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34)
아크 더 레전드-434화(434/875)
[434] – * SPACE 3. Last battle!(3)병사의 시야에서 올라가던 메시지가 뒤엉켰다.
그리고 암흑. 몸에서 분리된 병사의 머리는 스파크를 일으키며 수풀 사이로 굴러갔다. 흐려지던 눈동자의 빛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그 직후였다.
“귀찮게 되었군.”
정수리에 검을 박아 넣었던 자가 병사의 머리를 밟으며 말했다. 그러자 뒤에서 접근했던 자가 고개를 저었다.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설사 이놈이 데이터를 전송했다고 해도 이미 형제들의 배치는 끝났다.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정도의 일은 아니야.”
“그래도 서두르는 편이 좋겠지.”
“그렇겠지.”
“그럼 바로 시작하자.”
사내가 검을 고쳐 잡으며 몸을 돌렸다.
동시에 주변의 수풀이 들썩이며 몇 개의 그림자가 더 솟아 나왔다. 그리고 옷깃 스치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빠르게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금빛으로 빛나는 그들의 눈동자가 향하는 곳은 쉬라바스티의 중심 디에라!
……뭔가 시작되고 있었다.
* * *
“헉헉헉!”
희미한 빛에 휩싸인 공간.
아크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거친 숨을 헐떡였다.
지금 아크가 있는 곳은 사방이 울퉁불퉁한 수정으로 뒤덮인 정사각형의 방이었다. 크기는 한 변이 대략 10미터 정도.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크기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3배 이상 되는 크기였다.
그게 지금처럼 작아져 버린 것이다. 아니, ‘ing!’ 작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부우우웅!
아크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때였다.
돌연 방 중심에서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아니, 떠올랐다 싶은 순간, 아크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거의 레이저와 같은 속도!
“빌어먹을, 이제 쉴 시간도 안 주는 건가?”
아크가 욕설을 내뱉으며 앉은 자세에서 옆으로 몸을 굴리며 구체를 피했다. 그러나 이 빛의 구체는 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피할수록 상황은 악화되었다.
치잉-! 칭! 칭! 칭! 칭!
이 공간은 사방이 수정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크가 회피하자 빛의 구체는 바닥의 수정에 반사되었다. 그리고 반대 반향으로 날아가 벽에 반사. 그리고 또다시 반사! 반사! 반사! 끊임없이 반사되며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것도 반사될 때마다 가속도를 붙여 가며.
카카카칵! 퍼펑!
폐쇄된 공간에서 끝없이 반사되는 빛을 계속 피하기는 무리! 정신없이 구르고 뛰었지만 어느새 빛의 구체가 어깨에 박히며 폭발했다. 순간 아머가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안쪽의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대미지 230!
뭉텅 빠져나가는 생명력!
그러나 문제는 줄어드는 생명력이 아니었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빛의 구체가 어깨에 박힌 직후, 굉음이 울리며 공간이 진동했다. 그러자 방을 뒤덮은 수정이 자라듯 쑥쑥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방이 처음의 삼분의 일 크기로 작아진 이유가 이것이었다. 빛의 구체가 한 번 사라질 때마다 수정이 자라며 방이 작아지는 것이다.
이것으로 이제 방은 처음의 사분의 일 크기.
이대로 계속 방이 작아지면 어찌 될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대로 수정이 자라 방을 완전히 덮어 버리면 설사 생명력이 100% 상태라도 짜부가 되어 GAME OVER!
“줄어드는 속도를 생각하면 이제 남은 횟수는 아마도 두세 번.”
사실 아크는 이미 이 방을 벗어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크가 똑똑해서가 아니었다.
-▷here◁
아크의 맞은편 벽.
이런 문구와 함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반사되는 빛의 구체. 그리고 친절하게 ‘여기’라고 적혀 있는 구멍. 여기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쯤 되면 바보라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저 구멍에 빛의 구체를 넣으라는 말이겠지.’
이 던전은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붉은학살자를 처리한 아크는 휴식을 취한 뒤에 안쪽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들어왔다.
그 통로는 작은 방들이 늘어선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각 방에 들어설 때마다 함정이 발동되었다. 이 함정은 방마다 모두 달랐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는 모든 공격이 레이저 같은 광선이라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이 방의 맞은편에 적혀 있는 ‘▷here◁’처럼 어떤 방법으로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지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바닥이 깨지며 떨어진 곳에서 원반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아크는 침입자를 막는 보안 시스템 같은 것이 발동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침입자를 막기 위한 함정에 친절하게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적어 놓을 리가 없다. 게다가 애초에 이곳은 바이우스 실드가 없으면 들어오지도 못하는 던전.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
“자낙스 자식!”
아크가 이를 갈아붙였다.
수직 동굴의 원반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아크를 박박 기게 만들었던 각종 함정을 만들어 놓은 사람은 자낙스!
이곳에 신기를 숨겨 놓은 그 자식밖에 없었다.
이유?
‘알 게 뭐냐! 빌어먹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유도 대강 감이 잡혔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열쇠가 된 것은 바사크가 동굴에서 뽑아낸 바이우스. 그리고 아크는 그 바이우스 덕분에 ‘미러엣지’를 익혔다.
이유라면 그게 이유이리라.
수직 동굴에서 나타난 원반과 지금까지 지나 온 모든 방의 함정은 레이저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미러엣지’는 레이저를 방어하고 반사시키는 기술.
다시 말해 자낙스는 원반이나 함정을 이용해 ‘미러엣지 사용법 단기 속성 과정’ 수업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전으로!
까딱하면 뒈지는 빡 센 실전 수업으로!
“사이코 같은 자식!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 싶으면 설명서를 동봉하든가! 왜 매번 이런 식인데? 일부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그놈의 신기, 한 번이라도 좀 편하게 주면 안 되냐! 아니, 정말 줄 마음이 있기는 한 거야?”
아크가 울화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런 불평에도 불구하고 자낙스의 교육법은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아크는 원반들과 싸우며 ‘미러엣지’로 레이저를 튕겨 내는 요령을 터득했다. 그리고 몇 개의 함정을 지나는 사이에 완전히 숙달되어 타이밍만 잡으면 50~60% 이상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갑자기 날아오는 레이저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못했다면 이미 죽었을 테니까!
‘그나마 소드 디펜스를 익혀 탄환이나 레이저를 막아 내는 타이밍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런 요령도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야.’
아니, 지금도 죽을 위기다.
‘빛의 구체에게 받는 대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문제는 내가 구체에 맞을 때마다 자라나는 수정이다. 앞으로 두세 번 더 수정이 자라버리면 짜부가 되어 죽겠지. 아니, 두세 번이 아니다. 한 번만 더 자라도 움직이기가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벽과 벽의 거리가 짧아져서 반사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이제 남은 기회는 한 번. 다음 구체를 저 구멍에 넣지 못하면 여기서 죽는 수밖에 없다!’
아크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부우우웅!
그때 방 중심에서 또다시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아크를 향해 폭사! 순간 아크가 빙글 몸을 회전시키며 힘차게 바이우스 실드를 휘둘렀다. 그러자 실드가 진동하며 빛의 구체가 튕겨 날아갔다.
정확히 맞은편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그러나 불과 수십 센티미터 앞에서 갑자기 궤도가 바뀌며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크가 이곳에서 30분 넘게 뛰고, 구르고, 울화통을 터뜨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크는 이미 ‘미러엣지’에 상당히 숙달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십여 번이나 실패한 이유가 바로 이것. 불쑥 솟아 나온 수정이 구멍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를 반사시키는 수정이 막고 있는데 들어갈 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 나를 수련시키기 위해 만든 관문이기는 한 거야?’
자낙스의 저의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크도 무턱대고 30분 넘게 뛰고, 구르고, 울화통을 터뜨린 것은 아니었다.
‘수정이 막고 있는 한 아무리 타이밍을 잘 맞춰도 미러엣지만으로 구멍에 빛을 넣을 수는 없어. 하지만 내게 적중되지 않는 한 무한히 반사되는 빛의 성질을 이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빛을 반사시키는 수정! 그게 이 방의 문제를 푸는 열쇠다!’
아크가 이곳에서 30분을 허비한 이유가 그것이다.
빛을 수정 뒤에 자리 잡은 구멍에 넣으려면 반사되는 성질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마치 당구에서 쿠션을 이용해 장애물을 피해 원하는 공을 맞추는 것처럼. 그러나 벽을 뒤덮은 수정은 당구대의 쿠션과 달리 울퉁불퉁, 반사되는 각도를 계산하기 힘들었다.
‘그게 이번 관문의 과제다. 이전의 관문이 미러엣지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라면 이번 관문은 응용편. 주변 환경까지 이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곳이야. 다시 말해 이 방은 그 자체가 퍼즐. 빛이 수정을 피해 구멍에 도달할 수 있는 반사각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온 결론은…….
‘바로 여기!’
구체가 구멍 앞의 수정에 반사되어 날아가는 사이, 아크는 재빨리 구멍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빙글 몸을 돌리자 반대쪽 벽에 반사된 빛이 날아오고 있었다.
연이은 반사로 가속도가 붙은 상태로!
‘기회는 한 번! 집중해라! 목표는 위쪽 30도!’
아크가 빛을 노려보며 바이우스 실드를 들어 올렸다.
“미러엣지!”
그리고 비스듬히 눕히며 미러엣지를 발동시켰을 때였다.
실드 표면에서 난반사를 일으키던 빛이 수직으로 치솟아 올라갔다. 이어 천장에 박혀 있는 수정에 충돌, 다시 난반사를 일으키다가 대각선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그리고 구멍을 막고 있는 수정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골인!
“서, 성공이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아니나 다를까, 빛이 구멍으로 들어가자 굉음이 울리며 5~6미터 간격까지 좁아졌던 수정의 벽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들어왔을 때의 크기로 돌아가자 앞과 뒤의 벽이 좌우로 갈라지며 문이 만들어졌다.
뒤의 문은 들어온 방향, 그리고 앞의 문은…….
“……저건?”
아크의 눈매가 좁아졌다.
지금까지는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긴 복도가 나타났었다.
그 복도 끝에 이와 비슷한 방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것은 복도가 아니었다.
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매끈한 수정으로 만들어진 방. 아크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그 방의 중심에 솟아올라와 있는 2개의 수정 기둥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수정 속에 들어 있는 ‘어떤 것’이었다. 수정 기둥은 표면이 거칠어서 속에 들어 있는 물체도 실루엣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루엣만으로도 대강의 형태는 알아볼 수 있었다. 하나는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원통 모양이었지만 다른 수정 기둥에서 비치는 실루엣은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대체 저 수정 기둥은 뭐지? 게다가 왜 수정 속에 사람이?”
아크가 방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때였다.
갑자기 수정 기둥 사이에서 빛이 뿜어져 올라왔다. 긴장하고 있던 아크는 곧바로 검 자루를 움켜쥐며 물러났다. 그때 갑자기 빛 속에서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환영한다, 엘림의 후예여!
동시에 빛 속에서 인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허공에 작은 입자들이 뭉쳐지며 사람 형상의 입체 영상을 띄우고 있는 것이다. 무라트 엘림의 신기가 숨겨져 있는 공간에서 떠오르는 누군가의 입체 영상!
그렇다면 영상의 주인공은…….
“자낙스?”
* SPACE 4. 네 번째 신기! 그리고…… (1)
“엥?”
튀어나오는 당혹성.
아크는 자낙스를 본 적이 없었다.
수백 년 전의 인물이니 당연히 실제로도 본 적이 없지만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아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진 누군가, 그가 절대 자낙스는 아니라는 것을. 왜냐고? 애초에 종족이 다르니까!
이제와 말하기도 새삼스럽지만 자낙스는 라마족.
그러나 입체 영상의 종족은…….
“ET? 아니, 왜 이 대목에서 ET가 등장하는 거야?”
식빵 같은 머리에 커다란 눈동자, 긴 목에 아랫배가 불쑥 튀어나온 몸, 거기에 상대적으로 긴 팔과 짜리몽땅한 다리. 전설적인 영화의 주인공 ET! 아니, ET와 닮은 외계인이다.
처음 보는 종족은 아니었다.
예전에 아크가 자렘에서 바이오해저드 사건을 해결했을 때, 사후처리 문제를 놓고 마틴 후작과 막후교섭을 벌이던 아슐라트의 대사가 바로 이 ET를 닮은 종족, 앤비스였다.
여기서 말이 나온 김에 추가 설명을 하자면 앤비스는 70여 종족의 연합체인 아슐라트가 결성되는 과정에서 의장국으로 핵심 역할을 했다는 종족이다.
그게 아슐라트의 귀족 중 앤비스가 많은 이유이자 메가라돈이 아슐라트의 중심지가 된 이유였다.
메가라돈은 원래 앤비스의 모성인 것이다.
“……라고는 하지만…….”
아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신기를 찾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자낙스의 흔적을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모든 관문을 돌파하고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왜 자낙스도 아닌 앤비스의 입체 영상이 나타난단 말인가?
게다가 입체 영상은 엘림의 후예라는 말까지 했다.
“대체 이 ET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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