척도 : 53%…….》
실버스타에서 진행되는 연구 목록-2
연구 내용 : 아이템 분석(신비하게 흔들리는 망토-완료<아스트랄 망토 획득>, 영혼석-분석 중)
연구 인원(2) : 헤겔, 헥스
《진척도 : 67%…….》
뿐만 아니라 <설계도 : 미확인>의 연구는 여전히 지지부진. 아이템 분석도 이번에 겨우 ‘신비하게 흔들리는 망토’를 확인했을 뿐, ‘영혼석’은 아직도 분석 중이었다.
덕분에 지저세계에서 얻은 ‘합성수 개발 연구 자료’나 공룡의 생체 조직을 MIX UP 용액으로 만드는 연구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구 스킬을 가진 직원도 늘리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연구 설비로는 이미 보유한 연구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마침 실버핸드의 합류로 아이템 전문가인 헥스도 들어왔으니 이참에 연구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돈이 들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아크에게 자금 압박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 지른다! 있을 때 지른다!
“알겠네. 그리 조치하지.”
“인원이 필요하면 바이엔과 상의하십시오.”
“그러지.”
‘자, 그럼 다음은…….’
전반적인 상황을 체크한 아크가 다음으로 시선을 돌린 곳은 관리 사무소의 뒤에 자리 잡은 인공 호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공 호수 옆에 새로 생긴 텃밭이었다. S-20의 생산 분야를 담당하는 멜린이 다가온 건 그때였다.
“아크, 왔는가?”
“멜린 님, 저 텃밭은 뭡니까?”
“자네가 일전에 말하지 않았나? 식량 공장 규모에 비해서 자렌족이 너무 많으니 뭔가 새로운 수익 사업을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하지만 갑자기 생각하려니 좀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더군.”
멜린이 ‘;;’ 반응을 보이던 일이었다.
현재 S-20의 인공 호수에 사는 문어는 자렘에서 이주해 온 146마리와 인쿼리에서 데려온 100마리를 합해 246마리.
그중 식량 공장을 24시간 가동시키는 데 필요한 인원은 약 200마리다. 결국 나머지 50마리 정도는 놀고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크가 그런 꼴을 그냥 봐 넘길 리가 없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을 자격도 없다!
아크의 변치 않는 가치관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무턱대고 문어들에게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무책임한 관리자가 아니었다. 일자리 창출은 어디까지나 관리자의 몫. 이에 아크는 S-20의 생산 담당 멜린에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지시해 두었던 것이다.
이에 멜린이 내놓은 답이 바로 텃밭이었다.
“사실 이건 토리의 아이디어였네.”
“토리요?”
“그래, 토리는 S-20에 있을 때 항상 주위를 돌아다니며 씨앗을 모아 비밀 장소에 숨겨 두고 있었던 모양이네. 그런데 며칠 전에 그중 일부에 싹이 나 버렸다고 구시렁거리더군. 싹이 나기 시작한 씨앗은 맛이 없다던가? 아끼다가 똥 됐다며 몽땅 버리더군. 그때 생각했지. S-20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는 땅도 있고 폭포 호수에서 끌어오는 물도 있네. 그리고 남아도는 자렌족도 있지. 그러니 이참에 S-20에서도 작물을 키워 보면 어떨까 하는.”
“작물이라…….”
살짝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원초적인 품목인 것이다. 농작물은 재배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수익도 그리 높은 품목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험 삼아 해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일단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으니 위험 부담이 없었고, 보아하니 문어의 신체특성을 잘 살릴 수 있어 보이니까.
무슨 말이냐면…….
휘익! 푹푹푹! 후두둑! 찍찍찍!
텃밭을 돌아다니는 문어들은 8개의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모종삽을 들고 있는 4개의 다리로 밭을 푹푹 파고 4개의 다리로는 후두둑 씨앗을 뿌린다. 그리고 주전자처럼 길게 뻗어 나온 문어 주둥이로 물을 찍찍 뿌리면 끝.
2~3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하는 것이다.
덕분에 이미 인공 호수 옆에는 상당한 크기의 텃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어쩌면 의외로 잘 맞는 사업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작물은 뭘 심고 있습니까?”
“지금은 시험 삼아 이것저것 심어 보고 있는 중이네. 하마드란에게 부탁해 시델린에서 비교적 시세가 괜찮은 작물의 씨앗을 구해 왔지만 아직 S-20의 환경에 어떤 품종이 잘 맞는지 모르니까.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한 달은 기다려 봐야 할 거야.”
“기왕이면 향신료 쪽이 좋겠는데요.”
섹터가 크다고 해도 농경지로 쓸 만한 땅은 많지 않다.
일반 작물을 키워 봐야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단위 면적당 수익률이 높은 향신료를 재배하는 편이 낫다.
일반 작물보다 비싸기도 하지만, 우주 식량과 조합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크의 제안에 멜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향신료가 일반 작물보다 비싼 이유는 그만큼 재배하기가 힘들어서야. 일반 작물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확량을 늘릴 수 있지만 향신료는 유전자 조작을 하면 품질이 엄청 떨어지거든. 일반 작물과 달리 향신료는 기호품이라 품질이 떨어지면 제값을 받기 힘들지. 그러니 제대로 된 향신료를 재배하려면 일반 작물의 몇 배에 달하는 일손이 필요해.”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손은 곧 더 데려올 테니까요.”
“일전에 말한 자렌족 말인가?”
“네.”
R-14의 부룸 일족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아크는 이전에도 몇 번이나 부룸 일족을 떠올렸었다.
그러나 인쿼리에서 문어 100마리를 주워(?) 당장 부족한 노동력이 확보되었다.
뭐 그래도 바쿰의 다리를 하나 더 떼어먹으려면 언젠가는 데려와야 하지만,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하물며 영지 혹성 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아직 시험 단계에 불과한 작물 재배를 위해 일부러 R-14까지 다녀올 이유가 없었다.
‘뭐 그 녀석들을 언제든 데려올 수 있으니까.’
그리하여 일단 패스.
‘자, 이제 섹터 정리도 끝났으니…….’
바이엔과 하마드란, 멜린까지. 섹터의 행정과 재정, 생산을 담당하는 관리 3인방에게 대강 지시를 해 두고 관리 사무소로 향하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장님이 오셨다! 정렬!”
바이엔의 고함에 일사불란하게 정렬하는 사람들은 다크에덴의 임직원 일동. 그중에는 베라드와 랄프 등 지저세계에서 전사한 6명의 대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크가 사업 설명회 일로 뛰어 다니는 사이 페어리로 부활해 돌아온 것이다.
“고생이 많았다.”
“아닙니다. 이 역시 다크에덴의 직원으로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
“벨타나에서 죽기를 밥 먹듯이 했던 저희입니다. 더구나 그때는 희망도 없이 그저 죽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회사와 형님을 위해서가 아닙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보다 실버핸드 대원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희야 개척자라 부활이라도 할 수 있지만…….”
“마음 쓰지 말게.”
클렘이 고개를 저으며 나섰다.
“우리는 용병단이다. 그리고 용병에게 위험은 항상 함께하는 것. 죽음을 각오하지 못하는 사람은 용병이 될 수 없어. 그러니 새삼 동정을 받을 이유도 없지.”
쿨내 진동하는 클렘의 말이었다.
아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들은 대로다. 이번 지저세계 탐사로 인해 우리는 물론 실버핸드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클렘 단장은 저렇게 말해 주었지만 우리를 믿고 구조를 요청한 이상, 그들을 모두 구조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가 실버핸드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탓이다. 언제까지나 지난 잘못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반성은 해야 한다. 명심해라. 이제 우리는 용병단이 아니다. 섹터, 그리고 이제 곧 이큘러스의 개발이 시작되면 영지 혹성을 보유한 조직이 된다. 그리고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조직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 그러니 각자 맡은 바 임무를 100%! 아니, 120% 완수할 수 있는 직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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