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5)
아크 더 레전드-45화(45/875)
[45] SPACE 7. 피라미드 (3)“여기는 눈치 볼 사람이 없단 말이지!”
아크가 씨익 웃었다.
그때 아누비스들이 철봉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아크는 곧바로 상체를 숙여 피하며 뒤쪽의 아누비스를 향해 돌진했다.
배틀슈트의 기능은 모든 능력치를 30% 올려 주는 것.
그건 이동속도도 마찬가지였다. 두꺼운 갑주를 걸쳐 몸집은 두 배로 커졌지만 아크는 물 찬 제비처럼 철봉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타깃팅 한 아누비스에게 다가간 아크의 발이 번개처럼 솟구쳤다.
면도칼 같은 앞차기!
텅-!
아누비스가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다른 유저는 모르겠지만 사실 아크는 배틀슈트의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 이것이었다.
기계인 안드로이드는 말할 것도 없고, 갤럭시안의 우주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육체의 내구력이 인간에 비해 월등하다.
때문에 육체와 육체의 접촉, 그러니까 격투기 따위로 안드로이드나 몬스터를 공격해 봤자 효과는 0. 오히려 인간이 데미지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기갑으로 몸을 감싸는 배틀슈트를 입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엄청난 내구력을 가진 기갑이 육체가 된다는 뜻!
돌덩이로 만들어진 아누비스에게도 발차기가 먹혀드는 것이다.
아크에게 배틀슈트는 단순히 능력치를 올려 주는 아이템이 아닌 격투 기계! 아크 본연의 전투 스타일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갑옷이었다. 때문에 배틀슈트를 입으면 능력치는 30%지만 실제 전투력은 그 이상!
거기에 미래세계의 무기까지 곁들여지면…….
“내가 누구인지 보여 주지!”
아크가 이를 드러내며 휘청거리는 아누비스에게 다가갔다.
이어 날아드는 철봉을 피하며 다가가 무릎에 집탄 사격! 아누비스의 무릎이 꺾이자 튀어 오르며 턱을 무릎으로 올려치고 튕겨 올라가는 얼굴에 또다시 집탄 사격! 그리고 어깨를 밟고 뛰어올랐다가 벼락처럼 떨어지며 소닉 소드!
검투술과 근접사격술의 결합체!
펑! 펑! 펑! 펑! 퍼퍼퍼펑!
숨 쉴 틈 없이 연결되는 공격에 아누비스는 철봉 한번 변변히 휘둘러 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순식간에 1마리를 돌무더기로 만든 아크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자, 다음은 어떤 놈이냐?”
한껏 분위기를 탄 아크가 그렇게 잘난 척을 할 때였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뒤에서 바위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하고 슬쩍 시선을 돌리던 아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방금 전에 돌무더기로 만들어 놓은 아누비스가 몸 조각이 저절로 움직이며 다시 결합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다시 조립된 아누비스의 생명력은 처음과 같은 100%!
“이, 이게 뭐야? 재, 재생? 그럼 불사신이라는 말이야?”
죽여도 살아난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길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 아닌가?
모처럼 불타올랐던 전투 의욕이 한순간에 얼음처럼 식어 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아누비스에게 돌진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죽이지 못하는 몬스터라니?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쿠콰콰콰콰콰콰!
이어지는 속사포 같은 공격!
집탄 사격과 소닉 소드, 발차기의 융단폭격에 또다시 1마리의 아누비스가 쓰러졌다.
그러나 그 역시 곧 이전처럼 재생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공격에 열중하느라 좌우에서 날아드는 철봉을 미처 피하지 못해 생명력이 50%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크를 더 숨 막히게 하는 것은 죽여도 금세 벌떡벌떡 일어나는 아누비스의 부활 능력!
‘말도 안 돼. 죽일 수 없는 몬스터라니.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
그때부터 아크는 공격을 포기하고 회피에만 집중하며 머리를 쥐어짰다.
비록 갤럭시안에서는 초보지만 아크는 지난 4년 동안 뉴월드를 하며 얻은 방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겪어 본 수백, 수천 종류의 몬스터들. 그중에는 이처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적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 그거다. 무적…… 게임 속에서 그런 몬스터는 존재할 수 없어. 무적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아직 쓰러뜨리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뜻이야. 분명 있다. 뭔가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그게 뭐지? 죽어도 부활하는 능력이라면 일단 리치와 비슷하지만…….’
판타지 세계에서 리치는 생명의 항아리라는 곳에 자신의 생명을 담아 두는 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언데드 마법사였다. 때문에 생명이 담겨 있는 항아리를 부수지 않는 한 아누비스처럼 몇 번을 죽여도 되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석상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아크가 주위를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콰직-!
또다시 옆구리에 철봉이 쑤셔 박혔다.
무지막지한 충격에 아크는 숨 막히는 비명을 터뜨리며 반대쪽 벽까지 날아갔다.
하필이면 바로 옆에 다른 아누비스가 버티고 있는 벽!
‘이, 이런!’
아크는 뒤이은 공격을 예상하고 황급히 실드를 올렸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크를 공격했던 아누비스도 또 바로 옆에 서 있는 아누비스도, 마치 아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멀뚱멀뚱 서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뭐야? 이 자식들, 왜 저러는 거지?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가만?’
그때 아크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뜩였다.
‘정말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아크는 미간을 좁히며 아누비스들을 바라보았다.
개 대가리에 인간의 몸, 일단 보기에는 어엿한 몬스터다. 때문에 아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누비스의 실체는 석상이었다. 일단 눈이 달려 있지만 그게 진짜 눈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는 제대로 아크를 보고 공격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나를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이 벽에 붙었을 때부터 보지 못하는 것처럼 굴고 있어. 그래, 만약 놈들이 자신의 눈으로 나를 보지 못하고 다른 뭔가를 통해 나를 보고 있었다면…… 다른 장애물이 없는 이 방에서 지금 내 위치를 볼 수 없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
방 안 전체를 볼 수 있지만 지금의 아크는 볼 수 없는 곳!
그건 아크가 있는 곳이 사각死角이 될 수밖에 없는 그 벽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결론에 다다른 아크는 등을 붙이고 있는 벽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맙소사!’
아크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방의 사면을 뒤덮고 있는 벽화. 그 벽화 속에서 양팔을 ‘┓’‘┗’형태로 꺾은 채 줄지어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1명의 눈이 쉴 새 없이 좌우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벽화, 게다가 눈알만 움직인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원인을 알면 해결 방법은 자연히 나오는 법!
‘저 그림이다. 저 그림이 아누비스들을 조정하고 있었다면 답은 간단해. 그림을 부숴 버리면 그만이야. 하지만 이미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내려가 있다. 내가 그림을 공격하는 순간 아누비스들도 날 공격하겠지. 그러니 단시간에 승부를 봐야 한다!’
순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스킬이 있었다.
현재 아크가 가지고 있는 스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스킬!
그 스킬은 바로…….
“18연타!”
벽에 붙어 그림으로 다가간 아크가 와락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배틀슈트의 어깨 부분에서 증기가 확 뿜어져 나오더니 양팔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주먹을 내뿜었다.
바로 배틀슈트에 붙어 있는 일격필살의 스킬 18연타!
-하이퍼 드론 전용 스킬-
18연타(유저, 액티브) : 라마족의 초기형 배틀슈트 하이퍼 드론에 기본 장착되어 있는 스킬입니다. 18연타는 배틀슈트에 남아 있는 마나를 어깨와 팔에 집중시켜 강력한 지르기로 적을 난자하는 필살기입니다.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근거리 공격의 특성상 적과 밀착 상태여야 하며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도중에 멈출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남아 있는 모든 마나를 쏟아붓는 스킬이라 사용 직후 배틀슈트가 해제됩니다.
《공격력은 남은 마나의 양에 비례합니다.》
아크의 배틀슈트, 하이퍼 드론에 붙어 있는 스킬이었다.
사실 아크는 아직 18연타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내내 입지 못하다가 크레바스에 떨어지기 전에야 겨우 한 번 입어 본 배틀슈트의 스킬을 언제 써 봤겠는가?
그러나 딱 하면 척이다.
한번 발동하면 공격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공격. 게다가 30분 동안 능력치를 30%나 올려 주는 배틀슈트의 마나를 일격에 몽땅 쏟아부어야 하는 스킬이다.
당연히 그만한 공격력이 나오리라. 아니, 나오지 않아도 이미 스킬을 발동시켰으니 되돌릴 수 없다.
공격이 끝나는 즉시 배틀슈트가 벗겨진다.
‘통하지 않으면 죽는 거다!’
그야말로 필살의 각오로 펼친 18연타!
투콰콰콰콰콰콰콰콰-!
스킬을 발동시키자 양팔이 모터를 단 것처럼 움직이며 벽면을 후려쳤다. 그때마다 벽이 움푹움푹 파여 들어가며 돌가루가 튀어 올랐다.
그렇게 한 발! 두 발! 세 발! 네 발…… 열 발이 넘어가자 튀어오른 돌가루로 주위가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열여덟 발째 주먹이 벽을 후려쳤을 때였다.
철컹! 슈슈슈슈!
마지막 주먹이 벽을 들이받기가 무섭게 배틀슈트가 몸에서 떨어져 이차원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몸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작아진 아크가 황급히 몸을 돌려세웠다.
“빌어먹을!”
입에서 신음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8연타로 눈알을 굴리던 그림을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놓았다.
그럼에도 아누비스들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아누비스들을 조종한 게 그림이 아니었던가 아니면 그림을 부숴도 아누비스의 생명과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었다.
필살의 공격 실패!
아크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여기까지인가…….”
아크가 허탈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을 때였다.
쩌쩡! 쩌쩡! 쩌쩡! 쩌쩡!
갑자기 아누비스의 몸에 균열이 벌어지고 시작했다.
뒤이어 순식간에 온몸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번진 아누비스들이 모래처럼 허물어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곧바로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해, 해냈다! 아누비스가!”
아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쌓은 경험에 목숨을 걸고 벌인 승부!
드드드드! 드드드드!
아누비스가 모래 더미로 변하자 사방의 벽에서 4개의 출구가 만들어졌다. 아크는 그 출구를 보고 나서야 막판 승부에서 이겼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덕분에 레벨 1업!
오랫동안 31에 머물러 있던 레벨이 32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수북이 쌓인 모래 더미를 뒤적이니 주먹만 한 광석이 손에 잡혔다.
-야금술로 광석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잘리만 광석
마나를 띠고 있는 매우 희귀한 광석입니다.
잘리만 광석은 특수한 환경의 혹성에서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광석으로 천연 상태의 마나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라마족을 비롯해 마나를 사용하는 외계 종족이나 고대 마법을 사용하는 매지션에게 잘리만 광석을 가공해 만든 무구는 최상의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점에 판매하거나 장인을 통해 병장기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잘리만 광석!”
아크도 네팔림에서 상점에 진열된 잘리만 광석을 본 적이 있었다. 주먹만 한 크기의 광석 하나에 2~3골드를 호가하던 최상품의 광석!
모래 더미를 뒤지자 잘리만 광석을 2개나 얻을 수 있었다.
“이거 이제 보니 함정이 아니라 대박 사냥터였잖아?”
아크의 입이 개구리처럼 벌어졌다.
한 번의 전투로 레벨을 올리고 고가의 광석도 2개나 얻었다. 갤럭시안을 시작한 이후 단 기간에 이만한 성과를 얻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어차피 황금의 방은 안달하지 않아도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가 찾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서두를 이유가 없어. 아니, 서둘러서는 안 된다. 잘 찾아보면 이 방처럼 경험치와 보상이 빵빵한 아누비스가 있는 곳이 또 있을지도 몰라. 어차피 이제 아누비스를 쓰러뜨리는 방법도 알아냈으니 피라미드를 나가기 전에 샅샅이 뒤져 몽땅 때려잡아야겠다!”
그 순간 아크의 목적이 바뀌었다.
어떻게든 함정을 빠져나가 황금의 방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아누비스 소탕으로. 이렇게 경험치와 전리품이 쏠쏠한 사냥터,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개 대가리든 뭐든 나와라!”
아크가 눈동자를 황금색으로 물들이며 통로를 뛰어갔다.
빵빵한 경험치와 전리품에 업 된 아크는 뭔가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
휘이이이이-!
벨타나에는 며칠째 눈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같은 눈이라도 어딘지 로맨틱한 분위기가 나는 지구의 눈과 벨타나의 눈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비가 얼어 만들어진 눈이 아닌, 공기 중의 수분이 얼음처럼 변해 만들어진 눈이다. 때문에 벨타나의 눈은 마치 작은 얼음 알갱이 같은 형태였다. 그런 얼음 알갱이가 폭풍을 등지고 날아들면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은하연방 진영 측에서 보면 고마운 일이었다.
벨타나에 이런 눈 폭풍이 몰아치면 통신 장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때문에 눈 폭풍이 몰아치는 시기에는 라마족도, 은하연방도 병력을 움직일 수 없었다.
말하자면 기상이변에 따른 임시 정전停戰.
이는 근래 들어 각지의 전투에서 연전연패를 당해 대부분의 주둔지를 잃어버린 은하연방에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덕분에 은하연방 병력은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오늘도 오지 않는 건가?”
한 노인이 입김을 뿜어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주변에 모인 죄수들이 암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불어 냈다. 노인은 멜린, 나머지 죄수들은 아크 친위대의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발렌시아에게 당해 낙오병이 되어 도망치다가 전사한 직후, 부활하자마자 페어리 앞에 모여들었다.
바로 그들의 대장 아크와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크는 부활하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오늘로 열흘째인데.”
멜린이 답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갤럭시안은 혹성에 따라 어떤 곳은 몇 개월 동안 낮만 지속되고, 또 어떤 곳은 몇 개월 동안 밤만 지속되는 지역도 있었다. 때문에 시간개념을 통일하기 위해 은하 표준시를 사용하는데, 현실처럼 24시간을 하루로 잡아 NPC와 유저의 시간개념이 같았다.
아크는 실제로 열흘 동안 부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종종 예정보다 늦게 부활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열흘이나 소식이 없다는 역시 이상해. 베라드, 정말 아크가 전사한 게 틀림없나?”
“네, 확실합니다.”
마지막까지 아크와 함께 있었던 베라드가 끄덕였다.
“그때 형님은 끈질기게 우리를 추격해 온 라마족 전사와 함께 끝도 보이지 않는 크레바스로 몸을 던지셨습니다. 저라도 살리기 위해서였겠죠. 하지만 저 역시 곧 카락들에게…….”
베라드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베라드는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마치 아크가 베라드를 살리기 위해 논개처럼 라마 전사를 부둥켜안고 크레바스로 몸을 날려 동반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심각한 역사 왜곡이었지만, 목격자가 그렇게 말하니 다른 죄수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