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07)
아크 더 레전드-407화(407/875)
[407] SPACE 2. Don’t STOP! (5)“알겠습니다!”
직원들이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3명. 새삼 각오를 다지는 직원들과 달리 아크의 눈을 슬슬 피하는 무리가 있었다.
아크가 슬쩍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들을 호명했다.
“퍼거슨! A! B!”
“네? 네, 아크 님!”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는 3인은 퍼거슨과 A, B.
지저세계에서 기적 같은 ‘절대 광역 도발’ 스킬을 깨달은 대가로 공룡 떼에 우적우적,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방금 전에야 페어리를 통해 부활한 것이다.
당연히 적지 않은 경험치가 깎였겠지만 퍼거슨과 A, B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아크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
“저희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비록 공룡 떼에 먹혔지만! 겁나 무섭고 아팠지만! 하찮은 저희의 목숨이 아크 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아크 님은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저희들의 목숨은 오직 아크 님을 위해 존재하는 것!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초개처럼 버려 주십시오!”
“흐음…….”
아크가 가는 눈매로 퍼거슨과 A, B를 바라보았다.
퍼거슨과 A, B가 이딴 마음에도 없는 대사를 읊어 대는 이유는 뻔하다. 다시 아오지 탄광―갈스톤 던전―으로 끌려가 1회 1쿠퍼짜리 삽질을 하기 싫어 발악하는 것이다.
‘뭐 이 자식들이 3,000골드를 해 먹고 튀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 멀었다 싶지만…….’
지저세계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사실 의외로 쓸모가 많았다. 지저세계에서처럼 몸빵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퍼거슨과 A, B는 부정하고 싶겠지만 본래 이 녀석들의 천성은 상인. 전사로서는 꽝이지만 상인으로서는 나름 꽤 재능이 있는 녀석들이었다.
아크가 뉴월드 시절 퍼거슨과 A, B에게 아크 상회의 지점장까지 맡긴 것도 그런 재능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던전에서 삽질이나 시키는 것보다는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뭐 공금을 횡령해 토낀 전력이 있으니 찜찜하지만, 이제 신상까지 탈탈 털어놓았으니 그때와 같은 짓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할 터.
‘뭣보다…….’
이번에 아크가 섹터를 비운 시간은 대략 열흘.
그사이에 S-20에는 아크가 지시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NPC에게 관리를 맡기면 불편한 점이 이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나도 NPC는 NPC. 유저에 비해 융통성이 떨어져 주어진 권한 이상의 일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연구를 맡기면, 때때로 예상하지 못했던 연구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연구 이외의 일은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관리자 역시 마찬가지. 관리는 알아서 처리하지만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새로운 사업 따위를 직접 구상해서 실행하지는 못하게 되어 있었다.
물론 NPC에게 그런 권한을 줄 수도 있기는 하다.
에이전트 퀘스트에 NPC만 파견하는 것도 그런 방식 중 하나였다. 그러나…….
NPC는 유저의 동반자입니다.
특수한 능력을 가진 NPC를 부하로 삼는다면 당신의 활동 영역은 한층 넓혀질 것입니다. 그리고 유저는 그런 NPC에게 관련 분야의 전권을 주어 완전히 독립시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저도 항상 좋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NPC도 항상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누군가에게 업무를 맡긴다는 것은 실패의 손해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NPC로 인해 손해가 발생해도 제작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갤럭시안의 약관에 버젓이 들어 있는 문구였다.
NPC에게 업무를 맡길 때는 실패로 인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다는 말이다.
그게 연구나 퀘스트 실패라면 그나마 감수할 만하다.
그러나 그게 섹터 관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칫하면 한 방에 수백, 수천 골드가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S-20의 관리를 맡은 바이엔과 하마드란, 멜린은 나름의 역할을 잘 소화해 주고 있다. 실적에도 불만이 없어. 하지만 현재 S-20은 한창 성장하는 중이다. 그건 작은 결정 하나도 섹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뜻이야. 그런 상황에서 융통성이 떨어지는 NPC에게 전권을 맡기기는 불안해. 적어도 완전히 자리가 잡히기 전까지는 업무가 밀리더라도 중요한 사안은 내가 직접 결정하는 편이 나아.’
아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 관리 방식도 변해야 한다.
근래 들어 발전 속도에 부쩍 가속도가 붙은 S-20, 거기에 이제 영지 혹성까지 더해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대소사를 모두 아크가 챙기기 더 힘들어지리라. 아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퍼거슨과 A, B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은 저 녀석들에게 맡길 수 없지만…….’
“퍼거슨, A, B, 너희들은 오늘부터 각각 바이엔과 하마드란, 멜린의 비서로 근무해라. 옆에서 그들의 업무를 도우며 결재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나에게 보고하도록.”
“네? 비, 비서요? NPC의?”
“왜, 삽질 쪽이 더 나을 것 같으냐?”
“아, 아닙니다! 비서요! 네, 합니다! 하겠습니다! 시켜 주십시오!”
아크의 말에 퍼거슨과 A, B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바이엔, 하마드란, 멜린, 앞으로 자잘한 일은 모두 이 녀석들에게 맡겨. 빡 세게 굴려도 돼. 아니, 가능하면 빡 세게 굴려라. 혹시 반항하면 나나 레피드에게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좋아! 해산!”
아크의 말에 직원들이 각자의 업무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크는 관리 사무소로 진입,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관리 사무소의 옥상은 원래 아크 전용의 비행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행장 옆에 다른 시설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중심에서 푸른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타원형의 구조물.
이 구조물의 정체는 스타게이트!
“자, 이제 가 볼까?”
아크가 씨익 웃으며 푸른빛으로 걸어 들어갔다.
-현재 목적지는 이큘러스로 설정. 이동을 개시합니다.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르며 아크의 몸이 작은 입자로 분해되어 광대한 우주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영지 혹성 이큘러스였다.
* SPACE 3. Control center (1)
여기!
-오오! 오오오오!
환희에 찬 문어가 있었다.
풍선처럼 부푼 머리통은 벅찬 감동을 숨기지 못하고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아래에 붙은 한 쌍의 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크게 확대되어 있었다.
그리고 길게 솟아 나온 주둥이로 먹물이 뚝뚝 떨어뜨리는 문어는 바로 R-14에서 살아가는 문어들의 족장 부룸이었다.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상황을 설명하자면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때 문어들은 국민 대다수가 UFO를 타고 성외星外 여행을 다닐 정도로 잘나가던 종족이었다. 그러나 카카족의 침공으로 모성을 잃고 하루아침에 난민으로 추락. 은하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표류하다가 어떤 문어들은 해적에게 나포되어 노예로, 어떤 문어들은 문명도 없는 혹성에 떨어져 몬스터들에 쫓기는 불우한 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에 비하면 R-14의 문어들은 좀 나은 편이었다.
적어도 노예가 되거나, 몬스터의 영양 간식(?)이 될 걱정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은하연방은 문어들을 받아들였지만 시민권을 주지는 않았다. R-14에서 공기 순환 파이프 청소부로 일하는 동안은 생존권을 보장해 주었지만 그게 전부. R-14에서 죽을 때까지 파이프 청소만 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던 도중.
아크라는 구세주가 나타났다!
그는 문어들이 우주 벌레를 몰래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유료 사냥터로 전환. 처치 곤란한 우주 벌레를 없애는 한편 꾸준한 수입까지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었다. 이대로 유료 사냥터를 유지하면 언젠가 은하연방의 시민권을 살 돈도 모을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희망적인 삶을 살아가던 도중.
이번에는 악마가 나타났다!
부룸 일족의 구세주인 아크와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정의남과 이슈람이라는 개척자였다. 그 말에 속아(?) 무료로 사냥터를 이용하게 해 준 것이 실수였다.
정의남과 이슈람은 불과 하루 만에 사냥터에서 양식(?)하던 우주 벌레의 씨를 말려 버린 것이다.
덕분에 번창하던 사냥터는 그날로 폐업.
-끝이야! 더 이상 우리에게 미래 같은 것은 없어!
다시 절망의 나락에 거꾸로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었다.
그런 부룸 일족에게도 또다시 희망의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니, 그게 바로 지금 부룸이 넋을 잃고 바라보는 우주선이었다.
-이, 이 우주선이 정말…….
“이제 곧 자네들의 것이 될 우주선이네.”
눈 밑이 거뭇거뭇한 젝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동안 밤을 새며 네트Net의 중고 판매 사이트를 뒤져서 찾은 물건이지. 꽤 낡기는 했지만 한때 개척자들 사이에서 주문 제작 우주선의 명가로 손꼽히던 하이드록 사의 제품이야. 내부 시설은 낡았지만 프레임은 아직 튼튼하지. 뿐만 아니라 본래 수송선으로 사용하던 것이라 공간도 넉넉해. 자네 일족의 자렌족을 모두 태우고도 남을 거네.”
-하, 하지만…….
부룸이 불안한 눈으로 젝슨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저희가 모은 돈은 탁탁 털어도 1,000골드를 겨우 넘는 정도입니다. 사냥터까지 폐업한 마당에 도저히 이런 우주선을 살만한 돈을 마련할 수가…….
우주선은 보통 작은 것도 10,000골드 이상!
연식이 오래된 중고라도 5,000~6,000골드는 된다.
부룸도 미래를 위해 사냥터를 운영하며 꼬깃꼬깃 돈을 모아 왔지만 아직 1,000골드 수준. 우주선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자 젝슨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말했지 않나? 며칠 동안 밤을 새며 네트를 뒤졌다고. 자네들의 자금 사정은 알고 있어. 그래서 그 가격대에 맞는 우주선을 찾느라 밤을 새운 거네. 중고 판매 사이트에는 가끔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나오는 매물도 있거든.”
-그, 그럼?
“이게 바로 그런 것이지. 가격은 단돈 999골드!”
-999골드? 우주선이?
“뭐 물론 비싼 데는 이유가 없어도 싼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 80년 이상 된 모델이고 한 번 대형 사고도 난 우주선이더군. 주행거리도 1,400만 광년이 넘고. 사실 아직 폐선 처리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프레임은 아직 쓸 만한 상태야. 뭐 내부 기기 상태가 영 아니었지만 내가 누구인가?”
젝슨이 씨익 웃으며 공구를 들어 보였다.
“지금은 비록 R-14에서 파이프 관리나 하고 있지만 나도 한때는 엔지니어로 날리던 개척자야. 다행히 R-14의 폐선 처리장에서 아직 쓸 만한 부품이 꽤 있어 수리까지 다 해 놓았네. 뭐 신제품만은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항해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거야. 이건…… 뭐랄까…… 내가 자네들에게 주는 이별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게.”
-제, 젝슨 님!
부룸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친구, 나잇살이나 먹고서 애처럼 울기는…….”
젝슨이 무안한 표정으로 대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도 사실 자네들의 처지가 내내 마음이 쓰였네. 하지만 내가 도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자네들을 더 험하게 대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크는 달랐어. 이제 막 우주로 나온,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풋내기가 자네들을 도와 사냥터를 만들었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지. 그래서 못 본 척한 거네. 그대로 문제없이 사냥터를 운영해 시민권을 사고 자립할 수 있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것이었겠지. 그러기를 바랐네. R-14에서 파이프 청소를 해서는 자네들에게 미래는 없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사냥터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으니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겠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수밖에 없는 거네.”
젝슨이 부룸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선택은 자네 몫이네. 저 우주선을 타고 새 정착지를 찾아 떠날지, 아니면 R-14에 남아 파이프 청소부로 일생을 마칠지. 분명히 말해 두지만 새 정착지를 찾는 여행은 R-14에 남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여정이 될 거네. 은하계가 아무리 넓다 해도 시민권도 없는 자네들이 정착할 땅을 찾는 것은 쉽지 않겠지. 어쩌면 끝내 찾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네. 그런 위험을 생각하면 차라리 R-14에 남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하지만…….”
-하겠습니다!
부룸이 문어다리로 슥슥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결연한 표정으로 먹물을 뿜어내며 소리쳤다.
-자렌족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들의 후손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 마음 써 주신 젝슨 님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우리 손으로 미래를 개척하겠습니다!
“그래, 그런 각오다!”
젝슨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를 굳혔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R-14의 센터장에게는 내가 미리 말해 두었다! 연방의 공무원들은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너희들은 누가 뭐래도 자유다! 아무런 권리도 주지 않고 부려 먹을 생각만 하는 공무원 자식들은 신경 필요 없어! 그러니 R-14는 나에게 맡기고 이제 너희들은 너희 미래만 생각하는 거다! 견뎌 내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견뎌 내서 보란 듯이 새 정착지를 찾아내 살아가는 거다!”
-네, 젝슨 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주선 ‘자렌 1호’의 등기 이전이 완료됐습니다!
999골드를 털어 중고 우주선을 구입!
당당한 우주선의 오너가 되어 ‘자렌 1호’로 명명!
-젝슨이 ‘자렌 1호’의 수리를 완료했습니다!
젝슨의 도움으로 남은 부분까지 수리 완료!
“꼭 성공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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