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87)
아크 더 레전드-487화(487/875)
[487] SPACE 4. 인면암 너머…… (3)그러나 이유가 있었다.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건 아직 이 던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다는 뜻!
“1시간 21분! 기회가 한 번뿐이라면 모를까,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다면 과제라고도 할 수 없지. 점이 나타나는 지점을 외워 두면 그만이니까. 게다가 난 이미 봉인된 스킬도 모두 되찾았다고! 좋아! 단숨에 끝내 주마!”
아크가 씨익 웃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헉헉헉! 뭐, 뭐야? 이건? 이걸 무슨 수로 다 적중시키라는 말이야?”
……아크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떠듬거렸다.
그래도 처음 몇 번은 할 만했다.
아크도 나름 무술로 단련된 몸, 이런 형식의 훈련도 해 본 적이 있어 몇 개는 금세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난이도가 높아졌다. 점
과 점 사이의 거리도 멀어지고 시간도 갈수록 짧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방금 전까지는 ‘소닉소드’나 ‘피어싱’ 따위의 스킬을 동원하며 몇 번이나 도전한 끝에 어찌어찌―거의 운으로― 성공할 수 있었지만…….
따다다다다당!
이 의성어를 최대한 빨리 말해 보자.
그거다. 인면암 전체에서 10여 개나 되는 점이 그런 속도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이다.
거기까지였다.
할 수 있는 짓은 다 해 보았다. 써 볼 수 있는 스킬도 다 써 보았다. 그러나 불과 1~2초 만에 그 많은 점을 다 적중시키는 것은 무리!
아니, 어림 반 푼어치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20여 분.
“이제 시간이 없다. 아니, 이대로는 100시간이 남아 있어도 마찬가지야. 불과 1~2초 사이에 그 많은 점을 공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이런 결론은 진즉에 나와 있었다.
그럼에도 아크는 포기가 되지 않았다. 눈앞에 보물 상자―아마도―가 있다. 게다가 이 던전은 일단 밖으로 나가면 두 번 다시 들어오지 못하는 곳.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아니, 다른 던전이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던전은 유저에 맞춰진 인스턴스 던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던전이라면 아크에게는 없지만 다른 유저는 있는, 어떤 아이템이나 스킬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뭐 이런 과제도 파티원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둘러싸고 찔러 대면 되니까!―처럼.
그러나 이 던전은 오직 아크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돌려 말하면 아크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과제는 애초에 제시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답은 있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
‘그래도 일단 한 가지만은 확실해. 이건 단순히 점의 위치를 기억하고 빨리 대응하는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이전의 점도 그렇지만 역시 스킬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어. 이 던전의 모든 관문이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대체 어떤 스킬을 사용해야 한꺼번에 저런 점을 다 공격할 수 있지?’
아크는 아예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환영분신은 공격 능력이 없고, 갤럭시소드는 광역 스킬이라 그냥 해당 범위를 공격할 뿐이잖아. 그래도 점이 한 면에 모여 있으면 운 좋게 모두 맞을 때도 있겠지만 반대편에도 점이 있으니…… 그 외의 스킬도 마찬가지야. 이제 써 볼 만한 스킬은 다 써 봤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가 퍼뜩 머리를 들었다.
있었다!
아직 써 보지 않은 스킬이!
* * *
우주 개척지 외곽의 이름 없는 혹성.
네온사인이 깜빡이는 주점 안에는 이른 시간부터 각양각색의 외계인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알코올에 젖은 외계인들이 만들어 내는 와글거리는 소음 속에서 이따금씩 고성이나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하는 주점 구석, 심각한 표정의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확인해 봤나?”
“네,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이유는 알아봤나?”
“소문만 무성할 뿐입니다.”
소문이 무성하다. 아직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돌아오는 대답에 리더로 보이는 날렵한 인상의 사내가 답답한 한숨을 불었다.
“이건 공교롭다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 혹성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될 줄은…….”
“뭔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임무가 있어. 게다가 우리는 아직 이 혹성의 분위기도 잘 모른다. 무질서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짐승들에게도 나름의 룰이 존재하는 법. 아직 이방인에 불과한 우리가 섣불리 움직이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지. 그건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는…….”
한 사내가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어찌 됐든 그도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분의 아들입니다. 또 자신의 입장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도운 적도 있습니다.”
“알고 있다.”
날렵한 인상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건 우리끼리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일단 그분과 상의해 보겠다.”
* * *
-흠…….
붉은학살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시간이 애매하군. 나온 거냐? 쫓겨난 거냐?
“어느 쪽 같은데?”
-나야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뭐 그런 식으로 대답할 것 같았지. 빌어먹을 자식, 어째 친절하게 여기까지 데려다준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더군.”
-이유라니?
“모르는 척하지 마, 인마! 분명 저 던전은 네 말대로 유저에 따라 과제가 달라지게 돼 있지. 하지만 나름의 방식이 있어. 아마 각성 퀘스트를 받고 전사의 신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퀘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있었겠지. 아니냐?”
침을 튀겨 가며 붉은학살자를 다그치는 사람은 아크였다.
그러자 붉은학살자가 눈매를 좁히며 되물었다.
-어떻게 장담하지? 네 말대로 중간 과정을 생략했는데?
“간단하지.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었다면 너처럼 허접한 놈이 저 던전을 통과했을 리가 없으니까.”
-이 자식…….
붉은학살자가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아크를 노려보다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런 곳까지 데려와 줬는데 그런 생트집을 잡다니,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군. 뭐 좋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숨긴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퀘스트 도중에 던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는 없다. 다시 말해 나 역시 너와 같은 조건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레피드도. 네가 각성 스킬을 얻지 못했다면 그건 네 실력이 부족해서지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다.
“누가 못 얻었대?”
-……성공했다는 말이냐?
“당연하지. 너나 레피드도 한 걸 내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붉은학살자가 똥 씹은 표정으로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뭐 하자는 거냐, 지금? 실패한 것도 아니면서 나오자마자 내게 시비를 걸었다는 거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어쨌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일부러 숨긴 건 맞잖아. 치사한 놈! 너 인마,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이 자식이 그래도…….
붉은학살자가 울컥하며 입을 열다가 움찔하며 멈췄다.
그리고 가는 눈매로 아크를 훑어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이제 알겠군. 왜 뻔한 소리를 늘어놓는지. 그러고 보니 전사의 신전에 들어가기 전에 잘난 듯이 떠들어 댔었지? 나나 레피드보다 빨리 나오겠다고. 그런데 결과는 뭐, 보아하니 똥줄을 태우며 헤매다가 던전이 닫히기 직전에야 겨우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겠지. 그래서 괜히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거고 말이야. 뭐 그런 거라면 알았다. 내가 미안하다. 뭐라도 도움이 돼 줬어야 했는데. 설마 전설의 게이머씩이나 되는 네가 그렇게까지 똥줄을 태울 줄은 몰랐어. 됐냐?
붉은학살자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너무 심하군.”
그러자 레피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섰다. 그리고 아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녀석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아크. 너는 원래 머리가 나쁘잖아. 하지만 나는 믿고 있었다. 그런 너라도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든 해내리라고. 그런 잡초 같은 근성이 네 유일한 장점이니까.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한 말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네가 주제도 모르고 까분 게 어디 한 두 번이냐? 그러니까 난 이해한다. 음, 이해하지.”
-음, 좋겠군. 너그러운 동료가 있어서.
붉은학살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째 이런 쪽으로는 죽이 척척 맞는 붉은학살자와 레피드였다. 덕분에 아크는 큰 소리 떵떵 쳐 놓고 붉은학살자와 레피드보다 무능력자에,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트집을 잡는 치사한 인간에, 그럼에도 용서해 주는 친구를 둔 행운아―사실 이 부분이 가장 열 받는다―가 되었지만 뭐 상관없다.
일정 부분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훗, 너희들이 그런 말할 입장은 아닐 텐데?”
아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그런 말 할 입장이 아니라니?
“한 가지만 묻지. 너희들, 던전에서 각성 스킬을 만들었냐?”
-뭐 하러? 각성 스킬이 어떤 건지 이제 너도 알 텐데? 각성 스킬은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킬을 조합해서 만드는 거다. 당연히 조합하는 스킬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지. 그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스킬을 서둘러 선택할 이유가 없잖아.
붉은학살자의 말에 아크가 씨익 웃으며 끄덕였다.
“……그렇군.”
-그렇다니? 뭐가?
“너희들은 바보라는 말이다.”
-뭐야? 이 자식이 아까부터 정말! 한번 해 보자는 거냐?
“나야 상관없지만 후회할 텐데?”
-내가 왜 후회를 해?
“후후후!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자! 보아라! 미련한 것들! 그리고 너희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깨닫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크가 님프를 조작하며 소리쳤다.
《고대의 부름-Ⅱ》
당신은 우연히 발견한 메모리칩에서 찾은 단서로 오래전 4대 천족의 예지자가 훗날 닥쳐올 환란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전사의 신전을 찾아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지자들의 시험을 통과해 보다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새로운 힘을 각성했습니다.
그러나 예지자들의 안배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우주의 의지에 접속해 생명의 본질에 다가간 예지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잠재된 보다 큰 힘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후세의 사람들이 카르마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 힘의 비밀을 전승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힘이란 자격을 갖춘 자에게 주어져야 하는 법.
예지자들은 그 힘을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곳에 숨겨 두었습니다. 그들이 부여한 시련을 이겨 내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전사만이 찾을 수 있는 곳에.
※퀘스트 제한 : 고대의 부름 퀘스트 완료
어? 이, 이게 뭐야?
“이런 퀘스트를 대체 어디서?”
“우하하하! 그걸 모른다는 게 너희들이 바보라는 증거다.”
아크가 잔뜩 뻐기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거다! 이게 바로 지하 광장의 인면암이 제시한 마지막 과제의 보상! 바로 숨겨진 퀘스트였다. 《고대의 부름》 과 연결된 또 다른 각성 퀘스트 《고대의 부름-Ⅱ》!
그렇다. 무엇을 숨기랴!
아크는 기어코 인면암의 과제를 완료한 것이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성 스킬 덕분이었다.
아니, 애초에 인면암의 과제는 각성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완료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인면암의 과제는 최적의 각성 스킬 조합을 찾아내도록 도와주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크가 20여 분을 남기고 깨달은 게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만든 각성 스킬은…….
대체 뭐냐? 어떻게?
“비밀이다.”
……비밀이었다!
아크가 합성한 각성 스킬은 문자 그대로 필살기!
그리고 필살기란 원래 숨겨야 하는 법이다. 왜냐고? 트라이얼과 싸우면서 절감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기술도 이미 상대가 파악하고 있다면 효과가 반감하게 된다는 것을.
그런 걸 언제 적으로 돌아설지도 모르는 붉은학살자나 레피드에게 말해 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뭐 솔직히 그보다는 약 올리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더 많았지만 어쨌든!
“후후후! 이제 알겠냐? 모름지기 던전이란 말이지. 무식하게 돌파한다고 장땡이 아니야. 중요한 것은 달성도! 챙길 수 있는 것을 모두 챙기지 않으면 100개를 공략하든 1,000개를 공략하든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말이지. 나보다 던전을 빨리 나왔다고? 하! 그래서 뭐? 솔직히 빨리 나올 생각만 했으면 난 이미 10시간 전에 나왔어. 하지만 난 딱 알았지. 뭔가 있다! 그래서 그걸 찾느라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도 10시간이나 더 있었던 거야.”
……이건 뻥이다.
그러나 붉은학살자와 레피드는 아크가 어디서 《고대의 부름-Ⅱ》를 얻었는지조차 모른다.
아크가 뭐라고 하든 믿을 수밖에 없다.
아니, 10시간 전에 모든 관문을 통과했다는 말을 그대로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반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게 아크가 붉은학살자에게 구시렁댔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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