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30)
아크 더 레전드-430화(430/875)
[430] – * SPACE 2. Underground (2)아니, 뭐 날개니까. 날개는 원래 날 때 쓰는 거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크 입장에서는 비명이 나올 만한 일이었다.
아크도 일단 아스트랄 망토를 사용해 비행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아스트랄 망토의 효과는 비행이 아닌 활강이었다. 말하자면 ‘↓’이 아닌 ‘↘’.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는 있지만 아래로 하강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붉은학살자는 ‘↑’이 가능하다.
공중전에서 이건 절대적인 차이! 낙하산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이 헬리콥터를 상대로 싸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 차이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멸절滅絶!
붉은학살자가 사냥감을 발견한 매처럼 날개를 접고 쏘아져 날아왔다.
그냥 펄럭일 뿐인, 그냥 둥둥 떠 있을 뿐인, 아스트랄 망토의 능력으로는 피할 수도 없는 쾌속의 돌진!
그러나 얌전히 당해 줄 아크가 아니다!
“젠장! 하이퍼 부스터!”
아크의 외침에 배틀슈트의 뒤꿈치가 개방되며 압축 공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덕분에 쾌속정처럼 튕겨 나가 겨우 직격은 면했지만 붉은 검광이 망토를 스치고 지나갔다.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망토에 충격을 받자 중심을 잃은 몸이 팽이처럼 회전했다.
“날개라니! 비겁한 자식!”
-멋대로 떠들어라!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말할 기회는 없을 테니! 멸절!
핑그르르 회전하는 시선 속에서 길게 선회하며 다시 돌진해 오는 붉은학살자의 모습이 비쳐졌다. 일격에 완전히 중심을 잃어버린 아크로서는 피할 방법이 없는 공격!
‘안 돼! 이런 식으로……!’
아크가 내심 비명을 터뜨리고 있을 때였다.
문득 어지럽게 회전하는 시선 속에 커다란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바위! 놀랍게도 마치 쟁반처럼 생긴 바위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게 아닌가?
대체 왜 이런 곳에 바위가, 그것도 바위 주제에 공중에 둥둥 떠 있는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집중해라! 기회는 한 번뿐이다!’
“무장?결박!”
가슴에서 뿜어져 나온 광사가 바위의 모서리에 휘감겼다.
이어 광사를 당기자 팽이처럼 회전하던 아크가 바위로 확 끌려갔다. 섬광처럼 돌진해 오던 붉은학살자가 발아래로 스치는 것과 동시에 아크는 바위 위에 착지할 수 있었다.
콰쾅!
“아욱! 으악! 으다다다!”
물론 그다지 깔끔한 착지는 아니었다.
바위에 충돌하며 몇 바퀴나 구르던 아크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서는 그저 바위로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수정이었다. 바위만이 아니었다. 처음 떨어질 때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래로 길게 뚫려 있는 공동의 벽에도 집채만 한 수정이 무수히 박혀 있었다.
‘……뭐지 이건?’
그때 아크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발견했다.
사실 발견하고 말고 할 것도 아니었다. 아크가 타고 있는 10여 미터 넓이의 수정 쟁반, 그 표면에 거대한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START 200M.
“스타트? 무슨 의미지?”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돌풍이 일어나며 붉은학살자가 수정 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헬멧에서 번져 나오는 붉은 안광으로 아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운이 좋은 녀석이군.
“내가 할 말이다. 바닥이 깨지지 않았으면 넌 이미 뒈졌어!”
-그야 모를 일이지.
“쳇! 뭔가 있었다는 듯이 얘기하지 마! 다 봤거든? 네가 ‘어머, 이제 난 뒈졌다.’라는 표정을 짓는 거. 장담하지. 그대로 싸웠으면 내가 이겼어!”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는 네가 운 좋게 목숨을 건진 것은 사실이지. 아니,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도 이대로 끝났으면 좀 찜찜했을 거야. 마침 이런 장소가 있어서 다행이군.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네 말이 사실인지 증명해 봐라.
“이런 상황에서 네 정체를 물어도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군.”
-말했을 텐데? 내게서 뭔가를 알아내고 싶다면 먼저 나를 쓰러뜨려라. 잔꾀가 아닌 실력으로! 하지만 무리겠지. 네 앞에 있는 나는 붉은학살자니까!
붉은학살자가 붉은 광선검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역시 이런 식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
“하! 그러셔?”
그래서 아크도 당당하게 말해 주었다.
“나는 아크다!”
아크는 그 이름에 자부심이 있었다.
방금 전에는 붉은학살자가 비열(?)하게 날개를 붙이고 있어 상대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발이 수정 바위에 붙어 있다.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붉은학살자에게 밀릴 이유가 없다.
그건 이곳에 떨어지기 전에 이미 증명하지 않았던가?
“와라! 성심성의껏 박살을 내 주마!”
-바라던 바다!
그리고 다시 격돌하려는 찰나!
서로를 향해 돌진하던 둘은 동시에 우뚝 움직임을 멈췄다.
“이, 이것들은 대체…….”
-……뭐냐?
그리고 당혹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웅웅웅웅! 웅웅웅웅! 웅웅웅웅!
아크와 붉은학살자가 올라탄 수정 쟁반 주위, 마치 가오리처럼 생긴 10여 기의 원반 비행체가 낮은 기계음을 울리며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앞부분에 달린 작은 렌즈가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더니 양옆으로 스파크를 일으키는 송곳 같은 물체가 솟아 나왔다.
“저건 설마…….”
슈슈슈슈! 슈슈슈슈! 슈슈슈슈!
그리고 느닷없이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
“……미러엣지!”
멍하나 바라보던 아크가 바이우스 실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실드 표면이 세공된 보석처럼 변하며 레이저가 튕겨 나갔다.
이때까지도 아크는 또 붉은학살자가 정체불명의 병기를 발동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오리들이 쏟아 내는 레이저는 붉은학살자를 향해서도 날아가고 있었다.
‘저 녀석이 아니다! 그럼 뭐지? 이놈들은?’
-아크, 이게 뭐냐?
그때 붉은학살자가 소드 디펜스로 레이저의 궤도를 바꾸며 소리쳤다.
“생각 좀 하고 말해! 나도 당하고 있잖아! 그런데 나라고 알겠냐? 이 등신아!”
-뭐야? 이 자식이…….
쩌쩡! 쩌쩌쩌쩡!
붉은학살자가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쳤을 때였다.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수정 쟁반에 굵은 균열이 가로질렀다. 그리고 가지를 치듯이 굵은 균열 주위로 작은 균열이 번지더니 잘게 부서지며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젠장! 숨 쉴 틈 좀 달라고! 아스트랄 비행!”
아크가 망토를 펼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크윽! 서라! 드라군!
그러자 붉은학살자도 피막의 날개를 펼치며 뒤쫓았다.
“멍청아! 너 같으면 누가 칼 들고 쫓아오면서 서란다고 서겠냐?”
아니, 서고 싶어도 설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아스트랄 비행은 행글라이더와 같은 효과. 그리고 행글라이더에 브레이크 따위는 없다. 그런데 무턱대고 서라니? 장난하냐! 재수 없는 자식! 니는 날개 달았다 이거냐? 니는 Go & Stop이 된다고 유세 떠는 거냐?
‘장비품 하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아크는 지금까지 장비품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돈이 아까워서다.
장비품이란 원래 사냥으로 얻을 수 있으니 굳이 안달하며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장비품을 사용하던 결국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유저의 실력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예외라는 것이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금처럼 장비품의 효과가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좋다! 이대로 떨궈 주지! 검파! 검파! 검파!
퍼펑! 퍼펑! 퍼펑!
멀쩡히 두 눈뜨고 뒤치기를 당해야 하는 아크처럼!
그러나 사용하는 사람이 바보면 아무리 좋은 장비품을 가지고 있어도 소용없다. 무턱대고 아크를 쫓다가 원반들의 레이저에 뒤치기를 당하는 붉은 학살자처럼!
슈슈슈슈! 퍼펑! 퍼펑! 퍼펑!
-크윽! 이 자식들이!
“하! 꼴좋다! 멍청한 자식, 말했지? 너도 머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하고 움직이란 말이야!”
아크가 레이저의 폭격을 뒤집어쓰고 몸 여기저기가 자글자글 타들어 가는 붉은학살자를 돌아보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아크도 웃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슈슈슈슈!
원반들은 아크에게도 레이저를 뿜어 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붉은학살자는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날개라도 있지만 아크는 활강밖에 못하는 망토. 움직임이 제한적이라 붉은학살자보다 레이저를 피하기가 몇 배나 힘들었다.
하물며 붉은학살자까지 상대하기는 무리!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붉은학살자!”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너도 이제 상황 파악이 됐겠지? 이 상태로는 너나 나나 위험하다!”
-웃기는 소리! 너는 몰라도 나는 이 정도는…… 윽!
“오기 부릴 때가 아니야!”
-빌어먹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또다시 레이저에 얻어맞은 붉은학살자가 위쪽으로 상승하며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아크 역시 방향을 전환해 쏟아지는 레이저를 피하며 말을 이었다.
“일단 휴전하자!”
-휴전?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승부를 내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네가 말했지? 실력만으로 승부를 내겠다고. 하지만 너도 보다시피 이런 상태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 이 원반들이 뭐든, 승부를 내려면 먼저 이 원반들을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휴전은 이 원반을 처리할 때까지! 그리고 원반이 모두 처리되는 순간 휴전이 끝난다! 약속하지! 그때 상황이 어떻든 이번에는 나도 끝까지 승부를 내겠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그때 또다시 원반들이 레이저를 뿜었다.
이에 아크가 황급히 방향을 전환하며 하이퍼 부스터를 발동시키려 할 때였다. 10여 미터 떨어져 있던 곳에 떠 있던 붉은학살자가 빙글 몸을 돌리며 광선검을 휘둘렀다.
-혈우검!
그리고 쏟아지는 붉은 검기!
검기가 향하는 곳은 아크를 추격하는 원반들이었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허공에서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는 붉은 검기!
원반 편대는 엄청난 기동성을 발휘하며 검기를 피했지만 덕분에 아크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자 피막에 쌓인 날개를 펄럭이며 아크를 바라보던 붉은학살자가 와락 몸을 돌리며 자신을 쫓아 움직이는 원반들을 향해 날아갔다.
-살아남아라. 내, 가, 죽, 일, 때, 까, 지!
이로서 휴전 성립!
‘이제 적어도 붉은학살자까지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되겠군. 하지만 위험한 상황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이 원반들,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야.’
아크가 빠르게 움직이는 원반들을 눈으로 좇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비행물체는 까다로운 상대다, 특히 검사에게는.
그래도 붉은학살자처럼 날개가 있다면 대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겠지만 아크는 고작 활강하는 게 전부. 그런 상황에서 10여 기의 비행체를 상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여기서 죽으면 힘들게 잡은, 신기를 찾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게다가 이쯤 되니 아크도 오기가 솟는다.
더 이상 붉은학살자의 승부를 질질 끌고 싶은 생각은 없다. 놈이 루시퍼든 아니든 아크도 이제 끝장을 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슈슈슈슈! 슈슈슈슈! 슈슈슈슈!
그때 또다시 사방에서 레이저가 빗발쳤다.
“좋다! 어디 해보자! 하이퍼 부스터!”
아크는 하이퍼 부스터를 발동시켜 가속도를 붙였다.
그러나 이전처럼 도망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크가 날아가는 방향은 마치 편대 비행을 하듯이 3기의 원반이 돌진해오는 방향! 그와 함께 10여 발의 레이저가 확 다가왔다.
문자 그대로 빛의 속도로 날아오는 레이저!
“갤럭시 소드!”
이퀄라이저의 검광이 부챗살처럼 펼쳐지며 날아갔다.
그리고 레이저와 격돌해 허공에 무수한 광점을 만들어 내며 폭발했다. 그러자 돌진해 오던 원반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흩어졌다.
“지금이다! 무장?결박!”
그중 1마리를 눈으로 좇던 아크가 소리쳤다.
뒤이어 배틀슈트의 가슴이 좌우로 개방되며 수십 줄기의 광사가 뿜어져 나왔다.
장거리 전으로 상대하기는 무리다. 때문에 일단 잡아놓고 1마리씩 박살을 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허탕. 눈으로 확인하고 광사를 날리는 사이 벌써 원반은 사정권을 벗어나 있었다.
‘젠장! 포박하기에는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슈슈슈슈!
그때 또다시 사방에서 레이저가 빗발쳤다.
“미러엣지!”
그나마 앞서 미러엣지를 익힌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미러엣지가 없었다면 실드로 막아도 적지 않은 대미지를 받았을 테니까.
그러나 미러엣지도 모든 레이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원반은 정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후좌우, 심지어 위와 아래까지 자유자재로 비행하며 레이저를 뿜어 대고 있는 것이다. 반사 신경이 아무리 좋아도 실드 1장으로 그런 레이저를 모두 막아 내는 것은 무리!
‘무리다! 이런 곳에서 집중 공격을 당하면 버틸 수 없어!’
“하이퍼 부스터! 무장?결박!”
아크는 바이우스 실드로 레이저를 막아 내며 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광사를 뿜어 불쑥 튀어나온 수정 바위를 휘감고 단숨에 이동! 벽을 등지고 돌아서자 원반들이 한데 뭉쳐 추격해 오며 레이저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공간을 뒤덮으며 쏟아지는 레이저!
“미러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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