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66)
아크 더 레전드-466화(466/875)
[466] SPACE 6. 흉탄에 쓰러지다 (2)레피드가 아크를 짤짤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왜 네놈 멋대로 저런 건물을 들여놓는 거냐고! 저것 때문에…….”
“에? 뭔 소리야? 내 멋대로라니?”
“발뺌해도 소용없어!”
“아니! 아니! 발뺌이 아니라!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그러니까, 아 젠장! 그만 좀 흔들어! 멀미난다고! 그러니까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니까! 내 맘대로 건물을 들여놓다니? 그럼 저게 네가 짓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 대체 왜?”
“네가…….”
“여! 아크, 왔나?”
레피드가 울컥한 표정으로 말할 때였다.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CC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 나왔다. 레피드에게 짤짤 흔들리며 고개를 돌린 아크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CC에서 나온 사람들은 슌과 데일리, 카달. 이큘러스 개발을 위해 마틴 후작에게 지원 받은 혹성 개발 전문 NPC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기에 1명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2명이지만 일단 아크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은 1명이었다.
“어? 마틴 후작님?”
슌 들을 거느리고 다가오는 사람은 마틴 후작.
아크는 그가 이큘러스에 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그 일을 상의하기 위해 T-20에 들렀는데 자네는 먼저 이큘러스로 출발했다더군. 그래서 먼저 와 있을 줄 알고 스타게이트로 날아왔는데 이제야 도착하다니, 어디 다른 곳에 들른 모양이군. 그래도 다행이군. 다른 업무도 있고 해서 얼굴도 못 보고 돌아가야 하나 싶었는데.”
“저를 찾았다고요? 무슨 일로?”
“무슨 일이라니? 뻔하지 않은가? 공사 문제지.”
“공사 문제? 무슨 공사요?”
“뭐냐? 그 반응은? 그새 잊어먹은 건가?”
“하루? 대체 무슨…….”
아크의 머릿속에 ‘!’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노블리스-II를 타고 이스타나로 돌아올 때의 일이었다.
마틴 후작은 쉬라바스티를 습격한 생명의 나무 조직원이 사이보그 병사를 나쿠마로 만든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아슐라트, 라마, 평의회. 은하연방을 포함한 4강의 연구소를 이큘러스에 세우기로 합의를 보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럼 혹시 저 건물들은……?”
“연구소지.”
마틴 후작이 끄덕였다.
동시에 레피드가 다시 아크를 짤짤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거봐! 이 자식아! 네가 한 짓이잖아!”
그제야 아크도 이해했다, 레피드가 왜 열 받았는지.
새삼스럽지만 영지 혹성이라고 마구잡이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Construction Lv.1 : 컨트롤 센터
-Construction Lv.2 : 우주 항구, 자원 탐색기-I, 자원 채취소-I
-Construction Lv.3 : 자원 정재소-I, 자원 창고-I, 자원 창고-II, 자원 채취소-II…….
이런 식으로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Construction Lv.1의 컨트롤 센터를 지어야 Construction Lv.2에 속해 있는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고, 그게 완공된 뒤에야 Construction Lv.3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뭐 성장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겠지만.
자금이 넉넉한 아크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CC 건설을 시작한 지도 벌써 일주일. 어제 드디어 CC가 완공되어 Construction Lv.2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Construction Lv.2 건물을 지으면 본격적인 자원 채취가 시작되는 것이다.
당연히 레피드는 바로 건설을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투앙! 투앙! 투앙!
다짜고짜 CC 주변에 떨어지는 건물의 골조!
지금 CC 주변에서 착착 진행되는 공사가 이 골조의 시설물이었다. 그러나 이건 레피드가 신청한 게 아니었다. 방금 전 마틴 후작이 말한 4강의 연구소였던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영지 혹성에서 동시에 지울 수 있는 건물은 최대 5개라는 점이다. 그리고…….
-특수 시설로 연구소 건설이 진행 중입니다.
《은하연방 연구소 : 완공까지 남은 시간 14일 12시간 43분.》
《라마 연구소 : 완공까지 남은 시간 14일 12시간 43분.》
《아슐라트 연구소 : 완공까지 남은 시간…….》
연구소 건설 시간은 무려 15일!
다시 말해 보름 동안 다른 건물은 착공조차 못 한다는 말이다. 연구소 때문에 정작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설물 건축은 보름 뒤로 밀려났다는 뜻.
덕분에 새로운 문제가 생겼으니…….
“이제 어쩔 거냐? 그저께 CC가 곧 완공된다는 메일을 투자자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Construction Lv.2 건물의 착공을 시작하면 늦어도 보름 안에는 자원 채취를 시작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내용까지 첨부했단 말이다! 그런데 연구소라니? 장난하냐? 저딴 연구소! 100개가 있어도 소용없어! 쓸모없다고 저딴 건물!”
“아니, 그렇게 말하면 곤란하지.”
“후작님은 참견하지 마십시오! 이건 우리 문제입니다!”
“아, 그렇지. 계속하게.”
레피드가 시뻘건 눈으로 돌아보자 마틴 후작이 얼른 물러났다. 레피드! 돌아버리니 무섭다, 이 자식!
그러나 아크도 할 말은 있었다.
“나도 생각 없이 받아들인 게 아니야!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게다가 공짜도 아니야! 혹시 못 들었어? 연구소를 짓는 대가로 라마와 아슐라트, 평의회에서 이큘러스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매달 100톤 씩 구매해 주기로 했어! 그것도 20%나 높은 가격으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레피드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연구소를 짓는 걸 가지고 뭐라는 게 아니다. 왜 그런 결정을 너 혼자! 귀찮은 일은 몽땅 나에게 떠맡긴 주제에 왜 그런 중대한 문제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하느냐는 말이다. 게다가 결정했으면 연락이라도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네놈 때문에 개발이 보름이나 밀렸다고! 사업이 장난이냐? 이제 투자자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할 거냐? 대체 왜 말 한마디 안 한 거야? 앙?”
“그게…….”
아크도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직후에 가인을 만나는 바람에 까먹고 있었다.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자 레피드가 대강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역시 그 머리통이 문제였군. 그럴 줄 알았어. 항상 네 어깨에 붙어 있는 그 쓸모없는 물건이 문제지. 내 실수야. 진즉에 그 머리통에 바람구멍을 뚫어 놨어야 했어. 환기가 잘되면 그 머리통의 성능도 좀 나아지겠지.”
그리고 빙긋 웃으며 권총을 뽑아 드는 것이었다.
“죽어! 보통은 죽는다고! 아니, 100% 죽는다고! 머리에 구멍 뚫리면! 그리고 연구소를 짓는다고 필요한 건물을 하나도 못 짓는 것도 아니잖아! 연구소는 4개! 하나는 지을 수 있잖아! 아니, 짓고 있지? 짓고 있잖아! 하나라도! 아니, 하나씩이나!”
“저거 말이냐?”
아크의 말에 레피드가 근처의 건물을 가리켰다.
그때 마틴 후작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건 내 지시로 지어지는 건물이네. 이런 상황이라 좀 미안하지만…… 저것도 이큘러스의 개발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하자면 내 취미용 건물이라고 할까…….”
“에? 마틴 후작님의?”
“노블리스에서 말했지 않나?”
듣고 보니 말한 적이 있기는 하다.
4강이 20% 높은 가격으로 매달 100톤의 자원을 구입해 주기로 했다는 말을 한 직후, 이참에 마틴 후작도 이큘러스에 사적인 건물 하나 지으면 안 되겠냐고.
그래서 대답했다. OK라고.
기분이 좋았으니까! 널리고 널린 게 땅이니 그 정도는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게 설마 당장 짓겠다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Military use.
Caution! Dangerous!
뭐냐? 저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는 붉은 글자는?
“뭡니까? 저건? 취미용 건물이라면서요?”
“아! 역시 좀 문제가 되려나?”
“당연하죠!”
“알겠네. 어이, 슌.”
마틴 후작이 돌아보자 슌이 님프의 통신기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작업자들에게 뭔가 지시하자…….
-Military use.
Caution! Dangerous!
순식간에 문제가 해결되었다!
아니, 해결될 리가 있냐? 저딴 걸로!
“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요! 군사용? 위험? 글자만 지운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요! 아니, 더 수상하다고요! 남의 영지 혹성에 떡하니 저런 수상한 건물을 세우다니! 저게 어딜 봐서 취미용 건물이냐고요!”
“그렇게 말해 봤자…… 저런 게 내 취미라 말이네.”
“그래서? 대체 저게 뭔데요?”
“군사기밀이네.”
“취미가 군사기밀? 장난하십니까!”
“내가 할 말이다!”
레피드가 아크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대며 말했다.
“이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냐? 아니, 네 덕분에 거짓말을 한 셈이 돼 버린 나를 먼저 설득해야겠지. 납득할 만한 대답을 생각해 내는 데 3초 주겠다. 3…….”
“아, 아니, 진정해! 그러니까…….”
아크가 허둥대며 마틴 후작을 돌아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저녁에 회의가 있는 걸 잊고 있었군. 그럼 난 이만.”
마틴 후작은 쌩 깠다!
“2…….”
그리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
“잠깐만요!”
결국 아크가 변사체로 변하기 직전, 누군가 레피드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아크가 믿고 있던 친위대원이 아니었다.
의외로 그, 아니, 그녀는 제피였다.
제피가 나서자 레피드가 누구냐는 눈빛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이에 아크가 얼른 소개했다.
“아! 그렇지. 넌 처음 보지? 제피라는 신입사원이다.”
“신입사원?”
“그래, 신입사원! 그것도 박사 학위를 6개가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라고! 봤지? 나도 놀고 있었던 게 아니야! 네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인재를 모으고 있었다고! 어이, 제피. 내가 얘기했었지? 이 녀석이 이큘러스의 책임자 레피드다. 인사해.”
“흐음…….”
아크의 말에 제피가 레피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찡그리며 대뜸 물었다.
“이 사람, 당신의 부하 직원이라면서요? 그런데 왜 머리에 총까지 들이대는데 꼼짝도 못 하는 거죠? 혹시 이 사람이 당신보다 강해요?”
“뭐? 무슨…….”
아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레피드가 아크보다 강하냐니? 이 무슨 뚱딴지란 말인가?
레피드는 이미 수년 전에 뉴월드에서 아크에게 박살이 난 경력을 가진 유저다. 뭐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현재도 전투력만으로 따지면 레피드는 아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꼭 힘의 우열에 의해서만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뭣보다 아크는 레피드에게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크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뉴 월드 시절에 레피드는 아크로 인해 몇 달이나 의식불명에 빠진 적이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도 당시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고 있는 것이다.
아크가 레피드 앞에서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뭐 레피드가 워낙 깐깐한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맞아.”
잠시 머리를 굴리던 아크가 짐짓 한숨을 불어 내며 말을 이었다.
“난 내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누구와 싸워도 절대 지지 않을. 그건 너도 G-1000과 싸우는 것을 봤으니 알고 있겠지? 하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지. 그게 바로 이 사내! 레피드다. 비록 사정이 있어서 내 직원으로 있지만 그건 레피드가 나보다 약해서가 아니야. 레피드는 내가 아는 한 최강의 사내다. 무적이란 이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말이지.”
“뭔 소리야?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이라면…….”
“좋아요!”
레피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 때였다.
제피가 불쑥 레피드에게 다가서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내 거예요!”
정말이지 밑도 끝도 없는 폭탄선언!
느닷없이 펼쳐지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에 당사자인 레피드는 어버버! 빙 둘러서서 지켜보던 친위대원들도 어버버!
황당함에 할 말을 잃었지만 단 1명!
씨익 웃으며 주먹을 움켜쥐는 사람이 있었다.
‘Yes! Yes! Yeeees!’
바로 아크였다.
레피드나 친위대원들은 뭔가 착각하는 모양이지만 아크는 알고 있었다.
애초에 제피가 다크에덴에 위장취업(?)을 한 이유는 아크 때문이다. 그녀가 개발에 참여한, 최강의 안드로이드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G-1000을 쓰러뜨린 아크의 강함을 연구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그녀가 아크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 강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물론 아크는 제피의 관심이 달갑지 않았다.
호시탐탐 자신의 몸―해부―을 노리는 여자의 관심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때문에 이 여자의 부담스러운 관심―해부―을 어떻게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적당한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레피드!
아크가 레피드를 한껏 띄워 준 이유가 그것이다. 이 부담스러운 여자의 관심을 레피드에게 떠넘기기 위해서!
결과는 보다시피!
‘후후후! 됐다, 됐어! 레피드 녀석, 완전 넋이 나갔군. 무리도 아니지. 느닷없이 여자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으니. 뭐 그게 레피드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라는 것쯤은 곧 알게 되겠지만 상관없어. 레피드의 성격상 설사 해부를 당하는 한이 있어도 제 입으로 나보다 약하다는 말은 하지 못할 거야. 따라서 이제 나는 자유!’
“뭐래? 이 여자가!”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그와 함께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제피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카야였다. 좀 전에 마틴 후작이 CC에서 나올 때 뜻밖의 사람이 1명 더 있다고 했던 것이 바로 그녀, 카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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