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92)
아크 더 레전드-492화(492/875)
[492] SPACE 6. 이큘러스 전투 개막 (3)그럼에도 칼리는 아슐라트의 영내를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었다. 아슐라트 출신이라 그쪽 우주라면 뒷길, 샛길, 옆길, 심지어 개구멍까지! 아무리 국경 수비대라도 파악하지 못하는 침입 루트는 얼마든지 있었고, 칼리는 그런 루트를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하연방은 아직 칼리에게도 생소한 장소다.
그리고 이큘러스는 비록 은하연방과 개척지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고는 하나 엄연히 연방의 영내에 위치한 혹성. 그럼에도 칼리가 국경 수비대의 감시망을 피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호크 덕분이었다.
칼리는 이전부터 호크가 아크를 적대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살짝 찔러보니…….
-43134-341-13415-134143-334121…….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은하연방에 숨어 들어갈 수 있는 뒷길, 샛길, 옆길, 개구멍의 워프 좌표였다. 이게 칼리가 국경수비대의 피해 이큘러스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자, 이제…….”
그때 스크린 좌측에 작은 창이 연이어 떠올랐다.
워프 게이트를 통과할 때 일어나는 전자파의 영향으로 끊어졌던 통신이 복구된 것이다.
-무사히 도착했군.
“음, 김 선생…… 아니, 아리온.”
칼리가 얼른 말을 바꾸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에서는 선생님이지만 이곳에서는 악명이 자자한 해적이다. 때문에 이들은 갤럭시안에서는 서로 반말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뭐 어쨌든!
“저 혹성이다. 저 혹성이 학생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는 아크의 영지!”
-그래, 나도 보고 있다. 칼리, 네 말대로야.
아리온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큘러스를 보며 대답했다.
-처음 네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100% 공감하지는 못했다. 학생들이 연예인에 빠져 학업을 등한시한다고 연예인을 욕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왜인지 아나? 기말고사에 3명이나 빠졌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찾아봤더니 모두 게임방에 죽치고 있더군. 다른 시험도 아니고 기말고사에! 그래서 이러다가는 정말 인생 조진다고 말했더니 그러더군. 아크는 대학을 중퇴하고 게임 하나로 대기업 이사가 됐는데 굳이 대학은 가서 뭐 하냐? 어중간한 대학 나와 봐야 어차피 취직도 잘 안 되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잘하는 게임에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말이야.
-이제 네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
-놈은 사과다! 썩은 사과! 언젠가는 통 속의 모든 사과를 썩게 만드는 썩은 사과!
-그게 아크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썩은 사과는 골라내야겠지. 그게 우리 저스티스 버스터의 성스러운 의무!
-음! 이건 성전이다!
아리온과 장보고, 유진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이건 성전이다.’
사실 칼리는 약간 찜찜한 구석도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붙였지만 사실 아크를 박살 내기로 한 이유는 반 이상이 사감私感, 엄청 강한 놈이라니 한번 붙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런데 대의를 위해 조직한 저스티스 버스터의 힘을 이용하는 게 좀 찜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찜찜함도 털어 버렸다.
사실 그사이에 아크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은 아리온만이 아니었다. 칼리도 요 한 달 사이에 진로 상담을 하다가 아크라는 이름을 서너 번은 들었다. 뭐 어차피 학업에는 그다지 관심 없는 학생들이기는 했지만.
‘그런 녀석들에게 핑곗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곤란하다.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다니? 그런 건 허황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직접 보여 주겠다!’
“대장님!”
그때 부관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근처에서 우주선 1척이 탐지되었습니다.”
“뭐? 아크인가?”
“아니, 전함은 아닙니다.”
부관이 계기판을 조작하자 모니터에 탐지된 우주선이 확대되었다. 긴 원통 구조의 정찰용 우주선.
“어라? 이건……?”
칼리가 눈매를 좁히며 시선을 집중했다.
칼리는 이런 형태의 우주선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갤럭시안에서 이런 우주선을 사용하는 유저는 한 종류밖에 없었다. TV나 정보 사이트의 기자가 타고 다니는 우주선이다. 그리고 칼리의 기억이 맞다면 우주선에 찍혀 있는 마크는 게임특종의 로고.
“어떻게 할까요?”
“놔둬라.”
칼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와 말이지만 사실 그가 출발하기 하루 전에 블랙시티에서 동참할 해적을 모으는 광고를 내건 것은 단순히 병력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소문을 내기 위해.
새삼스럽지만 칼리가 이번 침공을 계획한 목적은 약탈이 아니다. 아크를 분쇄해 헛된 꿈에 사로잡힌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때문에 칼리 입장에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아크를 처리해서는 오히려 곤란하다.
대놓고 떠들어 댈 필요는 없지만 ‘알 만한 사람은 알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블랙시티의 모집 광고는 그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리고 기자가 이큘러스 근처에 미리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은…….
‘어느 정도 소문이 퍼졌다는 말이겠지.’
칼리로서는 바라던 바다.
‘그렇다면…….’
“대장님, 선단입니다! 이큘러스에서 선단이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칼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스크린에는 이큘러스를 등지고 수 척의 우주선이 막 워프 게이트를 벗어난 해적 선단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게 누구의 선단인지는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아크도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함대 전투준비!”
“전방에서 에너지 반응! 적의 주포입니다!”
칼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관의 목소리가 관제실에 울렸다. 뒤이어 섬뜩한 빛을 발하는 광선이 우주 공간을 관통하며 날아들었다. 그리고 일정 거리까지 도달하자 폭발을 일으키며 수십 개의 광선으로 나뉘어 해적 선단을 뒤덮었다.
“확산형 하전 입자포! 각 전함은 실드를 전개하라! 아리온! 선두로! 나머지는 유진을 중심으로 진형을 갖추고 주파수를 맞춰 실드를 중첩! 전투기를 보호하라!”
은하연방의 경계를 넘은 시점에서 이미 이곳은 적지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해적으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 임전 태세를 갖추고 있던 해적 선단은 유진의 전함 2척을 선두로 바로 대형을 갖추고 실드를 전개했다.
장보고, 아리온, 칼리, 그리고 용병으로 참가한 다른 해적까지. 6척의 전함이 실드를 전개하자 넓은 공간에 육각형의 실드가 중첩되며 거대한 성벽을 만들었다.
쿠콰콰콰콰콰!
그 위로 쏟아지는 무수한 섬광!
그러나 해적 선단의 실드에는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명성도 그렇지만 악명도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다른 유저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악명이란 그만한 힘을 갖추고 있기에 얻을 수 있는 것!
“……말은 필요 없다 이건가?”
칼리가 이를 드러내며 전방의 선단을 바라보았다.
“뭐 나도 여기까지 와서 쓸데없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쿨 한 놈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핫 하게 받아 줘야 예의지. 자, 개전開戰이다! 어디 해보자고! 가능하면 화끈하게! 전기全機, 주포 준비! 3! 2! 1! 발사!”
위이이이잉! 콰콰콰! 콰콰콰! 콰콰콰!
칼리의 목소리는 그대로 빛의 다발로 변해 뿜어져 날아갔다. 전투의 개막을 알리는 빛이었다.
SPACE 7. 비장의 무기 (1)
“전속 회피!”
아크가 소리쳤다.
그와 함께 창밖으로 보이는 별빛이 마치 쏟아지듯 한쪽으로 밀려나며 체중이 반대쪽으로 몰렸다. 급격한 회전으로 중력이 한쪽으로 쏠리며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쿠콰콰콰콰콰-!
그 직후, 여러 가닥의 빛이 뒤엉켜 만들어진 거대한 빛 기둥이 옆을 가로질렀다.
거리는 수백 미터 이상. 그리고 그 사이에 두껍고 견고한 우주선의 장갑이 가로막고 있음에도 후끈한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엄청난 고열의 에너지!
파직! 파직! 파지지지!
조명이 점멸하며 기기에서 자잘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아크의 우주선이 있던 자리를 관통하며 순식간에 저 멀리 사라져 가는 빛 기둥!
6척의 전함이 뿜어낸 주포가 겹쳐진 것이라 해도 스친 것도 아니고, 그저 수백 미터 떨어진 지점을 지나친 것뿐이다. 그럼에도 우주선의 기기에 전자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주포의 화력은 전함의 출력에 비례한다.
다시 말해 주포의 위력을 보면 전함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다.
‘뭐 하나같이 악명이 자자한 해적이라니 당연하지만…….’
해적의 전투는 ‘유저vs유저’보다는 ‘전함vs전함’으로 결판이 날 때가 많다. 따라서 유명한 해적이 꼭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유명한 해적=강한 전함 보유’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칼리 함대는 2척은 실버스타와 같은 4등급의 바스타드Bastard급, 나머지 4척은 그보다 큰 타이탄Titan급 전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투기를 제외해도 그런 전함만 6척!
‘하지만 문제는 적이 강하다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아군이 약하다는 것.
그게 문제의 핵심이다.
적이 강하다. 아군이 약하다. 같은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아크가 말하는 것은 그런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아군의 우주선이 기준 이하로 약하다는 말이다.
그건 방금 전의 상황으로도 알 수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아크가 내부 시설을 둘러보며 한숨을 불었다.
새삼스럽지만 지금 아크가 타고 있는 우주선은 실버스타가 아니었다. 상황이 다급해져 인원과 자금을 쏟아부어 부스터까지 발동시켰지만, 세상일이 언제나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아니,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부스터 효과 덕분에 개조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칼리 일당이 도착하기 전에 끝내지는 못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다른 우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아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도착한 라마와 아슐라트, 평의회의 연구진이 타고 온 우주선이었다.
물론 이건 아크의 우주선이 아니다. 그러나 칼리 일당을 막지 못하면 어차피 3국의 연구소와 연구원들도 끝장이다.
그리하여 3척의 우주선을 징발.
“선체를 점검하라!”
“각 기능 이상 무! 대미지는 없습니다!”
아크의 지시에 밀란이 계기판을 조작하며 대답했다.
아크는 앞서 이큘러스에 와 있던 엘라인과 쿠라칸, 친위대원과 함께 라마 우주선에 타고 있었다. 그리고 아슐라트와 평의회의 다른 2척은…….
“통신을 복구합니다!”
-아크, 괜찮냐?
“뭐 맞지 않았으니 당연히 괜찮지만…….”
-적의 화력이 상상 이상이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전투가 되겠어.
지직거리는 화면 속에서 말하는 사람은 레피드였다.
그는 T-20에서 스타 게이트를 통해 불러온 아스란과 그 부하 25명과 함께 아슐라트의 우주선을 타고 있었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이건 승산이 없는 전투야.
그때 레피드 옆으로 다른 화면이 열렸다.
얼굴 전체가 거친 수염에 뒤덮인 외눈의 중년인은 클렘.
-하지만 남자란 말이지. 죽을 자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야만 할 때가 있는 법이지. 뭐 그렇다고 죽을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안 그러냐?
-물론입니다!
-이제야 겨우 살 만해졌는데 죽긴 왜 죽습니까?
-용병의 첫째 덕목은 사는 것! 그래야 보수를 받을 수 있으니까!
-뭐 그런 거지.
클렘이 시거를 꺼내 물며 씨익 웃었다.
평의회의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은 그와 전 실버핸드 대원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아크 전력의 전부는 아니었다.
-다행이군.
윗부분에 창이 열리며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색으로 뒤덮인 전사가 스크린을 훑어보며 피식 웃었다.
이 사내는 말할 것도 없이 붉은학살자! 대삼각(△)의 상단 꼭짓점에 자리 잡은 붉은 기체 아수라를 타고 있는 것은 당연히 붉은학살자와 10여 명의 레드프론트 대원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공격을 주고받으면 힘의 차이는 알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힘의 차이가 명백하다면 분위기 파악도 못 하는 바보가 영악한 겁쟁이보다는 나아. 힘의 차이도 모르고 설쳐 대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만, 싸워 보기도 전에 겁부터 집어먹고 살아남을 생각만 하면 더 큰 문제니까. 그런데 네 부하들은 적어도 후자는 아닌 모양이군. 뭐 분위기 파악도 못 하는 바보인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붉은학살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창이 열렸다.
-무리! 무리! 무리! 무리야!
동시에 한 사내가 맹렬히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이큘러스로 돌아온 시점에서 아크가 동원할 수 있는 우주선은 아크와 레피드, 클렘이 타고 있는 수송선과 붉은학살자의 아수라, 이 4척이 전부였다.
반면 칼리 일당은 전함만 6척.
거기에 소형 전투기가 8기나 덧붙어 있었다.
수송선과 전함이라는 성능의 차이는 둘째치고, 일단 숫자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상전이라면 그래도 약간의 승산이라도 있다. 하지만 함대전은 유저의 실력보다는 기체의 성능과 숫자가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투다.’
때문에 아크는 칼리 일당의 정보를 입수했을 때부터 인터넷의 커뮤니티는 물론 T-20에서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용병을 모집했다. 이큘러스가 당하면 아크는 100% 파산이다. 돈을 아낄 때가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