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94)
아크 더 레전드-494화(494/875)
[494] SPACE 7. 비장의 무기 (3)이게 토네이도 탄!
공간에 폭풍을 일으켜 적기의 균형 제어 장치를 교란시키는 병기였다.
-지금이다! 기관포 전기 발사!
투콰콰콰! 투콰콰콰! 투콰콰콰! 투콰콰콰!
아수라의 기관포 4기가 불길을 뿜은 것은 그때였다.
그러나 전투기도 만만치 않았다. 폭풍에 휘말려 정신없이 회전하는 와중에도 연거푸 회피 동작을 취하며 아슬아슬하게 포탄을 비껴 나갔다. 그리고 다시 편대를…….
투콰콰콰! 투콰콰콰! 퍼펑-!
뒤이은 섬광에 전투기 1기가 연기를 뿜어 올렸다.
-……조금은 하는군.
-당연하지! 이 몸은 원래 저격수라고!
붉은학살자의 말에 그레온이 볼을 실룩거리며 소리쳤다.
우주선은 크든 작든 오너―선장―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었다. 오너가 전사라면 장갑이나 돌파력이 좀 더 상승해 근접전에 유리해지고, 에스퍼라면 토네이도 탄 같은 특수 화기의 효과가 증가한다. 그리고 그레온 같은 저격수는 명중률이 상승하는 것이다.
-우아아아! 덤벼라! 이 몸이 그레온이다!
그레온이 눈을 까뒤집고 난사하자 전투기들은 제대로 편대조차 갖추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각개전투로 전환한 것이었다.
투콰콰콰! 투콰콰콰!
동시에 사방에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포탄!
전투기가 전함보다 유리한 점은 기동력이다.
물론 항해 속도는 출력이 큰 전함이 더 빠르다. 그러나 급제동과 급가속, 급선회는 부피가 작은 전투기가 전함보다 월등한 것이다. 그런 기동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전법이 히트 앤드 런Hit and Run, 전함의 사정권을 아슬아슬하게 왕복하며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법은 특히 정밀사격을 특기로 하는 그레온 같은 유저를 상대할 때 효과적이었다.
-Lock on…… Target lost! Lock on…… Target lost!
-이런 젠장! 날파리냐!
그레온이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전투기가 기관포의 사정권을 오락가락하니 기껏 타깃을 잡아도 바로 놓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반면 전투기의 공격목표는 몇 배나 커다란 3등급 우주선!
투콰콰콰콰! 투퉁! 투퉁!
전투기가 포화를 뿜을 때마다 그레온함의 장갑이 움푹움푹 파여 들어갔다.
슬레이, 멜리나와 함께 밤낮 없이 사냥터를 돌아다니며 꼬깃꼬깃 모은 돈을 합쳐 겨우 장만한 우주선이 푹푹 파여 나가자 그레온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쿨럭! 내 우주선! 얼마 전에 새로 칠했는데!
-헷, 이래서 가난뱅이들은…… 그렇게 우주선이 소중하면 잘 포장해서 창고에 처박아 두든가, 전장까지 나와서 흠집 좀 생겼다고 질질 짜는 건 너무 찌질하지 않냐? 그리고…….
파크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소리쳤다.
-스톰 메이커!
퍼퍼퍼펑! 퍼퍼퍼펑!
파크함의 상부에서 수십 개의 파이프를 묶어 놓은 것 같은 물체가 솟아 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파이프에서 불길이 치솟자 수 킬로미터의 공간이 통째로 폭염에 휩싸였다.
2기의 전투기가 타격을 입고 튕겨져 나온 것은 그다음이었다.
-……나올 거면 제대로 병기를 갖춰야지.
파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레온, 자신 없으면 뒤에서 엄호나 하시지. 날파리 잡기는 이 몸이 할 테니까.
“안 돼! 진형을 흐트러뜨리지 마라!”
전장을 주시하던 아크가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현재 붉은학살자와 그레온, 파크함의 삼각(△) 진형은 아크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다. 3척의 사정거리와 범위를 고려해 각 함선의 사각死角을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형태로.
“놈들이 치고 빠지는 전법을 구사하는 이유는 진형을 깨뜨리기 위해서다. 그런 유인책에 넘어가면 안 돼. 진형이 흐트러지면 균형이 깨진다!”
-하, 하지만…….
“그대로 삼각진을 유지하며 회전한다!”
아크는 그레온의 목소리를 묵살하며 지시했다.
그와 함께 삼각(△) 형태로 배치되어 있던 3척의 우주선이 풍차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삼각진 주위를 날아다니는 전투기가 피격당하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바로 사정거리에 있었다.
‘놈들은 첫 번째 교전으로 우리 함대의 사정거리를 파악했다. 붉은학살자들의 함선이 고정되어 있으니 전투기의 기동성을 이용하면 그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왕복하며 치고 빠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붉은학살자와 그레온, 파크함의 사정거리는 각자 다르다. 하물며 이 3척이 간격을 유지하며 계속 위치를 바꾼다면…….’
사정거리도 계속 바뀐다는 뜻!
파크함의 확산형 포탄 ‘스톰 메이커’의 사정 범위를 벗어나도…….
투콰콰콰! 투콰콰콰! 퍼퍼펑-!
-우호! 맞았다! 우하하하! 맞혔다고!
측면에서 다가오는 그레온함의 사정권에 잡혀 포격을 당한다. 그리고 그 사정권을 피해 멀리 물러나면 파크함이나 붉은학살자 함을 공격하는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효과는 멀리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 개시 때부터 전방의 3척이 포진하고 있는 곳에서는 쉬지 않고 포화와 뿜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함선이 회전하기 시작하자 잇따르던 포화가 산발적으로 바뀌었다.
사정거리를 예측하기 힘들어졌으니 무턱대고 들어가면 당한다. 때문에 전투기들은 좀 더 신중해져 멀찍이 물러나 3척의 동향을 살피며 타이밍을 재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게 아크의 의도!
‘하지만…….’
아크의 얼굴에 불안감이 번졌다.
‘……아직은 눈치채지 못했어야 할 텐데.’
그러나 아크도 알고 있었다.
전투에서 요행을 바라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승리보다는 생존. 전사의 신전에서 배운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아크에게 필요한 것도 그것이다. 그리고 생존이란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레피드! 클렘!”
잠시 전장을 주시하던 아크가 무적함 Ⅱ, Ⅲ의 함장을 호출했다.
* * *
그때.
-이상하군.
칼리함의 관제실.
스크린 속에서 전장을 관망하던 아리온이 중얼거렸다.
“……눈치챘나?”
칼리가 슬쩍 시선을 들어 올렸다.
이에 아리온이 끄덕이자 칼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법 영악한 짓을 하고 있지. 안 그래?”
-그래, 나도 깜빡 속을 뻔했다.
-속아? 무슨 말이지?
유진의 질문에 아리온이 눈매를 좁히며 대답했다.
-놈의 진형 말이다. 놈은 전투기를 상대하기 위해 3척의 함선을 전진배치 시켰다. 이걸 나는 우리가 아직 본대를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크는 후열에 3척을 남겨 둠으로써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진이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때 좀 더 효과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후열 3척의 성능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아니라는 건가?
-아니다. 아마도 놈은…….
“우리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거야. 놈이 후열 3척의 전함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성능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야. 아니, 성능을 숨기고 있는 것은 맞겠지. 하지만 그건 우리의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본대가 움직이는 시간을 가능한 한 늦추는 게 놈의 진짜 목적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른 얘기지. 전자는 이기기 위한 작전이지만, 후자는…….”
아리온의 말을 받은 칼리가 입 끝을 치켜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한 작전이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간단하게 말하면 후열 3척은 빈 깡통이라는 말이다.”
-빈 깡통? 그게 무슨…….
“놈들의 움직임을 보고도 모르겠나? 교묘하게 눈속임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놈들은 전투기가 후열 3척의 전함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어.”
-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대로 후열 3척의 성능을 숨기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 않나?
“아니지. 생각해 봐. 전함과 싸울 때 전투기가 유리한 점은 딱 하나, 기동성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전투기가 전방 3척과 후방 3척 사이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아무리 빠른 전투기라도 전후방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으면 피할 도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칼리도 전투기를 전방 3척에 집중시켰다.
그런데 방금 전, 그 함선이 풍차처럼 회전하자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함선을 회전시키는 것은 사정거리를 재기 힘들게 만들기 위한 계책이다.
이건 분명하다.
여기서 문제는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느냐다.
물론 그런 작전을 사용하면 전투기를 요격하기는 쉬워진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문제라면 더 쉬운 방법이 있다.
후열 3척의 전함이 전투에 가담하면 된다.
칼리 함대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전열 3척의 포진을 살짝만 바꾸면 후열 3척과 함께 전투기를 포위하는 형태로 전황을 끌고 나갈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던 것이다. 이만한 전술을 구사하는 아크가 그 정도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아크는 전열 3척의 포진을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전투기의 히트 앤드 런 작전에 대응하고 있었다.
전투기를 진형으로 끌어들여 전열 함선과 협공하면 후열 전함의 전력을 그리 많이 노출되지 않음에도.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하나!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있어서가 아니야. 반대로 너무 뻔한 무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의. 그걸 숨기고 있는 것이다.”
칼리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깜빡 속았어. 나타나자마자 내지른 주포, 거기에 전함 옆에 적혀 있는 무적함이라는 이름. 그건 모두 우리를 착각하게 만들기 위한 포석이었어. 놈들에게 뭔가 있을 거라는. 말하자면 허장성세虛張聲勢. 하! 명색이 교사라는 우리가 그런 하찮은 장난에 놀아나다니! 역시 전설의 게이머라는 칭호를 거저 얻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군.”
-하지만 그게 진짜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그래, 상대는 전설의 게이머라고까지 불리는 자다. 네 말대로 그런 칭호는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 터. 미리 우리의 침공을 알고 있었다면 그만한 힘을 갖춰 놨을 거야.
“그것까지 염두에 둔 속임수인 거지.”
칼리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확실히 놈은 그만한 명성이 있다. 하지만 악명이라면 우리도 만만치 않지. 잊었나? 우리가 누구인지? 과연 유저 중에 우리 넷과 싸우겠다며 전투에 참가할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게다가 아크는 이제 막 영지 혹성 개발을 시작했다. 그런 놈이 전함을 몇 척이나 가지고 있을 리가 없어. 화물선이라면 모를까.”
-화물선? 설마…….
“그래, 저 형태, 꽤 낯익지 않나? 무적함이니 뭐니 적혀 있어 나도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이제 제대로 보이는군. 외장은 속일 수 있어도 구조는 속이지 못하지. 그리고 저 구조는 절대 전함이 아니야. 수송선이나 화물선 쪽에 가깝다.”
-하지만 너무 쉽게 단정하기에는…….
“확인해 봐야지.”
칼리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뇌제의 심판 준비! 포각砲角을 3시 방향 25도로 고정하라! 발사!”
웅웅웅웅! 콰지지지! 콰콰콰콰콰!
칼리함의 선수에서 거대한 빛 줄기가 폭사된 것은 그때였다. 가지처럼 주위로 작은 스파크를 튀기며 뻗어 나가는 거대한 벼락! 이게 칼리함의 주포 뇌제의 심판이었다.
그 주포가 향하는 곳은 그레온함!
쩌쩌쩌쩡-!
그레온함의 실드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주포는 기관포의 몇 배에 달하는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공격력은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칼리 함대가 주포 공격을 자제하고 있었던 이유가 그 때문이다. 주포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무기. 개전開戰할 때는 기선제압을 위해 한 방 쏴 줬지만 어차피 큰 타격을 입히지도 못하는 거리에서 남발할 무기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뇌제의 심판도 뻗어 나가는 사이에 위력이 반감되어 그레온함의 실드에 약간의 균열을 만드는 타격밖에 입히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3, 4, 5호기! 돌입하라!”
그레온함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사이.
칼리의 지시를 받은 3기의 전투기가 빈틈을 비집고 후열 함대로 접근했다.
“자! 가면을 벗어라, 아크!”
투콰콰콰! 투콰콰콰! 투콰콰콰!
칼리의 고함이 그대로 포탄으로 변해 후열 전함에 박혀 들었다.
전함 주위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스파크!
새삼스럽지만 실드라고 모든 공격을 막아 주는 것은 아니다. 실드란 일종의 갑옷. 대미지를 경감시켜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때문에 일단 한 번 공격을 해 보면 실드나 장갑의 성능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후열 전함이 피격되는 장면을 확대시켜 지켜보는 칼리의 눈에는…….
“그럴 줄 알았다!”
무수한 우주선을 격침시켜 본 칼리다.
포탄에 파여 들어가는 장갑의 질감만 봐도 안다. 그 장갑이 두께나 견고함은. 그리고 그런 칼리의 경험상 후열의 전함은 무적함이라고 불릴 만한 우주선이 아니었다.
아니, 전함조차 아니었다. 전함을 가면을 쓴 수송선!
칼리가 이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전기! 준비하라! 타깃은 방금 전 전투기가 타격한 무적함-Ⅱ! 주포 발사!”
위이이이잉! 콰콰콰! 콰콰콰! 콰콰콰!
기수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던 5척의 함선이 우레와 같은 굉음을 뿜으며 빛을 뿜었다. 그러자 전투기와 교전하던 전열의 함선이 황급히 실드를 펼치며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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