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31)
아크 더 레전드-431화(431/875)
[431] – * SPACE 2. Underground (3)아크가 다시 바이우스 실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실드 표면에서 칭, 칭 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리며 레이저가 난반사를 일으켰다. 그중 몇몇 레이저는 다시 되돌아가 원반에게 적중되기도 했다.
‘……그래, 이런 방법이 있었군.’
아크가 눈매를 좁히며 스파크를 일으키며 흔들리는 원반을 바라보았다.
새삼스럽지만 미러엣지는 단순히 광선 공격을 막는 기술이 아니다. 고도로 계산된 세공으로 레이저의 대미지를 분산시키는 것과 동시에 반사시키는 기술.
그러나 반사되는 각도는 무작위.
아니,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막아 낸 레이저가 어디로 반사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그러나 한꺼번에 수십 발의 레이저를 막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1발, 1발 막아 낼 때는 몰랐다.
그러나 수십 발의 레이저가 동시에 반사시키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실드에 반사되어 퍼져 나가는 레이저가 일부러 자로 대고 그린 것처럼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말해 정해진 규칙이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A 지점에서 반사된 레이저는 B 지점으로 날아간다는 식으로.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실드의 표면은 정확한 각도로 세공이 되어 있으니까.
‘그렇다는 말은…….’
하기에 따라서는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시킬 수 있다는 뜻!
‘당장 실드로 레이저를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한 점에 집중해서 그곳으로 받아 내는 레이저가 어떤 방향으로 날아가는지 확인하는 것은 가능해. 그리고 파악하기 쉬운 곳은 여기! 실드의 중심부다!’
치잉! 치잉! 치잉! 치잉!
아크는 벽을 등지고 레이저를 막아 내며 실드의 중앙에 집중했다. 그렇게 1발, 2발, 3발…… 10여 발을 받아 내자 대강의 방향이 잡혔다.
실드의 정중앙으로 받아 낸 레이저는 약간 아래쪽으로 반사된다는 사실을!
물론 그런 것을 알아냈다고 해서 당장 원하는 방향으로 레이저를 반사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실드의 각도를 조종해도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되는 레이저는 10발 중 1~2발.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했다.
레이저는 엄청 쏟아지고 있으니까!
치잉! 치잉! 치잉! 퍼퍼퍼펑!
그렇게 10여 발의 레이저를 반사시켰을 때였다.
아크의 앞에 벌 떼처럼 모여 레이저를 쏟아붓던 원반 1대가 시커먼 연기를 뿜어 올리며 추락했다. 미러엣지에 반사된 레이저를 3~4발가량 맞은 원반이었다.
‘이거다! 이게 진짜 미러엣지의 활용법이었어!’
미러엣지는 광선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니라 되돌리는 기술!
느닷없는 원반 무리의 출현으로 아크는 미러엣지의 활용법을 터득한 것이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아서 적중률이 낮지만 벽을 등지고 있으면 레이저의 대미지를 받지 않고 반사시킬 수 있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놈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잘만 하면 대미지도 거의 받지 않고 놈들을 격추시킬 수 있어!’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퍼펑! 위이이잉! 콰콰콰! 퍼퍼퍼펑!
1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상공에서는 섬광과 폭음이 난무하고 있었다. 불꽃놀이를 보는 것처럼 화려한 장면을 연출해 내는 것은 붉은학살자와 10여 기의 원반들.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아크는 벽을 등지고 실드로 레이저를 반사시키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날개를 가진 붉은학살자는 선택의 폭이 넓었다.
그리고 붉은학살자가 선택한 전술은 공중전.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며 정면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반을 압도하고 있었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소드 디펜스!
쏟아지는 레이저는 광선검으로 방어!
이어 날개를 펄럭이며 돌진하면 여지없이 원반 1~2기가 스파크가 일으켰다. 거기에 사이클롭스라는 눈알까지 불러내서 같은 레이저 공격으로 치고받기까지 했다.
뭐랄까, 날개가 없는 아크로서는 부러운 장면이었지만…….
“헹! 저렇게 난리 치며 싸워 봐야 어차피 개싸움이야. 아무리 붉은학살자라도 10여 기나 되는 원반과 싸우면 피를 철철 흘릴 수밖에 없어. 하지만 뭐…… 나야 땡큐지. 원반들을 해치우고 난 뒤에 다시 붙을 때 그만큼 부담이 줄어들 테니까. 그래, 무식한 너는 그렇게 빡 세게 쥐어 터져 가며 싸워라. 똑똑한 나는 상처 하나 없이 싸울 테니까.”
아크가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였다.
위이이잉!
반사된 레이저에 1기가 격추되자 갑자기 나머지 원반들이 확 퍼졌다.
“뭐야? 이 자식들, 도망치는 건가?”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순간.
원반들이 원진을 만들더니 일제히 레이저를 발사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크는 눈에는 ‘?’가 떠올라 있었다. 원반이 뿜어낸 레이저의 목표는 아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빗발치는 레이저가 박히는 곳은 아크가 등을 맞대고 있는 벽의 위쪽. 처음에는 뭔가 하고 지켜보던 아크의 머릿속에 ‘!’가 떠오른 것은 잠시 뒤였다.
위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돌 부스러기.
‘설마 이 녀석들……!’
쿠쿠쿠쿠! 콰쾅! 콰콰콰콰콰!
머리 위에서 굉음이 울려 퍼진 것은 그때였다.
“맙소사! 아스트랄 비행!”
아크가 망토를 펼치며 몸을 날렸다.
거의 동시에 방금 전까지 아크가 올라타고 있던 뾰족한 바위로 집채만 한 수정이 떨어지는 장면이 보였다.
상황은 명확했다. 놈들은 정면 공격으로는 힘들다고 판단, 아크를 벽에서 떼어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쪽 벽에 공격을 집중시켰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기계 주제에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전 성공! 놈들의 의도대로 아크는 다시 움직임이 제한되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다음 순서는 생각할 것도 없이…….
슈슈슈슈! 슈슈슈슈! 슈슈슈슈!
“빌어먹을! 미러엣지!”
아크가 황급히 바이우스 실드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벽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아크는 이미 원반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아니, 원형으로 편대를 이루고 있는 원반들의 중심으로 들어갔다고 표현해야 맞으리라.
다급해진 아크가 하이퍼 부스터를 사용해 탈출을 시도했지만 원반들은 그대로 진형을 유지하며 따라붙어 위아래에서 일제히 레이저를 쏟아부었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대미지 150!
-대미지 114!
-대미지 128…….
사방에서 불길이 솟구치며 생명력이 엄청난 속도로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저 멍청한 자식이! 뭐 하는 거냐!
그러자 위에서 원반과 개싸움(?)을 벌이던 붉은학살자가 와락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하긴 이대로 아크가 죽어 버리면 붉은학살자는 문자 그대로 닭 쫓던 개 신세. 이곳까지 쫓아온 것도, 지금까지 원반들과 개싸움을 벌이는 것도, 몽땅 삽질이 될 테니 울화통이 터지기도 하리라. 그러나!
아크도 좋아서 맞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안 돼! 일단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아크가 미친 듯이 실드를 휘둘러 대며 주위를 살폈다.
방금 전 벽을 등지고 있던 곳처럼, 튀어나온 바위를 찾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런 곳에서 벽을 등져 봐야 원반들이 다시 바위를 떨어뜨리면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겠지만, 급한 대로 무장?결박을 사용하면 레이저의 공격은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일말의 희망으로 벽을 훑을 때였다.
-100M
‘저건……?’
벽에 새겨져 있는 숫자.
이런 숫자를 보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곳에 떨어져서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수정 쟁반에도 숫자가 적혀 있었다. 스타트라는 글자와 함께 200M라는 숫자가. 그리고 이번에는 100M.
‘혹시 이 숫자는?’
멍하니 숫자를 바라보던 아크가 와락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어차피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어!’
“아스트랄 비행 해제!”
순간 등 뒤에서 너울거리던 망토가 확 줄어들었다.
동시에 아크는 시커먼 지하로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원진을 펼치고 있던 원반들이 레이저를 뿜어 대며 아크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당혹성을 터뜨린 것은 붉은학살자였다.
-저, 저 자식이 뭐 하는 짓이야? 이 멍청한 자식! 자살이라도 할 생각이냐? 안 돼! 멈춰! 죽으려면 내 손에 죽으란 말이다! 아크! 에잇, 비켜라! 혈우검! 아크-!
붉은학살자가 검기를 쏟아 내며 날개를 접었다.
그리고 아크를 따라 수직 강하! 그와 싸우던 원반들도 그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크→원반→붉은학살자→원반이 일렬로 늘어서 떨어지는 와중에도 원반들은 쉬지 않고 아크를 향해 레이저를 쏟아부었다.
치익! 치익! 치익!
레이저가 스치며 여기저기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그럴 때마다 생명력도 쭉쭉 떨어졌다. 이미 붉은학살자와 일전을 치르며 생명력이 30%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
머리에 붙어둔 문어가 뽁뽁 대며 부지런히 생명력을 회복시키고 있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깎여 나가는 생명력을 따라잡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마도 이런 상태라면 채 1분도 버티지 못하리라.
‘하지만!’
아크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아니,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아크의 예상이 맞다면 이제 곧…….
‘다 왔다! 여기가 이 동굴의 바닥!’
눈앞으로 거친 바위에 뒤덮인 지면이 확 다가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 수직 터널에도 바닥이 있었다. 그것도 아크가 망토를 접은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100미터 아래에!
‘역시 예상대로야. 처음 발을 디뎠던 수정 쟁반에 쓰여 있던 200M. 그리고 벽에 적혀 있던 100M. 그건 바닥까지의 거리였어. 왜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 바닥까지의 거리를 적은 놓은 거야.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 붉은학살자처럼 날개가 없는 나에게 공중전을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원반도 그렇지만 붉은학살자와의 싸움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전장을 공중에서 지상으로 바꾸면 그만!
상대가 비행체라도 아크 입장에서는 공중보다는 차라리 지상이 나은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지상과 불과 4~5미터 높이까지 내려오는 순간!
“지금이다! 아스트랄 비행!”
쩌렁쩌렁한 고함에 등 뒤에서 망토가 활짝 펼쳐졌다.
그렇게 낙하 속도를 줄인 아크는 몸을 굴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마자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날개를 펼치며 내려서는 붉은학살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붉은학살자를 따라 일렬로 추격해 오는 10여 기의 원반들도. 순간 아크가 튕기듯이 붉은학살자를 향해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지금이라면 일격에 끝낼 수 있다!”
-……빌어먹을!
붉은학살자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역시 아크를 향해 탄환처럼 쏘아져 날아오며 소리쳤다.
-나와라! 쿠산캬의 비술, 멸절의 화륜火輪!
위이이이이잉-!
붉은학살자의 머리 위에서 수십 개의 빛의 톱니바퀴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날아왔다. 아크의 등 뒤에서 공간의 갈라지며 묵직한 갑주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솔리드 아머! 파이어탐!”
아크의 몸을 뒤덮는 갑주는 솔리드 아머 파이어탐!
-Lock on! Lock on! Lock on! Lock on…….
“융단폭격!”
타깃팅과 동시에 스킬 발동!
파이어탐의 어깨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좌우로 갈라지며 10여 발의 미사일이 폭사되었다.
맹렬히 회전하는 빛의 톱니바퀴와 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이 교차하는 순간!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하이퍼 드론의 마나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이차원으로 강제 송환되어 마나가 모두 재충전될 때까지 재사용이 불가합니다.》
푸슈-!
“헉헉헉! 헉헉헉!”
불길과 함께 아크가 거친 숨을 불어 내며 배틀슈트에서 떨어져 나왔다.
배틀슈트를 장착한 지 벌써 20여 분, 30%남짓 남아 있던 마나를 몽땅 파이어탐에 쏟아부어 무장이 해제된 것이다.
“……성공이다!”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 앞에는 10여 기의 원반이 바닥에 떨어져 스파크를 튀겨 올리고 있었다. 파이어탐으로 타깃팅 한, 붉은학살자를 뒤쫓던 원반들이었다.
아크가 일격에 끝낼 수 있다고 소리친 이유가 이것이었다.
원반들은 내구력이 떨어지지만 기동성이 엄청나 제대로 공격을 적중시킬 수가 없었다. 아마 다른 때였다면 파이어탐으로 타깃팅을 해도 100% 적중시키지는 못했으리라.
그러나 방금 전의 원반은 일렬로 늘어서 있던 상황. 게다가 놈들은 붉은학살자와 싸우던 녀석들이라 아크는 경계하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일격에 몽땅 격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붉은학살자지만.’
굳이 고개를 돌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아크와 싸우던 원반들도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레이저가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붉은학살자도 같은 방법으로 원반들을 일격에 괴멸시켰다는 의미! 사전에 의논을 하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아크의 의도를 알아채고 대응했다는 뜻이다.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느긋하게 대화를 나눠 보면 의외로 말이 통하는 녀석일지도…….’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크!
그때 붉은학살자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순간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치켜세우며 몸을 회전시켰다.
콰직! 파지지지지!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스파크 너머로 배틀슈트를 벗은 붉은학살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휴전은 끝났다! 남는 것은 네가 내 손에 죽는 것뿐이다!
“젠장, 지긋지긋한 자식! 좋아! 이번에 끝장을 보자!”
아크가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뭐 이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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