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65)
아크 더 레전드-465화(465/875)
[465] SPACE 5. 목표는 이큘러스! (3)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대체 왜 학생들이 갤럭시안에 그렇게까지 빠져드는지.
‘재미있군. 이 정도면 어른이라도 빠져들겠어.’
박한길이 갤럭시안에 빠져들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때문에 당초의 목적을 잃고 어느새 그 역시 유저가 되어 정신없이 게임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한 학부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아들이 요즘 게임에 빠져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어떻게 해결 방법이 없겠냐는. 그때 박한길의 머릿속에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캐릭터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죽어라 공부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 그리고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그게 10년 뒤가 될지 20년 뒤가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세계는 달라.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강해진다. 그것도 현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박한길은 이미 게임에 빠지는 학생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 역시 게임에 빠지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게임은 게임. 현실과는 다르다. 그리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계는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이야.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현실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아이들이 끝까지 현실을 거부한다면…… 깨닫게 해 주는 수밖에 없지. 그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그 세계에서 쌓아 올린 것을 내 손으로 부숴서라도!’
그때부터 박한길의 게임 인생은 180도로 달라졌다.
게임에 빠져 문제아가 된 학생들을 면담해 알아낸 정보로 게임 속에서 그들을 찾아내 척살! 척살! 척살! 게임을 접을 때까지 추적하며 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효과가 있었다.
박한길에게 찍힌 아이들은 하나둘 학교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박한길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맘때쯤이었다.
서로의 신분을 알게 되자 말은 필요 없었다.
만남과 동시에 동맹 결성! 그것이 바로 저스티스 버스터Justice buster! 바로 박한길이 소속된 컴퍼니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게임 속에서 하는 일은 당연히!
“지난달의 성과는 어땠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굵은 인상의 교사가 쪽지를 내밀었다.
《이달의 척살 대상자》
실버메이든(◆본명 : 김아름 ◆죄명 : 부모님께 학원을 다닌다는 거짓말을 하고 밤 12시까지 PC방을 전전하며 게임에 빠져 있음 ◆상태 : 심각 ◆의뢰 : 어머니)
결과 : 보름간 세 번 척살, 우주선 파괴
꼬꼬냥(◆본명 : 박세레나 ◆죄명 : 게임을 시작한 이후 빈번하게 조퇴와 무단결석 반복, 개별 상담을 통해 훈화했지만 소용없음 ◆상태 : 심각 ◆의뢰 : 담임)
결과 : 한 번 척살, 근거지 파괴.
레이든(◆본명 : 최근영 ◆죄명 : 주변 친구들을 게임에 끌어들이며…….
게임에 빠져 교사와 부모 속을 썩이는 학생들에 대한 정의의 철퇴! OTL 상태로 만들어 게임을 접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게 최선이지!’
박한길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달도 성과가 괜찮군요.”
“뭐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학생들은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지 않습니까. 개별 면담을 하며 적당히 맞장구쳐 주면 캐릭터 이름이나 위치, 심지어 자신의 약점까지 읊어 대니까요. 그런 정보까지 가지고 박살 내지 못하면 저스티스 버스터의 멤버가 아니죠.”
“후후후, 그리 말하니 꼭 악당 같습니다.”
“사실 악당이죠. 어떤 이유든 이런 일을 하면 카오틱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결의는 어디까지나 정의를 위해서!”
“물론이죠, 정의를 위해서!”
교사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방식은 좀 황당해도 이들은 진심 100퍼! 진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일로 멤버를 모두 소집하셨습니까?”
“그게…… 모두의 힘을 빌릴 일이 생겼습니다.”
“모두?”
박한길의 말에 교사들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게임 폐인이 된 학생들을 OTL로 만들기 위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건 폐인 소리를 들을 만한 학생들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
그리고 박한길은 그런 실력자들 중에서도 최강이다.
그들의 업무(?) 특성상 게임 속에서는 카오틱이 되어 항상 평의회나 바운티헌터에게 쫓기는 신세지만, 박한길은 되레 평의회의 추적대나 바운티헌터를 박살 내며 유유자적할 정도로 강한 유저인 것이다. 때문에 다른 조직원을 도와주는 일은 있어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대체 누구입니까? 그 학생이?”
“학생은 아닙니다.”
“학생이 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그 유저의 이름은 아크!”
박한길의 말에 교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크? 아크라면…….”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이제는 어엿한 게이머니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겁니다. 뉴월드라는 게임에서 ‘신’이라고까지 불리는 전설의 게이머. 바로 그 아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 아크가 척살 대상에 오른 겁니까? 아니, 우리가 하는 게임은 갤럭시안입니다. 제가 듣기로 아크는 갤럭시안을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아니, 그가 틀림없습니다.”
박한길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건 제 정보망을 통해 들어온 확실한 정보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소집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물론 그는 학생이 아닙니다. 하지만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저죠. 여러분도 개별 면담을 할 때 한 번쯤은 들어 보지 않았습니까?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 후회한다. 게임에 빠져 봐야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그런 우리들의 말에 아크는 게임 하나로 돈도 엄청 벌고 대기업 이사까지 됐다는 발칙한 대답을 하는 학생들을!”
“아! 있어요! 있어!”
“바로 그게 아크를 척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한길이 번뜩이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물론 게임이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적당히 즐기면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겠죠. 그리고 아크라는 사람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네, 저희도 그래서 면담할 때 말문이 막히기도 하죠.”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만 분의 일.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는 것보다 더 허황된 꿈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그런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크라는 유저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악의 축! 그러니 우리가 증명하는 겁니다. 아크도 결국 평범한 유저에 불과하다는 것을. 뉴월드에서는 운이 좋아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런 방식이 어디에서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그것으로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과연……!”
“우리 손으로 아이들의 우상을 박살 내 헛된 꿈이었음을 알게 해 주자는 것인가!”
“사실을 말하자면 저는 이미 아크와 어느 정도 악연이 있습니다. 때문에 혼자 놈을 상대할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호크라는 유저를 통해 ‘그’ 아크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여러분의 힘을 빌리려는 겁니다. 어찌 됐든 전설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의 유저니 만전을 기하기 위함도 있지만 아이들의 환상을 깨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짓밟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아크를 처단한다고 당장 아이들이 게임을 접고 학업에 전념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무의미하지는 않겠군요. 적어도 학생들을 설득할 때라도 도움이 될 테니까.”
교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들에게 상대가 전설의 게이머로 불리는 아크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놈을 공략할 생각입니까?”
“놈은 개척지와 은하연방의 경계에 영지 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혹성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죠. 그런 놈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방법은 하나, 영지 혹성을 재건하기 힘들 정도의 타격을 입히면 놈이라도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 혹성의 이름은?”
“이큘러스!”
박한길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나머지 멤버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 대의를 위해서라면 저스티스 버스터의 맹약에 따라 전력을 모아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모든 것은 학교와 학생의 미래를 위해!”
‘됐다! 이제 네놈은…….’
이에 박한길이 주먹을 불끈 쥐었을 때였다.
“아, 그런데 공격을 좀 늦추면 안 되겠습니까? 저희 학교는 2주 뒤부터 기말고사라…….”
“그러고 보니 저희도 이달 말에 교육부 감사가 있어서…….”
“제가 맡은 반도 기말고사가 코앞이에요.”
“아…….”
그들은 교사들이었다!
그리하여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정을 조정해 D-day는 한 달 뒤로! 그러나 그 정도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후후후! 상관없어. 그래 봐야 아크 자식의 명줄이 한 달 더 늘어난 것뿐이다. 네가 ‘그’ 아크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결코 저스티스 버스터의 철퇴를 피할 수는 없어. 이 몸의 눈에 띈 것이 네놈의 가장 큰 실수였음을 깨닫게 해 주마. 기다려라, 아크! 악의 축! 이큘러스를 박살 내고 네놈의 비참한 모습을 각종 사이트에 대문짝만 하게 실어 주지!’
박한길, 다른 세계의 이름은 칼리였다.
그리고 그의 목표는 이큘러스!
* SPACE 6. 흉탄에 쓰러지다 (1)
“후후후!”
아크는 뿌듯했다.
그리고 뿌듯함을 여과 없이 얼굴로 표현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잘난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떠냐? 여기가 이 몸의 영지 혹성이다!’
지금, 실버스타에서 아크가 내려다보는 곳은 이큘러스!
뭐 아직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공되어 있는 건물은 달랑 CC(컨트롤 센터) 하나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전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완공된 CC는 올림픽 주경기장만 한 규모. 거기에 돔Dome 형태의 CC 외부는 SF틱 한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기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일단 그런 것이 중심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 뭔가 본격적이라는 느낌이다. 그뿐이 아니다. CC 주위에는 한꺼번에 5개의 대형 건물이 세워지고 있었다.
뚱땅! 뚱땅! 위이이잉! 쿵! 쿵!
수백 미터 상공까지 들려오는 공사장의 소음.
아크에게는 그 공사 현장과 소음이 걸 그룹의 안무와 노래보다 달콤하게 느껴졌다. 당연하다. 지금 공사 중인 건물들은 자원 채취에 필요한 시설물들. 이 건물들이 완공되면 드디어 본격적인 자원 채취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버는 일만 남는 거지!’
그러나 아크가 대놓고 뻐기는 표정을 짓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실버스타의 창가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큘러스를 내려다보는 여자, 제피 때문이다.
아크는 잊지 않고 있었다.
처음 T-20으로 데려갔을 때, 이 여자가 코딱지만 한 타운이라는 둥, 이 정도 타운을 가지고 있는 유저는 널리고 널렸다는 둥 지껄였던 싸가지없는 말을.
T-20은 문자 그대로 아크가 목숨을 담보로 쟁취한 땅이다. 그리고 삽 하나만 가지고 개발을 시작해 장장 수개월에 걸쳐 허허벌판을 어엿한 타운으로 성장시킨, 아크의 역사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런데 코딱지? 널리고 널려?
그때는 일일이 대꾸하기도 싫어 넘어갔지만 솔직히 울컥했다. 아니, 상처받았다!
그러나 아무리 제피라도 이큘러스를 앞에 두고 코딱지니, 널리고 널렸다느니 하는 헛소리는 하지 못하리라.
그건 지금 제피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큘러스에 도착했을 때부터 말 한마디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다.
왠지 이겼다(?)는 기분이 든다.
“후후후! 어때? 내 영지는 T-20만이 아니라고. 여기가 이 몸의 영지 혹성이다. 3등급 자원 혹성. 너도 명색이 엔지니어니 그게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는 알겠지? 할 말 있냐?”
“아니, 누가 뭐래요?”
씨익 웃으며 돌아보자 제피가 입술을 삐죽였다.
왠지 졌다(?)는 표정이다.
뭐랄까, 제피를 만난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드는 표정이다.
“그런데 여기가 정말 당신의 영지 혹성이에요? 등기 이전까지 확실히 된?”
“당연하지. 100% 이 몸의 영지 혹성이다.”
아크가 우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못 믿겠다면 실무자를 소개시켜 주지. 헤겔, CC 옆에 착륙시켜라.”
“넵, 형님!”
그리하여 CC 옆에 안착.
대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을 때였다.
실버스타가 착륙하기가 무섭게 CC에서 한 사내가 뛰어나왔다. 그는 이큘러스의 책임자 레피드. 사장의 방문에 하던 일까지 중단하고 영접하기 위해 뛰어오는 것이리라.
“자식, 또 뭘 저렇게까지…… 제피, 소개하마. 저 녀석이…….”
아크가 우쭐한 표정으로 제피를 돌아볼 때였다.
“아크! 너! 이 자식!”
느닷없는 레피드의 이단옆차기!
생각지도 못했던 레피드의 기습(?)에 아크는 그대로 수 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대大자로 뻗어 황망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발딱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 뭐, 밑도 끝도 없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할 소리다, 이 자식아!”
레피드가 와락 멱살을 움켜쥐었다.
“대체 뭐 하자는 짓이야? 저 건물들은 다 뭐냐고!”
“건물이라니? 무슨 건물?”
“네 눈은 장식이냐? 안 보여? 지금 공사하고 있는 건물 말이야!”
“밑도 끝도 없이 뭔 소리야? 저 건물들이 뭐? 위에서 보니 문제없이 공사하고 있구먼. 아니, 그보다 왜 저 건물을 나한테 물어? 네가 여기 책임자잖아!”
“그러니까 묻는 거다,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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