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63)
아크 더 레전드-463화(463/875)
[463] SPACE 4. 인사이동 (5)아크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여자를 옆에 두는 것은 미친 짓이니까.
“뭐야? 거기까지 나를 따라오겠다는 거야? 안 돼! 절대 안 돼! 그리고 너도 할 일이 있잖아. 언노운 아이템! 영혼석! 너 연구원이잖아! 그냥 적당한 곳에 처박혀서 연구나 해!”
“칫, 누가 당신을 따라간대요?”
“에? 아니면?”
“이큘러스에 도크를 세우고 실버스타라는 우주선을 개조할 예정이라면서요? 그런 일에 가장 뛰어난 이 몸을 빼놓는다는 게 말이 돼요? 말했죠? 박사 학위 6개! 전공은 아니지만 우주선 개조도 저쪽의 실험대 위에 있어야 할 햄스터나 그레이족보다는 낫다고요. 그리고 개조에 참가하는 편이 영혼석의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요. 전문적인 거라 어차피 당신은 설명해도 몰라요.”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막상 듣고 보니 일리는 있었다.
본래 공작 분야는 제작이든 개조든 참가하는 엔지니어의 스킬이 결과물의 품질을 좌우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엔지니어의 레벨이 높으면 성능에 보너스가 붙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제피는 성격장애가 있지만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인정하기 싫지만― 수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제가 먼저 하겠다는데 뜯어 말릴 이유가 없었다. 뭣보다 개조에 참가하겠다면 아크를 따라다니지는 못할 테니까!
“좋아. 허락하지.”
《이큘러스》
기술 지원부
<제피>
그리하여 제피까지 추가…….
“으악!”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토리가 비명을 터뜨렸다.
“혀, 혀, 혀, 형님, 저, 저, 저, 저 여자랑 저를 같은 곳에 넣겠단 말입니까? 아까 형님도 들었잖아요! 머리를 열겠다느니 말겠다느니! 해부당합니다, 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어 해부된 시체로 발견될 겁니다, 저! 살려 주세요!”
……아! 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에 아크가 난감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제피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안 해요, 이제. 저런 햄스터나 그레이보다 재미있어 보이는 걸 찾아냈으니까.”
“정말이지?”
“전 거짓말은 안 하는 주의라.”
하긴 아크에게도 대놓고 위장취업 운운했던 여자다.
“좋아! 토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친하게 지내라. 당분간 같이 생활할 테니.”
“무리! 무리! 무리! 무리예요!”
토리가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어 대며 소리쳤지만 바쁘니까 PASS! 이로서 직원을 나눠 T-20과 이큘러스에 배치시키는 작업은 완료! 이제 이큘러스로 발령 난 직원들을 실버스타에 태우고 날아가는 일만 남았다.
‘아니, 그 전에 들를 곳이 있지!’
* SPACE 5. 목표는 이큘러스! (1)
회색 바위에 뒤덮인 지표.
발을 내딛자 뿌연 먼지가 연기처럼 피워 올라왔다.
마치 깊은 해저의 침전물이나, 슬로비디오로 돌린 것처럼 천천히. 그건 먼지만이 아니었다. 지표에 뚫린 거대한 구멍 주위에서 움직이는 10여 명의 사람들 역시 마치 바닷속에 들어온 것처럼 걸을 때마다 둥실둥실 몸이 떠오르고 있었다.
-우힛! 이거 봐! 몇 번을 해 봐도 신기하네.
-어이! 거기! 장난치지 마!
-윽!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넘어진 거라고요.
-나 참, 이제 적응할 때도 됐잖아.
-하지만 이런 느낌은…….
여기저기에서 잡음 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우주복을 입은 상태라 파티 단위의 공동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활동할 수 없는 우주 공간. 그리고 지표에 뚫린 거대한 구멍 주위에서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엘라인과 쿠라칸 그리고 베라드와 랄프 등등의 친위대원들이었다.
아크가 그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적응됐나?”
-라저! 문제없습니다!
통신기에서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 모두 적응했다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우주복을 입고 무중력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기까지는 당연히 일정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NPC만이 가지고 있는 적응력이라는 스텟.
새삼스럽지만 한 혹성에서도 지역에 따라 환경이 180도로 달라지는 곳이 많다. 하물며 은하계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문자 그대로 극과 극. 테라포밍이 되어 있는 문명 혹성을 한 걸음만 벗어나도 상상을 불허하는 극한의 대지가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환경에서 능력을 100% 발휘하기는 무리. 그건 유저도 마찬가지지만 NPC는 실제로 능력치에 페널티가 적용된다. 이런 페널티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적응력. 얼마나 빨리 환경에 적응하느냐를 결정하는 수치였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친위대원들은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벨타나에서 허접한 아머 하나 달랑 걸치고 매일 라마와 싸운 경력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실버핸드 밑에서 훈련받을 때는 정글, 늪지, 사막, 돌산 등등, 험난한 곳이란 험난한 곳은 죄다 찾아다니며 생사를 넘나들었다.
덕분에 친위대원들의 적응력은 최고 수준!
실제로 《어둠의 전조》 퀘스트에 동행해 우주 공간에서 활동해 본 쿠라칸, 엘라인, 칼리벤, 헤드로 외의 대원들도 불과 10분 만에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밀란, 쿠파, 헤드로, 준비는?”
-다 됐습니다.
“좋아. 시작한다. 각자 위치로!”
아크의 명령에 대원들이 구멍 주위에 둘러섰다.
“밀란, 시작한다! 발파!”
이에 아크가 짧게 소리쳤을 때였다.
쿠쿵! 쿠쿠쿠쿠!
구멍 속에서 둔탁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저 아래에서부터 지표를 뒤흔드는 진동이 엄청난 속도로 솟구쳐 올라오는가 싶더니, 구멍 위로 엄청난 양의 흙먼지가 활화산처럼 뿜어져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속에 섞여 나오는 것은 사람만 한 크기의 오징어!
“역시 꽤 불어나 있었군.”
아크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 오징어들의 정체는 스퀴드. 예전에 아크가 E-2036이라는 소혹성에 불시착했을 때 싸운 적이 있는 우주 몬스터였다.
그런 놈들이 지금 또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당연하다. 지금 아크가 있는 곳이 E-2036이니까.
아크가 이큘러스로 가기 전에 들를 데가 있다고 했던 곳이 바로 여기다. 우주선을 습격해 에너지를 빨아먹는 거대 우주 몬스터 크라켄과 졸개들이 근거지로 삼고 있던 E-2036.
아크가 다시 E-2036을 찾은 이유는 그때 찾아 두었던 물건을 회수하기 위해서였다. 이 구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그것을…….
‘하지만 그때와 같은 실수를 할 이유는 없지.’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구멍 속에 들어갔다가 스퀴드 떼의 습격으로 죽을 뻔했다.
물론 그때 구멍 속의 스퀴드는 물론 타이탄 등급의 보스 몬스터 크라켄까지 말끔하게 청소해 두었다. 그러나 몬스터는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번식한다.
아니나 다를까, 한 달 이상 지나 다시 오자 스퀴드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그런 구멍에 제 발로 들어갈 이유는 없지.’
한번 싸웠던 곳에 다시 오면 이게 좋은 점이다.
뭐가 나올지 알고 있으니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답은 나와 있으니까.
‘스퀴드는 엄청난 넓이의 지하 공간에 흩어져 숨어 있다. 무턱대고 들어가면 이전처럼 순식간에 포위되어 공격받겠지. 그런 상황이 되면 그때보다 병력이 많아도 안심할 수 없어. 그러니 놈들을 밖으로 끌어낸다. 하지만 그 전에…….’
“잠부터 깨워야겠지.”
그리하여 구멍 속에 C-6을 투하.
방금 전에 폭발을 일으킨 것이 바로 그 C-6였다. 그리고 E-2036을 통째로 뒤흔들 만한 폭발에 우왕좌왕하던 스퀴드들이 폭풍에 휘말려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단 밖으로 나온 놈들부터 처리한다!”
-라저! 사격 개시!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구멍 주위에 늘어선 대원들이 일제히 포화를 쏟아부었다.
흙먼지와 함께 튀어나온 스퀴드는 20~30마리. 게다가 이미 폭발에 휘말려 너덜너덜, 상품성 없는 오징어로 변해 있었다. 거기에 탄환이 빗발치자 순식간에 어육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전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폭발에 휘말려 치솟아 올라온 스퀴드는 일부.
아마 구멍 아래에는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던 스퀴드들이 폭음에 깨어나 바퀴벌레 떼처럼 득실거리고 있으리라.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뽑아 들며 소리쳤다.
“헤겔, 지금이다! 라이트!”
위이이이잉!
동시에 엔진음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는 은빛 기체는 실버스타! 순식간에 구멍 위의 상공으로 이동한 실버스타는 기체를 선회하며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구멍을 향해 엄청난 광도光度의 빛을 뿜어냈을 때였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지표를 진동시키며 다가오는 그것!
다음 순간 구멍 위로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것은 수백 마리의 스퀴드 떼였다.
이게 아크가 스퀴드를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C-6은 지하 공간에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스퀴드를 깨우기 위한 용도일 뿐, 진짜 유인책은 이 빛이었다.
우주 몬스터라고 해 봤자 결국 오징어. 그리고 오징어는 빛을 향해 움직이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 스퀴드가 우주선을 습격하는 이유도 이것!
아니,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생각보다 많군. 하지만…….’
그래 봐야 오징어!
“풍어豊漁다! 몽땅 때려잡아!”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퍼펑!
대원들이 일제히 포화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솟아 나오는 스퀴드는 그야말로 한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조준 따위는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대충 들이대고 방아쇠만 당기면 백발백중.
1발이 2~3마리씩 낚일. 아니, 맞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스퀴드. 뭐 이대로라면 오징어 낚시하는 기분으로 싸울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
스퀴드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당황해서다.
C-6의 폭음에 잠에서 깨어 나와 보니 빛이 보인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빛을 쫓아왔더니 탄환이 날아든다. 말하자면 잠에서 제대로 깨지도 않은 상태에서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스퀴드가 한데 뭉쳐 돌진했다.
아크와 대원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원들도 더욱 가열 차게 포화를 쏟아부었지만 스퀴드 떼의 돌진을 막기는 무리.
순식간에 스퀴드 때가 대원들의 앞까지 다가왔다.
“엘라인! 베라드! 랄프!”
-맡겨 주십시오!
친위대의 전사들이 검과 해머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전사는 앞에서 막고 총기병이나 스나이퍼 같은 딜러들은 뒤에서 요격한다. 갤럭시안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에서 통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진형이었다. 그리고 엘라인과 베라드, 랄프는 친위대의 전사!
-스크류 블레이드!
랄프의 특기 스크류 블레이드!
칼날을 드릴처럼 회전시켜 돌파력을 극대화시킨 검이 쏘아져 나가자 서너 마리의 오징어가 꼬치처럼 꿰이며 생명력이 쫙 빨려 나갔다. 무라티우스타에서 검에 특화된 블레이더로 전직한 랄프는 검 관련 스킬이 모두 한 등급 상승해 있었다.
그러나 역시 1대 다수를 상대할 때는 해머를 다루는 베라드의 임팩트를 따라잡기 힘들었다.
-멸절의 해머 부스터 가동! 받아라! 파괴의 미학!
무라티우스타에서 헤비 웨폰을 다루는 디스트럭터로 전직한 베라드. 그리고 베라드의 손에 들린 해머는 스퀴드의 대빵 크라켄을 때려잡아 얻은 레어 템 멸절의 해머다.
위이이잉! 퍼펑! 콰콰콰콰!
해머가 내려치자 폭발이 일어나며 한꺼번에 10여 마리의 스퀴드가 갈기갈기 찢어지며 튕겨 날아갔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끔찍한(?) 먹물 자국뿐!
‘하지만 역시 아직은…….’
-멸사참격!
아크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한 줄기 섬광이 번뜩였다.
그 섬광에 깔끔하게 반으로 나뉘어 떨어지는 스퀴드의 뒤에서 떠오르는 검사는 엘라인!
다크에덴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쿠산족 최강의 전사였던 엘라인은 무라티우스타에서 상급 검사인 소드 익스퍼러로 전직한 이후에 확연하게 달라진 전투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뭐 게임인지라 그래도 일격에 적을 처리할 수는 없지만 느낌상으로는 일격필살! 홀로 10여 마리와 맞붙으면서도 밀리기는커녕 놈들을 속속 오징어채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거기에 이번에는 만능 무기까지 추가되었다.
-중화重化! 회륜참回輪斬!
엘라인이 스퀴드 떼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순간 그를 중심으로 회전하던 검이 해머로 변하며 스퀴드 떼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그뿐이 아니다.
-총화銃化!
해머가 총으로 변해 탄환을 뿜어내기도 한다.
바로 아크가 메가라돈에서 주워 온 매직 템 ‘G-1000의 팔’! 자유자재로 검, 해머, 총, 3가지 형태의 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러나 어설픈 전사가 사용하면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무기. 때문에 가장 뛰어난 엘라인에게 쥐여 준 것이다.
-오오! 역시 신의 사자님이 하사하신 무기! 그야말로 신병神兵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
역시 쿠산족의 최강 전사답게 자잘한 설명 따위는 붙이지 않아도 엘라인은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탕! 탕! 탕! 탕! 탕!
-공격 실패! 공격 실패! 공격 실패…….
……뭐 아직 사격솜씨는 개선의 여지가 있었지만.
그러나 랄프와 베라드, 엘라인이 아무리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해도 상대는 수백 마리의 우주 몬스터. 3명만으로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스퀴드도 그냥 오징어가 아니었다.
치치치치! 치치치치!
-부식성 독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강산성의 독에 맞아 아머의 내구도가 3% 하락했습니다.》
스퀴드들이 뿜어내는 산성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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