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89)
아크 더 레전드-489화(489/875)
[489] SPACE 5. 놈들이 온다! (2)그리고 떠오르는 퀘스트!
아크가 R-14에 온 이유는 자렌족을 데려가기 위해.
당연히 아크 역시 부룸 일족을 찾고 싶었다. 하물며 퀘스트까지 주어진다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세상일이 마음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부룸 일족이 실종된 곳은 우주.
게다가 전후사정을 생각하면 시간당 수백 광년을 이동하는 워프 항해 도중에 사고를 당했을 확률이 높다. 처음부터 사고가 예정되어 있던 우주선이니 그리 멀리 이동하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수~수십 광년, 엄청난 범위였다.
“뭔가 단서라도 있지 않으면…….”
“있네!”
젝슨이 기다렸다는 듯이 작은 종이뭉치를 꺼내 들었다.
“부룸 일족이 살던 숙소를 정리하다가 찾은 수첩이네. 부룸이 가끔 파이프 속으로 빨려 들어온 종잇조각을 모아 만든 모양이야. 훑어보니 일기처럼 적어 놓은 내용들이 많았는데, 언젠가 우주선이 생기면 찾아가 봐야겠다고 적어 놓은 혹성이 몇 개 있었네. 아마 부룸 일족이 사고를 당한 곳은 그 혹성의 항로의 중 하나일 거야. 한번 보게.”
젝슨이 수첩을 건네주었다.
-희망! 오오, 이 어린 아이들에게 희망을…….
꼬깃꼬깃한 종이에 적힌 글자, 왠지 눈물이 샘솟는다.
“알겠습니다.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정말인가? 오오! 고맙네! 부탁하네! 꼭!”
젝슨이 아크의 손을 꽉 움켜쥐고 눈물을 글썽였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캡슐 밖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 * *
-너!
전화기에서 폭음이 터졌다.
“우왓! 뭐, 뭐예요?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요!”
-지금 귀청이 문제가 아니잖아!
“에? 뭔 소리예요? 갑자기 전화해서?”
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액정 화면을 바라보았다.
액정에 떠 있는 이름은 권화랑, 현우의 아버지였다. 물론 아버지라도 아들의 귀청을 떨어뜨릴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좋은 말이 나갈 리가 없었다.
“흥, 한동안 내가 전화해도 받지 않더니 웬일이에요, 이런 늦은 시간에? 뭐 목소리를 들어 보니 대강 짐작은 가네요.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요. 아무리 게임 속이라도 유배지 생활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그런데도 고집을 피우더니, 이제 좀 힘들어지기 시작하나 보죠? 하지만 나도 할 만큼 했다고요. 그나마 내가 마틴 후작에게 부탁하지 않았다면…….”
-유배지 생활? 하! 여긴 천국이다.
핸드폰 너머에서 권화랑의 콧방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현우로서는 가소로울 뿐이다.
유배지 생활이 천국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뭐 그런 식으로 대답하는 이유는 뻔하다. 또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거겠지. 그리 생각하면 좀 안쓰러운 생각도 든다. 그래서 현우는 성심성의껏 위로해 주었다.
“잘됐네요. 그럼 간 김에 푹 쉬세요.”
-……역시 모르고 있군.
“응? 뭘요?”
-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냐?
“뜬금없이 전화해서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이에요?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냐니?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닐 시간이라도 있으면 좋겠네요. 얼마 전에 이큘러스 개발 사업을 시작해서 민선 씨도 만날 시간이 없는데 딴 데 돌아다닐 시간이 어디 있어요?”
-밖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게임 속! 그래, 게임 속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기에 그런 놈들이 널 죽이겠다며 설쳐 대느냐는 말이다!
“날 죽여요? 누가?”
-장보고, 아리온, 유진, 칼리라는 녀석들이다.
“그게 누군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권화랑이 답답한 목소리로 버럭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리 호통을 쳐도 현우의 기억 속에는 없는 이름들이었다.
그런데 기억에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물론 게임 속의 아크겠지만― 죽이겠다고 설친다니? 아버지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게 됐는지를 떠나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딱히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적이랍시고 나타나 시비를 걸어온 게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일일이 신경 쓰면 게임 못 한다.
현우는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뭘 그런 일을 가지고 전화까지 하고 그래요? 그보다 저 NPC하고 얘기하던 중이었거든요. 그리고 던전 좀 깨느라 어제도 거의 못 잤어요. 그러니까 나중에 제가 전화할게요.”
-아직 모르겠냐? 그냥 그런 일이 아니니까 전화한 거다.
“그냥 그런 일이 아니면요?”
-아까 얘기한 4명은 해적이다. 그것도 개척지에서 꽤 악명을 날리는 해적. 그런 놈들이 블랙시티라는 카오틱 혹성에서 다른 해적까지 모아서 너를 박살 내겠다며 이큘러스로 출발했다고! 내가 들은 것만 전함 6척에 소형 전투기 8기야! 그래도 별일이 아니란 말이냐?
“에? 에에에에? 가, 가만, 뭐라고요?”
이어지는 권화랑의 말에 현우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란 말인가? 듣도 보도 못한 해적들이 연합까지 결성해서 이큘러스로 가고 있다니?
게다가 전함 6척에 소형 전투기 8기? 이쯤 되면 이미 군대 수준의 함대가 아닌가?
“마, 말도 안 돼! 이큘러스는 은하연방의 영내에 있는 혹성이라고요! 해적이…….”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권화랑이 현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하지만 확실한 정보다. 그리고 놈들은 이미 20~30분전에 출발했어.
유배지에 있는 권화랑이 현우도 모르는 일을 이렇게 자세히 아는 이유는 현재 그의 부하인 국정원 요원 중 일부가 블랙시티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권화랑이 일으킨 산업 단지 점거 사건 당시, 모레이가 고용한 용병에게 죽은 대원들은 부활과 동시에 체포되어 권화랑과 함께 마테우스에 유배되었다.
그러나 생존해 있던 50여 명은 이명룡과 함께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오틱이 되어 이참에 루시퍼를 찾는 감시망을 카오틱 세계까지 넓히기 위해 블랙시티를 찾아간 것이다.
그때 보게 되었다.
-악당들에게 알린다…….
이런 문구로 시작하는 칼리 일당의 게시물을.
이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아크’에 대한 내용임을 알게 된 대원들은 바로 권화랑에게 연락, 그리고 다시 권화랑을 통해 현우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놈들이 이큘러스가 어디에 있는 어떤 혹성인지도 모르고 일을 시작했을 리가 없지. 그건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놈들은 이큘러스를 공격할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말이기도 하지.
권화랑이 말대로다.
당하는 입장이라면 모를까, 공격하는 입장에서 승산도 없는 싸움을 걸 리가 없었다.
놈들이 움직였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승산이 있다는 의미. 그리고 놈들에게 승산이란 결국 이큘러스가 그만한 대미지를 입게 된다는 말이다.
현우로서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뭐, 뭐야? 그놈들이 왜? 아니, 그놈들이 대체 누군데? 아무리 승산이 있어도 은하연방 영내의 혹성이다. 설사 성공해도 놈들 역시 무사할 수 없어!’
우주 개척지에서 만만한 상인의 우주선이나 터는 것과는 수준이 다른 일이다.
은하연방의 혹성을 공격하는 것은 은하연방에 대한 도전 행위. 그리고 은하연방이 한낱 해적 무리의 도전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해적 소탕에 군대가 동원되리라.
그들을 추적하는 바운티헌터의 등급의 달라진다는 말이다.
새삼스럽지만 보통 해적은 범죄도에 따라 추적하는 바운티헌터의 수준도 달라진다.
갤럭시안에서는 어느 정도 악명을 쌓으면 아예 전담하는 NPC 바운티헌터가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유저가 그렇듯이 NPC의 레벨과 우주선 등급도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당연히 악명이 자자한, 말하자면 범죄도가 높은 해적일수록 강한 NPC가 따라붙는다.
은하 3국의 영지 혹성을 공격하는 행위는 범죄도 최상!
그런 짓을 하면 거의 군대 규모의 바운티헌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런 범죄를 저지른 뒤에 NPC에게 당하면 은하계 끝의 페어리에 등록시켜 놨어도 등록이 강제로 해제되고 감옥으로 직행. 무지막지한 범죄도에 상응하는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때문에 아무리 막나가는 해적이라도 은하 3국의 영지 혹성을 건드리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한 놈도 아니고 네 놈이 그런 페널티를 감수하고 이큘러스를 습격하기 위해 몰려오고 있다니? 대체 왜? 놈들이 누구기에?
‘가만? 그러고 보니…….’
그때 문득 붉은학살자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발렌시아가 몇몇 유저들을 모아 오인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래, 발렌시아라면, 놈이라면 그런 짓을 하고도 남아. 게다가 아버지가 말한 해적은 4명, 거기에 발렌시아를 합하면 다섯, 오인회의 숫자와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놈의 배후에 호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만한 규모의 병력을 모을 수 있었던 것도 납득할 수 있어.’
거기까지 생각하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 자식이!”
-보아하니 이제 짚이는 사람이 생각난 모양이군. 뭐 그렇겠지. 해적이라도 이렇게까지 콕 찍어 공격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 하여간 네 녀석은…….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그 녀석이 멋대로 원한을 품은 거예요!”
-뭐가 됐든 사태는 심각하다.
그건 아버지보다 현우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이 타깃으로 삼았다는 이큘러스는 투자를 받아 개발하고 있는 혹성이다. 그리고 이미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건물을 세워 두었다. 만약 그 건물들이 파괴당하는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아크는 파산! 망하는 것이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우는 전화를 끊고 캡슐로 뛰어 들어왔다.
“붉은학살자, 서둘러라! 당장 이큘러스로 돌아간다!”
-뭐? 고대의 부름-Ⅱ 퀘스트는 어쩌고?
“지금 퀘스트나 할 때가 아니야!”
-무슨 말이야? 갑자기?
“이큘러스가! 이큘러스가 위험하다고!”
현우는 황망해하는 붉은학살자와 레피드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아수라를 이큘러스로 워프시켰다.
그리고 다시 캡슐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수라가 워프 항해에 돌입했지만 아무리 서둘러도 이큘러스에 도착하기까지는 하루의 시간이 걸린다. 게임 속의 위기지만, 당장은 게임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연방군이었다.
그러나 아크라고 마음대로 연방군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큘러스는 은하연방의 혹성, 해적의 침공을 받으면 당연히 연방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침공을 받았을 때 얘기.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런 정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연방군을 움직일 수 없다.
하물며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그러니까 실제로 게임 속에서 증거로 제시할 수도 없는 정보라면 말할 가치도 없다.
그래도 마틴 후작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면 연방군을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스타나로 가는 데도 20여 시간이 걸린다. 거기에 마틴 후작을 설득하는 데도, 연방군을 소집해 이큘러스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에 맞출 수 없어!’
현우는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생각하면 할수록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확인될 뿐이다.
지금까지는 이큘러스가 은하연방 영내에 있으니 공격받을 일이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상황에 직면하고 보니 착각이었다.
연방군이 지켜 준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사건이 터진 뒤에야 움직인다. 가까운 기지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최소 4~5시간. 사실상 그 4~5시간은 적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함 6척에 소형 전투기 8기의 화력이라면 이큘러스를 불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젠장! 먼저 방어 시설부터 건설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아니, 지금이라도!
당장 아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큘러스에는 전화로 연락할 수 있는 퍼거슨과 B가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방어 시설을 건설하거나, 놈들을 막을 수 있는 병기를 구비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현우가 밖으로 뛰어나온 이유가 그것!
“분명 뭔가! 놈들을 막을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거야!”
현우는 컴퓨터로 갤럭시안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혹성 방어 병기 목록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장 윗부분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병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이거라면…….”
다크스타Dark star
분류 : 혹성 기지 방어용 인공위성
혹시 영지 혹성이나 하이브를 가지고 계십니까? 그런 영지를 외적의 침공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다크스타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다크스타는 혹성 궤도에서 우주는 물론 대기권 내까지, 지정된 범위 내의 모든 비행물체를 요격할 수 있는 병기로 스텔스 탐지 기능까지 붙어 있어 어떤 적의 침입이든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전투용 인공위성입니다. 세부적인 대응 방식까지 자동으로 설정해 놓을 수 있어 별도의 인건비도 필요치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가 비용으로 탑재할 수 있는 옵션으로 스텔스 모드를 제공해 주제도 모르고 접근하는 적이 눈치채기도 전에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망설이지 마십시오!
※매진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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