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19)
아크 더 레전드-419화(419/875)
[419] SPACE 7. 사나이의 길 (2)모레이가 잔뜩 인상을 구기며 보수를 지불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마시오. 우리도 이번 의뢰를 하며 상상하지 못했던 피해를 입었소. 전사한 부하들의 페어리 비용과 장비 수리비를 지출하면 남는 것도 없지. 그래서 말인데…….”
용병단장이 슬쩍 마우리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녀석들도 우리에게 넘겨주시오. 팔면 아쉬운 대로 용돈은 벌 수 있을 테니까.”
“놀고 있군. 주동자도 잡지 못한 주제에 보너스까지 바라는 건가? 이래서 용병 따위는…… 턱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럼 내가 입은 손해는? 나도 피해자란 말이다! 그러니 저놈들이라도 쥐어짜야 할 거 아니야? 뭐 한 20년쯤 부려 먹은 뒤에도 필요하다면 주지.”
“싫다는 말이오?”
“당연하지! 꿈도 꾸지 마!”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이제 나는 볼일이 끝났으니 부탁하지.”
용병단장이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며 아크를 돌아봤다.
다음 순간 아크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
“네. 페이 님, 모레이를 체포하십시오!”
“에? 뭐, 뭐야?”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모레이의 눈이 이따만 해졌다.
모레이만이 아니었다. 페이와 특무대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크를 돌아보았다.
물론 페이와 특무대도 모레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사전 의논도 없이 멋대로 용병단을 투입한 것도 그렇지만, 군부의 영웅 아크를 대놓고 무시하니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느닷없이 체포라니?
“아크, 왜…….”
“미친 거야! 이 자식, 미쳤다고!”
“글쎄? 누가 미쳤는지는 이걸 보면 알겠지.”
아크가 차가운 눈으로 모레이를 째리며 님프를 들어 올렸을 때였다.
-용병 계약서
내용 : 산업 단지를 점거한 무장 집단과 근로자 제압.
보수 : 무장 집단 사살 1인당 30골드. 근로자 사살 1인당 1골드.
“그, 그건……!”
“당신이 저자와 주고받은 계약서다.”
아크가 쥐를 몰아붙이는 눈빛으로 모레이를 바라보았다.
“여기 분명히 명시되어 있지, 네가 단지의 근로자까지 사살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그, 그게 뭐 어때서? 그놈들은…….”
“민간인이지. 아닙니까?”
아크의 질문에 페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우리가 구조한 주민들의 님프 데이터를 확인해봤지만 실제로 범법 행위를 한 적은 없었네.”
페이와 특무대가 데려나온 NPC들은 모두 노멀.
정의남의 뜻에 동조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범죄 행위에 가담한 적은 없어서 카오틱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자는…….”
“살인교사로군! 어이, 이자를 체포하라!”
페이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모레이는 바로 결박! 느닷없이 피해자에서 범죄자가 되어 버린 모레이가 용병단장을 돌아보며 이를 갈았다.
“네, 네놈이…….”
“나도 어쩔 수 없었소. 말했듯이 이번 임무는 피해가 너무 컸거든. 그러니까 저 외계인들이라도 넘겨받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단 말이오. 그런데 이 친구가 제안하더군. 계약서를 넘겨주면 당신을 체포하고 외계인들을 우리에게 넘겨주겠다고.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지. 당신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돈만 아는 용병이니까.”
용병단장의 말에 정의남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크크크. 꼴좋게 됐군. 이제 동지인가? 여기서는 죄를 지으면 유배지로 가게 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기왕이면 같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군. 흠뻑 귀여워해 줄 텐데.”
“주, 죽일 거야! 네놈들 다 죽일 거야!”
“협박죄가 추가되겠군. 끌고 가!”
“놔라! 놔! 우아아아!”
페이와 특무대가 정의남과 모레이를 끌고 갔다.
이로써 일단 무장 집단의 산업 단지 점거 사건은 종결되었다. 그것도 주동자인 정의남 체포! 무장 집단 전원 사살! 주민 전원 구조! 거기에 악덕 사장 모레이의 체포까지! 흠 잡을 데 없이 말이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는 뒷얘기가 있었다.
“하여간 일 만드는 데는 선수라니까.”
“그러게 말이다.”
아크의 말에 용병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헬멧을 조작하자 검은 페이스 가드가 투명해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그 얼굴의 주인공은…….
* * *
‘에? 뭐야?’
다시 공장의 관제실.
아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닥의 시체들을 돌아보았다.
10여 분 전, 미처 체크하지 못했던 150의 용병이 창문을 폭파시키고 난입하는 순간 아크는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아크는 정의남을 도와 용병단을 공격해 버린 상황, 뭐 수류탄을 이용해 정당방위로 만들었지만 그것도 용병단을 모두 처리해야 뒤탈이 없다.
그런데 150의 용병이 추가되었다.
용병단을 처리하기는커녕 되레 처리될 위기에 처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늦었잖아, 인마!”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생뚱맞게도 정의남이었다.
“거 성질머리 하고는. 나라고 늦고 싶어서 늦었는지 아시오? 저 녀석들이 약속 시간을 정해 놓고 얌체처럼 먼저 진입하는 바람에 나도 엄청 힘들었단 말이오. 아! 생각하니 또 열 받네. 안 되겠다. 야, 일단 저 자식들부터 처리하고 얘기하자.”
그에 대한 용병대장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150의 용병이 먼저 들어온 용병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먼저 들어온 용병들은 정의남과 국정원 요원, 그리고 아크와 치고받느라 곤죽이 되어 있던 상황. 거기에 아군이라고 믿었던 150명까지 합세하자 상황은 금세 정리가 되었다.
지금 관제실에 널린 시체가 바로 그 용병들이었다.
그 위에서 떠들어 대는 두 사내.
“너 때문에 애꿎은 부하들만 죽어 나갔잖아!”
“거 자꾸 왜 그러시오? 설명했지 않소? 요 망할 녀석들 때문에 늦은 거라고.”
아무래도 정의남과 용병대장은 이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 같았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심지어…….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여기 있는 거요? 형님이 불렀소? 저 녀석 아크 맞지? 하여간 아버지나 아들이나 창의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니까. 어째 똑같은 얼굴이냐?”
아크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모른다. 그래서 물었다.
“누구세요?”
“응? 아직 형님에게 얘기 못 들었어?”
“그러니까 대체 뭘요?”
“어라? 정말 모르는 모양이네? 나 참, 형님! 부자간에 대화 좀 하쇼. 양아버지인 거 티내는 거요? 아들이랍시고 이런 데까지 불러다 놨으면 자세히 설명이라도 해 줘야지.”
“난 몰라! 저 녀석이 멋대로 끼어든 거야!”
“쯧쯧, 어련하시겠소.”
용병대장이 헬멧을 조작하자 페이스 가드가 투명해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순간 아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누구세요?”
모르는 사람이니까!
“쯧, 얼굴까지 보고도 모르겠냐? 뭐 하긴 내가 좀 성형을 많이 하기는 했지. 게다가 뉴월드에서 사용하던 얼굴도 아니고. 나다, 인마. 네 녀석의 위대한 스승.”
“스승? 스승이라면…… 에엑? 호, 혹시 명룡이 형?”
“여기서는 이슈람이지.”
“이슈람!”
이명룡이 뉴월드 시절에 사용하던 캐릭터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같은 것은 이름뿐이었다. 당시 이명룡은 전임자가 사용하던 캐릭터를 물려받아 얼굴도 몸도 전혀 달랐다.
빼빼 마른 상인이라 툭 치면 피를 토하고 죽을 것 같은 캐릭터였던 것이다. 뭐 그런 캐릭터를 오기 하나로 키워 나중에는 오우거와 맞짱을 뜨는 수준까지 키워 내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때의 보상심리가 작용한 탓인지 갤럭시안의 이슈람은 몸도 몸이지만 얼굴에 일부러 칼자국까지 새겨 넣은 상태로 창조되어 있었다.
이슈람은 마초라고 주장하지만.
아크가 보기에는 그냥 흉악한 악당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아크의 관심은 이슈람의 몸(?)이 아니었다.
대체 왜? 어째서?
“왜 형님이 여기 있는 거예요?”
“그래서 말했잖아! 나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다고!”
그때 옆에서 정의남이 버럭 소리쳤다.
뒤이어 아크는 구시렁거리는 정의남과 이슈람에게 전후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원래 이 산업 단지의 사장 모레이는 내가 맡은 대원들과 이전부터 자주 거래하던 녀석이었다. 이 단지가 우리의 거점인 쿠림과 가깝기도 하고, 모레이는 항상 100명 이상이 필요한 의뢰를 하는 NPC거든. 쿠림에는 100명 이상 되는 병력을 보유한 하이 컴퍼니가 많지 않으니 자동적으로 우리와 알게 된 거지. 그리고 사실 마우리족을 처리하는 의뢰도 우리 쪽에 먼저 들어왔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알칸이라는 고대 종족의 유적을 찾는 중이었어.”
“에? 알칸?”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크가 관심을 보이자 이슈람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 됐어! 됐어! 그딴 빌어먹을 건. 젠장, 갖은 고생을 다하며 겨우 땅속에 숨어 있는 유적을 찾았는데 어떤 놈들이 먼저 들어와서 몽땅 털어 간 직후더라고. 게다가 누군가 바위에다 글자를 새겨 놨는데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아냐? 바보야, 바보. 뭐 일부러 내가 볼 줄 알고 적어 놓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 앞에 이름 같은 것이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지워 놨더라고. 하여간 어떤 놈들인지 잡히기만 해 봐라.”
설마 했는데 역시나!
아무래도 이슈람이 찾아갔다는 알칸의 유적지는 지저세계인 모양이다.
아크가 얼마 전에 탈탈 털어 나간 지저세계. 그리고 바위에 적혀 있었다는 글자는 레피드가 아크에게 남겨 놓은 것.
그냥 두기 찜찜해서 이름만 지워 놓은 것이었다.
뭐랄까, 참 세상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크는 말하지 않았다, 맞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지금 주제도 지저세계는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허탕 치고 다시 쿠림으로 돌아올 때 형님의 연락을 받았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산업 단지를 점거했다더군.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기가 막힌 일이지. 나는 가끔 의심이 든다, 네 아버지의 머리에 정말 뇌라는 것이 있는지.”
그건 아크도 동감.
어쨌든 그때부터 정의남과 이슈람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연구했다.
여기서 한 가지 체크해야 할 점은, 이 두 남자가 때때로. 아니, 대부분 무식해 보이지만 의외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작전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는.
정의남도 그렇지만 이슈람 역시 한때 경찰청 기동타격대 대장을 역임한 남자!
그런 지위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자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말했듯이 모레이는 용병 길드의 단골손님이다. 문제가 있을 때는 항상 용병으로 해결하지. 그러니 이번에도 용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지. 아니나 다를까, 소개소를 기웃거리니 모레이가 100명 이상의 용병단을 모집한다는 의뢰가 들어와 있더군.”
이에 이슈람은 바로 Catch!
이때 이미 전체 계획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방해꾼이 끼어들었다.
……아크였다.
아크가 특무대를 이끌고 나타나 두 사람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린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그게 정의남이 아크에게 빠지라고 했던 이유였다. 이미 이슈람과 계획을 세워 놨는데 아크가 끼어 봐야 상황만 복잡해지는 것이다.
“젠장! 그럼 진즉 설명을 해 줬어야지요!”
“했잖아! 빠지라고!”
“그게 말이에요, 당나귀예요? 그런 말만 듣고 어떻게 알아요?”
“아버지가 빠지라면 빠지는 거지, 뭔 이유가 필요해?”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아버지니까!”
“뭐야, 인마?”
“그리고 나도 나름 사정이 있다고요!”
그게 정의남이 간과하고 있었던 점이었다.
설사 정의남과 이슈람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 해도 아크는 그냥 물러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방해가 된 건 나만이 아니잖아요. 이 용병단도! 이 사람들도 모레이가 고용한 용병단이잖아요. 내가 없었다고 이들을 피해 도망칠 수도 없었을 거 아니에요?”
“도망칠 필요 없었어. 이 녀석들은 처음부터 처리할 생각이었으니까.”
이슈람이 끼어들었다.
“에? 처음부터?”
“그래, 이 녀석은 원래 우리의 적이었거든. 용병 일을 할 때마다 번번이 부딪치는 놈들이었지. 같이 모레이의 의뢰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처럼 그때마다 뒤통수를 맞았어. 어쨌든 그런 전력이 있어서 이번에도 모레이가 우리와 놈들을 한꺼번에 고용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어. 형님 측의 숫자도 적지 않으니까 우리만으로는 걱정됐겠지. 그리고 사실 형님과 내 계획의 핵심은 이 녀석들이었다.”
“그게 무슨……?”
아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을 때였다.
이슈람의 발 아래로 100여 개의 헬멧이 우수수 떨어졌다.
-<하이드 헬멧>, <하이드 헬멧>, <하이드 헬멧>, <하이드 헬멧>…….
“어? 이건?”
“알고 있냐? 암시장에서 파는 헬멧이지.”
당연히 알고 있다. 아크도 한때 애용했던 제품이니까.
방어력은 형편없지만 페이스 가드에 특수 코팅이 되어 있어 착용자의 얼굴을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는 기능이 붙어 있는 ‘불법 헬멧’이다.
그러니까 둘의 계획은 이런 것이었다.
진압 작전이 시작되면 이슈람은 곧바로 정의남과 합류한다. 그리고 힘을 합쳐 모레이가 고용한 다른 용병단을 슥삭슥삭 처리한다. 다음에 필요한 것이 하이드 헬멧.
정의남과 국정원 요원들은 하이드 헬멧을 이용해 죽은 용병단의 얼굴로 변신. 죽은 사람들이 정의남 일당인 것처럼 꾸며 산업 단지를 탈출하는 것이다.
‘이런 계획이 저 두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의외로 치밀한 작전!
물론 아크도 두 사람이 이런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과 게임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시스템이나 아이템이라는 변수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의남과 이슈람도 그런 쪽은 초보자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건 아크의 생각이었다.
“우리도 이제 게임을 시작한 지 2년은 되었다는 말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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