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28)
아크 더 레전드-428화(428/875)
[428] SPACE 1. Who? (3)-뒈져라!
-우앗! 형님! 폭쇄!
이어 붉은학살자가 점액질에 검을 박아 넣으려는 찰나!
허둥대던 바사크가 양팔로 바닥을 짚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바사크의 머리가 송곳처럼 뻗어 나오며 붉은학살자를 향해 폭사되었다. 이건 붉은학살자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격.
바사크 때문에 절호의 기회를 놓친 붉은학살자가 이를 갈아붙이며 소리쳤다.
-쳇! 같잖은 골렘 따위가! 사이클롭스!
위이이잉! 콰콰콰콰! 콰콰콰콰!
지시하는 방향으로 기관총처럼 레이저를 뿜어 대는 눈알!
스킬인지 장비품인지 모르겠지만 실로 사기적인 병기라고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사기적인 병기의 공격은 이번에도 애먼 바닥만 헤집어 놓았다.
“돌아와라, 바사크!”
바사크는 액체로 변해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아크의 팔로 날아가 합체!
본래 형태인 크리스털 방패, 바이우스 실드로 돌아갔다. 그러자 폭쇄를 피해 물러났던 붉은학살자가 번뜩이는 눈동자가 바로 아크에게 박혀들었다.
-나왔군! 사이클롭스!
위이이잉! 콰콰콰콰! 콰콰콰콰!
숨 돌릴 틈도 없이 빗발쳐 날아오는 수십 줄기의 레이저!
레이저는 탄환처럼 광선검을 이용한 방어 기술, 소드 디펜스로 궤도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퀄라이저는 이기어검술로 움직이다가 붉은학살자의 검과 충돌해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렇다고 레이저를 피하며 이퀄라이저를 주우러 가는 것도 참 볼품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짓!
“사이코키네시스! 바이우스 실드!”
아크는 염동력으로 이퀄라이저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바이우스 실드를 펼쳐 레이저를 막았다.
크리스털로 이루어진 바이우스 실드는 빛을 굴절시키는 효과가 있어 에너지 계열의 공격에 50%의 저항력이 붙어 있다. 거기에 방패 방어로 인한 대미지 감소율까지 생각하면 직격당한다 해도 대미지는 거의 없으리라.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레이저가 바이우스 실드의 표면에 닿는 순간!
치잉! 치잉! 치잉! 번쩍-!
마치 빛이 거울에 반사되는 것처럼 레이저가 바이우스 실드에 흡수되어 난반사를 일으키더니 무작위로 튀어 나가 벽과 바닥을 태우는 것이 아닌가? 이전에도 나쿠마가 사용하는 에너지 탄을 방어한 적이 있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이었다.
“이, 이게 대체…….”
아크는 그제야 바이우스 실드의 형태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의 바이우스 실드도 표면에 각이 져 있었다.
그러나 깨진 유리처럼 불규칙하고 거칠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부러 세공을 해 놓은 것처럼 규칙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모양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그때 느닷없이 떠오르는 정보창!
-바이우스 실드에 새로운 특수 능력을 추가됐습니다!
《바이우스 실드는 ‘의지를 가진 돌’이라고 불리는 바이우스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바이우스는 대개 크리스털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크리스털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지를 담을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돌임에도 액화와 융합이 가능하다는 부분도 크리스털로 분류하기 힘든 특성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특성이 바이우스를 불가사의한 광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의지가 담긴 바이우스는 액화를 통해 형태를 바꾸고, 다른 바이우스와 융합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며 지식을 습득한다. 이런 점만 보면 바이우스는 광물이라기보다 생물에 가까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아쉽게도 그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미러엣지(유저, 액티브) : 새로 습득한 크리스털은 마치 보석처럼 아름답게 세공이 되어 있는 바이우스입니다. 그러나 이런 세공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각도로 표면 처리가 되어 있어, 광선 계열의 공격을 난반사시켜 되돌리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반사되는 광선의 방향은 무작위에 가깝지만 방어 기술에 익숙해지면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포스 소모 : 50
‘방패 전용 스킬?’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짚이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 전 바사크의 손에 붙어 있던 커다란 수정 덩어리. 바사크는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 손을 대자 붙어 버렸다고 했다. 그때는 무슨 헛소린가 싶었지만 정보창의 내용에 의하면 그건 평범한 수정이 아닌, 바이우스였던 모양이다.
바사크가 만지는 순간 융합이 돼 버린 것이다.
그리고 보석처럼 세공되어 있는 바이우스의 영향으로 바이우스 실드의 표면도 변화. 정밀한 계산에 따라 깎인 표면 덕분에 레이저를 난반사시키는 효과가 추가된 것이다.
그게 바로 미러엣지!
‘뭐 일단 스킬이 생기는 거야 땡큐지만…….’
바사크가 혼자 돌아다니다가 스킬을 배우다니, 정말이지 밑도 끝도 없다. 게다가 바사크가 융합해 버린 바이우스는 그냥 바이우스도 아니다.
아직 뭐가 뭔지 파악이 되지 않지만 지하 공간에 장치된 어떤 기관을 작동시키는 스위치 같은 것이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아크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떨어져 내리는 중이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다.
그리고 뒷일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당장 도움이 되는 스킬이 생긴 것이다. 뭐 그게 환호성을 터뜨릴 일인지 울화통을 터뜨릴 일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뭐냐? 사이클롭스!
“미러엣지!”
붉은학살자의 고함에 아크가 잽싸게 바이우스 실드를 들어 올렸다. 뒤이어 소나기 같은 레이저가 쏟아졌지만 바이우스 실드에 흡수되어 난반사를 일으키다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심지어 그중 몇 발은 붉은학살자에게 날아가기도 했다.
-칫! 대對광선용 방패인가?
붉은학살자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좋다. 어차피 사이클롭스 따위로 승부를 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너와 나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검밖에 없겠지. 검파!
콰지지지지!
붉은 검기를 막아 내자 바이우스 실드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균열이 번졌다.
같은 광선 무기라도 총 계열의 레이저 공격과 달리 근접 무기로 분류되는 광선검의 대미지는 반사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굳이 광선검까지 실드로 막을 이유도 없었다.
광선검이라면 아크도 있으니까!
“이퀄라이저!”
사이코키네시스로 이퀄라이저를 되찾은 아크의 손에서 백색 검광이 솟아 나왔다. 그리고 붉은 빛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드는 붉은학살자의 검광과 충돌!
위잉! 위잉! 부우우웅! 위잉! 퍼퍼퍼펑!
그와 동시에 백색과 붉은 색의 빛이 격렬하게 뒤엉키며 빛의 폭발이 잇달았다.
뒤엉키는 것은 검광만이 아니었다.
검기의 소용돌이가 만들어 낸 빛 속에서 아크와 붉은학살자의 신형이 쾌속으로 움직이며 몇 번이나 격돌했다.
쩡! 콰직! 텅! 쩌쩌쩌쩡!
그때마다 울려나오는 쇳소리!
배틀슈트 장착으로 슈퍼헤비급이 된 둘의 발 차기가 상대의 몸에 박히는 소리였다.
거기에 바닥이 아래로 떨어지며 내는 소음이 더해지자 고막이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주변 상황과 달리 아크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했다.
‘……예상대로다.’
이미 몇 번의 싸움에서 증명됐듯이 아크와 붉은학살자는 검술과 격투술이 백중세.
그런 전사들이 난타전을 벌이자 둘의 몸은 순식간에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것처럼 상처에 뒤덮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쪽 모두 치명상은 없었다. 대미지가 높은 기술은 예비 동작이 큰 만큼 빈틈이 많아 대등한 실력의 상대에게는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격이 성공해도 스치는 정도.
때문에 자잘한 상처는 많아도 실제로 생명력이 왕창 깎일 만한 치명상은 입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둘의 생명력도 고작 1~2% 차이로 앞서거나 밀리기를 반복할 뿐, 어느 쪽도 승기를 잡지 못하는 소모전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아크는 알고 있었다.
아니, 아마 붉은학살자도 알고 있을 것이다.
‘승부는 한순간이다. 나나 붉은학살자, 어느 쪽이든 집중력이 끊기는 순간 승부가 결정 나게 된다. 나도 그렇지만 붉은학살자 역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야.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상대의 집중력이 끊어질 때 한순간에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서! 지금의 소모전은 그런 기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지금까지의 붉은학살자를 생각하면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는 않겠지. 하지만…….’
아크의 입술이 길게 휘어졌다.
콰콰콰콰! 쿠쿵!
그때 굉음이 울리며 바닥이 진동했다.
새삼스럽지만 현재 아크와 붉은학살자가 격돌하는 장소는 바닥이 고속 엘리베이터처럼 아래로 하강하는 중이다. 그리고 때때로 뭔가에 걸린 것처럼 거칠게 요동치기도 했다.
아크가 기다리고 있던 타이밍이 이때였다.
바닥이 요동치면 당연히 아크와 붉은학살자도 약간이나마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크는 같은 상황을 반복해서 겪는 사이에 그런 요동이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다음에 요동치는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는 뜻! 예상할 수 있는 요동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다!’
아크가 눈을 빛내며 몸을 날린 것이 그때였다.
바닥이 요동치자 움찔하며 자세를 낮추던 붉은학살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낮은 자세로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일단 돌진을 저지하고 자세를 가다듬을 시간을 벌기 위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미 예상하고 있던 대응이었다.
아크는 그대로 검광을 향해 돌진하며 소리쳤다.
“환영분신!”
순간 다섯으로 분열되는 아크!
이 역시 이전에 붉은학살자와 싸울 때 사용한 적이 있는 스킬이었다.
난타전을 벌일 때 아크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환영분신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하이드처럼 앞서 보여 주면 붉은학살자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기억이 떠오르면 대응 방법을 알아내기도 쉽다. 그러니 사용한다면 방어보다는 공격을 위해서. 확실히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일 때 사용해야한다.
그게 바로 지금!
-뭐…… 핫! 제, 젠장! 혈우검!
당황하며 물러나던 붉은학살자가 황급히 스킬을 발동시켰다. 환영을 간파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분신에 속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 광역 스킬로 동시에 모든 환영을 공격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니 정답을 찾아낸 셈이지만…….
“늦었다.”
붉은 검기에 사라진 환영은 3개.
이미 2개의 환영은 공격 범위를 벗어나 붉은학살자의 뒤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긴 전투 끝에 처음으로 붉은학살자의 배후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수준 높은 유저끼리의 전투는 빈틈을 보이는 그 한순간에 승패가 결정 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진 적이 없다는 말은 하지 마라!”
아크가 붉은학살자의 등에 속사포 같은 공격을 퍼부으려 할 때였다.
붉은학살자가 씨익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럴 생각이다. 내가 이길 테니까.
“……!”
순간 아크가 동작을 멈췄다.
붉은학살자의 말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느낌을 받기 전에 이미 감각이 위기를 감지하고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카카카카카!
옆구리에서 불로 지져대는 통증이 느껴진 것은 그때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크가 상황을 파악한 것은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수 미터나 거리를 벌인 뒤에 돌아봤을 때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고도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붉은학살자의 뒤. 그러니까 아크가 서 있던 자리에 붉은학살자와 똑같이 생긴 전사가 둘이나 더 서 있는 것이다.
옆구리에 일격을 먹인 것이 그중 하나였다.
“이게 무슨……?”
-분신술을 너만 사용하라는 법이라도 있나?
붉은학살자‘들’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분신술이라고? 저게?’
아크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길게 찢어진 옆구리를 내려다보았다.
분신술은 기본적으로 환영을 만드는 기술이다.
다시 말해 실체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환영. 신기루 같은 존재다. 그리고 단발성이라 오래 유지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아크가 알고 있는 분신술은 그렇다.
그러나 붉은학살자의 분신은 아크에게 실제로 상처를 입혔다. 아니, 그럼 아크가 배후를 잡았던 붉은학살자가 분신이고 뒤에서 나타난 녀석이 실체라는 말인가?
“하지만 배후를 잡은 녀석은 내가 계속 지켜보던 녀석인데…….”
-뭐 어차피 알게 될 테니 말해 주지. 나의 분신술은 너처럼 허깨비 따위로 눈속임이나 하는 것과는 다르다. 분신이지만 모두 실체. 그게 내가 익힌 분신술이다.
“모, 모두 실체라고?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했을 텐데? 네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얻기 전까지는 설마 이런 기술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어쨌든 이제 승부를 내주마. 네가 말한 대로 이제 진 적이 없다는 말은 하지 마라. 검파!
붉은학살자가 검기를 뿜으며 소리쳤다.
아크는 황급히 검을 들어 검기를 막아 냈다.
그러자 다른 붉은학살자, 그러니까…… 편의상 놈들을 A, B, C로 분류해서 설명하자면 A의 공격을 막는 사이에 B와 C가 좌우로 갈라져 아크를 포위했다.
-어디 이것도 막아 봐라! 혈우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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