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8)
아크 더 레전드-48화(48/875)
[48] SPACE 8. 파라오의 유산 (3)“유, 유니크 검이닷!”
아크의 입은 턱이 빠질 정도로 벌어졌다.
피라미드 속에서 찾은 파라오의 유물, 열흘 전에 봤을 때도 일단 뭔가 있어 보여 아크 역시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아크의 레벨은 43―처음 들어왔을 때는 31이었다―, 그 정도 레벨에 들어온 유적지라 잘해야 매직, 대박이면 레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니크!
물론 유니크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매직이나 레어는 순수하게 무기의 능력치에 따라 정해지지만 유니크는 특수성.
즉, 일반적이지 않은 성능을 가지고 있거나 숫자가 한정된, 말하자면 한정품에 붙는 등급이었다.
때문에 유니크라도 지나치게 독특한 기능이 붙어 오히려 매직이나 레어 템보다 실용도가 떨어지는 아이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유니크 특유의 희소성 때문에 같은 성능이라도 레어 템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런 유니크 템이 아니야!”
직접 사용해 보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는 게 유니크 템이다. 그러나 일단 공격력만 봐도 같은 레벨의 매직 템보다 10은 더 높았다. 게다가 총격 기능까지 붙어 있어 양손 검임에도 무기 교체 없이 근거리,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검!
그리고 뭣보다 생긴 게 멋지다!
“우우! 열흘 동안 고생한 게 헛짓은 아니었구나!”
열흘 동안 쌓인 피로가 단숨에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아이템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검과 함께 놓여 있는 작은 피라미드.
“일단 모양을 보면 장비품은 아닌 것 같은데…….”
이미 대박의 축복을 받은 아크는 여유 있게 피라미드를 집어 들었을 때였다.
갑자기 피라미드가 진동하더니 꼭짓점 부분에서 수십 줄기의 광선이 뿜어져 올라왔다. 허공에 파노라마처럼 입체 영상이 그려지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화염……!’
가장 먼저 펼쳐진 장면은 화염이었다.
성곽과 그 아래 세워져 있는 수많은 건축물, 마치 고대 이집트처럼 보이는 도시가 화염에 휩싸인 채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불타오르는 도시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은 바로 이곳으로 이어진 복도의 유리관 속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총과 검을 휘두르며 그들을 도륙하는 자들은…….
‘라마족?’
검푸른 피부에 뾰족한 귀, 푸른 눈동자!
놀랍게도 광기 어린 검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라마족이었다.
‘가만? 이전에 본 정보창에는 무라트가 왜 멸망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이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은 아마도 무라트족. 그럼 무라트족은 라마족에게 멸망당했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왜 은하계에 그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거지?’
그러나 영상은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지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잔인한 라마족의 살해 장면은 그 뒤로 한참 진행되었다.
그러기를 잠시, 화면이 바뀌어 궁전 같은 장소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파라오―한눈에도 왕처럼 보이는―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불길에 휩싸인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궁전으로 피신해 있는 무라트들에게 뭔가 지시했다.
명령을 받은 무라트들은 복도에서 본 유리관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모든 무라트가 유리관 속으로 들어가자 파라오는 궁전 중심에 있는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궁전이 갈라지며 유리관과 파라오가 있던 건물은 거대한 피라미드에 싸여 지하 깊은 곳으로 빨려들어 갔다.
지상에서 대폭발이 일어난 것은 그 직후였다.
혹성 지표를 모두 태울 정도의 폭발! 그 폭발은 지상에 남아 있던 무라트의 흔적을 모두 지워 버렸고, 그와 함께 미친 듯이 날뛰던 라마족도 한 줌 먼지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빛을 잃어버린 혹성은 차디차게 식어 갔다.
‘벨타나가 혹한의 혹성이 된 이유가…….’
궁지에 몰린 파라오가 금단의 병기를 사용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영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라미드에 감싸여 지하 깊은 곳으로 피신한 파라오는 기관을 작동시켜 벨린 성좌에 흩어져 있는 동족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기다렸다.
1년, 2년, 3년…… 가사에 빠져 있는 동족들을 보살피며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누구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자 유리관 속에서 가사에 빠져 있던 동족들이 부패하기 시작했다. 파라오는 절망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무라트의 종말을 예감했다.
파라오는 아크가 쥐고 있는 피라미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아랫부분을 열고 자신의 손을 넣었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빛나는 액체 같은 것이 흘러나와 빈 공간에 담겼다.
파라오는 자신의 검과 피라미드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왕좌에 앉아 수명이 다했다.
아크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복도에 있던 유리관 속의 생명체들은 파라오가 벨타나를 멸망시키기 전에 피신시킨 이 혹성의 생명체와 무라트들이었어. 라마족을 전멸시키고 다른 혹성의 동료들이 도와주러 올 때까지 그 상태로 기다릴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뭔가 문제가 생겨 생명체들이 부패되고 동족들도 도와주러 오지 못했다. 그래서 파라오는 이 상태로 죽은 거야. 내가 지하 광장에서 수신한 구조 신호는 바로 파라오가 동족들에게 보냈던 거였어.’
그러나 파라오가 죽고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 그 신호도 약해졌다. 아크가 지하 광장에 들어와서야 구조 신호를 수신할 수 있었던 게 그 때문이었으리라.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끊겼을 때였다.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의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우주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융성과 쇠퇴를 반복한 외계 문명은 별처럼 많습니다. 이런 외계 문명의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우주의 역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잊힌 외계 문명의 기술이나 숨겨진 아티팩트를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의 정보(1/15)를 입수했습니다.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의 정보를 입수해 모험치를 300 획득했습니다.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의 정보를 입수해 지능이 5 상승했습니다.
-님프의 원격 시스템으로 벨린 성좌 혹성 지도를 입수했습니다.
《지도 정보창에 벨린 성좌 혹성 지도가 추가되었습니다.》
“호오, 이런 보너스도 있는 건가?”
아크가 눈앞에 떠오른 정보창을 읽으며 히죽거렸다.
고대 외계 문명의 정보. 이건 갤럭시안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뭐 어찌어찌하다 보니 아크는 엉뚱한 짓만 하게 됐지만 원래 갤럭시안의 중심은 모험!
은하연방의 본거지인 이스타나는 물론, 은하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유적지나 새로운 혹성을 개척하는 게 갤럭시안이 제시하는 게임 방향이었다. 그리고 이 모험의 중심에 있는 게 바로 고대 외계 문명의 탐사였다.
지금은 잊힌 고대 외계 문명의 유적을 발굴하거나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곧 유저의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척자가 스폰서에게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정보를 입수했을 때였다.
모험치라는 게 그와 비슷한 수치였다.
물론 아직 죄수 신분인 아크에게는 아직 까마득한 미래의 일이지만…….
“뭐든 얻어 둬서 나쁠 건 없지.”
그리고 덤으로 지능이 5나 올랐다.
현실적으로 당장 도움이 되는 보너스도 받은 것이다.
“그나저나…….”
아크의 눈이 피라미드 아랫부분으로 향했다.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 파라오가 죽기 전에 그곳에 빛나는 액체를 담아 뒀던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번 만지작거리니 아랫부분이 서랍처럼 열렸다.
그 속의 액체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빛나고 있었다.
“대체 이건 뭐지?”
아크가 별생각 없이 액체에 손을 가져갔을 때였다.
갑자기 액체가 살아 있는 생명처럼 꿈틀거리더니 와락 아크의 손을 뒤덮었다.
“헉! 뭐, 뭐야? 이, 이거 또 함정 아니야?”
아크가 비명을 터뜨리며 황급히 손을 뺐다.
그러나 빛나는 액체는 그대로 손을 휘감더니 흡수되듯이 빨려 들어가더니 정보창이 떠올랐다.
-광자 생명체 ‘샤이어’가 흡수되었습니다!
광자 생명체 샤이어는 수많은 우주 생명체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신비한 생명체입니다. 오래된 문헌에 따르면 이들은 우주에 산재되어 있는 기氣, 마나가 수억 년의 시간에 걸쳐 응집되어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샤이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라트는 이 샤이어를 실체화시켜 종족에 전해 내려오는 ‘룬’ 문자를 사용해 숨겨져 있는 능력을 발현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샤이어를 흡수해 룬 문자 각인술을 습득했습니다.
+샤이어에 담겨 있는 무라트의 기억으로 룬(이크람)을 습득했습니다.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룬 문자 각인술(유저, 액티브) : 광자 생명체 샤이어를 발현시켜 구상 공간에 룬 문자를 새김으로써 샤이어의 잠재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 룬 문자 각인술은 지금은 사라진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가 사용하던 것으로, 당시 무라트가 벨린 성좌를 지배할 정도로 세력을 키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샤이어로 룬 문자를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마나 소모 : 10(+룬 문자의 마나 소모량)
“에? 별 5개짜리 스킬?”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창에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스킬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별 5개짜리 스킬, 스킬 등급으로는 최고가 아닌가? 검에, 고대 외계 종족의 정보에, 별 5개짜리 스킬이라니, 그야말로 초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별 5개! 분명 엄청난 스킬일 거야!”
아크는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정보창을 보면 이 기술은 샤이어로 룬 문자를 그리는 방식으로 사용한다고 했지? 가만? 여기 이크람이라고 적혀 있는 괴상한 문양이 룬 문자라는 건가? 뭐 해 보면 알겠지.’
정보창을 꼼꼼히 읽어 본 아크는 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각인술!”
그와 함께 아크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광자 생명체 샤이어! 그리고 아크가 그 빛으로 룬 문자를 새겼을 때였다.
아크의 손을 따라 허공에 복잡한 문장이 새겨지더니…….
피시시시.
금세 다시 흩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어라? 이거 왜 이래? 내가 뭘 실수했나?”
그러나 그 뒤로도 마찬가지였다. 눈이 뽑혀 나갈 정도로 님프에 떠 있는 룬 문자를 노려보며 판박이처럼 완벽하게 복사해도 피시시시, 스킬 발동 순서를 바꿔 보거나 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봤지만 역시 피시시시, 피시시시.
“헉헉헉, 젠장! 이게 뭐야? 정말 스킬이 생긴 게 맞아?”
아크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대단한 스킬을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발동이 되지 않는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그러나 열흘이나 헤매다가 이제야 피라미드를 벗어나게 됐는데 스킬 쓰는 법을 찾겠답시고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버둥댈 수도 없는 일.
“에라 모르겠다. 일단 스킬을 배운 건 확실하니까 사용법은 나중에 생각해 보고 먼저 은하연방 기지로 돌아가야겠다. 뭐 마음에 걸리는 일도 있고.”
마음에 걸리는 일, 친위대였다.
“설마 그 녀석들, 내가 없는 사이에 다 굶어 죽은 건 아니겠지?”
챙길 거 다 챙기고 나서야 살짝 걱정이 되는 아크였다.
피라미드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더 찾아 헤맬 필요가 없었다. 파라오의 미라가 앉아 있는 왕좌 뒤로 연결된 통로로 들어가 보니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진 방이 나타났다.
게임 경력만 십 수 년이다.
딱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가?
대부분의 게임에서 던전을 클리어했을 때 나오는 워프 포인트! 아니나 다를까, 아크가 마법진으로 들어가자 처음 황금의 방에 들어갔을 때처럼 붉은빛이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는 눈보라가 휘날리는 벌판 위에 서 있었다.
지하 수 킬로미터에서 단숨에 지상으로 순간 이동된 것!
“후후후, 이제 기지로 돌아가는 일만…….”
히죽거리며 님프를 조작하던 아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뒤이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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