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54)
아크 더 레전드-454화(454/875)
[454] SPACE 1. 나타나다! (4)혼자 중얼거리며 걷던 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불어 냈다.
루시퍼 헌팅을 생각하니 권화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 참, 정말이지 아버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열렙을 해도 부족한 판에 제 발로 유배 혹성으로 들어가다니? 거기가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하는 건가?”
현우도 벨타나에 유배되어 봐서 안다.
영하 50도의 혹한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총알받이가 되어 죽기를 밥 먹듯 하는 일상.
뭐 벨타나는 이미 은하연방이 점령했으니 아버지가 유배된 곳은 다른 혹성이겠지만 그 역시 유배지, 모르긴 몰라도 벨타나보다 딱히 나을 것도 없으리라.
그건 얼마 전에 어머니와 통화할 때도 짐작할 수 있었다.
-대체 뭔 일이라니? 아버지가 전에 너와 실랑이를 한 뒤부터 종일 캡슐 속에 틀어박혀 나오지를 않는구나.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대답도 않고.
아버지 성격상 말하지 못했겠지.
게임 속이라도 범죄자가 되어 유배 생활을 하고 있다고는.
-너는 뭔가 아는 것 없니?
현우도 말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게임 속이라도 헐벗고, 굶주리고, 죽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을 거라고는. 뭐 현우도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치 않지만 이미 현우 손을 떠난 일이다. 뭣보다…….
“흥! 자업자득이지.”
현우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렸다.
“아버지도 고생 좀 해 봐야 또 그런 황당한 짓을 못하지. 그래,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아직은 초보니 유배 생활을 해도 실질적인 대미지는 적겠지. 앞으로를 생각하면 미리 이런 일을 겪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그나저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젠장, 간만에 민선 씨와 밥이라도 먹을까 했는데…… 묻고 싶은 것도 있고.”
그러나 이제 곧 노블리스-II가 이스타나에 도착할 시간이다. 게다가 현실 시간도 이미 늦은 밤.
“할 수 없지.”
현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 SPACE 2. Paradise (1)
같은 시각 은하계 모처.
쿠오오오!
거친 암석 사이로 몬스터들이 기어 나왔다.
도마뱀 형상의 호전적인 우주 몬스터 카낙시스!
전투력은 중상위 급에 속하는 수준이지만 항상 무리를 지어 다니고 인간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어 위험도 A로 지정된 몬스터였다. 그리고 놈들의 특징은 다른 몬스터처럼 서식지에서만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인간을 찾아 습격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지금도 마찬가지다.
카낙시스 떼가 몰려드는 곳은 은하연방의 전진기지.
놈이 흙먼지를 뿜어올리며 돌진하자 전진기지를 둘러싸고 있는 대對몬스터용 실드에서 쉴 새 없이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푸른빛을 뿜어내던 실드가 주황색을 거쳐 붉은색으로 변하며 균열이 번지는 순간!
“저쪽에 또 한 무리가 나타났다!”
“쏴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측면에서 섬광과 함께 탄환이 빗발쳤다.
그러자 카낙시스 떼의 시선이 총격을 퍼붓는 병사들로 향했다. 그리고 성난 포효를 터뜨리며 돌진!
쿠콰콰콰콰!
병사들을 덮치자 주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철갑처럼 단단한 표피와 돌기가 솟아 있는 꼬리, 거기에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으로 무장한 카낙시스! 반면 놈을 저지하는 30여 병사들의 장비품은 볼품없었다.
군데군데 금속 테이프를 덧댄 넝마 같은 아머에 수십 년 전에 생산된 낡은 총기가 장비품의 전부.
당연히 선두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짓밟히는 상황에도 병사들은 누구 하나 진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죽을 위기에 처해도 동료를 위해 끝까지 자리를 사수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들에게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크윽!”
“조금만 더 버텨라! 이제 곧 그분께서 오실 것이다!”
“하지만 북쪽 게이트를 습격한 카낙시스의 숫자를 생각하면 이미…….”
“아니다! 그분이라면! 그분이라면 분명 와 주실 것이다! 믿어라! 그분이야말로 절망에 빠진 우리를 위해 하늘에 내려 주신 구원의 빛! 결코 우리를 버릴 분이 아니다! 아니, 설사 그분께서 오시지 못한다 해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리가 그분께 배운 것! 포기하지 않는 한 죽음조차 우리를 굴복시키지는 못한다!”
신앙과 같은 믿음이!
한 사내의 외침에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다시 총기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카낙시스의 공세는 의지만으로 막아 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사자가 점점 늘어났고, 늘어나는 전사자의 숫자만큼 공백이 생겨 상황은 끊임없이 악화되어 갔다. 그 와중에 결국 1마리가 사내가 있는 곳까지 돌진해 왔다.
이에 방아쇠를 당겼을 때였다.
철컥! 철컥!
-격발장치에 탄환이 끼었습니다!
“이런 젠장!”
사내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황급히 격발 장치를 개방하고 탄환을 뽑아낼 때였다. 굉음과 함께 확 다가오는 카낙시스의 아가리!
크와아아아아!
“빌어먹을! 여기까지인가…….”
사내가 비통한 심정으로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카낙시스의 입에서 우걱우걱 씹히는 장면을 상상하는 순간.
쿠쿵-!
앞에서 굉음이 울렸다.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리자 놀라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가리를 들이밀며 다가오던 카낙시스가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런 놈의 몸 위에는 한 사내가 붙어 있었다. 마치 목을 조르듯이. 아니, 실제로 목을 조르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몬스터의 몸에 올라타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황당한 공격이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버둥거리는 카낙시스의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언뜻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지만 사내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흥! 사람이든 도마뱀이든 숨을 쉬지 못하고 머리에 피가 통하지 못하면 뒈지는 거야! 얼마든지 와라! 식인 몬스터라면 얼마든지 상대해 줄 테니까! 으라차차!”
카낙시스의 목을 조르며 소리치는 사내는 정의남!
……바로 아크의 아버지였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원래 은하연방의 죄수는 형기만큼 전장에서 유배 생활을 하게 되어 있다.
정의남 역시 마찬가지. 아크의 부탁을 받은 마틴 후작의 영향력으로 형기를 줄이기는 했지만 연루된 사건이 사건인지라 유배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의남이 형을 받을 때는 라마와 정전 협정이 체결되어 전장이 없었다. 이에 정의남이 유배된 곳은 라마와 은하연방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혹성 마테우스. 전장은 아니지만 죄수가 유배되는 혹성이니 안락할 리가 없었다.
마테우스는 카낙시스를 비롯해 A급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혹성 그리고 이곳에 유배된 죄수들은 하루에서 몇 번이나 전진기지를 습격하는 몬스터를 막아 내는 데 동원되고 있었다.
빈약한 장비로 쉬지 않고 몬스터와 싸우며 죽어 나가는 죄수들의 일상. 과거 아크가 벨타나에서 만난 죄수들이 그렇듯이, 마테우스의 죄수들도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죄수들의 삶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정의남과 100여 명의 국정원 요원―죽었다가 부활하자마자 체포된 대원들―이 등장하고 이후였다.
처음에는 누구도 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몬스터 떼의 습격에 동원되는 사이 죄수들도 점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른 죄수들과 달리 이들은 정규병과 같은, 아니, 정규병보다 더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보이며 몬스터의 습격을 막아 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은 다른 죄수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죄수가 위기에 처하면 몸을 던져 막아 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자신이 죽으면서까지!
죄수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왜냐? 이전 전투에서 왜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구했지? 원하는 게 뭐냐?”
“원하는 거? 그딴 게 어디 있냐?”
“뭐? 하지만…….”
“빚이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 눈앞에 위기에 처한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구하는 것이 정의. 나는 내 정의를 관철시켰을 뿐이다. 그것이 나의 길! 나의 정의!”
정의남의 대답이었다.
“정의라니, 무슨 그런 어린애 같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군. 이곳에서 믿을 것은 자신뿐이다. 다른 사람을 챙기다가는 이 지옥에서 늙어 죽게 될 거다. 아니, 뭐 너희도 곧 알게 되겠지만.”
처음에는 냉담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정의남과 대원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게 정의남의 정의니까! 그런 정의남에게 세뇌된 대원들이니까!
그리하여 시간이 갈수록 정의남과 대원들에게 도움을 받은 죄수들이 늘어났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정의남이 주장하는 정의라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죄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의란 이런 것이다!”
그때마다 ‘정의학개론’, ‘나의 정의’, ‘정의의 길, 사나이의 길’, ‘우리들의 정의’ 등등의 강의를 열성적으로 설파하며 신도(?)를 늘려 가기를 반복한 결과…….
“오오! 그분이다!”
“그분이 오셨다! 이제 됐어!”
정의남의 출현과 함께 환호성을 터뜨리는 병사, 아니, 죄수들! 정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200여 죄수들은 몽땅 정의남의 추종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건 정의남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앞서 정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100명의 국정원 요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결정적인 것은…….
다시 말하지만 정의남이 오기 전에 죄수들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었다. 밤낮 없이 기지를 습격하는 몬스터와의 전투에 끌려 나가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괴로운 것은 굶주림이었다. 과거 벨타나의 죄수들이 그랬듯이, 마테우스의 죄수들도 공짜로 식량을 제공받지 못했다.
틈틈이 광석을 채취해 보급소에서 식량을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밤낮 없이 몬스터의 습격이 계속되는 상황.
광석을 채취할 시간도 없어 죄수들은 몬스터에게 당하는 보다 굶어 죽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한가하게 정의남의 강연이나 들을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원래대로라면 그랬어야 한다.
그러나…….
“자! 놈들을 쓸어버리자!”
“오오! 가자! 정의남 님을 따라라!”
정의남의 등장과 함께 죄수들은 사기충천!
북쪽 게이트를 습격한 몬스터를 처리하고 진격해 온 국정원 요원들과 힘을 합쳐 카낙시스 무리를 전멸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정의남을 따라 기지로 돌아올 때였다.
한 여군 장교가 뛰어오며 소리쳤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오오! 이리나! 당연히 괜찮지!”
정의남이 활짝 웃으며 바라보는 여자는 이리나!
정의남이 유배된 마테우스, 그곳은 바로 이리나가 위험을 자청하며 발령받은 혹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리나는 연방 기지의 보급 장교.
“배고프시죠? 식량을 준비해 놨어요.”
“음, 매번 미안하군.”
“그런 말씀이 어디 있어요? 저와 아버님 사이에.”
“나와 너 사이라, 음! 그거 참 듣기 좋군. 좋아, 부상자가 많으니 이번에도 신세 좀 지마! 하지만 너도 입장이 있으니 다치지 않은 녀석들은 바로 광석 채취 작업에 보내마.”
……이렇게 된 것이다.
이리나가 장교라도 유배지 규칙상 죄수에게 무상 급식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리나는 보급 장교.
무상 급식은 못하지만 사재를 털면 식량은 얼마든지 보급할 수 있는 것이다. 뭐 혼자만 배불리 먹지는 못하겠다는 정의남의 고집 탓에 번번이 수백 명분을 매입해야 했지만 그래 봤자 우주 식량은 개당 10쿠퍼.
은하연방에서 나오는 월급만으로도 그럭저럭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리나 입장에서는 그보다 아크의 아버지에게 점수를 따는 것이 몇 배나 중요한 것이다.
“에이, 부담 갖지 마시라니까요.”
“아니지. 부상당한 죄수들에게 노역까지 시키는 것도 정의가 아니지만, 죄수 주제에 멀쩡한 몸으로 공짜 밥을 받아먹는 것도 정의는 아니지. 어이, 죄수들 몸 상태 체크하고 괜찮은 녀석들과 함께 광석 채취 작업장으로 가라. 부상자는 편히 쉬게 해 주고.”
“알겠습니다.”
이게 정의남이 온 뒤로 굶어 죽는 죄수가 없어진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몬스터와 싸우다가 죽는 횟수도 확 줄었다. 정의남과 국정원 요원들이 몸 바쳐 지켜 준 덕도 있지만, 죄수들이 정의남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술을 익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동시에 정의남의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니, 이제 반대로 죄수들이 몸 바쳐 정의남을 지켰다.
죽지 않으니 경험치가 쌓이기 시작한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덕분에 쭉쭉 올라가는 레벨!
그러나 정의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쭉쭉 올라가는 레벨이 아니었다.
“정의남 님의 강연을 듣고 싶어 하는 녀석들을 데려왔습니다.”
“응? 난 광석 채취를 나가야 하는데…….”
“아이, 아버님은 괜찮다니까요. 여기 남아서 볼일 보세요. 저게 어깨 주물러 드릴게요.”
“허! 이거 참, 할 수 없군.”
못 이기는 척 앉는 정의남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레벨은 쭉쭉 올라가고, 나날이 정의의 신도 숫자가 늘어난다. 거기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비 며느리가 때때로 어깨까지 주물러 준다.
충만감이 느껴지는 하루하루!
-이번 전투의 종합 공적치가 합산되었습니다.
《공적치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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