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47)
아크 더 레전드-447화(447/875)
[447] – * SPACE 8. 아크의 위치는? (2)“이게 이번 달 순위인가?”
“네, 게임특종이라는 TV 프로그램의 Top 50이라는 랭킹, 그리고 각종 관련 정보 사이트에 올라오는 유저 정보를 종합해서 정보 팀이 분석한 결과입니다.”
“음…….”
중년 사내가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의 이름은 문지훈. 국정원에서 운영하는 비공식 조직 루시퍼 헌팅의 창설자이자, 현재도 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의 실무과장이었다.
실무과장이라도 그가 하는 일은 실제 게임은 아니었다.
현재 게임 속에서 요원들을 통솔하고 있는 사람은 이명룡과 권화랑.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과거 가상현실 게임에서 실적을 올린 경력을 가진 외부 전문가를 채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문지훈이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일이든 실무자만 있다고 진행되는 일은 없다. 이를 관리하고 서포트 할 사람이 필요한 법이다.
현재 문지훈이 맡고 있는 일이 그것이다.
루시퍼 헌팅에 필요한 예산을 받아 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각 관청의 협조를 받아 내는. 그러나 그건 루시퍼 헌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다!’
문지훈은 국정원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기관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연히 국정원 요원은 최고 엘리트. 때문에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도 국정원 요원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가 비상대책위의 생각은 그와 달랐다.
‘뭐 좀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 두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책위는 민간인을 끌어들였다.
바로 다른 가상현실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50여 명의 게이머. 루시퍼 헌팅과 별도로 루시퍼를 견제하는 대항마로써 그들을 갤럭시안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과 접촉해 업무를 진행한 사람은 그였지만 솔직히 문지훈은 회의적이었다.
‘말이 좋아 게이머고, 말이 좋아 전문가지. 실상은 게임 속에서밖에 살아가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들이 아닌가. 그런 인간들에게 국가의 안위를 맡긴다니? 어불성설이야. 모름지기 국가는 소수의 엘리트가 다수의 멍청한 인간을 끌고 나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멍청한 인간들이 국가 대사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법이야.’
이게 문지훈의 지론이었다.
뭐 한편으로 생각하면 국정원과 관련된 여러 의혹이나 문제도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은 일이다.
“이번에도 큰 변동은 없군.”
문지훈의 말에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네, 일전에 보고 드린 것처럼 갤럭시안은 단순히 캐릭터만 키우는 여타 게임과는 다릅니다. 유저나 NPC를 모아 컴퍼니 같은 회사를 차릴 수도 있고, 특정 지역을 영지 같은 것으로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일단 세력이 형성되면 좀처럼 우열이 바뀌지 않습니다.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기득권을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구조죠.”
“게임치고는 너무 팍팍하군.”
“뭐 게임이라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죠.”
“결국 어디든 될 놈만 된다, 이건가?”
“그런 거죠.”
“뭐 우리 입장에서는 관리하기 편해서 좋기는 하지만…….”
문지훈이 서류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갤럭시안 종합 평가서
《개인 무력 순위》1위 : 카이저(한국) 2위 : 파머스(프랑스) 3위 : 무왕(중국)…….
《세력 무력 순위》1위 : 무왕(중국) 2위 : 카이저(한국) 3위 : 네인(한국)…….
《경제력 순위》1위 : 야마토(일본) 2위 : 무왕(중국) 3위 : 화이트(미국)…….
문지훈이 보고 있는 서류의 내용은 이것.
TV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갤럭시안 유저의 정보를 토대로 각 분야의 순위를 매겨 놓은 것이다. 문지훈이 매달 이런 순위 표를 보고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루시퍼를 찾아내기 위해서.
‘루시퍼는 자신만만하게 게이머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놈의 성능을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 두각을 나타날 수밖에 없겠지. 결국 상위권에 속하는 유저들 중에 루시퍼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그리고 놈의 정체만 밝혀지면…….’
당연히 대응하기도 쉬워지리라.
루시퍼 헌팅과 모든 게이머를 루시퍼 하나에게 집중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루시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저자다.’
문지훈의 눈이 카이저라는 이름에 박혔다.
개인 무력에서 1위, 세력 무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저였다.
문지훈은 갤럭시안의 제작사에 문의해 카이저가 한국에서 접속하는 유저라는 것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외의 정보는 제작사에서 주지 않았고, 아직 국정원도 밝혀 내지 못한 상태였다. 각종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면 유저들 사이에서 그만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 그럼에도 실제 그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다.
“아직 카이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나?”
“네, 관련 사이트에도 그의 행적에 대한 소문은 많지만 실제로 그를 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간간이 목격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쪽지를 보내 확인해 보니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접촉할 방법은 없는 건가?”
“그게…….”
보좌관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명룡 팀장이 당분간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고 해서 말입니다.”
“뭐야? 독자적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 팀장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루시퍼 헌팅에 참가한 국정원 요원들은 정신 상태가 글러먹었답니다. 그래서 제 몫을 하는 유저로 키우려면 아예 밑바닥에서부터 완전히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더군요. 그러니 당분간은 관여하지 말라고 합니다.”
“정신 상태가 글러먹어? 경찰 나부랭이가 국정원 요원에게 그딴 말을 했단 말인가? 그리고 너는 또 그 말을 듣고만 있었고?”
“제가 곤혹스러운 부분이 그겁니다. 보통은 울컥하죠. 그런데 감사역으로 붙여 둔 강호철을 포함해 팀원 모두가 이 팀장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단 말입니다. 실무자들이 똘똘 뭉쳐 옹호하니 제가 뭐라고 할 수가 있어야 말이죠. 과장님이 뭐라고 좀 해 주십시오.”
“그게 무슨…….”
문지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문가라고 기껏 불러 놨더니 참견하지 마라?
아주 제멋대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성질 같아서는 당장 쫓아가 뺨이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싶었다.
그러나 문지훈은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 이명룡이라는 사내가 총리실과 국방부에서 나온 부장들에게 주먹을 들이대기 직전까지 갔었다는 보고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문지훈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명룡은 실제로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사내라는 것을.
사실 이명룡의 경력은 화려했다.
굵직한 강력 사건 기록을 뒤져 보면 십중팔구 그의 이름이 거론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아직까지 사이버 수사팀장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관 폭행 2건>, <명령 불복종 15건>…… 이런 전적(?)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경찰 배지를 달고 있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 그런 인간이 문지훈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문지훈은 이명룡이 처음 국정원에 들어올 때의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애초에 문지훈은 이명룡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러 구실을 만들어 국정원 무술 교관인 강호철과 대련을 시켰다. 일개 경찰과 국정원 요원의 수준 차이를 절감하게―두들겨 맞아서― 만들어 자진 사퇴시키기 위해.
그러나 결과는 강호철의 완패.
무지막지 얻어맞은 사람은 강호철이었다.
‘하물며 총리실과 국방부의 부장과도 맞짱을 뜨려던 놈이다. 나라면…….’
맞을지도 모른다! 그건 싫다!
“놈도 뭔가 생각이 있을 테니 일단 지켜보지.”
그래서 문지훈은 일단 이명룡의 일은 덮어 두기로 했다.
“그래도 이 팀장이 맡고 있는 대원은 국정원 요원들뿐이잖아. 국방부에서 파견한 대원들은 다른 사람이 맡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 권 뭐라는…….”
“권화랑입니다.”
“그래, 권화랑. 그에게 맡기면 되잖아.”
“그는 더 골치입니다. 이 팀장이 하도 강력하게 추천하고, 또 형사 시절의 경력도 훌륭해서 맡기기는 했는데 대원들을 몽땅 카오틱으로 만들어 놓고 본인은 유배당했습니다.”
“뭐, 뭐야? 장난하냐? 왜 그딴 놈을 아직도 자르지 않은 건데?”
“그게…….”
보좌관이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사정은 국정원 요원이나 국방부 대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체 무슨 말을 어떤 식으로 들은 건지 대원들이 하나같이 권화랑이라는 사람을 옹호하고 나서더군요. 국가와 민족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라나? 말만 들어 보면 곧 대선에 출마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이것들이 정말…… 무슨 장난인 줄 아나?”
문지훈이 이를 박박 갈아붙였다.
한동안 루시퍼 헌팅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는 사이에 기강이 형편없어진 모양이다. 그러나 당장은 문지훈도 이명룡이나 권화랑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이미 그쪽 일은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고문에게 전권이 위임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문지훈이 전담하는 업무는 용병(?)으로 고용된 게이머 관리.
그게 유저 정보를 모으는 두 번째 이유다.
“그런 지경이라면 지금은 루시퍼 헌팅의 실적을 기대하기는 힘들겠군. 처음에는 게이머의 참가를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썩은 나무에는 물을 주지 않는 법.”
문지훈이 서류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우리가 관리하는 게이머 중에 여기 올라온 사람이 몇이나 되지?”
“각 분야 별로 30위 안에 포함된 게이머는 21명입니다. 그중 최소 2개 이상의 분야에 동시에 포함되어 있는 게이머는 8명, 모든 분야의 순위에 오른 사람도 3명이나 됩니다.”
“이름은?”
“스토커와 호크입니다. 그중 순위는 호크가 가장 높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10위권 언저리에 들어 있습니다. 요즘 활동이 뜸해 좀 내려갔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게이머죠. 아시겠지만 호크는…….”
“그래, 루시퍼를 만든 박우성의 조카지.”
문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오늘부로 루시퍼 헌팅에 지급되는 예산을 절반으로 줄인다. 그리고 남는 예산을 순위에 들어 있는 게이머에게 차등적으로 지원한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관리를 받지 않는 한국의 랭커들의 정보도 더 신경 써서 알아봐라. 10명을 키우는 것보다 이미 큰 10명을 영입하는 편이 비용 면에서는 더 효율적이니까.”
그동안 문지훈이 해 온 일이 이것.
갤럭시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저를 영입하는 일이었다.
물론 문지훈은 이미 50여 명의 게이머를 영입했다. 그러나 유능한 게이머라고 갤럭시안에서도 유능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 보니 50여 명 중에 그나마 두각을 드러내는 게이머는 20명 내외. 나머지는 평범한 유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문지훈은 처음부터 게이머를 나누었다.
원래 초기 영입된 게이머들에게는 꾸준히 지원을 해 주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이머를 지원하는 것은 예산 낭비. 그럴 바에는 차라리 될 만한 게이머에게 좀 더 지원해 주는 편이 낫다.
그런 생각으로 문지훈은 초기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게이머들에게만 지원을 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매달 순위를 조사해 쓸 만한 유저를 영입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었다. 문지훈의 말대로 10명을 키우는 것보다 이미 성장한 10명을 영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니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갤럭시안 종합 평가서
《개인 무력 순위》 12위 : 호크(한국)
《세력 무력 순위》 15위 : 호크(한국)
《경제력 순위》 11위 : 호크(한국)
‘역시 지금은 우리가 관리하는 게이머 중에 가장 유력한 루시퍼의 대항마는 호크인가?’
호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개 유저가 루시퍼 헌팅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룡과 권화랑 탓에 루시퍼 헌팅이 산으로 가고 있는 지금은 그나마 위안이 되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호크는 국정원에 가장 협조적인 유저이기도 했다.
그의 삼촌이 국정원에 구속되어 있으니까.
때문에 문지훈이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유저도 호크!
사실 호크가 초반에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호크 본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국정원을 통해 적지 않은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이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아니,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크는 문지훈의 지원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 초기부터 벨타나에 유배되어 바닥을 박박 기었으니까. 때문에 아크는 진즉에 문지훈의 머릿속에서 삭제된 게이머였다.
그리고 30위까지 적혀 있는 보고서에도 끼어 있지 않지만…….
갤럭시안 종합 평가서
《개인 무력 순위》 75위 : 아크(한국)
《세력 무력 순위》 94위 : 아크(한국)
《경제력 순위》 83위 : 아크(한국)
출력되지 않은 100위까지의 순위.
그 아래 부분에는 아크의 이름도 나란히 올라 있었다.
그리고 아슐라트의 건국 기념행사가 은하계 전역에 생중계되는 순간!
《개인 무력 순위》 27위 : 아크(한국)
개인 무력 부문에서 단숨에 27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문지훈은 모르고 있었다. 당연하다. 아직 국정원이 수집한 데이터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니까. 국정원의 정보 수집 능력도 생각만큼 빠르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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