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21)
아크 더 레전드-421화(421/875)
[421] SPACE 8. 네 번째 신기의 행방! (2)이게 정의남의 생각이었다.
뭐 반쯤 찍은 것이지만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그만한 산업 단지를 운영하는 놈이 깨끗할 리가 없다.
때문에 정의남은 단지를 점거하자마자 컴퓨터 전문 요원을 동원해 관제 시스템의 자료를 탈탈 털었다.
아니나 다를까, 의심이 드는 디스크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디스크는 보안 장치에 의해 보호되고 있습니다.
잠겨 있었다.
물론 정의남은 부하가 150명이나 되다보니 해킹 스킬을 배운 요원도 있었다. 그가 바로 격벽의 잠금장치를 사이에 두고 해킹 실력으로 아크와 붙었다가 깨진 요원. 다시 말해 아크보다 한참 낮은, 초급 수준의 해커라는 말이다.
때문에 정작 수상한 디스크를 손에 넣고도 털(?)지 못하고 시간을 죽이다가 이슈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
그리고 그 디스크는 현재 아크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이미 원하던 목적은 달성한 정의남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기도 했고, 체포되어 교도소나 유배지로 보내지면 어차피 압수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아크는 Lv.3의 해킹 실력을 뽐내며 단숨에 보안 해제!
디스크의 내용은…….
-$%@$%@^$%!%$%$!#$!…….
《관련 내용이 암호화되어 있어 해독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찾았군!’
메시지를 본 아크는 확신했다.
일부러 암호화 처리를 해 놓았다.
뭔가 구린 게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크는 아직 암호 해독 스킬까지는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다크에덴의 연구진―토리, 제이, 헤겔, 헥스―에게 가져가면 해독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재래의 뒤에는 벨테란 공작이 있다. 설사 여기에 불법적인 자료가 있다해도 내가 섣불리 건드릴 상대가 아니야.’
아크는 라이오스사가 S-20을 강탈하려던 때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자본과 물량으로 S-20을 공략하던 라이오스사. 다행히 그때는 겨우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지만 다시 그런 공격을 받아도 버텨 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지금은 이큘러스 개발을 막 시작한 시점.
이런 상황에서 4대 기업 중 하나인 헬리온을 적으로 돌려서 좋을 것은 없었다. 그러나 아크는 모처럼 얻은 디스크를 버리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직접 나서지 않고도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4대 기업에도, 헬리온의 창업주라는 벨테란 공작에게도 밀리지 않는 아크의 후견인, 바로 마틴 후작이다.
“이제야 알겠군.”
아크의 설명에 마틴 후작이 끄덕였다.
“좀 이상하다 싶었지. 한때 헬리온의 계열사였다지만 지금은 엄연히 별도의 회사. 그것도 헬리온의 규모에 비하면 작은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에 불과한 재래의 일에 왜 벨테란 공작까지 나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말이지. 어쩌면 이 디스크가 답을 줄지도 모르겠군. 내게 가져온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좋아, 이 디스크는 내가 맡지.”
마틴 후작이 아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겠지?”
역시 마틴 후작, 척 하면 착이다.
뭐 확실히 부담스러운 물건이지만 머리를 잘 굴리면 달리 써먹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크가 깔끔하게 포기하고 마틴 후작에게 넘긴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의남을 선처해 주십시오.”
“정의남?”
마틴 후작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장 집단의 리더 말인가? 왜 네가 그런 자의 선처를 부탁한다는 거지?”
아버지니까! 그 외에 뭐가 있겠는가?
이번 일은 정의남이 벌인 일이다. 그리고 탈출할 기회를 줬음에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세상물정 모르는 헛소리를 떠들어 대며―그런 정의남에게 감동하는 요원들과 마우리족도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스스로 수갑을 찬 사람도 정의남이다.
그러나 아크는 찜찜함을 떨쳐 낼 수 없었다.
비록 게임 속이라도 아버지가 무지막지한 형량을 때려 맞고 교도소나 유배지에서 푹푹 썩는 것을 어찌 모른 척하겠는가? 정의남은 필요 없다고 했지만 뭔가 해야 한다.
그래도 아버지니까.
그러나 마틴 후작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정의남은 분명 중죄를 지은 범죄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그는 사욕을 위해 공장을 점거한 것이 아닙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은하연방의 그늘에서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이종족을 위해 시작한 일입니다. 비록 제 손으로 체포했지만 그의 뜻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방식을 잘못됐지만 그의 뜻은 분명 정의! 그러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중형만은 피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슬쩍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흠, 네 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군.”
마틴 후작도 꽤나 수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내 생각은 좀 다르지만 그런 사상적인 얘기를 해 봐야 시간 낭비밖에 되지 않겠지. 좋다. 네가 말한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사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받은 만큼 주는 사람이다. 여론이 주목하고 있는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내 힘이 닿는 한 형량을 최대한 낮춰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아크는 이미 평의회에서 마틴 후작의 힘을 확인했다.
그런 마틴 후작의 약속이다. 이제 정의남의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건 그렇다고 쳐도 범죄자 아버지의 구명 운동을 하는 아들이라니…….’
역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건 이번 일의 보수다.”
마틴 후작이 금색 배지를 하나 건네주었다.
본 적이 있는 배지였다. 평의회에 참석한 귀족의 절반 정도가 차고 있던 배지였다. 때문에 아크는 그것도 훈장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평의회 정회원 배지다.”
“정회원? 그럼 저는 정회원이 아니었습니까?”
“꿈도 야무지군. 평의회는 은하연방의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정회원은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직접 정책을 제안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귀족을 말한다. 이제 막 작위를 받은 개척자에게 툭툭 던져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평의회의 귀족 과반수가 찬성해야만 얻을 수 있은 권리다.”
아크가 정회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정회원이 되려면 의회 퀘스트를 통해 꾸준히 실적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사건 자체는 별것 아니었지만 여론의 부담으로 내정파와 군부파의 감정싸움이 얽혀 버린 것이다.
그때 나서서 사건을 해결한 사람이 아크!
신문에도 나왔듯이 그 탓에 현재 내정파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내정파의 우울은 군부파의 기쁨. 덕분에 한껏 사기가 올라간 군부파 귀족들은 기쁨의 춤을 추며 아크에 대한 호감도가 급속도로 상승! 그런 호감을 표현하기 위해 아크를 정회원으로 추천한 것이다. 그리고 평의회는 이미 군부파가 꽉 잡고 있으니 추천은 바로 통과!
귀족 평의회 정회원 배지(특수)
귀족 평의회가 정회원으로 인정한 귀족에게 수여하는 배지. 정회원은 이후 평의회에 의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정책을 제안할 권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어떤 자리에서든 이 배지를 달고 있으면 진정한 귀족으로 대우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호감도도 이전과는 다르겠지요.
《NPC의 호감도에 30~50%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무장 집단 진압!(의회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 : 경험치 +40,000, 은하연방에 대한 공헌도 +2,500, 모험치 +1,500》
《추가로 명성 +1,000과 당신에 대한 은하연방 귀족들의 평판이 500만큼 상승했습니다. 또한 은하연방 병사들의 평판도 200만큼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배지를 받아들자 정보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배지의 효과는 단순히 평의회에서 발언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이 아니었다. NPC의 호감도에 30~50%의 보너스를 적용시켜 주는 효과 추가!
뭐 이전보다 지위가 올라간 셈이니 당연하지만. NPC와의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아크에게는 바라마지 않는 효과!
뿐만 아니라 퀘스트의 보상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퀘스트는 딴데 신경 쓰느라 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마치 거저 얻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거저 얻은 것치고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뭐 경험치 획득으로 인한 레벨 업은 그렇다 치고, 근래 들어 점점 중요하게 작용하는 공헌도와 모험치는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보너스였다.
귀족들의 평판도 마찬가지. 잠재 고객인 귀족의 평판은 훗날 이큘러스의 자원을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의외였던 것은 은하연방 병사들의 평판.
아크가 사건을 잘 해결해 여론이 군부에 호의적으로 작용하자 병사들의 평판도 덩달아 올라간 모양이다. 뭐 어떤 이유로든 아크야 평판이 올라가면 땡큐지만.
그러나 사실 당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일전의 얘기는…….”
“아! 그렇지!”
마틴 후작이 문득 생각난 표정으로 말했다.
“아슐라트에서 날짜를 보내왔다. 행사는 모레 오후. 의전儀典행사라 우리도 형식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어 노블리스-II를 타고 참가할 생각이다. 아슐라트의 주성主星 메가라돈까지의 거리를 고려하면 늦어도 오늘 저녁에는 출발해야겠지. 그러니 너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서둘러 정리하고 저녁때까지 사령부의 1번 도크로 나와라.”
“그럼 저도……?”
“바보 자식!”
마틴 후작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녀석 이름은 아슐라트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 이미 수행원으로 올려놨어! 평의회에서 한 짓을 생각하면 아직 화가 풀리지 않지만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으니 할 수 없지.”
그의 말에 아크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사실 이게 《무장 집단 진압!》을 진행하는 내내 아크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문제였다.
아크는 아슐라트에 가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다.
그것도 가능하면 마틴 후작의 수행원으로. 이큘러스에서 마틴 후작과 만나 나눈 얘기가 그 일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얘기가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정의남이 산업 단지를 점거하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아크가 덥석 퀘스트를 받아 버리는 바람에 마틴 후작이 잔뜩 화가 났다. 덕분에 꽤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수행원 얘기도 없던 일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니, 설사 《무장 집단 진압!》을 잘 해결한다 해도 시간이 지체되어 마틴 후작이 출발해 버리면 말짱 도루묵. 그러니 아크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시간에 맞춰 사건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저녁 출발 예정!
“이따 뵙겠습니다!”
아크는 쾌재를 부르며 밖으로 뛰어 나왔다.
목적지인 아슐라트의 주성 메가라돈은 왕복에만 48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해야 할 일까지 생각하면 최소 사나흘은 걸리는 여정.
‘일단…….’
아크는 S-20으로 우편을 보냈다.
타운 승격을 준비하는 바이엔에게 지시할 내용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슈람의 일을 알리기 위해서다.
산업 단지에서 마우리족을 데리고 출발한 이슈람은 곧 S-20에 도착할 터. 마우리족에게 살 곳을 마련해 주고 농작물 관리를 맡기라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유저의 가장 즐거운 시간 중 하나인 잡템 정리.
산업 단지에서 아크가 때려잡은 용병의 숫자는 적지 않았다. 관제실로 가는 도중에 처리한 용병만 20여 명. 관제실에서도 혼자 10명 이상을 처리했다.
당연히 그들이 떨군 잡템은 모두 아크의 몫.
먼저 아크를 공격한 극악무도(?)한 용병들이라도 카오틱은 아니라 많이 떨구지는 않았지만 합치니 꽤 되었다.
-잡템 정리!
※지체 높은 귀족이라 상인이 좋은 값을 쳐주었습니다.
《73골드. 호감도 보너스 : +5골드》
73골드! 거기에 추가로 5골드 획득!
정회원 배지를 받자마자 효과가 발휘되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지만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다.
“에? 대위가 남작님에게 알리지도 않은 겁니까? 허 참, 이상하네. 모처럼 오셨는데 헛걸음을 하셨군요. 이리나 대위는 얼마 전에 새로운 임지로 떠났습니다. 거기가 좀 위험한 곳이라 제가 말렸는데도 고집을 피우더군요.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아크는 이참에 이리나도 만나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상관 볼티어 중령에게 이런 말을 전해 들었을 뿐이다.
며칠 전의 투자 설명회도 함께 참석하고, 어젯밤에도 통화를 했지만 아크는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아니, 뭐 게임 속에서 뭘 하는지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한 곳을 일부러 고집을 피워 갔다는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리는군.’
그러나 볼티어는 자세한 얘기는 해 주지 않았다.
그저 이리나가 얼마 전부터 왠지 모르게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해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크는 일단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사사건건 캐묻는 남자는 좀 그러니까!
어차피 필요하면 그녀가 먼저 얘기를 해 주리라.
“자, 이제 남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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