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42)
아크 더 레전드-442화(442/875)
[442] – * SPACE 6. G-1000 (2)사실 바즈라를 처음 받았을 때 아크는 무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바즈라는 양쪽 끝에 날이 달렸다고는 해도 길이는 고작 1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다. 실제 검처럼 찌르고 베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짧은 것이다.
하물며 왼손으로는 무리.
때문에 그저 보너스 옵션 효과만 기대했다. 그런데 좀 전에 의외의 사용법을 찾게 되었다.
에어보드를 타고 올 때.
아크는 간간이 나타나는 나쿠마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수상한 놈들을 추적하던 중이라 일일이 싸울 시간이 없었다. 때문에 적당히 상대하며 떨궈 낼 생각이었지만 수풀이 우거진 곳이라 검기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이에 아크가 생각한 것이 사이코키네시스를 이용한 이기어검술.
‘광선검은 소드 디펜스를 사용해야 하니…….’
“이거나 받아라!”
꿩 대신 닭으로 바즈라를 날렸다.
순간 아크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새삼스럽지만 이기어검술은 정식 스킬이 아니다. 그냥 아크가 편의에 맞춰 사용하는 기술일 뿐, 실제로는 조잡한 기술이었다.
직접 검을 사용하는 것처럼 정밀하게 움직일 수도 없었고, 힘이 약해 적중해도 대미지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떨어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휘이이잉! 파칭! 위이이이이-!
아크가 생각하는 대로! 마치 새처럼 자유자재로 수풀 사이를 날아다니는 바즈라! 그뿐이 아니었다. 대미지도 이전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나쿠마와 충돌하고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까지도 아크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바즈라의 재질은 오리하르콘, 일명 정신 감응 금속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경도가 높지는 않아 검으로 만들어도 공격력이 높지는 않지만 정신이나 마나에 대한 반응도가 높아 사이킥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워낙 희귀해 무기로 만들 만한 양을 구하는 것은 무리라 일반적으로 에스퍼의 장신구 재료로만 사용되는 금속이다.
바즈라가 광선검보다 더 조작하기 쉬운 이유가 그것!
자체적으로 포스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코키네시스 에너지를 잘 받아들이는 것과 실제로 바즈라를 움직여 나쿠마를 공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치잉! 윙윙윙윙! 파지지직!
나쿠마의 광선검과 충돌하며 회전하던 바즈라가 낮게 비행하며 다시 돌진, 나쿠마의 관절을 긁고 지나갔다. 마치 직접 검을 들고 싸우는 것과 같은 움직임!
‘설마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아크가 왼손으로 바즈라를 조종하며 씨익 웃었다.
바즈라가 그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룬 문자 ‘샴’ 덕분이었다.
생뚱맞다고? 절대 아니다.
‘샴’은 2개의 룬 문자를 동시에 그려야 발현되는 스킬.
-실패! 실패! 실패! 룬 문자 형성에 실패했습니다!
덕분에 아크는 울화통이 터지는 이런 메시지를 신물 나게 봐 왔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그렇다. 피나는 노력 끝에!
게임 속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오른손에는 숟가락, 왼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었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오른손으로는 원을, 왼손으로는 네모를 그리며 두 손을 다르게 움직이는 훈련을 해 왔다.
이른바 양심술兩心術!
‘집중력이 높아진 지금이라면……!’
아크가 이퀄라이저로 나쿠마를 몰아붙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뒤에서 나쿠마에게 일격을 먹인 바즈라가 긴 호선을 그리며 아크의 손으로 돌아왔다.
전혀 다른 두 가지 동작을 동시에 하는 훈련을 한 덕분에 아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검을 휘두르며 바즈라까지 자유자재로 조종 하는 기술을 익혀 버린 것이다.
-우오오오! 폭쇄! 폭쇄!
거기에 송곳 머리를 휘둘러 대는 바사크.
그러니 이미 30 대 1이 아닌 30 대 3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적어도 아크가 돌진할 때부터 멍청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지켜보는 병사들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는 그랬다.
“괴, 굉장…… 핫! 뭐 하는 거냐? 엄호! 엄호하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티보스의 고함에 병사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포화를 쏟아부었다.
나쿠마들은 모두 타깃을 아크로 바꾼 상황.
대응사격조차 없으니 병사들은 아예 바위 위로 상체를 내밀고 기관총을 난사했다. 숨어서 싸울 때보다 명중률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지사.
탄환이 빗발치자 나쿠마들의 생명력이 쭉쭉 깎여 나갔다.
그리고 몇몇 나쿠마가 빈사 상태가 되었을 때!
아크가 바즈라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뇌격!”
콰지지지지지!
바즈라에서 뻗어 나가는 뇌전!
기계 몬스터가 전격 공격에 약하다는 것은 상식.
아크를 중심으로 굵은 뇌전이 뻗어 나가자 레이저나 탄환 공격이 먹히지 않자 접근전으로 전환해 모여들었던 나쿠마들이 일제히 스파크에 휩싸이며 연기를 뿜어 올렸다.
빈사 상태의 나쿠마는 그대로 폭발!
-▷danger! ▷#$!%! ▷
아직 생명력이 남은 나쿠마도 이런 메시지를 떠올리며 경련했다. 전격의 부가 효과 ‘경직’이 발동된 것이다.
뭐 이쯤 되면 더 볼 것도 없다.
아크는 곧바로 바들바들 떠는 나쿠마들에게 돌진!
푹푹 찌르고 썩썩 썰어 대는 사이, 병사들도 바위를 넘어 돌진해와 아예 총구를 들이대고 투투투투!
10여 분 만에 주변의 나쿠마가 말끔히 청소되었다.
“이, 이겼다!”
병사들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당연하다. 99%는 아크가 처리한 셈이니까. 당연히 실감이 나지 않겠지.
그러나 이런 병사들이라도 지금 아크에게는 중요한 존재들이었다. 아크가 쉬라바스티에 잠입한 수상한 자들을 잡기 위해 디에라를 나왔다는 사실―이 아니지만―을 증언해 줄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그건 놈들을 놓쳤을 때의 얘기.
“자, 바로 진입합니다!”
당연히 아크는 놈들을 놓아 줄 생각이 없었다.
아크는 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뻥 뚫린 연구소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길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격납고 같은 광장이 나타났다.
빠르게 주위를 훑자 한쪽 구석에 후드를 눌러쓴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옵저버로 추격해 온 놈들 중 1인이다.
놈의 주위에는 연구원으로 보이는 10여 구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아직 1명은 살아 있었는데 놈은 그녀―여자였다― 앞에서 검을 휘두르며 소리치고 있었다.
“케케케케! 멍청이들! 기계 따위를 믿으니까 이런 꼴을 당하는 거야!”
“사, 살려 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싫다! 뒈져라!”
“너나 뒈져라! 이기어검술!”
아크가 바즈라를 던지며 소리쳤다.
그러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바즈라가 제비처럼 저공비행으로 날아가 놈의 손목에 적중했다.
놈이 비명을 터뜨리며 손목을 움켜쥐고 물러났다.
그리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눈빛으로 돌아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네, 네놈은……?”
“뭐냐? 나를 안다는 듯한 그 반응은?”
“이런 젠장!”
놈이 바로 몸을 돌리며 내달렸다.
순간 아크는 바즈라를 회전시켜 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주춤주춤 물러나는 놈의 등에 ‘X’ 표시―기분상―를 한 뒤에 피어싱! 등에 공격을 받은 놈이 비명을 터뜨리며 바닥을 굴렀다. 와중에 후드가 벗겨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후드 속에서 드러난 얼굴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의 얼굴!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혹성 아마라의 기억이 떠올랐다.
스텔라의 탈옥수를 추격하던 이리나가 감금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아마라, 그곳에서 이리나를 잡고 있던 자들은 개구리와 고양이, 아니, 케로족과 캐츠족이었다.
물론 개구리라고 다 그때 개구리가 아니고 캐츠족이라고 다 그때 캐츠족은 아니리라.
게다가 고양이의 얼굴 따위는 분간할 수 없지만.
‘이 녀석은 나를 알아본 것 같았어! 다른 곳에서는 캐츠족을 본 적이 없으니 나를 봤다면 아마라! 이 녀석은 그때의 캐츠족이다! 하지만 왜 이 녀석이 이런 곳에……?’
“킷! 캬악!”
그때 캐츠족이 발딱 일어나 달려들었다.
동시에 손에서 쑥 솟아 나오는 칼날 같은 발톱!
고양이의 특성을 가진 캐츠족의 움직임은 민첩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고작 고양이 발톱에 당할 아크가 아니었다. 하물며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집중력 만땅 상태!
아크는 살짝 머리를 눕혀 피하고 번개처럼 이퀄라이저를 휘둘러 단숨에 놈을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놈의 목에 검을 들이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목적이 뭐냐? 동료들은 어디 있지?”
캐츠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빌어먹을! 아, 안 돼!”
퍼퍼퍼펑!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더니 갑자기 폭발하는 것이 아닌가? 충격파에 떠밀린 아크가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크윽! 이, 이게 무슨?”
“자폭입니다. 테러리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죠. 괜찮으십니까?”
“딱히 대미지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아크가 찜찜한 눈으로 시체―흔적―를 바라보았다.
자폭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아크가 찜찜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그게 자의가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다. 놈의 최후는 그리 용감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아마라에서도 놈들은 로브를 쓴 수상한 놈의 명령을 받고 있었지. S-20이 세워지기 전의 타로스 산을 습격한 놈과 같은. 그렇다면 이번 일도 놈들의 조직이 캐츠족을 사주해 벌인 일이라는 말인가?’
“제피 박사님, 나머지 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티보스가 구조된 연구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러나 물을 필요도 없었다.
“킷! 저놈들이!”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제피라는 여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광장 맞은편, 안쪽으로 연결된 통로에서 탄환이 쏟아져 나왔다.
돌아 나오던 캐츠족의 동료들이 아크 일행을 발견하고 다짜고짜 사격을 하는 것이다. 아크가 몸을 날려 제피와 티보스의 앞을 막으며 검을 휘둘렀다.
“소드 디펜스!”
사방으로 흩어지는 탄환!
‘1, 2, 3, 4…… 방금 전에 폭발한 놈까지 12마리!’
연구소로 올 때 옵저버로 확인한 놈들의 숫자와 맞아떨어진다. 딴 곳으로 샌 놈 없이 모두 모여 있다는 말이다.
어차피 디에라의 나쿠마들이야 서드나 마틴 후작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놈들만 처리하면 이번 일도 정리된다는 뜻.
‘고양이 11마리 정도야…….’
아크가 굵은 미소를 지으며 이퀄라이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놈들을 향해 돌진하려 할 때였다.
“도망쳐야 해요!”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제피가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방금 전에 폭발한 녀석이 실험체에 핵을 심어 놨어요! 곧 발동할 거예요!”
“실험체? 핵?”
퍼펑-!
아크가 ‘?’를 띄우며 되묻는 순간!
폭음이 울리며 격납고 맞은편에 붙어 있던 캡슐의 뚜껑이 떨어져 나왔다. 동시에 드라이아이스 같은 증기가 확 뿜어지며 2미터쯤 되는 거인이 걸어 나왔다.
-엘리트Elite 등급의 몬스터 ‘나쿠마 : G-1000’이 등장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G-1000?”
마틴 후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서드가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이런 상황이니 말할 수밖에 없군. 그렇소. G-1000. 개발 단계의 명칭은 머큐리 안드로이드.
“머큐리…… 수은 말입니까?”
-맞소. 정확히 말하면 수은이라기보다는 수은을 주재료로 만든 액체 금속이지. 아니, 액체 금속으로 만든 전투 안드로이드요.
“전투 안드로이드?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라는 말입니까?”
-이번 회합에 우리가 발표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그 G-1000이었소. 지금까지 전투 안드로이드는 여러 번 개발됐지만 실제로 전장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는 제품은 없었소. 기계의 특성상 작은 상처라도 주요 부품이 파손되면 상황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오.
아슐라트가 사이보그를 이용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과학이 한계까지 발전한 은하계에서도 아직 인간과 동등한 능동성을 가진 로봇은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대미지를 입는 부위에 따라 작은 피해에도 성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육체와 기계가 결합된 사이보그.
뭐 그것도 바이러스 한 방에 전멸됐지만.
-이에 우리는 그런 기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했소.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액체 금속에 인공지능을 갖춘 나노 머신을 합성한 머큐리 안드로이드 G-1000이오. G-1000은 본래 액체 금속이라 일정한 형태가 없어 모든 대미지를 반감시키지. 뿐만 아니라 형태가 변할 정도의 타격을 받아도 나노 머신에 의해 바로 본래의 형태로 복구할 수 있소.
“그런 것이 연구소에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이제 90% 이상 완성돼서 본격적인 양산에 앞서 각국의 뛰어난 전사들. 스노우 기사단과 샤도우 기사단, 그리고 경 휘하의 특무대원들에게 모의 전투를 부탁할 생각이었소. 출시 전에 마지막으로 전투 프로그램을 조종하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광고효과도 있을 테니까요.”
마틴 후작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아슐라트는 현재 은하 4강 중에 가장 뛰어난 과학력을 가진 국가였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병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이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과거 벨린 성좌에서 은하연방과 라마가 전쟁을 치를 때, 동맹국인 아슐라트가 참전을 기피하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라마와는 적대 관계니 언젠가는 참전했겠지만 그 전에 은하연방이나 라마에 가능한 한 많은 첨단 병기를 팔아먹기 위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슐라트의 건국 행사는 은하 4강의 귀족이 이름난 호위를 대동하고 모이는 회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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