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39)
아크 더 레전드-439화(439/875)
[439] – * SPACE 5. FIRE! (3)“연장자에게는 존댓말을 해라! 듀얼 소드!”
팽이처럼 회전하는 마틴 후작의 팔에서 푸른 광선검이 솟아 나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습격자는 황급히 물러났지만 가슴에 광선검을 얻어맞고 중심을 잃었다. 순간 페이가 번개처럼 몸을 날리며 침대의 중화기를 움켜쥐고 탄환을 쏟아붓고, 마틴 후작이 몇 번 더 광선검을 휘두르자 습격자는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쓰러졌다.
“이놈은 대체 뭘까요?”
“모르지. 하지만 좀도둑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지.”
이곳은 아슐라트의 성지 쉬라바스티.
그중에서도 가장 경계가 삼엄한 디에라다.
그런 곳에 우연히 번지수를 잘못 찾은 좀도둑이 들어왔을 리는 없을 터. 뿐만 아니라 방금 전에는 페이가 중화기까지 사용했다. 아무리 방음 시설이 좋은 곳이라도 총성이 퍼져 나가지 않았을 리가 없다. 아니, 사실 페이가 굳이 중화기를 사용한 이유가 그것이다. 경비병에게 습격을 알리기 위해서.
그러나 아직도 경비병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좋은 시기에 온 모양이군요.”
“아니, 그 반대겠지. 안 좋은 시기에 온 것이 아니라, 이 시기를 노린 것이다. 누군가 4강의 회합을 방해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습격자가 한두 놈은 아닐 터. 일단 밖으로 나가 상황을 파악한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페이가 민첩한 몸놀림으로 방을 뛰어나갔다.
그리고 중화기를 어깨에 견착하고 주위를 살피다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복도에는 이미 서너 명의 아슐라트 경비병들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가 당황하는 것은 경비병의 시체 때문이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문밖에서 서너 명의 경비병이 당할 때까지 페이는 물론 마틴 후작도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때 뒤에서 경비병을 살피던 마틴 후작이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이상하군. 상처가 없다.”
“상처가 없다니요? 죽은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아니, 중앙회로의 에너지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이보그라면 예전에 전장에서 많이 상대해 봐서 잘 알지. 신체의 대부분이 기계인 사이보그는 중앙회로가 정지하면 생체 부분도 괴사한다. 그러니 죽은 것은 확실하지만 중앙회로를 공격당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미스터리 추리소설 같은 전개로군요.”
페이의 대답에 마틴 후작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말하는 투가 완전 아크 판박이로군. 뭐 지나치게 진중하던 이전보다는 차라리 이편이 낫다 싶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 아크 자식은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아니, 그 녀석은 자기 앞가림은 하는 녀석이니 알아서 하겠지. 그보다 지금은 사태 파악이 우선이다. 페이, 일단 너는 특무대원들부터 깨워라. 나는 트리나드를 찾아 상황을 알아보겠다.”
“알겠습니다!”
페이가 몸을 돌릴 때였다.
갑자기 죽은 경비병들이 일제히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 * *
치잉-!
허공에 스파크가 일어났다.
“뭐, 뭐야? 저건?”
아크가 당혹성을 터뜨리며 물러났다.
그 앞에는 괴상한 물체가 낮은 모터 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부서진 인형처럼 기괴한 각도로 꺾인 흉측한 몰골로 바닥을 기며 움직이는 기계.
그러나 아크가 당황하는 이유는 불쾌한 외형 때문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기계가 방금 전까지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슐라트 병사의 시체라는 점이다.
아크가 몸을 돌릴 때 들려온 기계음. 그것은 이 병사가 움직이는 소리였다. 사지가 꺾인 괴상한 자세로. 몸을 일으키며 팔에 장착된 총기로 탄환을 날린 것이다.
뭐 다행히 즉각적으로 반응해 막아 내기는 했지만.
‘뭐야? 대체 왜 저게 움직이는 거야?’
아크는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시체였잖아! 아니,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은 사이보그지. 사이보그는 원래 저런 건가? 죽었다가도 살아나고 막 그런 거야? 아니, 하지만…….’
위이이잉! 투투투투!
그때 병사가 바닥을 기며 포화를 뿜었다.
아크는 곧바로 ‘소드 디펜스’를 발동시켜 탄환을 비껴 내며 몇 걸음 더 물러났다. 반격을 못 한 게 아니다. 어찌 됐든 상대는 아슐라트의 병사. 무턱대고 반격할 수는 없었다.
그때 병사가 수풀을 짓이기며 돌진해 왔다.
동시에 양쪽 손에서 푸른 광선검이 솟아 올라왔다. 그리고 몇 미터 앞에서 몸을 움츠리더니 펄쩍 뛰어오르며 광선검을 휘둘렀다.
파지지지지!
-크아! 크아아아아!
검과 검이 충돌하며 터지는 섬광 너머에서 병사가 덜렁거리는 턱을 벌리며 괴성을 터뜨렸다.
아크는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기계가 광견병에 걸린 짐승처럼 돌변해 공격하는 현상. 사실 이런 현상은 그리 드문 것이 아니었다.
‘설마…….’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각인술 하자스카!”
아크는 이퀄라이저를 흔들어 병사를 쳐 내며 소리쳤다.
그리고 샤이어에 휘감긴 팔을 움직여 허공에 빛의 문양을 새겼다. 다음 순간, 빛의 문양이 산산이 부서지며 아크의 눈으로 스며들었다.
“……맙소사!”
아크의 입에서 신음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금 전에 발동시킨 룬 문자는 하자스카.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 보는 룬 문자였다.
그 힘이 깃든 눈으로 보니 상황이 명확해졌다. 마치 중첩된 것처럼 병사의 몸 주위에서 어른거리는 검은 형체. 아크는 이큘러스에서 이런 형체를 수없이 본 적이 있었다.
바로 나쿠마와 싸울 때!
“그렇다면 사이보그 병사의 시체가 나쿠마로 변했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쿠마는 원래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몬스터잖아? 그런데 왜 이런 곳에서 나쿠마가?”
그때 밀려났던 병사가 반대쪽으로 광선검을 뻗어 왔다.
위이이잉! 카카카카!
옆구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화끈한 열감이 전해졌다.
방심하던 차에 제대로 맞아 적지 않은 생명력이 깎여 나갔다. 그러나 아크의 얼굴에 위기감 따위는 없었다.
아니, 난감해하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어쨌든 나쿠마라 이거지?”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고쳐 잡았다.
동시에 아크의 움직임이 180도로 달라졌다.
지금까지 아크가 공격을 받아 내고만 있었던 이유는 상대가 아슐라트의 병사였기 때문이다.
페이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사이보그 병사는 모두 디에라의 중앙 관리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다.
설사 병사를 처리한다고 해도 중앙 관리 시스템에 아크가 적으로 등록되면 끝장. 아크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마틴 후작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나쿠마, 한낱 몬스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닉 소드!”
아크가 바로 공세로 전환해 검기를 뿜었다.
이퀄라이저를 휘두른 각도로 수풀이 쫙 갈라지며 병사. 아니, 나쿠마를 향해 검기가 날아갔다. 그러자 나쿠마가 미끄러지듯이 횡이동하며 측면으로 돌아 돌진해 왔다.
위잉! 위잉! 부우우웅! 위잉!
순간 어둠 속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빛의 궤적!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쿠마도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는지 황급히 광선검을 X 자로 교차시키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섬광이 폭발하며 양팔이 활짝 벌어졌다.
뒤이어 나쿠마의 몸 여기저기에서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나쿠마는 모터 음을 발하며 몇 번이나 도주를 시도했지만 아크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었고, 그때마다 여지없이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결국 시커먼 연기를 뿜어 올리며 정지. 이미 아크에게 나쿠마 1마리는 적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어라?”
그러나 아크의 눈에 또다시 ‘?’가 떠올랐다.
이큘러스에서 알아낸 바에 의하면 나쿠마는 정체불명의 영체가 기계에 빙의 되어 만들어지는 몬스터였다. 그리고 기계가 부서지면 영체는 다시 빠져나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나쿠마로 변한 병사를 쓰러뜨리자 그 잔해 위로 시커먼 영체가 솟아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이큘러스에서 나쿠마를 처리했을 때는 솟아 나온 영체가 모두 특정 장소로 날아갔다. 그런데 병사의 잔해 위로 떠오른 영체는 곧바로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녀석은 이큘러스의 나쿠마와는 다른 건가? 아니, 그 전에. 아슐라트의 병사를 죽인 건 붉은학살자라고 치고, 왜 이런 곳에서 아슐라트 병사가 나쿠마로 변한 거지? 기계라고 아무 데서나 나쿠마가 되는 건 아니잖아? 빌어먹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뭐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지는 것이 없으니 답답해 돌아 버릴 지경이다.
게다가 아크는 정해진 숙소를 벗어나 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때려잡은 것은 설사 나쿠마로 변했다 해도 아슐라트의 병사. 이런 상황을 경비병이나 와쳐에게 들키면 십중팔구 아크가 몽땅 뒤집어쓰게 되리라.
그렇다고 제대로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디에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경비병이 몰려오기 전에 방향을 정해야 해!’
-Ark’s command.
▷일단 디에라로 돌아간다.
▷혹시 모르니 적당한 곳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본다.
▷뭔가 낌새가 안 좋다. 일단 도망치자.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자폭!
뾰롱뾰롱.
머릿속에 떠오르는 커맨드!
그러나 자폭은 너무 아니다 싶으니 먼저 삭제.
그리고 쉬라바스티는 엄청나게 넓은 지역이다. 게다가 사방에 경비병이 깔려 있다. 일단 이 자리를 피해도 무사히 쉬라바스티를 벗어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도망도 삭제.
“남은 방법은 두 가지인가…….”
디에라로 돌아가는 것과 상황을 지켜보는 것.
그러나 어느 쪽도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수밖에 없지. 일단 디에라로 돌아가 근처에 몸을 숨기고 상황을 지켜본다. 그리고 기회를 봐서 마틴 후작과 합류하는 게 최선이야!”
아크는 곧바로 수풀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디에라에 가까워질수록 의문은 더욱 커져 갔다.
신기를 찾아 나섰을 때는 그렇게 많았던 경비병과 와쳐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뭔가 일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했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슈퍼보드!”
이에 아크가 에어보드를 꺼내 올라탔을 때였다.
퍼펑! 퍼퍼퍼펑!
숲 저편에서 불길이 솟아올라왔다.
* * *
“서드!”
디에라의 정문.
마틴 후작이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그리고 바쥴라라는 이름의 구체에 뒤덮여 정문 앞에 둥둥 떠 있는 노인, 서드에게 다가가다가 흠칫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한 박자 늦게 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틴 경, 무사해서 다행이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마틴 후작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엄청난 숫자의 붉은빛이었다.
그 빛을 뿜어내는 것은 관절이 기괴하게 뒤틀린 상태로 바닥을 기며 다가오는 수백의 기계들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괴하게 변해 버린 아슐라트의 병사들이었다.
-나도 모르겠소.
“모르다니? 저들은 아슐라트의 병사가 아닙니까?”
-……병사였던 자들이지.
“병사였던?”
-나도 방금 전에야 보고를 받았소. 디에라의 중앙 관제 시스템이 바이러스에 오염되었다는. 경도 알다시피 아슐라트의 사이보그 병사는 모두 중앙 관제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소. 모든 병사가 정보를 공유하며 보다 조직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이지.
그건 마틴 후작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시스템은 전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모든 병사가 하나의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다.
그건 모든 병사가 눈과 귀를 공유한다는 뜻이고, 그로 인해 어떤 돌발 상황에도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은 은하 3국 중 아슐라트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오직 아슐라트만이 외부의 어떤 방해 전파나 해킹도 막아 낼 수 있는 견고한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첨단 시스템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내부의 공격.
아슐라트의 중앙 관제 시스템은 외부의 공격을 막기 위해 완벽하게 폐쇄된 상태로 운영되는 것이라 이번처럼 컴퓨터가 바이러스 따위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붕괴되는 것이다.
이건 이미 비밀도 뭣도 아니었다.
은하 3국과 개척지의 평의회도 알고 있는 정보니까.
그럼에도 전장에서조차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그만큼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자들이?”
-모르오. 분명한 것은 그게 오늘 벌어진 일은 아니라는 것이오. 로그 파일을 분석해 보니 이미 오래전에 심어진 바이러스였소.
“라마나 평의회의 사람들이 한 짓은 아니라는 말이군요.”
-그리고 은하연방도.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을 사람은 역시 오늘 디에라에 온 외부인, 은하연방과 라마, 평의회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이미 오래전에 심어져 있다가 발동된 것이라면 3강의 인물들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그럼 경비병들이 저렇게 된 게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오. 아니, 아마 아닐 것이오. 아슐라트의 사이보그 병사들은 중앙 관제 시스템이 적에게 점거당할 때를 대비해 모두 특수한 안전장치가 되어 있소. 중앙 관제 시스템의 명령이라도 아군의 기지를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리고 바이러스도 그런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소. 바이러스가 경비병들에게 내린 명령은 단 하나.
서드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죽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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