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37)
아크 더 레전드-437화(437/875)
[437] – * SPACE 4. 네 번째 신기! 그리고…… (4)-해解!
미레이가 아크의 질문을 씹으며 남은 수정 기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수정이 녹아내리며 안에 들어 있던 것이 바닥에 텅,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드디어 수백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네 번째 신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신기는 바로…….
“……갑옷?”
수정 기둥 속에서 떨어진 것은 갑옷!
그것도 상의나 하의가 아닌, 투구부터 장갑, 신발까지 모두 갖춰진 한 벌의 갑주였다.
그게 모두 신기라면 그건 그것대로 대박이다.
그러나 바이우스 실드야 그렇다고 쳐도 아크는 이미 갑옷과 신발이 신기다. 한 벌의 갑주라면 이미 찾은 신기를 벗으라는 말인가?
‘뭐가 뭔지 모르겠네. 일단 정보창부터 확인해 봐야겠군.’
잠시 머뭇거리던 아크가 갑주에 손을 가져갔다.
보통 아이템은 이런 식으로 손을 가져가면 정보창이 떠오른다. 그런데 왜인지 갑주는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려도 정보창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그 신기는 사용법이 따로 있다.
그때 미레이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용법? 신기에 사용법이 있다고요? 갑옷이면 그냥 입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평범한 갑옷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그 녀석은 좀 달라. 말했지 않나? 다루기 쉬운 놈이 아니라고. 아니, 뭐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잠부터 깨워야겠군.
“잠을 깨워요?”
-그래, 그리고 그 녀석의 잠을 깨울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다. 무라트 엘림의 진전을 이어받았다면 알고 있을 것이다, 가장 순수한 빛의 힘을.
“가장 순수한 빛의 힘…….”
예전에도 그런 글귀를 본 적이 있었다.
자렘의 연구실에 보관되어 있던 운석에도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무라트의 의지를 계승하는 자라면 가장 순수한 빛으로 잠을 깨우라는.
그때 아크가 사용한 것이 바로 룬 문자를 그릴 때 사용하는 광자 생명체 샤이어!
“나와라! 샤이어!”
아크는 바로 샤이어를 발동시켰다.
순간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아크의 손에서 퍼져 나오는 샤이어가 갑주로 확 빨려 들어가더니 표면에 기하학적인 빛의 문양이 떠올랐다. 동시에 투구에서 한 쌍의 푸른빛이 떠오르더니 갑주가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설마 이건 소환수?’
이게 아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바사크 같은 소환수. 그러나 다음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몸을 일으킨 갑주가 번뜩이는 눈으로 아크를 훑는 순간, 갑자기 등 뒤의 공간이 갈라지며 또 다른 갑주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치 곤충처럼 번들거리는 검은 갑각으로 이루어진 갑주, 바로 아크의 배틀슈트 하이퍼드론이었다.
“뭐, 뭐야? 이게 왜?”
그러나 아크는 배틀슈트를 소환한 적이 없었다.
아니, 소환할 수도 없었다. 이미 던전 초입에서 붉은학살자와 싸우기 위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번 마나를 소진한 하이퍼드론의 재충전 시간은 9시간 이상. 그런데 아직 5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배틀슈트가 자동으로 소환된 것이다.
그때 물끄러미 지켜보던 미레이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허! 이미 무장보갑武裝寶甲를 가지고 있었나?
“무장보갑?”
-아,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나? 네 뒤에서 소환된 갑주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아슐라트를 만들었을 무렵에는 그리 흔한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하긴 그 뒤로 시간이 상당히 흘렀으니 무장보갑도 그때처럼 드문 병기는 아닐지도 모르겠군.
“가만? 이미 가지고 있냐니? 그럼 혹시 저 신기가?”
-무장보갑이다.
미레이의 대답에 아크는 완전히 당황해 버렸다.
설마 오신기 가운데 무장보갑, 아니, 배틀슈트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니, 뭐 상상도 못 한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문제는 이미 아크는 배틀슈트가 있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2개의 배틀슈트를 사용할 수는 없는 일. 결국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크로서는 신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
그러나 하이퍼드론은 이미 Lv.2가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저세계에서 코어를 하나 더 흡수해 두었다.
아직 경험치가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Lv.3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힘들게 성장시키고 있는 배틀슈트를 포기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하다니? 그야말로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신기니 좋기는 하겠지만…….’
-마침 잘됐군.
그때 미레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잘되다니? 힘들게 업그레이드시켜 온 배틀슈트가 폐품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는데 뭐가 잘됐다는 말인가?
이에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돌아볼 때였다.
-저 신기는 괴식怪食이니까.
콰직! 콰직! 우드드득! 콰직! 콰직!
뒤에서 섬뜩한 괴성이 울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이, 이게 무슨…….”
반사적으로 다시 신기를 돌아본 아크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신기가 하이퍼드론을 올라타고 있었다.
스스로 움직여 하이퍼드론의 사지를 찍어 누르는 자세로 올라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를 황망하게 만든 장면은 그게 아니었다.
푸른 안광을 뿜어내는 신기의 머리 아랫부분.
마치 입처럼 좌우로 길게 갈라진 부분이 뭔가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검은 뭔가를.
그게 뭔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기 밑에 깔려 있는 하이퍼드론의 목덜미가 왕창 뜯겨 있는 것이다. 그렇다. 신기의 입에서 씹히고 있는 것은 하이퍼드론.
다시 말해 하이퍼드론은 지금…….
“머, 먹히고 있잖아!”
* * *
-머, 먹히고 있다!
눈부신 햇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모래!
산들거리는 바람에 찰랑거리며 물결치는 투명한 호수!
일단 여기까지만 보면 남국의 휴양지와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풍경이었다.
그들도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강가에 모여 있는 100여 마리의 문어들. 이들은 바로 R-14에서 파이프 청소부로 일하던 부룸 일족이었다.
얼마 전 이들은 일생일대의 모험을 시작했다.
한때는 R-14에서 유료 사냥터를 운영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으나 정의남과 이슈람이라는 재앙(?)을 만나 폐업. 암울한 나날을 보냈지만 젝슨 덕분에 단돈 999골드에 중고 우주선을 구입. 자렌 1호라 명명하고 새로운 안식처를 찾는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우오오오! 워프 항해 시작!
그리고 힘차게 우주 개척지를 향해 출발!
그러나 부룸은 넘치는 의욕에 취한 나머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자렌 1호는 999골드짜리 폐선 직전의 우주선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뛰어난 엔지니어인 젝슨이 꼼꼼하게 수리를 해 놓았지만 걸레를 빤다고 행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의미로 고물을 수리한다고 신상이 되지는 않는 법.
퍼펑! 쿠쿠쿠쿠! 콰쾅!
결국 자렌 1호는 엔진 과열로 폭파!
워프 도중에 튕겨 나왔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 충격으로 대부분의 기기가 고장 나 항해 불가. 거기에 통신기기까지 미비돼 구조 요청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망했다! 이제 우리는 망했어!
그리하여 망망대우주를 표류하고 있을 때.
부룸 일족은 멀지 않은 곳에 떠 있는 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GPS 시스템까지 망가져 그 혹성이 어디의 어떤 혹성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엔진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
은하계에 혹성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저 둥둥 떠다니는 우주선이 혹성에 닿을 확률은 0.0001%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일단 저 혹성으로 진입한다!
부룸은 남은 추진력을 쥐어짜 혹성으로 이동했다.
이미 엔진이 망가져 남은 추진력만으로 이동하니 불과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며칠이 소모되었다.
그러나 거북이라도 계속 걸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법! 마침내 자렌 1호는 혹성에 착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오! 이, 이곳은!
부룸과 문어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불운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착륙한 혹성. 당연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착륙과 동시에 그런 걱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룸 일족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눈부신 햇살 아래 끝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호수!
그들이 꿈꾸던 이상향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찾았다! 여기야! 드디어 우리가 살아갈 혹성을 발견했어! 위대한 자렌족의 신께서는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은 거야! 자렌의 신께서 고통받는 우리를 위해 이 혹성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뜻! 이곳이다! 이곳이 우리가 살아갈 혹성이다!
-우와아아아! 물이다!
부룸 일족은 기쁨의 춤을 추며 호수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부룸 일족은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실수를 저질렀다. 흥분한 나머지 물에 뛰어들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을 건너 뛰어 버린 것이다.
그것은 바로 준비운동……이 아니라 먼저 위험한 것이 없는 확인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머, 먹히고 있다!
상황은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부룸 일족이 호수로 뛰어든 직후, 갑자기 엄청난 물보라가 일어나며 거대한 뭔가가 솟아올라왔다. 고래를 닮은 몸에 지네처럼 많은 다리가 붙어 있는 우주 몬스터!
그리고 지금 그 우주 몬스터의 입에서.
우물우물, 우물우물.
기쁨의 춤을 추며 호수로 뛰어든 문어 1마리가 씹히고 있는 것이다.
자렌족! 너희들은 정말…… ㅜ_ㅜ
안습! 캐안습!
* SPACE 5. FIRE! (1)
“……깜짝 놀랐네.”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중얼거렸다.
신기가 하이퍼드론을 뜯어먹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아크의 머릿속은 ‘#$!#!#$!%’!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도 알 수 없었고,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사실 돌이켜 생각하면 하이퍼드론은 원해서 손에 넣은 배틀슈트는 아니었다. 토리와 함께 박물관을 털다가 우연히 몸에 붙어 버린 배틀슈트. 그게 하이퍼드론이다.
덕분에 벨타나로 강제징용 당하게 됐지만 그래도 아크는 횡재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고가의 배틀슈트를 공짜로 얻은 셈이니까.
그러나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아크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시간이 좀 지난 뒤였다.
하이퍼드론은 원래 라마의 배틀슈트라 은하연방의 배틀슈트와 규격이 맞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은하연방에서는 각종 업그레이드 부품은 물론 충전 시간을 줄여 주는 배터리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적국의 병기라 연방군이 있는 곳에서는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
이런 문제들은 상당한 페널티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지!’
그러나 아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뭐 당시 가난했던 아크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어쨌든 아크는 업그레이드가 힘들다는 이유로 기껏 얻은 배틀슈트를 포기할 정도로 대범(?)한 인간은 아니었다.
그게 뭐든 일단 손에 들어오면 본전을 뽑을 때까지 사용한다. 아크는 그런 생각으로 꾸준히 배틀슈트를 사용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 방법을 찾아왔다.
그리하여 현재 하이퍼드론은 Lv.2!
전용 스킬도 ‘18연타’와 ‘하이퍼 부스터’, 2개나 붙어 있었고, 임펠투스의 연구소에서 싱크로 작업을 거쳐 신체 코팅 스킬을 ‘무장’시리즈로 전환시키는 기능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지저세계에서 코어를 하나 더 흡수해 Lv.3 업그레이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콰직! 콰직! 우드드득! 콰직!
……그런데 먹힌다.
그렇게 힘들게 키워 온 하이퍼드론이!
눈앞에서 다른 배틀슈트에게 잡아먹히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아크는 당장 광선검을 휘둘러 놈을 폐품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상대는 신기다. 죽을 둥 살 둥 찾아온, 전직의 필수 조건인 오신기 중에 하나를 제 손으로 박살 낼 수는 없지 않은가. 덕분에 아크가 ‘#$!^%!#$!’상태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였다.
미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할 것 없다.
“걱정할 것 없다니요? 저거 안 보여요? 먹고 있잖아요! 내 배틀슈트를! 우적우적! 먹고 있다고요!”
-너는 무라트의 엘림이다. 그리고 저 무장보갑은 무라트 엘림의 신기. 그리고 자낙스의 진전을 이어받은 자라면 어차피 저런 허접한 무장보갑은 버리고 신기를 사용해야겠지.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네 무장보갑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네?”
울컥한 표정을 짓던 아크가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미레이는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군.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자낙스는 나를 찾아오기 한참 전에 소울시티에 들렀다고 했다. 소울시티는 무라트가 무장보갑의 원형인 드론을 처음 발견한 장소. 자낙스는 위험한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장보갑의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그곳을 찾아갔었다고 했다. 뭐 현재 아슐라트의 국민인 70여 종족에게 연합체의 결성이 자낙스의 의지임을 증명하기 위해 내게 맡기기는 했지만.
자낙스가 미레이에게 무장보갑, 그러니까 배틀슈트를 맡긴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배틀슈트는 예나 지금이나 전투력을 급상승시켜 주는 갑주. 돌려 말하면 자낙스가 최강의 힘을 발휘하는 것도 배틀슈트를 입었을 때였다.
때문에 당시 은하계의 종족들이 기억하는 은하계 최강의 전사는 배틀슈트를 입고 있는 자낙스였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자낙스가 사용하던 배틀슈트는 자낙스 그 자체! 수백 년 전의 70여 종족이 미레이가 자낙스의 대변인임을 인정한 이유가 그것이다.
-네가 자낙스의 흔적을 따라 이곳까지 왔다면 당연히 소울시티도 거쳤을 터, 그럼 자낙스의 무장보갑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도 알 것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