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10)
아크 더 레전드-410화(410/875)
[410] SPACE 3. Control center (4)“그런 거지.”
귀족 평의회는 현실의 의회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의회에서 처리되는 대부분의 안건은 다수결로 결정된다. 결국 아크는 마틴 후작의 의견에 ‘찬성표 1’로 귀족 평의회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썩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귀족 평의회에서 마틴 후작의 라이벌은 쥬벨 후작. 아크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니 마틴 후작에게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기는 했다.
어찌 됐든 이제 아크도 골수 군부파나 다름없으니까.
“알겠습니다. 가시죠.”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노블리스-II로 걸음을 옮겼다.
“음? 뭐야? 내 우주선을 타고 갈 생각이냐? 스타게이트도 있잖아.”
“스타게이트는 뭐 공짜입니까? 한 번 가동시킬 때마다 에너지 엄청 잡아먹는다고요. 에너지는 어디 땅 파면 나옵니까? 그게 다 돈입니다. 어차피 후작님도 평의회에 참석하러 갈 거잖아요. 그런데 공짜 우주선을 두고 뭐 하러 돈 들여 가며 스타게이트를 이용합니까?”
“쪼잔한 영주로군.”
“반성문 1장만 쓰면 순양함 하나 해 먹은 것도 OK. 거기에 바로 이런 순양함까지 척하니 나오는 후작님과 저는 입장이 다르다고요. 가난하단 말입니다. 우주선쯤은 태워 줄 수 있잖아요. 나 하나 태워 준다고 연료비 더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연료비도 어차피 경비 처리할 거잖아요. 돈도 많으면서! 부자면서!”
“누가 안 태워 준다고 했냐?”
마틴 후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또 일 잘하고 있는 내 부하들에게 스카우트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해 대면서 집적거리면 바로 순양함 밖으로 던져 버릴 테니 얌전히 처박혀 있어!”
‘젠장, 들켰다.’
* SPACE 4. 그 남자! (1)
웅성웅성.
이스타나의 중심지 타투인.
그 중심에 자리 잡은 은하연방 사령부의 최상층은 100여 명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바로 평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인 귀족들이다.
그리고 여기!
“어째 나만 무지하게 튀는 것 같은데?”
얼마 전에 남작 작위를 받은 아크도 끼어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버린 기분이 들었다.
일단 복장부터가 그렇다. 회의실에 모인 귀족들은 하나같이 돈 냄새가 풀풀 풍기는 정장―내정파 귀족이다―을 입고 있거나, 각이 빡 세게 잡힌 제복에 훈장을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는―군부파 귀족이다―사람들뿐이었다.
반면 아크는…….
-장비품 정보창-
무기 : <이퀄라이저(힘 +15, 민첩 +10, 공속 +18%)>
방어구 : <엘림의 헬멧(전장의 기억)>, <바이우스 실드(체력 +20, 에너지 무기에 대한 저항 +50%, 골렘 소환)>, <쿠휀의 보갑(힘, 민첩, 체력 +30, 앙크)>, <벨페골의 바지(체력 +20, 민첩 +20, 역린)>, <팬텀 부츠(민첩 +30, 지능 +20, 이동속도 +20%, 영혼의 질주)>
장신구 : <쉐라톤의 여명(지능 +45)>, <열풍의 반지(화염 저항 +30%, 민첩 +10)>
보조 장비 : <자렌족의 증표 : Lv3>, <젝슨의 공구상자>, <회복 앰플(장착)>, <배틀슈트-하이퍼 드론 : Lv2>
짜짜짠!
입고 있는 장비품 그대로.
뭐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명품(?)이지만 유니폼처럼 정장과 제복을 갖춰 입은 귀족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 본의 아니게 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막상 와 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이 친구가 아크네.”
“오! 아크 경! 얘기는 많이 들었네. 나는 하베스틴 백작이라고 하네. 큐란이라는 혹성에서 작은 중장비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게.”
“나는 북부 경비대의 하만 남작이네. 근처에 오면 한번 들르게.”
아크도 나름 유명인사라 귀족들도 호의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모두 귀족, 뭐 귀족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권력과 재력을 갖춘 NPC들이다. 얼굴을 익혀 놔서 나쁠 것은 없는 것이다.
아니, 사실 평의회의 핵심은 그것이었다.
“여기에 모인 귀족들이 바로 은하연방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되느냐가 바로 정치지. 너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사업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치다. 은하연방에서 사업을 하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이들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그건 다른 귀족도 마찬가지지. 귀족에게 평의회가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나에게 도움이 될 귀족과 친분을 쌓을 자리는 흔치 않으니까. 그러니 넋 놓고 있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라. 일단 알아 두면 분명히 도움이 될 때가 올 테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크를 챙기는 마틴 후작이었다.
‘그래, 그 생각을 못 했어!’
그리고 이런 말은 또 잘 듣는 아크다.
“아크입니다! 이번에 이큘러스에서 자원 개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 품목은 에테르와 헬레니움입니다!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아크는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영업을 시작했다.
“뭔 말을 못 하겠군.”
이에 마틴 후작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헬레니움이라고?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공장을 이전하면서 거래처를 바꿔 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잘됐군. 가격만 맞으면 대량 구매할 의사가 있네. 여기서 자세한 얘기를 하기는 좀 그러니 조만간 실무자를 보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나는 에테르에 관심이 있네. 바로 2톤 정도 구할 수 있나?”
“죄송합니다.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라 당장 구해 드리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시간을 좀 주시면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연락 주게.”
……성과가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개발 사업은 무턱대고 자원을 뽑아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생산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판매.
아무리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팔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게 혹성 규모에서 생산되는 자원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구매자와 거래를 터야 균형이 맞는 것이다.
사실 아크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일단 자원을 생산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해결책이 나온 것이다. 회의실에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귀족이 넘쳐나니까.
그러니 종횡무진!
부지런히 회의실을 돌아다닌 덕분에 아직 자원 채취소조차 세워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3명과 구두계약을 하고, 4명은 따로 상담 약속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아크의 명성이 작용한 결과였다.
‘훗! 어떠냐, 레피드? 이게 일개 사원에 불과한 너와 사장인 나의 차이다! 비즈니스의 격이 다르다고! 이런 게 진짜 사업이라는 거야!’
레피드에게 보여 주고 싶을 정도다.
“천박한 놈!”
그때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자 정장을 입은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그 선두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아크를 바라보는 사람은 내정파 귀족의 수장 쥬벨 후작이었다.
“이래서 신분은 속일 수가 없다는 거야. 여기가 무슨 행사장인 줄 아나? 이곳은 은하연방의 중대사를 논하는 귀족 평의회다. 장사나 하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품위를 지켜라. 너 같은 놈과 같은 귀족이라고 불리는 우리 체면도 생각해 줘야 할 것 아닌가?”
이런 말을 듣고 얌전히 있으면 아크가 아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뭐?”
“하지만 품위 운운하기에는 제가 좀 가난해서 말입니다. 품위도 돈이 있어야 지켜지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품위를 지키기를 원하시면 좀 도와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쥬벨 후작님이라면 좋은 가격을 약속드리죠.”
“네놈이…….”
“괜찮은 생각인 것 같군.”
입술을 일그러뜨리던 쥬벨 후작이 이어지는 말에 움찔했다. 당연히 아크 때문이 아니었다. 아크의 뒤로 다가오는 마틴 후작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틴 후작은 덤덤한 표정으로 아크와 쥬벨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알기로는 쥬벨 후작님도 제법 큰 사업체를 여럿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4대 기업 중 하나인 라이오스사와도 아주 각, 별, 한, 사이고, 그러니 말이 나온 김에 어려운 후배를 돕는 셈치고 자원 좀 사 주면 어떻습니까?”
‘각별한’이라는 단어에 쥬벨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몇 달 전 라이오스사와 손잡고 S-20을 삼키려다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마틴 후작에게 약점까지 잡혀야 했던 불쾌한 기억이 떠오른 탓이리라.
“저는 아크와 얘기하는 중입니다.”
“네, 그래서 드리는 말입니다. 쥬벨 후작님이 아크를 도와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시면 말씀하시는 품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겠습니까? 서로에게 좋은 일이죠.”
마틴 후작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두 후작 사이의 공간은 살얼음이 생길 정도로 얼어붙었다. 아니, 둘 사이의 공간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에서 잡담을 나누던 귀족들도 어느 순간 말을 멈추고 나뉘어 쥬벨과 마틴의 뒤로 모여들었다. 쥬벨의 뒤에는 정장 부대, 마틴의 뒤에는 제복 부대. 내정파와 군부파가 대치하자 회의실은 당장 폭발할 듯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러나 대치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없군요.”
“그럼 이만 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곧 회의가 시작될 시간인데.”
“……그러시지요.”
“아크, 가자. 너는 내 옆자리다.”
쥬벨의 대답에 마틴 후작이 빙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번 감정싸움의 승패는 두 후작의 뒤에 모여 있는 귀족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군부파 귀족들은 피식 웃으며 기세등등하게 물러나고 있었었지만, 내정파 귀족들은 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였다.
마틴 후작은 아크가 조사단 퀘스트에서 얻은 반물질을 손에 넣은 귀족이다.
뭐 실제로는 미스트라니움이라는 폐기물에 불과했지만, 또 바로 봉인시켰지만, 어쨌든 그 사건으로 마틴 후작은 은하연방은 물론 라마와 아슐라트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마틴 후작의 정적인 쥬벨도 지금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아크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기 때문에 분위기가 흉흉해지니 괜히 찜찜했다.
“신경 쓸 것 없다. 네 잘못이 아니니까. 아니,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군. 쥬벨 후작과 내정파 귀족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뭉갤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아마 다른 귀족들도 같은 생각일 거다. 봐라, 좀 전보다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지 않나?”
마틴 후작의 말대로였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군부파 귀족들은 하나같이 아크에게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덕분에 스트레스 해소를 했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아마 이번 사건으로 아크가 확실히 군부파의 일원이라는 것을 확인한 영향도 있으리라.
-군부파 귀족들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떠오르는 분위기.
물론 호의적인 눈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쥬벨 후작과 내정파 귀족들이 잡아먹을 눈으로 노려보고 있습니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좀 전부터 뒤통수에 악의로 가득 찬 눈길이 푹푹 박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쥬벨 후작과 내정파 귀족 따위 알 바 아니다. 아니, 아크도 통쾌했다.
어찌 됐든 쥬벨 후작은 한때 S-20을 빼앗으려던 적.
그런 녀석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가 찍소리도 못 하고 물러나니 뒤통수에 푹푹 박히는 눈총도 두피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시원하게 느껴질 뿐이다.
‘아하, 이래서 귀족들이 권력 싸움을 하는 거구나. 이거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은데? 이러다가 중독되겠어. 아! 그러고 보니…….’
마음에 안 드는 놈이라니 문득 생각나는 녀석이 있었다.
아크가 아는 유저 중에 유일하게 평의회에 참석할 자격을 가진 유저. 참석했다면 지금쯤 한 번은 눈앞에 얼씬댔을 녀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자리에 앉아 의석을 주욱 훑어보던 아크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불참인가?’
-호크 남작
비어 있는 자리의 명패였다.
‘무슨 짓을 하고 있기에 평의회에도 나오지 않는 거지?’
아크도 타투인으로 오는 사이 마틴 후작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귀족에게 평의회 참석은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귀족이 지켜야 하는 의무.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3회 이상 불참하면 작위가 박탈되는 것이다.
아크보다 먼저 작위를 받은 호크가 이런 규칙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뭔가 오지 못할 사정이 있다는 말인데…… 나야 싫은 놈을 보지 않으면 좋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영 찜찜한 기분이 드는군.’
호크는 아크의 적이다.
딱히 아크가 적으로 삼고 싶어서 삼은 게 아니라, 그 자식이 적을 자처했다.
그런 놈이 평의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뭔가 하고 있다.
신경 쓰이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아크는 이내 관심을 끊었다.
대체 왜 선량한(?) 자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크도 그런 놈과 잘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아 줄 생각도 없었다. 놈이 또 싸우자고 대들면 맞받아 쳐 주면 그만이다.
‘그보다 지금은…….’
아크는 귀족 평의회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떼로 모여 앉아 알지도 못하는 얘기를 떠들어 대는 회의에 흥미가 생길 리가 없었다.
아마도 지루하기 짝이 없으리라.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회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정파와 군부파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본 회의에서는 몇 배나 더 치열한 정전政戰이 벌어지리라.
그런 예감이 아크의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시작한다.”
마틴 후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아크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목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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