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24)
아크 더 레전드-424화(424/875)
[424] SPACE 9. 수색 시작! (2)일단 페이의 눈에도 풍선으로 보이기는 하는 모양이다.
“저건 바쥴라라고 불리는 병기지. 뭐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리나드의 정신력에 반응해 자유자재로 변하고 우주 비행까지 가능하다고 하더군. 그리고 병기로 사용하면 트리나드 중 1명이 우주 전함 1척과 맞먹는 전투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우주 전함과? 1명이?”
“그래, 다시 말해 저 3명이 우주 전함 3척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뭐 실제로 트리나드가 전투에 나선 것은 라마와 전면전을 펼칠 때였으니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실이라면 단일 병기로는 우주 최강이라고 할 수 있겠지.”
‘흠…….’
아크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트리나드를 바라보았다.
페이의 설명을 들어도 그냥 헐벗은 노인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바쥴라는 그냥 풍선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1명이 전함 1척과 맞장을 뜰 수 있다니.
대체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한번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쉬라바스티에서 열리는 것은 평화회담. 만약 트리나드가 싸우는 장면을 볼 기회가 있다면, 그 전함 레벨의 공격에 얻어터지는 사람은 아크가 되겠지.
이곳에서 신기를 찾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성지 모독죄로 트리나드에게 박살이 날 테니까.
‘그건 곤란하지. 그러니까…….’
-모두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곳에 모인 분들은 우리들을 포함해 모두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아슐라트의 성지 쉬라바스티! 행사가 끝난 뒤에 작은 다과회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니 그때까지는 이해관계를 잊고 편히 쉬어 주십시오! 우리는 그 자리가 은하계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자리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럼 이제 내일 행사까지 쉬실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따라 오십시오.
퍼스트의 말이 끝나자 사이보그 병사가 은하연방과 평의회, 라마 일행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아크, 가자…… 어?”
고개를 돌리던 페이가 당혹성을 터뜨렸다.
이미 아크는 보이지 않았다.
* * *
“뭐야? 대체 이건?”
각종 기계부품이 널린 작업장.
햄스터 1마리가 공구를 집어 던지며 짜증을 부렸다.
제이와 함께 인쿼리에서 얻은 <설계도 : 미확인>을 연구하는 토리였다.
사실 연구를 처음 맡았을 때는 토리도 좋았다.
적어도 연구를 하는 동안에는 아크에게 호출되지 않을 테니까! 위험천만한 장소로 질질 끌려가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러나 토리의 생각이 짧았다.
일단 설계도만 있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된다.
토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든 되었다.
뚝딱! 뚝딱! 위이이잉! 뚝딱! 뚝딱!
설계도를 손에 넣은 지 벌써 보름 가까이 되었다.
그사이에 토리는 제이와 작업실에 처박혀 쉬지 않고, 그렇다. 쉬지 않고! 처음에는 해바라기 씨나 갉아 대며 모처럼의 자유 시간을 만끽할 생각이었지만 토리도 기술자.
일단 시작하자 장인의 의지를 불태우며 부지런히 기계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이제 거의 90%는 완성되었다. 그러나 완성되어 가는 것은 형태뿐이었다.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90%쯤 되면 일부는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디를 어떤 식으로 조작해도 기계는 묵묵부답.
아니, 이건 그 이전의 문제였다.
“대체 이 기계는 뭐에 쓰는 물건이야? 설계도대로 조립해 놓고 보니 그냥 커다란 기계 덩어리잖아. 게다가 동력부는? 배터리가 들어가는 부분이 빠져 있잖아!”
막상 조립해 보니 건전지(?)를 넣는 부분도 없다.
그렇다고 어딘가에 220V 전용 콘센트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을 넣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토리의 말대로 그냥 커다란 기계 뭉치.
형태는 거의 완성이 되었는데도 연구 진척도는 50%대에서 머물러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아직도 무슨 동력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작동하면 이상하지!”
“이상하군요. 분명 설계도대로 만들었는데.”
“그럼 뻔하잖아. 설계도에 문제가 있는 거지. 빌어먹을, 이건 실패작이 분명해!”
“하지만…….”
“하지만은 뭐가 하지만이야? 다 때려치워! 아니, 부숴 버릴 테다!”
“사장님이 가만있지 않으실 텐데요?”
이어지는 제이의 말에 망치를 들어 올리던 토리가 우뚝 멈췄다. 한동안 안 봤더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크라는 인간을. 그래, 이건 아크라는 놈의 기계다.
만든 건 토리와 제이지만 아크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만든 기계다.
그러니까 부수면 안 된다.
머지않아 아크가 돌아오면 그때는 토리도 부서질 테니까.
그러나 부수지 않아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애초에 <설계도 : 미확인>을 찾은 사람은 토리. 그리고 아크는 거기에 이미 2,500골드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다.
그런데 그게 불량품이다? 토리가 아는 한 아크는 허허 웃으며 ‘할 수 없지.’라고 말해 줄 인간이 아니었다.
부술 거다! 망치로 꽝꽝! 토리를!
“저기…….”
“머리 좀 식히고 다시 시작하죠.”
“그, 그러는 게 좋겠지?”
제이의 말에 토리가 식은땀을 훔치며 끄덕였다.
이로써 오늘도 별 성과 없이 하루가 지났다. 제이는 내일을 위해서 푹 자고 오겠다며 연구실을 나갔지만 토리는 그처럼 편히 잘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젠장, 내가 미쳤지. 왜 이딴 설계도는 찾아서…….”
토리는 기계에 걸터앉아 볼 주머니에 숨겨 놓은 씨앗을 갉으며 설계도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결국 연이은 밤샘 작업에 지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어? 졸았나? 헉! 이, 이게 뭐야? 이, 이것은?”
퍼뜩 깨어나 두리번거리던 토리의 눈이 이따만 해졌다.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해도 반응이 없던 기계가 웅웅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기계의 위에 떠 있는 물체였다. 그것은 놀랍게도…….
“해바라기 씨! 댑따 큰 해바라기 씨!”
거대한 해바라기 씨였다.
* * *
점차 어둠에 물드는 숲.
우거진 수풀 사이로 소리 없이 움직이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유리와 같았다. 수풀이 흔들릴 때마다 그 지점의 풍경이 살짝 왜곡되어 보여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실제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정체는 바로 아크였다.
트리나드가 연설을 마치고 손님을 객실로 안내할 때, 아크는 바로 스텔스를 발동시켜 몸을 숨겼다.
아크가 쉬라바스티에 온 이유는 신기를 찾기 위해서! 객실에서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속전속결이지!’
그러나 즉흥적인 판단은 아니었다.
‘내일 행사에는 아슐라트의 귀족들도 참석한다. 거기에 황제인 성황도. 당연히 그에 맞춰 쉬라바스티에도 상당한 숫자의 경비병이 추가될 것이다. 그리고 디에라 주위를 겹겹이 둘러싸겠지. 그들의 눈을 피해 디에라를 빠져나가기는 무리. 그 뒤에 4강의 회담이 열릴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경계병이 가장 적은 시기는 지금!’
아크가 바로 행동을 개시한 이유였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길이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행사 전이라고는 하나 현재 디에라에는 트리나드를 포함해 4강의 유력자들이 모여 있다. 당연히 디에라 주위에는 아슐라트의 사이보그 병사들이 쫙 깔려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경계병. 스텔스를 간파하는 장비가 기본 탑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유닛 정보 : 와쳐Watcher
아슐라트가 사용하는 자가 이동형 서큐리티 시스템입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아슐라트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립형 기계를 선호합니다. 와쳐 역시 그런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립형 탐사정으로 적외선과 자외선, 열 감지 기능으로 전방 180도 범위를 감시,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은하연방과 라마의 탐사정과 구별되는 점은 고작 10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최소형 탐사정임에도 기능적으로는 몇 배나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와쳐는 초소형에 스텔스 기능까지 탑재해 적의 광범위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안으로도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소형 레이저 발사기가 장착되어 공격까지 할 수 있습니다. 병사의 질이 떨어지는 아슐라트가 다른 3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과학력 덕분입니다.
……이것이다.
스텔스 상태로 주위를 감시하는 와쳐.
디에라 주위에는 이런 와쳐가 새까맣게 깔려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사실을 몰랐던 아크는 처음 디에라 밖으로 이동할 때 와쳐의 경계망에 포착되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바로 사이보그 병사들이 몰려왔다.
“아니, 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은 디에라 내부에도 있습니다. 손님들은 행동의 자유가 있지만 디에라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만약을 위해 디에라 근처의 와쳐는 단순 감시 기능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제한 구역 너머의 와쳐는 공격 모드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자칫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통제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협박과 함께 다시 START 지점으로.
아마 손님으로 온 게 아니었다면 벌집이 되었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얌전히 객실로 돌아가 빈둥거릴 아크는 아니었다. 첫 시도는 실패했지만 이로써 디에라 주위에 어떤 경계망이 펼쳐져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문제는 와쳐의 감시를 피하는 방법인데…….’
아크는 스텔스를 간파하는 ‘투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와쳐도 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보인다고는 해도 그림자처럼 흐릿한 윤곽만 보이는 것이다. 고작 10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그것도 비행체를 일일이 확인하며 움직이기는 무리!
‘룬 문자 하자스카는 투시보다 강력하다. 스텔스가 해제된 것처럼 선명하게 볼 수 있어. 하지만 와쳐는 1~2대가 아니야. 전후좌우를 한꺼번에 보지 못하는 한 와쳐의 감시망을 피하기는 힘들다. 반면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시야를 얻을 수 있는 룬 문자 쿠엠라돈은 투시나 하자스카의 효과가 적용되지 않아.’
실로 난감한 문제였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답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 얻은 룬 문자 ‘샴’을 사용해 이런저런 룬 문자를 조합할 때, 하자스카와 쿠엠라돈 역시 시도해 보았다.
그리하여 습득한 새로운 효과는…….
-룬 문자 융합에 성공했습니다!
룬 문자 하자스카+쿠엠라돈(옵저버) : 과거 무라트에는 천공에서 세상 모든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비누라는 이름의 신조神鳥에 얽힌 신화가 존재합니다. 그 비누의 두 눈이 하자스카와 쿠엠라돈. 모든 것을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때문에 비누에게는 옵저버Observer, 관찰자라는 칭호가 붙어 있습니다. 이 옵저버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설사 눈을 감고 있어도 은밀히 접근하는 암살자까지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옵저버!
하자스카의 효과가 추가된 쿠엠라돈이었다.
‘역시 배울 수 있는 스킬은 뭐든 미리 미리 익혀 둬야 한다니까.’
아크가 ‘옵저버’를 익힌 것은 메가라돈으로 오는 도중이었다. 이스타나에서 메가라돈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하루. 노블리스-II에서 딱히 할 일이 없어 룬 문자 ‘샴’의 조합법을 찾으며 시간을 보낸 것이다.
-룬 문자 형성에 실패했습니다!
-아무런 효과도 발휘되지 않았습니다…….
뭐 대부분은 이런 메시지를 확인했을 뿐이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죽어라 룬 문자를 그려댄 보람이 있었다. ‘옵저버’를 띄우자 주변의 와쳐들이 일목요연하게 내려다보이는 것이다.
‘자, 이제…….’
아크는 인내심을 가지고 와쳐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아크의 이동로에 깔린 와쳐만 30~40개. 게다가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주위를 날아다니며 전방 180도나 되는 각도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벽에도 구멍은 있는 법!
‘와쳐들의 움직임에도 규칙이 있어!’
처음에는 마구잡이로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일정 궤도로만 움직이고 있었다. 아크는 ‘옵저버’로 그런 와쳐의 움직임을 보며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돌파를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루트와 타이밍이 잡히는 순간!
‘지금이다!’
탄환처럼 튕겨 날아갔다.
아크가 튀어나가자 바로 앞에 있던 와쳐가 반대로 회전한다. 그사이에 3미터 전진하자 이번에는 뒤쪽의 와쳐가 아크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나 이미 그때 아크는 놈의 시야각에서 벗어나 반대쪽으로 몸을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튕기듯 일어나 우측으로 몇 걸음 떼어 놓자 이번에는 3대의 와쳐가 동시에 회전했다. 전후좌우, 어느 쪽으로도 움직여도 놈들의 시야각을 벗어날 수 없는 타이밍!
그러나 이런 상황도 계산에 들어 있었다.
“하이드!”
간만에 발동하는 하이드!
아예 땅속으로 몸을 숨기는 스킬이었다.
스텔스까지 간파하는 와쳐라도 땅속까지 탐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옵저버’를 발동시킨 아크는 땅속에서도 와쳐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방향에서 모여든 와쳐가 아크의 머리 위에서 교차하며 멀어져 가고 있을 때, 밖으로 솟아 나온 아크가 다시 미리 짜 놓은 루트로 몸을 움직였다.
좌로 5미터! 우로 3미터! 하이드! 다시 나와 우로 5미터!
←↙↓↘→A! 파동…… 아니, 이건 아니고…….
→↑↑hide!↑↓←hide!→!
정신없이 숲을 뛰어다니기를 10여 분.
아크는 마침내 와쳐가 깔린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사이보그 병사와 와쳐는 디에라 주위에 밀집되어 있었다. 디에라에서 500미터가량 떨어지자 숫자는 대폭 줄어 간간이 3~4마리가 모여 있는 수준.
‘일단 가장 힘든 고비는 넘긴 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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