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56)
아크 더 레전드-456화(456/875)
[456] SPACE 2. Paradise (3)그리고 슬쩍 퍼거슨과 A, B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마드란의 말도 있고, 내가 보기에도 나쁘지 않으니 이번 일은 허락하지. 하지만 투자금을 뽑는 데만 1년이 걸린다는 점이 좀 그렇군. 결국 1년 동안은 손해라는 말이잖아.”
“네? 하, 하지만…….”
“됐어. 그렇다고 다시 삽질을 시킬 생각은 없으니까. 당분간은 좀 더 지켜보지. 너희들을 T-20에 두는 편이 이득일지, 삽질을 시키는 편이 이득일지. 무슨 말인지 알지?”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퍼거슨과 A, B가 바짝 군기 든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시설 점검을 끝낸 아크는 다시 타운을 돌아보았다.
사실 타운으로 승격됐다고 하지만 외견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딱히 규모가 커진 것도 아니고 그저 시설물이 몇 개 늘어난 것뿐이다.
그러나 섹터와 타운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게 바로 지금 관리 사무소 옆에서 건설 중인 건물이다.
바로 은하연방의 관공서!
-T-20에 은하연방의 관공서가 건설 중입니다.
타운 이상의 도시는 연방 정부의 관공서를 유치할 자격이 생깁니다. 이는 단순한 개척자의 캠프에서 은하연방의 정식 도시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관공서는 기본적으로 타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공유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 주는 시설입니다. 따라서 타운의 관공서에서도 <에이전트 관련 업무>, <타운 관리 관련 업무>, <성간星間 무역 업무>, <미등록 외계인 출입국 관련 업무> 등등을 타운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일정 숫자의 정부군을 요청해 타운의 방어 병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단, 그에 따른 모든 비용은 타운이 지불해야 합니다.
※ 건설 진행율 : 34%
아크가 T-20에 도착했을 때.
타운으로 승격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떠오른 정보창이었다.
아크가 타운 승격을 서두른 이유가 이것이다.
이큘러스의 생산 기지가 활성화되면 T-20에 자원과 외계인의 출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건 모두 연방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일.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이 관공서를 찾아갈 수는 없다. 때문에 무엇보다 관공서의 유치가 시급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허허벌판에 삽 한 자루 들고 시작한 곳이다.
그런데 어느새 도시가 들어서고 곧 연방정부의 관공서까지 자리 잡을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1만 광년이 떨어진 이큘러스와 연결된 스타게이트까지 세워져 있었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아크만의 타운!
‘출세했구나, 아크!’
“쳇, 뭐야? 고작 이런 도시였어?”
아크가 모처럼 감회에 젖어 있을 때였다.
옆에서 찬물을 끼얹는 싸가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메가라돈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붙어 버린 혹, 제피였다. 아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돌아보자 제피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실수한 게 아닌지 몰라.”
“실수? 뭔 소리야?”
“아니, 난 말이지. 관리자라기에 메트로폴리스쯤은 되는 줄 알았다고요. 그렇잖아요. 내가 은하연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마틴 후작은 아마도 제일 잘나가는 귀족이겠죠. 아슐라트의 건국 행사에는 원래 그런 귀족만 초청되니까. 그리고 당신은 그런 귀족의 수행원이고. 그럼 최소한 메트로폴리스의 관리자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이런 코딱지만 한 타운이라니…….”
“코, 코딱지? 말 다 했냐?”
“내가 뭐 못 할 말했나요? 이런 타운을 가지고 있는 유저는 널리고 널렸다고요. 그런데 고작 이만한 타운을 가지고 뭘 그리 대단한 것처럼 떠들어 대는지…… 게다가 보아하니 여기가 관리 사무소 같은데, 설마 내가 쓸 연구실도 이 건물에 있는 건 아니겠죠?”
“이 건물에 있다면?”
“하! 농담해요?”
제피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사람 보는 눈만 없는 게 아니라 머리도 텅텅 비었군요.”
“뭐? 머리가 텅텅 비어?”
“말했잖아요. 저는 박사 학위를 6개나 가지고 있는, 은하계에서 과학이 가장 발달한 아슐라트에서도 황제 직속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울트라 스페셜 인재라고. 하지만 나처럼 뛰어난 사람도 시설이 받쳐 줘야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는 법이라고요.”
“그럼 그냥 딴 데 가던가!”
“그건 곤란하죠. 말했잖아요.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고. 이런 코딱지만 한 타운의 관리자라도 당신이 혼자 G-1000을 쓰러뜨린 것은 사실. 그 이유를 납득하기 전까지는 옆에서 떨어지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내가 딱히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저 이 몸의 경력에 걸맞은 으리으리한 연구실을 제공해 달라는 것뿐이에요. 나를 모셔 와 놓고 이런 빈약한 시설에서 일하라는 것은 보석을 땅에 묻어 버리는 짓과 같다고요.”
‘정말 확 묻어버릴까?’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이런 욕구가 샘솟았다.
물론 아크도 알고 있다. T-20이 아크에게는 금쪽같은 타운이라도 사실 이 정도 타운은 이스타나에만도 수십 개가 있다. 은하계 전체로 확대시키면 최소 수백 개는 되리라.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니, 제피가 떠들어 대는 것처럼 아크 밑으로 위장취업(?)하기 전까지는 아슐라트의 심장부, 메가라돈의 비밀 연구소에서 일했던 여자니 메트로폴리스 급의 대도시에 소속된 연구소에서도 일해 본 경험이 있으리라.
그러니 T-20쯤은 가소로워 보이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대놓고 이딴 소리라니?
“대체 뭡니까? 이 여자는?”
바이엔과 하마드란, 멜린이 울컥한 눈으로 제피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리도 아니다.
퍼거슨과 A, B는 그렇다 쳐도 바이엔과 하마드란, 멜린도 T-20에 대해서는 아크 못지않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면전에서 코딱지만 한 타운이니, 허접한 관리 사무소니 하는 말을 지껄여대니 아무리 NPC라도 열 받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정말이지 싸가지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그때 그냥 우주로 던져 버리도록 놔두는 편이 좋았을지도…… 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냥 묻을까? 확 구덩이에 묻어 버릴까? 묻어 버리고 그냥 없었던 일로 할까?’
아크가 진지하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고함이 들려왔다.
“형님!”
“그래! 묻어!”
“네! 묻겠…… 에? 묻다니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 사람, 아니, 햄스터는 토리였다. 그제야 망상―99%는 진심이었지만―에서 깨어난 아크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입을 열려 할 때였다.
“타이니족이다!”
제피가 갑자기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그리고 한 걸음에 토리에게 다가가 여기저기 살피며 떠들어 댔다.
“이 범상치 않은 대가리 크기! 거기에 비례해 커다란 눈깔! 이 털의 윤기! 분명해! 당신, 평범한 타이니족이 아니군요. 내 데이터가 맞다면 타이니족 중에서도 극소수밖에 없는 팜 타이니족! 그렇죠?”
“팜 타이니족? 뭐야? 그건?”
“뭐라니요? 설마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아크의 질문에 제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타이니족은 햄스터를 닮은 종족이에요. 그런 외형에 걸맞게 대체로 타이니족은 게으르고 멍청하기 짝이 없죠. 하지만 아주 극소수, 돌연변이처럼 머리가 좋은 타이니족도 존재하죠. 팜 타이니족은 그런 타이니족을 지칭하는 말이에요. 10만 마리에 하나 나타날까 말까 하는 천재 타이니족!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 희귀한 존재라고요.”
두둥!
느닷없이 밝혀지는 토리의 비밀!
“그, 그런가! 그래! 나는 천재 햄스터였던 건가!”
……토리도 이제야 알게 된 모양이다.
“후후후!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생각해 보면 내 주변에 있던 녀석들은 10단위 이상은 세지도 못하는 얼간이들이 수두룩했지. 한때는 그런 멍청한 놈들과 같은 종족이라는 사실에 절망해 결국 모성을 뛰쳐나왔지만 역시 나는 그런 놈들과는 다른 존재였던 거야. 오오! 이제야 진정한 나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야! 응? 가만? 그런데 너는 누구냐?”
“제피라고 해요. 새로 들어온 연구원이죠.”
“새로 들어온 연구원이라고?”
토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이에 아크가 끄덕이자 새삼스러운 눈으로 제피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후후! 그래, 신입이라고? 내 후배라는 말이군. 좋아, 제피. 너 마음에 들었다. 한눈에 이 몸의 위대함을 알아보다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의논해도 좋아.”
“정말요? 마침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해 봐라. 이 천재 햄스터 팜 타이니족 토리 님에게.”
“그럼…….”
제피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입을 열 때였다. 미간을 찌푸리며 지켜보던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중얼거렸다.
“말해 두지만 해부는 안 돼.”
아크의 말에 토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해, 해부? 그게 무슨 농담…… 어? 어? 야, 여자! 너 왜 그런 눈으로 날 보고 있는 거야? 칫? 왜 그 대목에서 그런 대사가 나와? 뭐야? 그 손에 들린 나이프는? 넣어! 넣으라고! 농담하지 마! 무섭다고! 지금 네 눈깔, 겁나 무서워!”
그리고 뒤늦게 제피의 손에 들린 나이프를 발견하고 사색이 되어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러자 제피가 풀 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아크를 돌아보았다.
“그냥 살짝 머리만 열었다가 닫으면 안 돼요?”
“머리만 열었다가 닫아? 내가 무슨 조립식 햄스터 모형인 줄 알아? 죽는다고! 보통 그러면 죽는다고! 혀, 형님, 저 열심히 일할게요! 그러니 이 여자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난 죽기 싫다고요!”
“……안 돼.”
“쳇! 고작 햄스터 한 마리 가지고 치사하게.”
이어지는 아크의 대답에 제피가 잔뜩 볼을 부풀리며 나이프를 집어넣었다.
덕분에 ‘토리 해부 사건’은 미수에 그쳤지만 해프닝으로 인해 제피는 집무실에 모여 있는 관리자 3인방이나 퍼거슨과 A, B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또라이다!’
‘그것도 순도 100%짜리 상또라이야!’
‘눈 마주치지 마.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또라이는 피하는 게 상책이야.’
……라고.
그리고 슬프지만 그게 정답이다.
박사 학위가 6개인지 60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피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또라이인 것이다.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위험인물. 그러나 사실 아크도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었다. 막상 생각해 보면 식겁한 일이지만 제피가 가장 해부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크니까.
‘역시 늦기 전에 묻어 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다시 강렬한 욕구가 치솟는다.
그러나 아직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니 일단 보류.
“그보다 토리, 무슨 용건이냐?”
“네? 아! 네!”
멜린의 뒤에서 사색이 되어 있던 토리가 그제야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경계심 만땅의 눈으로 제피를 힐끔거리며 입을 열었다.
“형님이 맡긴 설계도로 드디어 완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서 말입니다. 어찌어찌 가동을 시키기는 했는데 그것도 좀…… 아무래도 형님이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군.”
눈살을 찌푸리던 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직접 가 보지. 안내해라.”
“형님!”
아크가 토리를 앞세우고―정확히는 토리가 제피의 시선을 피해 아크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공작실로 걸음을 옮길 때였다. 모퉁이를 돌아서기가 무섭게 한 노인과 함께 소년이 뛰어오며 소리쳤다.
노인은 실버핸드의 스케빈저 조장 헥스, 소년은 그레이족의 헤겔이었다.
“오셨다는 말을 듣고 집무실로 찾아가는 중이었어요. 이미 며칠 전에 형님이 맡겨 놨던 영혼석이라는 광물의 아이템 분석이 끝났습니다.”
헤겔과 헥스에게 맡긴 아이템이라면 에이션트 나쿠마가 떨군 영혼석이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더니 오랜만에 돌아와서 그런지 각종 연구가 다 끝나 있는 것이다.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네게도 들러 볼 참이었는데.”
“그레이족이다!”
아크가 헤겔에게 다가갈 때였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따라오던 제피가 반색하며 뛰어갔다.
아크가 짜증이 솟구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해부는 안 된다고 했다, 응?”
“……칫!”
도무지 방심할 수 없는 여자다.
까딱하면 아크의 파라다이스가 또라이 과학자의 해부 실험실이 될지도 모른다.
* SPACE 3. 오늘도 달린다 (1)
영혼석(멀티)
아이템 타입 : 성장, 변화, 파워
투명한 유리질 속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신비한 광석입니다. 숙련된 개척자인 당신은 그 속에 숨겨진 강력한 힘의 존재를 느꼈습니다. 이에 첨단 기기로 면밀해 분석해 본 결과 이 광석 내부에 존재하는 에너지는 일반적으로 은하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와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에너지가 광석 내부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며 자가 성장을 한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주입되는 에너지에 따라 특이 성질로 변화된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에너지는 아직 은하계 어디에서도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아직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모른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에너지를 안정된 상태로 만들어 추출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어쩌면 당신은 굉장한 것을 손에 넣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저것 시험해 봅시다!
“뭐야, 이게?”
아크가 눈을 꿈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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