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33)
아크 더 레전드-433화(433/875)
[433] – * SPACE 3. Last battle!(2)-끝이다, 아크!
붉은학살자가 양손을 모으며 소리쳤다.
순간 아크가 서 있던 바닥에 붉은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마치 휘발유를 뿌려 놓은 바닥에 불을 붙은 것처럼, 복잡한 문양을 그리며 뻗어 나가는 붉은 빛.
그제야 아크는 붉은학살자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붉은 빛은 아크와 싸울 때 움직인 붉은학살자의 동선이었다.
‘그럼 저 녀석이 유난히 넓게 움직인 이유는……!’
바닥에 새겨지고 있는 붉은 문양을 그리기 위한 과정!
‘위험하다!’
-늦었다! 각성 스킬! 나락奈落!
아크가 황급히 문양을 벗어나려 할 때였다.
붉은학살자가 수인手印 같은 동작을 취하며 소리치자 갑자기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던 지역이 통째로 검은 빛에 물들었다. 그리고 솟아오르는 끔찍한 형상의 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드러나 보이는 손이 대지를 뒤덮으며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손에 아크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대미지 102!
동시에 쭉 빨려 나가는 생명력!
“맙소사! 이, 이게 무슨…… 안 돼! 놔! 놔!”
위잉! 위잉! 위잉!
아크가 황급히 이퀄라이저를 휘둘렀다.
살점이 타들어 가고 뼈가 부서진 손이 발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사이에 다른 손이 반대쪽 발목을 움켜쥐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넷…… 한 번 움직임이 멈추자, 마치 사탕에 몰려드는 개미처럼 순식간에 엄청난 숫자의 손이 아크의 몸을 뒤덮였다.
-대미지 112!
-대미지 96!
-대미지 125…….
정신없이 빠져 나가는 생명력!
5%까지 떨어졌을 때 아크는 이미 시커먼 손에 휩싸여 보이지도 않았다.
그 장면을 내려다보던 붉은학살자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드디어……!
잇사이로 흘러나오는 목소리.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미친 듯이 소리치던 붉은학살자가 양손을 움켜쥐며 포효를 터뜨렸다.
-우하하하하! 해치웠다! 해치웠어! 그 아크를! 절대 쓰러뜨리지 못할 것처럼 느껴지던 그 아크를! 전설의 게이머를! 내가! 나만의 힘으로! 드디어 해치웠다! 이제 나는…….
우우우웅!
그때 돌연 붉은학살자의 바로 옆의 공간이 출렁였다.
이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갑자기 공간이 쩍 갈라지며 거대한 발이 불쑥 솟아 나왔다. 그리고 채 반응할 새도 없이 그대로 붉은학살자를 내리찍었다.
터엉-!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
거대한 발에 찍힌 붉은학살자는 그대로 수직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그러나 바닥에 처박히기 직전, 정신을 집중해 날개를 펼쳐 겨우 멈춰 세울 수 있었다.
-크윽! 저, 저건 대체 무슨……?
붉은학살자가 날개를 펄럭이며 위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바닥에 한데 뭉쳐 있던 시커먼 손들이 확 솟아오르며 발목을 움켜쥐었다.
뭔가 하고 말고 할 새도 없었다.
아차 하는 사이에 붉은학살자는 발목을 움켜쥔 손에 당겨져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방금 전의 아크처럼 순식간에 시커먼 손이 붉은학살자의 몸을 뒤덮었다.
-헉! 이, 이런 빌어먹을! 안 돼! 떨어져!
“……그렇군.”
그때 뒤엉킨 손 사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 날개를 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싶었지. 내 움직임이 간파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넌 내가 환영분신을 쓰기 전에 이미 날아오를 생각이었던 거야. 이 손들은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광역 스킬. 하지만 그냥 땅 위에서 이 지역을 벗어나면 내가 따라붙을 테니 공중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너, 너는? 네가 어떻게 아직도?
고개를 돌린 붉은학살자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방금 전 그의 발목을 잡아당긴 손, 놀랍게도 그건 시커먼 손에 휩싸인 아크였다.
그러나 아크는 손에 휩싸였을 때 이미 생명력이 5%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손에 휩싸여 있는데 아직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력이 70%나 남아 있지 않은가?
-대, 대체 어떻게?
“네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뭐 오디오만 들으면 꽤 멋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비디오는 시커먼 손에 뒤덮여 꼬집히고 손톱에 긁히고 툭툭 얻어맞아 생명력이 쭉쭉 줄어드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건 붉은학살자도 마찬가지니까.
게다가 아크의 생명력은 70%. 붉은학살자의 생명력은 그사이에 이미 10%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제가 소환한 시커먼 손에 뒤덮여 꼬집히고 손톱에 긁히고 툭툭 얻어맞아서.
그럼에도 해제시키지 않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 이 스킬은 지속 시간이 설정되어 있는 스킬이리라. 그러니 이 상태면 그냥 둬도 곧 온몸에 피멍이 들어 죽어 버리겠지만.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겨누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인정해라! 네 패배다! 네가 매번 짖어 대는 것처럼 1대1대로 끝까지 싸워서 나온 결과다! 그러니 사내답게 약속대로 대답해라! 너는 누구냐?”
-아직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붉은학살자가 고함치며 검을 들어 올렸다.
“빌어먹을 자식!”
위잉! 위잉! 부우우웅!
시커먼 손에 뒤덮인 상태에서도 순식간에 교차하는 2개의 검광! 그 직후에 갑자기 꼬집고 때리고 할퀴던 손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먼지처럼 잘게 부서져 우수수 쏟아졌다. 시커멓게 물들었던 대지도 원래대로 돌아갔다.
어둠의 공간을 만들어 낸 술자術者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히어로 슬레이어》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당신은 적대국 라마에서 영웅으로 불리던 전사와 결투를 벌여 쓰러뜨렸습니다.
영웅이라는 칭호는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검과 탄환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압도적인 실력과 성과로 스스로를 증명한 전사에게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때문에 영웅이란 일개 병사가 아닌, 국가의 자부심이며 승리의 상징으로 각인되는 것입니다.
영웅과 영웅의 전투는 평범한 전사의 전투가 아닙니다.
영웅들의 전투는 해당 국가의 명예와 병사들의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설사 전장이 아니라도 그런 영웅의 사망 소식은 적국의 병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전해 줄 것입니다.
물론 아군은 당신을 칭송하며 술잔을 마주치겠지요!
※당신은 적국의 영웅을 쓰러뜨린 공적으로 《히어로 슬레이어》 칭호를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영웅의 칭호를 가지고 있고, 한 번 이상 다른 영웅을 쓰러뜨린 유저는 자동으로 <영웅대전>이라는 랭킹 시스템에 가입됩니다. <영웅대전>은 전장이나 모험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전사들이 우열을 가리는, 또 다른 형태의 전장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추가 정보 확인!). 그리고 <영웅대전>에서 승리할 경우, 상대 영웅의 랭킹과 함께 경험치와 명성, 모험치의 일부를 흡수하게 됩니다.
물론 패배하면 당신이 잃게 되겠지요.
《칭호 효과 : 히어로 슬레이어(모든 스텟 +5), 영웅대전 랭킹 진입》
-상대 영웅에게서 경험치 20,000을 빼앗아 왔습니다.
-상대 영웅에게서 명성 5,000을 빼앗아 왔습니다.
-상대 영웅에게서 모험치 1,500을 빼앗았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메시지!
“뭐야? 이거 보상도 있었던 거야?”
거친 숨을 몰아쉬던 아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저와 싸우는 것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대체로 힘든 반면 딱히 이득이 없다.
그나마 상대가 카오틱이면 장비품을 떨굴 확률이라도 높지만 노멀 유저―붉은학살자는 노멀이었다―에게는 그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우면서도 삽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 주어진 것이다.
“영웅대전이라는 건 뭔지 모르겠지만…….”
모든 스텟 +5짜리 칭호!
거기에 추가 보너스로 경험치와 명성, 모험치까지 적지 않게 올라갔다. 더 통쾌한 것은 이 보너스를 그 지긋지긋한 붉은학살자에게서 빼앗아 왔다는 점이다.
“그래, 그 자식도 이 정도 피해는 있어야지!”
붉은학살자 때문에 신기를 찾으러 와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그나마 이겼으니 망정이지, 뿐만 아니라 만약 당했다면 힘들게 얻은 신기를 찾을 기회마저 잃을 뻔했다.
그런데 붉은학살자는 그냥 사망 페널티만 받고 끝?
아니, 뭐 레벨이 낮지 않으니 사망 페널티도 적지는 않겠지만 그뿐이다. 그래서야 아크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런데 있었다!
붉은학살자에게는 추가 피해가! 아크에게는 추가 이득이!
“뭐 내 입장에서는 그것도 부족하다 싶지만.”
아크가 아쉬운 눈으로 손에 들린 구체를 바라보았다.
그 구체의 이름은 생명의 오브. 예전에 소울 시티에서 죽어라 알바를 뛰어 마련한 돈―혼―으로 구입한, 사용 즉시 생명력을 100% 채워 주는 아이템이었다.
그조차 소울 시티에서도 딱 1개밖에 팔지 않았던 레어 급 소모품! 아크가 붉은학살자의 스킬 ‘나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시커먼 손에 뒤덮이는 순간 아크는 생명의 오브로 생명력을 100% 회복! 이어 남은 포스를 쥐어짜 룬 문자 각인술 ‘화이람’으로 거인의 발을 소환해 방심하고 있던 붉은학살자를 꾹꾹 밟아 ‘나락’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생명의 오브를 써 버린 건 아깝지만 이 정도 보상이면 딱히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지. 하지만 결국 이번에도 이 자식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군. 대체 이 녀석은 뭐지? 루시퍼도 아닌데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빌어먹을, 뭐가 실력으로 알아내라야?”
아크가 붉은학살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구시렁거렸다.
결국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일단 이런저런 의문을 접어 두기로 했다.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 이번에 신기를 찾지 못하면 언제 다시 쉬라바스티에 올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어. 그리고 안전하게 신기를 찾아 돌아가려면 늦어도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일행과 합류해야 해.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뛰어들어 갈 수는 없다.
어찌 됐든 이곳은 던전, 또 어떤 위험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장소다. 그리고 아크는 붉은학살자와의 싸움으로 몸(생명력)도 마음(포스)도 너덜너덜해진 상태.
“타투인에서 이거라도 사 두기를 잘했어.”
아크가 백팩을 뒤적였다.
예전에는 자렌족의 증표로도 그럭저럭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자렌족의 증표로 회복되는 생명력은 10분 동안 4초에 3씩, 만땅을 채워도 450밖에 되지 않는다.
뭐 그래도 전투 중에 꾸준히 회복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처럼 던전 탐험 중에 한 번에 많은 생명력을 잃었을 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도, 번번이 엄청 비싼 회복 앰플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리하여 찾은 대안이 바로 이것!
회복 링거(상)
아이템 타입 : 생명력 회복 약물
생명공학으로 특수 영양제를 정제해 만들어진 회복제입니다. 회복 앰플은 전투 중에 사용하기 위해 작은 크기에도 즉시 효과를 발휘되도록 제작된 회복제입니다. 실제로 이런 회복 앰플은 수많은 개척자의 목숨을 살리는 데 공헌했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는 점 때문에 가난한 개척자들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때 가장 적절한 대안이 바로 링거입니다.
링거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말합니다. ‘어차피 죽을 위기에 처하면 회복 앰플 하나 사용해 봐야 살아날 확률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는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싸우기 전에 생명력을 만땅으로 채워 두는 편이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회복 링거는 동급의 회복 앰플보다 2배나 되는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는 약품입니다.
그것도 회복 앰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단, 링거를 맞는 동안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환자가 링거 꽂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링거를 주사하면 10분에 걸쳐 1,600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지치기도 꽤 지쳤으니…….”
아크가 링거 바늘을 손목에 푹 꽂고 누웠다.
-생명력 +50
-생명력 +50…….
휴식은 전투보다 중요하다.
* * *
짙은 어둠에 물든 숲.
우거진 수풀 사이로 한 병사가 걸어 나왔다.
신체 대부분이 기계로 덮여 있는, 아슐라트의 사이보그 병사였다. 푸른빛이 점멸點滅하는 눈동자로 주위를 살피며 수풀을 지나던 그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이건……?
그가 시선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수풀의 나뭇가지가 좀 부자연스럽게 꺾여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 특별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병사의 눈동자 앞에 카메라 렌즈 같은 필터가 서너 개 중첩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육안으로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광학 필터를 거치자 부러진 나뭇가지 아래에서 몇 개의 발자국이 떠오른 것이다.
아슐라트 병사의 족적이 아니다!
-▷Foot mark ▷Unconfirmed ▷Main database access…….
이어 병사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족적의 신원을 확인하려 할 때였다.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번뜩이는 속도로 다가왔다.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기척을 알아챈 병사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무 위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뚝 떨어지며 병사의 정수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동시에 뒤에서 다가온 그림자의 품에서도 검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병사의 턱으로 칼날을 쑤셔 박았다.
그리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
파지지지직!
-▷An attack ▷Other manual level 3 ▷ al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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