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49)
아크 더 레전드-449화(449/875)
[449] – * SPACE 9. 그놈 목소리 (2)‘뭐랄까…….’
아크는 캐츠족이 생명의 나무의 행동대원들이라는 사실보다, 그것을 알아내는 과정이 더 놀라웠다.
은하 4강의 공동 정보망! 그건 일단 공적으로 낙인찍힌 상태에서 DNA 샘플이 등록되면 은하계 어디로 도망가든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캐츠족도 마찬가지.
설사 연구소를 탈출했어도 공동 정보망에 등록된 이상 언젠가는 잡혔으리라.
‘그래서 최후의 방법으로 자폭을 택할 수밖에 없었겠지.’
그러나 여전히 의혹은 남아 있었다.
정리하자면…….
1. 캐츠족이 어떻게 쉬라바스티까지 잠입할 수 있었는가.
2. 뿐만 아니라 디에라의 중앙 관제 시스템에 바이러스까지 심을 수 있었는가.
3. 대체 놈들이 이런 사건까지 일으키며 연구소에 잠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이 세 가지.
‘그리고…….’
가장 궁금한 한 가지가 남아 있다.
캐츠족이 연구소까지 잠입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바로 나쿠마다.
나쿠마는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이 쌓여 있는 몬스터다.
아크는 토트를 통해 나쿠마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명. 아직은 자연 발생한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쉬라바스티에 나타난 나쿠마는 절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야!’
이번 캐츠족의 연구소 잠입은 애초에 나쿠마의 존재가 없었다면 성립될 수 없는 일이었다. 돌려 말하면 나쿠마 역시 이번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뜻.
그건 결국…….
“그게 이번 문제의 핵심이다.”
마틴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놈들은 철통같은 경계를 뚫고 쉬라바스티와 디에라에 잠입해 중앙 관제 시스템에 바이러스를 심었다. 이 역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잠입에 능한 캐츠족이니 뭔가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아슐라트의 경계망에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허점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문제는 나쿠마다. 나쿠마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 가지만은 일치하고 있지. 바로 기계가 나쿠마화化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사이보그 병사가 죽자마자 나쿠마로 변할 수는 없었다는 말이지.”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게 캐츠족들이 의도적으로 한 짓이라면!
“생명의 나무는 인위적으로 나쿠마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현재 은하 4강의 문명은 기계 없이는 존속될 수 없다.
정규군의 60% 이상이 사이보그 병사일 정도로 기계 의존도가 높은 아슐라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은하연방, 평의회, 심지어 생체 병기를 사용하는 라마도 기계의 도움 없이는 국가 운영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은하 4강에게 나쿠마는 심각한 환경(?) 문제였다.
기계 폐기물 속에서 발생하는 나쿠마.
게다가 죽여도 죽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타나는 바퀴벌레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그런 나쿠마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 있다. 게다가 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범우주 테러 조직 생명의 나무!
만약 놈들이 그 기술을 무기를 사용한다면. 아니, 이미 사용했다. 이는 은하 4강에 엄청난 위협이 되는 사건인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그때 마틴 후작이 끼어들었다.
“아직은 아니라니요? 뭐가 말입니까?”
“정황상 놈들이 나쿠마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대체 어떤 힘을 이용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아직 그 기술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째서……?”
“디에라에서 습격을 받았을 때 서드와 우리는 놈들의 목적이 은하 4강의 요인 암살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방어막을 펼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곧 놈들의 목적이 연구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캐츠족이 연구소의 문을 폭발할 때의 불길로.
이에 서드는 바로 방어막을 해제하고 은하 4강의 병력과 함께 공세로 전환, 나쿠마의 포위를 뚫고 연구소로 진군했다.
모든 나쿠마를 섬멸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연구소로 진군하는 내내 나쿠마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소에 도착할 무렵에는 더 이상 추격을 받지 않았지.”
“그사이에 전멸시켰다는 말입니까?”
“아니, 우리는 공격할 필요도 없었다. 나쿠마들이 스스로 붕괴됐으니까.”
“붕괴? 스스로?”
“그렇다. 일정 범위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정 시간 이상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추격해 오는 도중에 산산이 분해되어 버렸다. 다시 말해 인위적으로 나쿠마를 만드는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뜻이지. 거리든 시간이든 뭔가 제약이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놈들이 연구소에 잠입한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그게 연구소에 잠입한 이유?”
“기억하나? 내가 이큘러스에서 했던 말. 그때 이큘러스에서 발견한 석판과 같은 석판이 발견됐던 혹성이 있다고 했었지.”
“네.”
당연히 기억한다.
그 혹성의 이름은 라젠카.
아크가 라젠카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 이름을 들은 것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주 마법진 조사를 시작할 때도 같은 이름을 들었다. 반물질의 폭주로 혹성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건. 그때 사라진 혹성이 라젠카다.
“그래, 그 사건으로 라젠카에서 발견되었던 석판도 사라졌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뭔데요?”
“이큘러스에서도 한번 말했지만 당시 발견된 석판은 어떤 무기로도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다. 그게 어떤 힘에 의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평범한 석판은 아니었다는 말이지.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 석판은 혹성 폭발에도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에? 가만? 그렇다면 설마…….”
아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마틴 후작이 끄덕였다.
“그렇다. 연구소에 보관되어 있던 것이 그 석판이다. 보통 혹성 폭발에 휘말리면 석판 따위, 가루가 되었어야 마땅하지만 석판은 건재했다.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었지만 거의 원형을 유지한 상태로. 믿기지 않는 일이지.”
아크는 토트 덕분에 마틴 후작보다는 그 석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 석판은 과거 은하계를 침공했던 의문의 종족 카르마가 나쿠마를 봉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강력한 보호 장치를 덧붙여서.
그리고 훗날 카르마를 몰아낸 4대 천족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 위에 다시 겹겹이 보호 장치를 덧발라 놓은 것이다. 그게 석판이 혹성 폭발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리라.
마틴 후작의 말이 이어졌다.
“당시 라젠카의 폭발 사고를 조사하던 아슐라트는 그 석판 조각을 회수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 앞서 쉬라바스티로 옮겨 놓은 것이지.”
“왜요?”
“이큘러스에서 같은 석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마틴 후작이 아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슐라트는 비밀리에 석판을 조사하고 있었다. 석판을 보호하는 힘의 정체를 밝혀 군사 병기로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었지. 그런데 얼마 전에 이큘러스에서 같은 석판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때문에 트리나드는 이번 회담에서 은밀히 내게 접촉해 이큘러스에서 발견된 석판과 라젠카의 석판이 같은 것인지 확인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캐츠족이 연구실에서 훔쳐 나오려던 것이 바로 그 석판 조각이니까.”
그제야 아크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슐라트는 모르고 있었지만 석판은 나쿠마를 봉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나쿠마의 비밀과 관련이 있다는 뜻.
그런 것을 생명의 나무가 빼내려고 했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나쿠마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그렇다면 놈들이 석판을 훔치려던 이유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석판에서 나쿠마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슐라트와 라마, 평의회에 이큘러스에 연구소를 짓겠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나쿠마 제조 기술은 상당한 위협이다.
만약 생명의 나무가 완전한 기술을 손에 넣는다면 은하계 전체가 혼란에 휩싸이게 되리라. 따라서 은하 4강은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석판과 나쿠마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석판이 남아 있는 유일한 혹성은 이큘러스.
때문에 은하 4강은 각자 현재까지의 정보를 공유하고 이큘러스에 연구소를 설립, 공동으로 석판과 나쿠마를 연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니 자는 사이에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결정했다고 불평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젠장, 깨어 있었으면 임대료라도 받는 건데.’
살짝 이런 생각이 드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아크의 표정을 살피던 마틴 후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너에게도 이득이 되는 얘기다.”
“이득이요?”
“이큘러스가 네 영지라 해도 결국 은하연방의 혹성. 나는 자국의 땅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빌려줄 정도로 말랑한 사람이 아니야. 아슐라트와 라마, 평의회는 연구소를 세우는 대신, 이큘러스의 자원을 매달 100톤씩 구매해 주기로 합의했다. 시가보다 20% 높은 가격으로.”
“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아크가 번쩍 고개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즉각적인 반응에 마틴 후작이 피식 웃으며 끄덕였다.
“이제야 생기가 도는군. 그래, 그 20%의 차액을 장소 임대료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네가 퍼 자는 바람에 정식 계약은 하지 못했지만 이큘러스에 연구소가 건설될 때 각국의 담당자들이 계약서를 가지고 갈 것이다. 뭐 이미 구두로 약속을 했지만 네 말대로 이큘러스의 영주는 너. 네가 정 싫다면 그때 계약을 취소해도 상관없다. 네 권리니까.”
“아니요! 하겠습니다! 은하계의 평화를 위해서! 음! 평화!”
아크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취소라니? 미쳤다고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는가?
원래 물건이란 생산보다 판매가 힘든 법. 그런데 아슐라트와 라마, 평의회에서 매달 100톤 씩 사 주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시가보다 20% 높은 가격에!
다시 말해 1,000골드면 200골드. 10,000골드면 2,000골드를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장소를 임대해 주는 대가로!
만약 마틴 후작이 이것부터 말해 주었다면 생명의 나무니 나쿠마니 하는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OK! 아니, Thank you!를 부르짖으며 절을 했으리라. 그런데 아크 성격 뻔히 알면서 이런 얘기를 슬쩍 뒤로 빼다니, 하여간 성격 나쁜 NPC다. 그러나…….
‘역시 마틴 후작 옆에 붙어 있으면 뭐든 생긴다니까.’
역시 VVVIP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아크가 헤벌쭉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취소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진 모양이군. 그럼 그 일은 네 말대로 은하계의 평화를 위해 그렇게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이제 내 순양함의 평화를 위해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군.”
“네? 후작님 순양함의 평화라니요? 함 내 반란이라도 일어난 겁니까? 뭐, 후작님 성격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지만 여기 올 때 보니 그런 분위기는 아니던데요?”
“쓸데없는…….”
마틴 후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페이, 데리고 들어와라.”
“젠장!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그러자 문이 열리며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들어 본 기억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것도 비교적 최근에. 아니나 다를까, 페이에게 붙들려 버둥거리며 끌려 들어오는 사람은 만난 적이 있는 여자였다.
“에? 당신은……?”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는 제피!
연구소에서 고양이에게 살해되기 직전에 아크가 구해 준 연구원이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노블리스-II에 타고 있단 말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페이에게 끌려오는 모습을 보니 적어도 귀빈으로 초대받은 입장은 아닌 모양이다.
그때 마틴 후작이 아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가 타라고 했다.”
“네? 제가요?”
“……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 여자가.”
마틴 후작이 이번에는 제피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제피가 맹렬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소리쳤다.
“맞아요! 그런 거예요! 저 사람! 아니, 사장님이 타라고 했다고요!”
“사장? 누가? 내가? 왜?”
“연구소에서 그랬잖아요! 내가 엄청 똑똑한 연구원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고! 그러니까 제발 내 회사에 들어와 달라고! 내가 그러겠다고 했더니 이 우주선에 타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누가? 내가? 왜?”
“그랬다니까요! 눈으로! 네! 눈으로 말했어요!”
“눈이라니…….”
마틴 후작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주장하던 것이 그거였나? 아크가 눈으로 말했다고? 살다 보니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듣겠군. 인간에게 그런 재주가 있으면 통신기가 왜 필요하겠나! 앙!”
그런 마틴 후작도 방금 전에 텔레파시니 뭐니 운운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그 입장이 돼 봐야 아는 법이다.
그러나 그 입장이 되어 봐도, 아크는 도무지 제피라는 여자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 여자는 왜 아크가 노블리스-II에 타라고 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래서 아크는 침착하게 물었다.
“당신, 대체 꿍꿍이야? 왜 엉뚱한 말을 하는데?”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사장님이 그랬다고! 눈으로! 그래서 대답했잖아요! 눈으로! 그랬더니 이 우주선에 타라면서요! 눈으로! 그래서 타고 있었는데 왜 이제 와서 딴소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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