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25)
아크 더 레전드-425화(425/875)
[425] SPACE 9. 수색 시작! (3)새삼스럽지만 역시 아크는 이런 쪽에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숫자가 줄었다지만 여전히 병사와 와쳐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디에라 근처라면 걸리더라도 ‘화장실! 급해!’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런 변명이 먹힐 리가 없었다.
걸리면 바로 OUT!
마틴 후작이 꼬옥 쥐여 준 폭탄을 삼켜야 하리라.
‘네 번째 신기를 손에 넣을 때까지는 1초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아크는 ‘옵저버’로 주위를 감시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전진했다. 아무런 이정표도 없는 숲 속이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고 있었다.
-X-332, Y-20…… X-333, Y-20…… X-334, Y-20…….
님프의 GPS.
목적지의 좌표는 알고 있으니 좌표만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약 30분…….
“여기다!”
아크가 우뚝 멈춰 서며 소리쳤다.
-……X-341, Y-20.
드디어 자낙스가 알려 준 좌표에 도착한 것이다.
메가라돈의 좌표 1은 약 10미터. 다시 말해 현재 위치에서 10미터 범위 안에 목적지가 있다는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수상해 보이는 바위가 눈에 띄었다.
“뭐지? 이 구멍은?”
아크가 바위를 살펴보며 웅얼거렸다.
일단 겉모양은 그냥 평범한 바위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중심에 딱 팔 하나가 들어가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혹시 이 구멍 속에 신기가 숨겨져 있나?”
그런 생각으로 구멍에 팔을 넣어 봤지만 휘적, 휘적.
구멍 내부에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젠장, 그렇다면!”
아크는 이번에는 삽을 꺼내 들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바위가 자낙스의 표식이다.
그럼 이것저것 볼 것 없이 아예 바위 밑까지 파고 들어가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10분을 넘겼을 때 포기했다.
파 보고 나서야 알았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바위는 문자 그대로 빙산의 일각, 산으로 치면 꼭대기 부분이었다. 파고 들어갈수록 바위의 둘레가 점점 커지는 형태로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이다.
“헉헉헉! 대체 뭐야? 어쩌라고?”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낙스의 메시지!
-그대의 친구가 문을 열어 줄 것이다.
처음 그 글을 봤을 때는 참 뜬금없다 싶었다.
마치 누군가 문을 열어 줄 사람이 있는 것처럼 적혀 있지만, ‘그대의 친구가’다. 다시 말해 아크가 아는 사람이 문을 열어 준다는 뜻. 그러나 아크가 아는 사람이 이런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어 줄 리가 없지 않은가?
‘뭔가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면…….’
아크가 바위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때였다.
돌연 머리 위로 ‘!’가 떠올랐다.
‘친구! 그래, 어쩌면!’
아크가 얼른 바위로 다가가 다시 구멍에 팔을 집어넣었다.
“나와라, 바사크!”
그리고 골렘 바사크 소환!
-부르셨습니까, 형님! 엇? 여,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되도 않는 개그할 생각하지 말고 주위를 잘 더듬어 봐! 뭐가 있는지!”
-네? 네!
구멍 속에서 바사크의 대답이 들려왔다.
-있습니다! 안쪽에 무슨 레버처럼 생긴 쇠막대기가 있습니다!
“그래, 역시 이런 뜻이었군.”
아크의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친구가 문을 열어 준다는 말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었다.
수수께끼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어딘가의 문을 여는 레버는 바위의 구멍 속에 있다. 그리고 팔은 레버까지 닿지 않지만 구멍 내부에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구멍 속에 바이우스 실드를 차고 있는 팔을 넣어 소환하면 바사크를 바위 내부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장아장 걸어가서 레버를 당기면 OK!
“훗, 간단하군.”
막상 알고 보면 별 거 아니다.
그러나 아크는 10분 넘게 삽질을 했다!
“에이, 됐어! 아무려면 어때? 결과가 중요하지! 암, 바사크, 당겨!”
아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위가 진동했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 * *
쿠쿠쿠쿠! 쿠쿠쿠쿠!
어둠 속에서 또 1척의 우주선이 불길을 일으키며 분해되었다. 격전 끝에 침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장면을 지켜보는 사내의 얼굴에는 짜증이 번졌다.
“어째 갈수록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선장님이 강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런 말도 지겹다고.”
인상이 구겨지다 못해 대머리까지 쭈글쭈글해진 사내가 한숨을 불었다.
“정말이지 못해 먹겠군. 그래도 명색이 바운티 헌터잖아. 그리고 이 몸은 나름 거물 해적이고. 그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와서 내가 ‘헉!’이라든가! 응? ‘이럴 수가!’라든가! 하다못해 ‘음, 적이지만 훌륭한 녀석이었어.’라는 대사 정도는 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게 뭐야? 대사는커녕 내가 나설 기회도 없잖아! 나 왜 여기 있니? 응?”
“저희는 해적입니다.”
“누가 뭐래?”
“해적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죠. 해적은 원래 약한 놈을 신나게 패 주고 화물을 약탈하는 거라고요. ‘헉!’이라든가! 응? ‘이럴 수가!’라든가! 하다못해 ‘음, 적이지만 훌륭한 녀석이었어.’라는 대사를 하면 곤란하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난 하고 싶다고!”
“어린애처럼 굴지 마십시오. 해적은 안전한 돈벌이가 최고입니다.”
“됐어! 난 돈 버는 기계가 아니야! 아직 꿈이 있다고!”
“무슨 중년 가장 같은…….”
“젠장, 불타오를 만한 상대 좀 안 나타나나?”
“선장님! 후방에서 우주선 1대가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승전에도 불구하고 대머리와 부관―처럼 보이는―이 투덕거릴 때였다. 조종석에 앉아 있던 해적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대머리가 반색하며 물었다.
“오! 새로운 놈인가? 뭐냐? 전함? 순양함? 기왕이면 순양함이 좋은데!”
“선장님, 좀! 무슨 저주라도 겁니까?”
“왜? 좋잖아! 순양함! 상대가 바보라도 순양함쯤 되면 제법 싸우는 맛이 나지 않겠어? 어이! 어때? 순양함이야? 그래도 이 몸의 악명이 있으니 적어도 전함은 되겠지?”
“아니, 고속정인데요?”
“에? 고속정?”
대머리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고속정은 꽉꽉 구겨 넣어도 겨우 10명이나 탈까 말까 한 소형 우주선. 게다가 대부분 무장도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해적이라면 쾌재를 부르며 달려들었겠지만 나름 로망이 있는 대해적을 자부하는 대머리로서는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선장님, 고속정에서 통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 됐어! 됐어! 못 본 척해 줄 테니 얼른 도망가라고 해.”
“아니, 그게 아니라…….”
-칼리 님!
그때 모니터에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돌아앉았던 대머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어라? 너, 베라미잖아? 뭐야? 고속정이라는 게 네 우주선이었어? 하, 용케도 여기까지 왔네. 그런데 네가 여기까지 웬일이냐? 너도 해적으로 전업이라도 할 생각이야?”
-그게 아니라, 이제야 찾았습니다!
“에? 찾다니? 뭘?”
-뭐라니요? 칼리 님이 시켰잖아요! 그 자식을 찾아오라고!
“내가? 그랬어? 아니, 뭐 그런 모양이지. 그런데 그 자식이 누구인데?”
-아크 말입니다, 아크! 제가 칼리 님에게 빌린 자렌족 노예를 모두 죽여 버린! 그것 때문에 칼리 님이 저에게 아크를 찾아내라고 했잖아요! 찾아오지 않으면 탈탈 털어 버리겠다고! 그래서 갖은 고생을 하며 놈이 있는 곳을 찾아왔는데…….
“아크? 아! 그렇군!”
갸웃거리던 대머리가 손가락을 튀기며 소리쳤다.
그제야 기억이 난다. 지금 모니터 속에서 침을 튀기는 베라미라는 녀석에게 자렌족 노예 100마리를 빌려줬던 일.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몽땅 죽었다.
그래서 울컥 화가 치밀어 베라미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아크를 찾아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머리는 잊고 있었다.
그때는 좀 짜증이 났지만 어차피 그에게 문어 100마리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베라미에게 아크를 잡아오라고 한 것도, 딱히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냥 아크에게 관심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유저 중 하나인 호크가 아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맞으리라.
‘베라미와 호크가 말한 아크가 동일인이라면…….’
대머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재미있겠지!’
“좋아! 베라미, 지금 어디 있나? 아크라는 녀석은?”
* * *
“여기는……?”
아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사크가 바위 속의 레버를 당겼을 때.
바위의 윗부분이 좌우로 갈라지며 지하로 이어진 동굴이 나타났다. 그 동굴을 따라 내려오자 상당한 넓이의 지하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넓이는 대략 100미터 정도.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처럼 보였지만…….
“이건 검흔劍痕이잖아?”
벽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상처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검에 의해 만들어진 흔적이라는 것을.
“대체 왜 벽에 이런 검흔이 있는 거지? 그것도 벽을 가득 채울 정도라면 한 번의 전투로 생긴 흔적이 아니다. 이곳에서 수없이 많은 싸움이 벌어졌던 거야.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곳에서 수십 번이나 싸웠던 걸까?”
일단 알 수 있는 것은 하나.
십중팔구 자낙스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꼼꼼히 살펴봐도 딱히 이렇다 할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좀 수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곳만 뒤지고 있을 수는 없다.
“일단 좀 더 들어가 봐야겠군.”
-엇? 형님!
이에 아크가 안쪽으로 이어진 동굴로 걸음을 옮길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바사크의 당혹성이 들려왔다.
치잉-!
아크가 몸을 돌리자 쟁반에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울리며 눈앞으로 붉은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난 뒤에야 아크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방금 전 아크가 들어온 동굴 입구.
손에 붉은 빛을 뿜어내는 광선검을 든 사내가 서 있었다.
바사크는 그가 뒤에서 아크에게 검기를 날리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몸을 던져 막아서자 광선 계열의 공격을 반사시키는 크리스털 골렘의 특성에 의해 검기의 궤도가 바뀐 것이다.
“너는……?”
아크가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본 적이 있는 자였다. 디에라에서 본 라마의 샤도우 기사단에 섞여 내내 아크를 노려보던, 로브를 걸치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눈빛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왜 이 녀석이 여기에 있는 거지?’
아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의문이 이것이었다.
아크는 이곳으로 오는 내내 ‘옵저버’를 발동시키고 있었다. ‘옵저버’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직경 100여 미터. 누군가 미행하고 있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이자의 미행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무슨 목적으로 미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그 역시 사이보그 병사와 와쳐의 경계망을 뚫었다는 뜻!
그게 아니라면 이 자가 여기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하나!
“아슐라트 병사들에게 밀고한 건가?”
-아직은.
“아니라고? 하지만…….”
-네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라.
로브의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아직이라고 말했지만 그게 밀고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네가 하기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밀고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내게 원하는 것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 거지.
“말해 봐라. 듣고 나서 결정하지.”
-승부다. 너와 나, 단둘이 승부를 내는 것.
“뭐?”
사내의 대답에 아크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곳까지 따라와서 고작 한다는 말이 승부? 아니, 뭐 이런 상황이면 아크 역시 입막음을 위해서라도 놈과 붙는 수밖에 없지만.
“디에라에서도 네 시선을 느꼈다. 아주 대놓고 적개심을 줄기줄기 뿜어내시더군. 대체 왜지? 내가 벨린 성좌에서 라마에게 피해를 준 사람이기 때문인가?”
-그딴 건 상관없어.
사내가 왼손으로 로브를 확 잡아 찢었다.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와 승부를 내겠다고!
“너, 너는?”
아크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찢어지는 로브 사이로 드러나는 사내의 얼굴!
아크는 이 사내를 알고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붉은색으로 도배되어 있는 라마 전사는 바로 붉은학살자! 상상도 못 했던 붉은학살자의 모습에 아크가 멍한 표정을 짓자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딱 좋은 곳이군. 설마 여기서도 도망가지는 못하겠지?
“너 말이지…….”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기를 잠시, 이내 날카로운 눈빛을 발하며 말했다.
“설마 지금까지 내가 너를 피해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 뭐 좋아. 그때는 내가 피한 게 맞으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할 수 없지. 젠장, 이렇게까지 끈덕지게 달라붙을 줄 알았으면 그때 끝장을 보는 건데. 아니, 갑자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군.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보자. 너 정말 루시퍼냐?”
-그렇다면?
“해 줄 말은 하나뿐이다.”
이 세계에서는 루시퍼도 유저. 페어리로 부활할 수 있으니 한두 번 죽여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다. 때문에 두 번이나 마주쳤지만 굳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승부를 내지 않은 것이다.
아니, 붉은학살자의 말대로 도망쳤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당시 아크는 아직 붉은학살자와 1대1 승부를 내기에는 레벨이 달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붉은학살자, 도, 망, 치, 지, 마, 라!”
아크가 백색 광선검을 들어 올리며 이를 드러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아크!
이어 붉은학살자가 붉은 광선검을 들어 올리자 살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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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더 레전드 1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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