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35)
아크 더 레전드-435화(435/875)
[435] – * SPACE 4. 네 번째 신기! 그리고…… (2)아크가 수상한 눈길로 입체 영상을 훑었다.
그러자 앤비스의 눈동자가 아크를 따라 움직였다.
-예의가 없는 녀석이군. 소개도 않고 사람을 훑어보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은가?
“에? 엑? 뭐, 뭐야? 입체 영상이 아니었어?”
아크가 화들짝 놀라며 물러났다.
그러자 앤비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놀라기는. 맞다. 나는 입체 영상이지.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입체 영상과는 다르다. 네가 보고 있는 내 형상은 광자 코팅 처리된 나노 머신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 광자의 메모리 셀Cell에 나의 기억이 전이되어 있어…… 아니, 뭐 됐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표정이니 간단하게 설명해 주지. 내 기억의 일부를 떼어 만든 입체 영상이라는 말이다. 아마도 먼 훗날, 이곳을 찾아올 너를 만나기 위해서.
“나를 만나기 위해서?”
-그렇다.
앤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내 소개부터 하지. 나는 미레이라고 한다. 앤비스의 전사이자 인더스의 엘림이다. 아니, 네가 이곳에 왔을 때는 인더스의 엘림이었다고 해야 맞겠지.
“에? 이, 인더스의 엘림?”
이어지는 말에 아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삼스럽지만 엘림은 무라트에만 존재하는 칭호가 아니다.
과거 무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훗날 무라트와 함께 천족으로 불리게 된 포타미아와 어리티우스, 인더스도 엘림이 존재했다. 뭐 한때 은하계를 주름잡던 엘림 중에 ET가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만―ET가 광선검을 들고 싸우는 장면은 상상하기 힘드니까―!
아크가 당황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다.
이곳은 무라트 엘림의 신기가 숨겨져 있는 곳. 적어도 아크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엉뚱한 종족이 나타난 것도 모자라 인더스의 엘림이라니?
순간 잘 못 찾아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자낙스가 남긴 좌표는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아크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였다. ET, 아니, 미레이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자낙스 녀석, 아무런 설명도 해 주지 않은 건가? 하긴 그게 녀석답기는 하지만. 당황할 것 없다. 잘 못 찾아온 것은 아니니까.
“……자낙스를 아십니까?”
-아느냐고?
미레이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물론이지. 자낙스와 나는 둘도 없는 전우니까.
“전우?”
-그래, 이미 말했듯이 나는 인더스의 엘림이다. 그러나 같은 엘림이라도 4대 천족의 세력권이 달라 서로 만날 일은 없었지. 엘림들이 처음으로 만난 것은 카르마라는 종족이 은하계를 침공해 온 뒤였다. 4대 천족은 카르마와 대적하기 위해 연합을 만들었고, 그 전쟁의 선두에 선 것이 각 천족의 대표, 엘림들이었지.
미레이가 그리움이 느껴지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은하계에는 최악의 시기였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엘림의 황금기였다고 할 수 있지. 네 천족의 엘림이 힘을 합쳐 싸운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은하계를 지킨다는 자긍심이 있었다. 카르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고, 숫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우리는 그 자긍심으로 이겨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위기를 겪을 때마다 네 엘림들은 종족을 초월한 우정으로 굳게 맺어졌지. 서로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질 수 있을 정도로! 그중에서도 자낙스는 특별했다. 자낙스는 천부적인 전투 능력을 타고나는 라마. 그는 어떤 엘림보다 뛰어났다. 나 역시 그에게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지.
‘그렇군. 메시지에 적혀 있던 친우가…….’
자낙스가 귀암성에 남겨 놓은 메시지에는 친우를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향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그 친우가 미레이, 인더스의 엘림이었던 모양이다.
아크로서는 예상 밖의 전개이기는 하지만 일단 제대로 찾아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곳이 최종 목적지!
‘그렇다면…….’
아크의 눈이 수정 기둥으로 향했다.
-나는 그에게 신물을 맡겨 놓을 생각이다.
자낙스가 남긴 메시지의 마지막 대목이다.
아니, 굳이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수정 기둥을 보는 순간 느낌이 팍 왔다.
수정 기둥 속에서 비치는 실루엣, 2개나 있어 잠시 헛갈리기는 했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적어도 그중 하나에는 예상대로 신기가 봉인되어 있으리라.
‘그런데 저건 어떻게 꺼내는 거지?’
아크가 탐욕의 눈빛으로 수정 기둥을 더듬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쉬지 않고 싸웠다. 괴로웠지. 하지만 실로 영광스러운 나날이었다. 내가 엘림이라는 사실이 그때만큼 자랑스러웠을 때는 없었지. 하지만…….
미레이의 입에서 한숨을 흘러나왔다.
수정 기둥을 훔쳐보며 뜨문뜨문 들은 아크지만 그 뒤의 말은 대강 상상이 되었다.
사실 네 천족과 관련된 얘기는 이미 엘림의 후계자가 될 때 토트에게 모두 전해 들었다.
카르마의 침공, 그리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쟁!
카르마의 침공으로 피폐해진 네 천족은 향후 은하계를 관리하는 방식을 두고 의견이 대립했고, 결국 무라트와 인더스, 포타미아와 어리티우스로 나뉘어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크가 몰랐던 얘기도 있었다.
-4대 천족이 대립할 때 인더스가 무라트의 편에 선 것은 사실 내 의지가 많이 작용된 결과였다. 그때 이미 나는 자낙스와 피를 나눈 형제보다 가까워져 있었다. 또한 최강의 엘림이면서도 은하계의 모든 종족은 평등하다는 무라트와 그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갈팡질팡하는 인더스 수뇌부를 설득해 무라트와 동맹을 맺게 만들었다. 그건 자낙스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힘의 균형을 맞추면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산이었지.
전쟁은 일어났다.
그리고 힘의 균형은 공멸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떻게든 전쟁을 막아 보려던 미레이로서는 실로 가슴 아픈 일이었겠지만.
‘그런 건 됐어! 어차피 몇백 년 전의 일이잖아! 그보다 신기는? 신기는 어떻게 꺼내는 거야?’
아크는 안달하는 표정으로 미레이를 바라보았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아크 입장에서는 수백 년 전의 얘기에 불과하다.
그조차 이미 토트에게 들은 얘기.
약간 다른 얘기가 섞여 있다 해도 결국 재탕, 미레이의 하소연에 불과하다. 뭐 그래도 시간이 널널 하다면 참고 들어 줄 수도 있지만 아크는 행사 전에 디에라로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다.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미레이는 눈치가 없는 녀석이었다.
-그 결과 포타미아와 어리티우스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은 입고 급격히 힘을 잃어 갔다. 그리고 때를 같이해 식민지로 삼았던 종족들의 반란으로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러나 무라트와 인더스도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어야 했다. 한때 힘을 합쳐 싸웠던 전우들과 싸워 이긴 결과가 결국 공멸…… 그 과정을 지켜본 나는 허무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나에게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던 엘림의 힘을 인더스의 성지에 봉인하고 은둔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 한때 자낙스와 대련하며 서로를 독려하던 추억의 장소에서…….
‘자낙스와 대련하던 추억의 장소?’
아크는 문득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수많은 검흔이 새겨져 있던 넓은 원형 공간. 아크가 붉은학살자와 싸웠던 바로 그곳이 수백 년 전에 미레이와 자낙스가 대련을 하던 장소였던 모양이다.
뒤늦게 밝혀지는 던전의 비밀!
‘그러니까 그런 설명은 됐다고! 그렇지 않아도 자낙스 자식이 만들어 놓은 함정들 때문에 엄청 피곤하거든. 게다가 난 너처럼 시간이 많지 않단 말이야!’
-자낙스가 나를 찾아온 것은 한참 뒤였다. 그리고 나는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되었다, 한때 무라트를 섬기며 카르마와의 전쟁에서 선봉에 서던 라마족이 무라트를 배신하고 멸망으로 이끌었다는 얘기를. 같은 라마인 자낙스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꼈으리라.
‘그러니까 그것도 이미 들었다고!’
-그래, 자낙스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은둔자의 삶을 택하지 않았지. 동족에게 배신당하고 섬기던 무라트까지 멸망했지만 그는 여전히 엘림이었다. 라마이기 이전에 엘림. 그것이 자낙스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게 나를 찾아온 이유였다. 이미 제어할 수 없어진 라마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응?’
딴청을 피우던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낙스가 라마를 막기 위해 미레이를 찾아왔다니?
그런 얘기는 토트나 자낙스의 메시지로도 들은 적이 없다. 아크는 처음으로 미레이의 말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들은 그대로다. 자낙스가 증명하듯이 라마는 모든 종족 가운데 가장 전투에 최적화된 종족이다. 4대 천족이 사라진 시점에서 은하계에서 라마에 대적할 종족은 없었지. 그리고 실제로 무라트를 멸망시킨 라마는 본격적으로 은하계를 정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과거 카르마와 같은 살육을 자행하며. 자낙스는 그런 라마를 막지 못하면 은하계에 최악의 암흑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르마와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은하계에는 라마와 맞설 수 있는 종족이 없었다. 때문에 자낙스는 라마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남은 종족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깨지는 동맹이 아닌 하나의 국가가 되어.
‘여러 종족을 모아 만들어진 국가라면…….’
“혹시 그게 아슐라트?”
-그렇다.
“그, 그럼 아슐라트를 만든 사람이 자낙스라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다. 그때 이미 자낙스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일?”
-나도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단지 은하계의 미래를 위해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고만 들었을 뿐이다. 나는 자세히 묻지 못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닥칠 위험이 아니라 자신이 알게 될지도 모르는 ‘어떤 진실’을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낙스는 내가 아는 한 최강의 전사다. 몸도 그렇지만 정신도. 그런 남자가 두려워하는 일을 아직 확인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캐물을 수는 없었지.
‘자낙스가 확인하고자 하던 진실…….’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크를 엘림의 계승자로 이끌었던, 자렌족의 장난감에서 찾은 자낙스의 항해일지. 그 항해일지에서도 자낙스는 은하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의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여행을 시작했다고 적혀 있었다.
사실 아크가 신기를 찾는 과정은 그런 자낙스의 흔적을 좇는 것이었다. 아니, 그게 자낙스의 의도이리라. 자낙스는 신기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알아낸 것들을 아크에게 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미레이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
자낙스는 미레이를 통해 자신이 왜 이곳에 신기를 봉인해 두었는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보여주기 위해 아크를 이곳으로 이끈 것이다.
“국가를 만든 사람이 자낙스가 아니라면……?”
-나다. 은둔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나였지만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지.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도 은하계의 미래를 위해 더 힘든 길을 가는 친구의 부탁을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인더스의 엘림이 아닌 자낙스의 친구로서 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수년의 노력 끝에 라마에게 위협받는 종족의 대표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지. 그곳이 바로 이곳, 쉬라바스티. 그리고 결성된 연합 국가가 아슐라트다.
“……!”
아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이곳으로 오는 내내 의문을 갖고 있었다.
시기적으로 보면 자낙스가 메가라돈에 온 것은 아슐라트가 생기기 이전. 그런데 하필이면 자낙스가 신기를 숨겨 놓은 장소가 아슐라트의 성지가 되어 버렸다.
때문에 아크는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자낙스가 신기를 맡긴 미레이가 바로 아슐라트의 창립자!
애초에 아슐라트는 자낙스와 미레이의 의지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연합 국가였던 것이다.
앤비스 족이 아슐라트의 의장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역사의 뒤에서 라마와 대적하며 70여 종족을 하나로 묶은 것이 바로 인더스의 엘림, 아니, 앤비스의 전사 미레이. 그리고 쉬라바스티는 미레이의 은둔지가 있던 곳.
말하자면 아슐라트의 발상지라는 말이다.
‘자낙스라는 녀석…….’
알면 알수록 대단한 녀석이다.
그때 잠시 아크를 바라보던 미레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아슐라트를 만든 사람은 나다. 그러나 자낙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70여 종족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네? 하지만 방금 전에는 자낙스가…….”
-자낙스의 신물을 말하는 것이다.
“신물?”
이어지는 미레이의 말에 아크의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난 뒤에야 그게 신기를 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정작 안달할 때는 질질 끌며 딴소리만 하다가 갑자기 본론으로 들어가 버리니 제대로 반응하지를 못한 것이다.
그런데 자낙스의 신기가 미레이를 도왔다니? 그럼 미레이가 자낙스의 신기를 사용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당시 자낙스는 은하계의 모든 종족이 인정하는 최강자였다. 네 천족의 세력권이 나뉘어 있을 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못했지만 카르마와 전쟁을 치르는 사이 그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지. 그건 단순히 그의 힘 때문이 아니었다. 문명의 고하 없이 어떤 종족이라도 차별 없이 대하는 그의 인품 덕분이었다. 때문에 나는 모든 종족을 모으기 위해서는 자낙스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했지. 하지만 나와 함께할 수 없던 자낙스는 그를 대신할 신물을 맡겼다. 내가 70여 종족을 규합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자낙스가 내게 신물을 맡긴 이유는 그의 뜻이 나와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한 것. 여러 종족의 대표들이 나의 의견에 따라 준 것은 그 때문이다. 그 신물이 바로 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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