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55)
아크 더 레전드-455화(455/875)
[455] SPACE 2. Paradise (2)쌓여 가는 공적치가 달갑지 않을 정도!
정의남이 캡슐에 틀어박혀 좀처럼 나오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크하! 여기가 천국! 여기가 파라다이스구나!’
정의남은 행복했다!
* * *
“나의 파라다이스!”
아크가 뿌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노블리스-II가 이스타나에 도착한 것이 대략 1시간 전, 타투인에서 하선한 아크는 미리 연락을 받고 실버스타를 대기시키고 있던 밀란과 합류해 방금 전에 돌아왔다.
아크의 마이 홈, S-20에!
이번에 자리를 비운 시간은 일주일, 한 번 나가면 평균 7~8일 이상 자리를 비울 때가 많았으니 딱히 평소보다 긴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섹터라 돌아올 때마다 이전보다 번창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타운 T-20 관리 사무소
관리자 : 아크
관리 사무소 앞에 붙어 있는 팻말.
보았는가? 달라진 점을 눈치챘는가? 그렇다! 그런 것이다!
S-20의 ‘S’는 섹터Sector의 약자. 때문에 이스타나의 모든 섹터 앞에는 ‘S’가 붙는다. 그러나 현재 관리 사무소에 붙어 있는 명칭은 T-20. 이 ‘T’는 타운Town의 약자였다.
다시 말해 타운으로 승격되어 있다는 뜻!
“지시하신 대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시설 확장에 주력했습니다. 완공된 것은 어제, 덕분에 사장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타운 승격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바이엔이 님프로 정보를 전송해 주며 보고했다.
※타운 관리 정보창※
타운 코드 : T-20 타운 등급 : Lv.1
타운 범위 : 파고스 화산 입구에 해당하는 2킬로미터 지역
타운 관리자 : 아크(해당 에이전트 : 다크에덴)
상점 수 : 40(7-면세 상점, 33-수입의 5% 세금 징수 중)
인구 수 : 9,120
《타운 주요 시설》
확장(Lv.1) : 타운의 범위를 1킬로미터 더 확장합니다.
페어리(Lv.-) : 등록된 개척자들이 사망할 경우 레벨에 따라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재생시킵니다.
수송선 정거장(Lv.1) : 타투인(장거리)과 인접한 2개 도시(근거리)의 노선이 운항 중
중계 안테나(Lv.1) : 이스타나의 도시와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설! 물류 창고(Lv.1) : 각종 물자를 최대 1,000톤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다.
※신설! 방역 시설(Lv.1) : 도시 내의 각종 질병과 사고 발생률을 낮춰 줍니다.
《타운 보조 시설》
유료 던전 : 유료로 입장할 수 있는 던전을 운영 중입니다.
식량 공장 : 자체적으로 우주 식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실드 펜스 :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타운을 보호하는 실드 펜스가 가동 중입니다.
실험 농장 : 여러 품종을 시범적으로 경작하는 농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스타게이트 : 이큘러스를 포함, 이스타나와 인접한 5개 혹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설! 태양열발전소 : 타운 내에 보조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가 건설되었습니다.
T-20의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떠올랐다.
타운 승격을 위해 추가한 시설은 물류 창고와 방역 시설, 이건 당연히 이큘러스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이큘러스에서 생산되는 자원의 최대 판매처는 이스타나. T-20이 중계 도시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물류 창고는 필수인 것이다.
방역 시설 역시 마찬가지.
‘외계에서 들여오는 광석이 모두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지.’
그걸 증명한 것이 바로 자렘이다.
운석 하나 잘못 들여왔다가 거대한 도시가 통째로 날아갈 뻔했던 것이다.
뭐 나중에는 그게 바이러스가 아닌 무라트의 저주에 의한 사건이었음이 밝혀졌지만, 실제로 외계와 접촉이 빈번한 도시는 시스템 적으로 질병이나 사고 발생률이 급증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단 사고가 터지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해당 지역의 개척자 능력치가 40% 감소합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해당 지역의 NPC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NPC든 유저든 굳이 이런 도시에 찾아올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방문자는 뚝 끊기고, 있던 사람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당연지사.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하면 연방 정부로부터 폐쇄 명령이 떨어진다.
잘나가던 도시도 한 방에 작살나는 것이다.
뭐 이 정도 재해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지만 이제 T-20도 인구수 10,000명에 육박하고 이스타나의 여러 도시는 물론, 외계 혹성과도 연결되었다.
그와 비례해서 질병과 사고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으니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정보창을 살피던 아크가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S-20, 아니, T-20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모두 아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시한 기억이 없는 시설이 하나 더 늘어나 있었다.
보조 시설로 분류되어 있는 태양열발전소.
‘이게 파고스 산에 세워져 있던 패널을 말하는 건가?’
아크는 실버스타를 타고 귀환할 때 이상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T-20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파고스 산에 10여 개의 검은 패널이 붙어 있는 장면이었다.
그게 뭔가 했는데 이제 보니 태양열발전을 위한 집열판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것이?
“퍼거슨의 제안이었네.”
대답한 것은 하마드란이었다.
“사실 나도 이전부터 좀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 현재 T-20은 확장까지 해서 파고스 산을 중심으로 2킬로미터, 그러니까 직경 4킬로미터의 용지를 가지고 있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용지는 30%도 되지 않지. 70%가 노는 땅이라는 말이네. 뭐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농장이 잘되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개간할 수 있는 땅에 한정되는 얘기지. 실제로 중심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파고스 산은 돌산이라 농지로도 사용할 수 없어. 그런데 퍼거슨이 제안하더군. 일조량이 많은 지역이니 이참에 집열판을 설치해 태양열 에너지를 생산하면 어떻겠냐고.”
“호오?”
아크가 슬쩍 퍼거슨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퍼거슨과 A, B가 흠칫 시선을 피하며 불안한 눈알을 뒤룩뒤룩 굴려 댔다. 그러면서도 뭔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아크의 안색을 곁눈질했다.
‘흥, 그런 건가?’
아크는 대번에 퍼거슨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아크는 이번 외출 전에 퍼거슨과 A, B를 T-20의 관리자 3인방, 바이엔과 하마드란, 멜린의 비서로 임명했다.
퍼거슨과 A, B는 당연히 뛸 듯이 기뻐했다.
더 이상 던전에 처박혀 삽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기쁨도 잠시, 퍼거슨과 A, B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냐고? 그들은 아크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으니까! 뉴월드에서 수없이 피눈물을 쏟으며 경험해 봤으니까!
-아크 자식은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야. NPC에게는 친절하지만, 그건 대체로 NPC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야. 유저, 그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 유저에게는 인정사정없는 놈이다. 하물며 우리는 뉴월드에서 아크의 돈을 떼어먹은 전력이 있는 몸. 아크가 이유도 없이 인정을 베풀 리가 없어. 놈은 우리를 시험하는 거다. 이곳에서 우리가 도움이 되는 인간인지 아닌지를. 그리고 만약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얄짤 없이 다시 아오지행!
또다시 삽질 무한대의 비참한 생활이 이어지리라.
그래서 생각했다.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러나 퍼거슨과 A, B는 비서. 열심히 일해도 티가 나지 않는 위치였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뭔가 티가 나야 한다! 확실하게! 하지만 너무 일을 크게 벌이면 안 돼. 까딱 실수해서 손해라도 나면…….
얄짤 없이 다시 아오지행!
또다시 삽질 무한대의 비참한 생활이 이어지리라.
그래서 생각했다. 티가 나면서도 위험부담이 없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고. 그 결과물이 바로 파고스 산에 설치한 집열판, 태양열발전 시설이었다.
‘이 녀석들이 이제…….’
아크가 퍼거슨과 A, B를 흘겨볼 때였다. 아크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퍼거슨이 얼른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저 아크 님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서…… 타운 유지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한번 제안해 본 것뿐입니다! 정말입니다! 다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사실이네.”
하마드란이 끼어들었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퍼거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네. 자네도 알다시피 T-20은 실드 펜스를 두르고 있네. 뭐 덕분에 안전도는 올라갔지만 T-20이 용지의 3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타운 전체를 둘러싸는 실드 펜스는 좀 과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덕분에 실드 펜스 유지비만 하루에 5골드나 들어가니까. 거기에 관리 사무소와 늘어난 각종 시설의 전력 소모량까지 계산하면 한 달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만 250~300골드네.”
사실 아크도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운이 커지면 에너지 소비도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태양열발전을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집열판을 설치하는 데는 뭣보다 상당한 넓이의 땅이 필요하네. 하지만 필요한 땅의 넓이에 비해 생산 전력은 적은 편이지. 때문에 인구 밀집 지역에서 태양열발전은 무리지. 그렇다고 도시 밖에 집열판을 설치하면 관리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도적의 습격을 막기도 힘들지. 그래서 일반 도시에서 태양열발전이 사라진 지 오래되어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네.”
그러나 T-20은 땅이 남아돈다.
게다가 중심의 파고스 산은 어차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일단 시험 삼아 12개의 집열판을 설치했는데 그것만으로도 타운에 필요한 에너지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네. 집열판 하나에 50골드. 총경비 600골드가 들어갔지만 한 달에 50~60골드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 시설 관리비를 감안해도 1년이면 투자비를 뽑고 무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네. 뭣보다 태양열은 무공해 에너지가 아닌가?”
“네! 바로 그겁니다! 무공해! 청정에너지! 미래 산업!”
퍼거슨이 얼른 숟가락을 얹었다.
이에 대한 아크의 반응은…….
‘……이제야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된 모양이군.’
사실 아크가 퍼거슨과 A, B를 관리자 3인방의 비서로 붙여 놓은 이유가 이것이다.
새삼스럽지만 바이엔과 하마드란, 멜린은 T-20을 이만큼 성장시켜 온 주역들이다. 자주 자리를 비워야 하는 아크를 대신해 T-20의 자잘한 문제를 도맡아 준 것이다.
그러나 NPC는 NPC. 딱 거기까지다.
레벨이나 관련 스킬이 높으면 그만큼 업무 성과도 높아지지만 그 이상, 창의적인 발상을 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이전처럼 작은 섹터고, 아크가 오래 붙어 있을 수 있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그러나 이제 타운 승격이 되었고 이큘러스라는 영지 혹성까지 생겼다.
아크 혼자 모든 것을 관리하기는 무리.
거기에 레피드도 이큘러스를 맡고 있어 T-20을 신경 쓸 여력이 없어졌다. 뭐 그래도 관리자 3인방에게 맡겨 놓으면 기본적인 관리에는 문제가 없지만 발전은 힘들어진다.
‘아직은 현상 유지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Don’t STOP!
아직 멈춰 설 때가 아니다.
아니, 지금이야말로 전력 질주를 해야 할 때다.
이미 20억이나 되는 투자금을 모았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그 20억은 모두 빚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죽어라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것은 인재!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퍼거슨과 A, B는 뉴월드에서 아크 상회의 지점장까지 맡았던 유저들이다.
꽤 오래전부터 아크와 인연이 있는 유저들이었지만 그저 친분―사실 주인과 노예 관계였지만―에 의한 인사는 아니었다. 아크는 철저한 실력주의자, 퍼거슨과 A, B는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단, 상인으로서.
‘무슨 생각으로 전사를 키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들은 천상 상인이야. 런처보다는 계산기가 어울리는 녀석들이라고. 내가 필요한 것도 이 녀석들의 그런 재능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이제라도 상인으로 살고 싶어지게 만들어 주마!’
퍼거슨과 A, B를 던전에 처박아 놓았던 이유가 그것이다.
죽을 때까지 삽질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
때문에 퍼거슨과 A, B는 생각했다. 뭐가 됐든 빛을 보며 살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려면 뭐가 됐든 아크에게 도움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아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는 것이다.
퍼거슨과 A, B는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아크는 꽤 만족했지만…….
‘너무 쉽게 풀어 주면 곤란하지. 어쨌든 이 녀석들은 공금을 횡령하고 토낀 전력이 있으니까. 뭐 신상털이를 해 놨으니 또 그런 짓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히 잡아 놓지 않으면 언제 또 허튼 생각을 할지 알 수 없어. 그렇다고 너무 군기만 잡아도 일을 못 할 테니…….’
“뭐 좋아.”
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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