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78)
아크 더 레전드-478화(478/875)
[478] SPACE 1. 뭐 이런…… (3)그런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짬짬이 카라스를 몇 마리 더 포장육으로 만들고 나서 물끄러미 인면암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이군요. 우리가 기다리는 사람이 대장님이 그렇게까지 인정하는 아크라서. 레피드라는 개척자도 예전에 저와 붙었을 때보다 강해진 것 같아 보이더군요. 그러니 이 심심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되겠죠.
-과연 그럴까?
케이커의 말에 붉은학살자가 씨익 웃으며 되물었다.
-네? 하지만 전사의 신전은 대장님이 이미 오래전에 정복했던 던전이 아닙니까? 대장님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크와 레피드는 당시의 대장님과 비교해도…….
-그때의 나보다는 강하겠지.
붉은학살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저 던전은 단순히 강하다는 것만으로 쉽게 정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저곳은 들어가는 개척자마다 다른 상황을 겪게 되지만 거기에는 나름의 규칙성이 있다. 그걸 모르는 한 아무리 아크라도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지.
-아무리 강해도?
-그래, 아무리 강해도. 저 던전의 핵심은 단순히 전투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크도 지금쯤은 그 사실을 깨달았겠지. 아쉽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보고 싶은데 말이야.
붉은학살자가 인면암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
* * *
“으으……!”
아크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커먼 안색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을 긁어 대고 있었다.
“빌어먹을…… 뭐…… 이런…….”
헐떡거리는 아크의 눈앞에 지난 몇 시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인면암을 통해 ‘소닉소드’, ‘갤럭시소드’, ‘룬 문자 이크람’을 탑재하고 컴온! 이라고 소리치는 듯한 통로를 따라 들어가기를 잠시.
‘……나왔다!’
아크가 자세를 낮추며 시선을 집중했다.
그 시선이 향하는 어두운 통로 저편, 한 무리의 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거미처럼 둥근 몸통에 여러 마디로 나뉜 긴 다리가 붙어 있는 마그라라는 이름의 몬스터.
‘투시’ 능력도 봉인되어 레벨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불안감 따위는 없었다. 던전으로 들어오며 레벨이 120으로 조정되었다. 그런 곳에 레벨 200, 300의 몬스터가 나올 리는 없다.
이곳은 작정하고 침입자를 죽일 생각으로 만들어진 던전이 아닌 것이다.
과거 카르마와 싸울 병사를 양성하기 위한 던전.
당연히 몬스터도 레벨 120의 유저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어져 있으리라.
‘스킬도 마찬가지다. 세 가지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세 가지만으로 충분하다는 뜻, 겁먹을 이유가 없어! 뭐가 됐든 붙어 본다!’
아크가 검을 움켜쥐었다.
익숙한 광선검이 아닌 철검이라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낯설지만 원래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
“간다! 소닉소드!”
몸을 도사리던 아크가 검기를 뿜으며 돌진했다.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간 검기에 맞은 마그라가 괴성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이, 이런 젠장!”
그러나 다음 순간, 비명을 터뜨린 것은 아크였다.
아크의 존재를 인식하고 일제히 몸을 돌리는 마그라 무리!
아크가 돌격하기 전에 확인한 것은 4마리에 불과했지만 막상 돌진하고 보니 어둠 속에서 6쌍이나 되는 눈동자가 더 떠오르고 있었다.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더 많은 마그라가 숨어 있었던 것!
아크는 그동안 ‘투시’ 능력 덕분에 개척자의 필수 장비인 적외선 스코프가 없어도 어둠이 큰 지장이 되지 않았다.
‘투시’도 가시 범위가 있지만, 적어도 그 범위 안에 적이 보이지 않으면 애드Add(다른 몬스터가 전투에 끼어드는 것)될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크는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 미처 시야 밖의 적을 경계하지 못한 것이다.
치명적인 실수!
그러나 이제 와서 물릴 수도 없었다.
“빌어먹을! 할 수 없지! 붙어 보자! 덤벼라!”
아크는 죽음을 각오하고 검 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이어진 아크와 마그라의 처절한 사투! 아크는 매 순간 이어지는 위기를 버텨 내며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러나…….
“싸우다…… 죽으면 차라리 낫지만…….”
아크가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을 긁어 대는 이유는 마그라 탓이 아니었다.
비록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다름 아닌 아크다.
다른 건 몰라도 전투 하나만은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유저인 것이다.
그리고 마그라도 걱정했던 만큼 강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체감 상으로 판단하건대 아마도 레벨 80~90 정도. 뭐 그래도 10마리나 한꺼번에 애드되는 바람에 꽤 고전하기는 했지만 광역 스킬 ‘갤럭시소드’로 생명력을 깎고 ‘소닉소드’로 결정타! 마그라의 시체를 ‘룬 문자 이크람’의 제물로 바쳐 소환한 헬 하운드를 가세시켜 어찌어찌 전멸시킬 수 있었다. 역시 최선의 스킬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뭐야, 여기는?”
몇 시간 전 아크의 대사다.
한 번 뜨거운 맛을 본 아크는 그 뒤로 한층 신중해졌다.
혹시 모를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하며 신중하게 주위를 살핀 뒤에야 10여 미터 전진, 혹시 모를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하며 신중하게 주위를 살핀 뒤에야 10여 미터 전진…….
아크로서는 꽤 소극적인 모양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삽질이었다.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
그렇게 1시간이 가까이 들어갔지만 몬스터는 발가락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니, 뭐 던전이니 언젠가는 나오겠지만 이런 식으로 전진하다가는 몇 시간, 아니, 며칠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아크는 대담하게 성큼성큼 전진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울컥한 아크는 아예 전력 질주로 뛰어 들어갔다.
……여전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헉헉헉! 이건 뭔가 이상해.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그렇다 쳐도, 지금까지 지나온 거리는 못해도 5킬로미터는 넘을 거야.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니? 뭔가 잘못된 거야!”
……뭔가 잘못된 거였다!
아크도 그 뒤로 1시간을 더 뛰어다닌 뒤에야 알게 되었다.
자신이 같은 장소를 맴돌고 있다는 것을.
벽에 ‘X’ 표시를 해 놓고 20분 정도 뛰다 보면 다시 ‘X’가 그려져 있는 장소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통로가 원형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아크도 2시간을 넘도록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아크가 뛴 통로는 거의 일직선!
‘중간중간에 약간 굴곡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처음 장소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이 통로에 뭔가 정체불명의 힘이 작용하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그때부터 아크는 다시 속도를 늦췄다.
이전에는 몬스터를 경계하기 위해서였지만 이번에는 던전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장소를 맴돌게 만드는 어떤 힘, 먼저 그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2시간이 지나도 이렇다 할 만한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때쯤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만복도가 20% 이하로 떨어져 <굶주림> 상태가 되었습니다.
《모든 스텟에 -50%의 페널티가 주어지고 0%가 되면 사망하게 됩니다.》
이거다!
만복도는 많이 움직일수록 빨리 떨어진다.
왜냐고? 궁금하면 배불리 먹고 42.195킬로미터를 뛰어 보자, 싫어도 알게 될 테니.
지금 아크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던전에 들어와서 4시간, 그중 1시간은 잔뜩 긴장하며 걸었고, 1시간은 쉬지 않고 뛰었다. 그리고 2시간은 바닥을 박박 기며 주위를 샅샅이 뒤졌다. 그런 쓸데없는 열량 소모는 만복도를 바닥으로 처박아 놓은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 빠르잖아! 100%였다고!”
그러나 아무리 항의해 봤자 만복도는 바닥!
물론 여분의 우주 식량은 있었다.
……열리지 않는 백팩 속에.
“굶어 죽는다고? 내가! 이 아크가? 웃기지 마!”
주린 배를 움켜쥐고 여전히 헤매던 아크가 버럭 소리쳤다.
“나는 이곳보다 몇 배나 가혹한 벨타나의 설원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다! 내가 불사신은 아니지만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아! 살아남는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괜히 해 보는 말이 아니다.
던전에 숨겨져 있는 ‘어떤 힘’을 찾기 위해 바닥을 기며 암벽 사이는 물론 작은 돌까지 들춰 보며 다니는 사이에 발견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손가락만 한 크기의 작은 곤충, 마그라의 새끼쯤 되어 보이는 거미들이었다.
물론 징그럽다.
그러나 살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게다가 아크는 오래전 벨타나에서 낙오됐을 때부터 벌레를 먹어 온 경력이 있었다. 이제 와서 고작 거미를 가지고 혐오 식품이니 뭐니 떠들어 댈 입장도 아닌 것이다.
그리하여 거미를 잡아 우적우적!
-만복도가 3%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음식을 섭취해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독성에 의해 생명력 -100, 정신력 -100, 추가로 10분 동안 심각한 복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맙시다!
뒤이어 배가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그러나 아크에게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과거 벨타나에서 처음 벌레를 잡아먹었을 때도 같은 경험을 해 본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알고 있었다.
“크윽…… 오, 오랜만이라 그런지…… 그때보다 몇 배는 더 아픈 것 같아…… 하, 하지만…… 참아야 한다…… 버티다보면…… 곧 편해질 거야…… 그래…… 곧…….”
벨타나에서 살아남은 것도 이런 고통을 이겨 냈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으로 아크는 계속 우적우적!
-만복도가 3% 올라갔습니다!
-식중독입니다! 생명력 -100, 정신력 -100, 배가 아파 옵니다!
-만복도가 3%…… 더욱더 배가 아파 옵니다!
-만복도…… 배가 찢어질 듯 아파 옵니다!
-배가…… 배가……!
미칠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쉬지 않고 거미를 먹어 치웠다. 그때처럼 곧 편해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리고 마침내 그때가 왔다.
-심각한 식중독 증세로 인해 임종의 순간이 임박했습니다! 살짝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착각입니다! 곧 죽습니다! 확실하게 죽습니다!
……임종의 순간을 맞이하며!
그제야 아크는 자신이 착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크가 벨타나의 설원에서 살아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던 ‘강철 같은 위장’, 현재 아크는 그 스킬을 아직 배우지 못한 상태가 아니라 봉인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그러니 아무리 고통을 참으며 거미를 먹어 봤자 스킬이 생성될 리가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아크가 20분 넘게 바닥을 긁으며 참은 것은…….
‘빌어먹을! 삽질이었어!’
그러나 삽질 스킬은 생성되지 않았다. 삽질도 봉인 중인 것이다! 뭐 봉인되지 않았어도 생길 리가 없지만!
아크의 눈앞을 스쳐 가는 주마등은 여기까지였다.
“빌어먹을…… 뭐…… 이런…….”
시커멓게 변한 아크의 머리가 힘없이 떨어져 바닥에 처박혔다.
-사망했습니다!
SPACE 2. 무엇이 필요한가? (1)
끼이이이! 콰콱!
괴성과 함께 마그라의 다리가 내리꽂혔다.
“빌어먹을!”
아크가 욕설을 내뱉으며 바닥을 굴렀다.
마그라의 다리는 잘 벼린 창처럼 날카롭고 강철처럼 단단했다. 바닥의 대부분이 돌로 되어 있음에도 다리가 내리꽂히자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깊이를 파고 들어갔다. 어물쩍거리는 사이에 찍혔다면 아머를 뚫고 치명상을 입었으리라.
마그라는 그런 다리가 6개나 붙어 있었다!
콕! 콕! 콕…….
그런 마그라가 주위에 4마리나 몰려 있다!
콕! 콕! 콕! 콕! 콕! 콕…….
6×4=24!
일단 한번 수세에 몰리면 24개의 다리가 숨 쉴 틈 없이 날아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받으면 한 방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의 공격에 적중당하면 대미지도 대미지지만 자세가 무너지고 중심을 잃게 된다는 점이 더 위험하다.
뒤이은 공격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6×4=24의 다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투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격에 너무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건 십중팔구 대미지로 이어진다. 대미지를 입어도 일방적으로 적을 몰아붙일 수 있는 압도적인 화력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우선 살아남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격에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적도 마찬가지. 기다리면 반드시 빈틈은 생길 수밖에 없어. 집단전이든 개인전이든 전투는 결국 수 싸움이야. 보다 많이, 보다 앞의 상황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
먼저 방어를 탄탄하게 하고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실수를 유도한다.
사실 이게 본래 아크의 전법이었다.
물론 아크는 본능에 맡기는 전투를 할 때가 많기는 하다.
그러나 본능도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적의 공격을 한 치 차이로 피하고 반격을 가한다. 적이 그 반격을 막으면 필연적으로 반대쪽에 빈틈이 생길 테니 측면으로 회전하며 재차 공격한다.
이런 전법을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뭐 그런 천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크는 천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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