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498)
아크 더 레전드-498화(498/875)
[498] SPACE 8. 실버스타! (4)붉은학살자와 그레온, 파크함이 포탄을 쏟아붓자 ‘소닉소드’에 맞고 밀려나던 전투기는 그대로 산산이 분해되다가 곧 폭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8기로 편대를 이루고 있던 전투기 중 7기가 격추되자 남은 1기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허겁지겁 아크 함대의 사정권 밖으로 도주했지만 뒤이은 실버스타의 ‘피어싱’에 적중되어 한쪽 날개를 잃고 허우적대다가 집중포화에 휩싸여 공중 분해되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아크의 눈이 이번에는 칼리 함대로 향했다.
아크는 이번 방어전을 위해 기뢰 외에도 다른 작전을 준비해 두었다. 애초에 기뢰만으로 연방군이 도착할 때까지 칼리 함대를 묶어 두기는 힘들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 작전을 준비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문자 그대로 최후의 수단. 실행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필연적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작전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놈들이 이미지 웨폰에 당황하고 있을 때 승기를 잡아 둬야 한다! 아무리 이미지 웨폰을 사용할 수 있어도 6척의 전함과 전면전을 벌여 이길 수는 없겠지. 하지만 1척이라면! 1척이라도 줄여 두면 승산을 높일 수 있다!’
“헤겔, 이대로 적의 본대로 돌진한다!”
겁 대가리를 상실한 아크는 칼리 함대를 향해 돌진했다.
칼리 함대와 아크 함대는 서로의 사정권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약간만 상대 진영으로 이동하면 사정권. 역시나 방향을 전환하기가 무섭게 칼리 함대에서 포격을 퍼부었다. 6척의 전함이 집중 포화를 쏟아부으니 공간이 포탄이 뒤덮였다.
그 포탄이 실버스타를 뒤덮는 순간!
“환영분신!”
아크가 우렁차게 소리쳤지만…….
-포스가 부족합니다!
《이미지 웨폰은 사용자의 정신 에너지로 발동됩니다. 따라서 스킬 사용에 필요한 포스가 부족하면 발동되지 않습니다.》
“에? 에에에?”
생각도 못 했던 메시지!
아크가 황망한 표정을 떠올리자 토트가 버럭 소리쳤다.
-이런 멍청한 자식! 넌 바보냐? 이미지 웨폰의 에너지는 네 포스다! 그리고 이미지 웨폰을 통해 네 스킬을 발현시키는 것은 전함! 당연히 네가 쓸 때의 몇 배에 달하는 정신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랬던 것이다!
아크가 ‘이미지 웨폰’으로 스킬을 발동시킨 횟수는 고작 다섯 번. 그조차 그리 포스 소모가 심하지 않은 스킬이었다.
그러나 아크가 직접 사용할 때와 달리 몇 배에 달하는 포스를 잡아먹는 ‘이미지 웨폰’으로 스킬을 발동시킨 탓에 포스가 바닥나 버린 것이다.
아니, 포스만이 아니었다.
아크는 한껏 업되어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예전에 ‘이미지 웨폰’을 시연했던 토리처럼 몸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었다.
“헤, 헤겔…… 도망…… 아우! 아우!”
아크가 선장석에 널브러지며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나마 다행은 지금 실버스타를 조종하는 직원이 회피에 특화되어 있는 헤겔이라는 점이었다.
헤겔은 아크가 널브러지는 와중에도 ‘탄도 예측 연산’ 스킬을 발휘해 큰 피해 없이 실버스타를 후퇴시켰다. 그나마 사정권 경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크는…….
“아우! 아우! 친위대, 무적함-Ⅱ의 승무원을…… 아우! 다 됐나…… 그럼 일단 후퇴…… 이렇게 되면 최후의…… 아우! 아우! 최대한 거리를…….”
헥헥거리며 함대를 퇴각시켰다.
* * *
“뭐냐, 저놈은?”
칼리가 어이없는 눈으로 실버스타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실버스타가 보여 준 움직임은 칼리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수많은 함대전을 치러 왔지만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전함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더 황당한 건 그다음이다. 마치 그대로 결판을 내자는 식으로 덤비더니 포격을 가하자마자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 버리는 것이다.
-칼리, 대체 저 전함은 뭐지?
“몰라. 하지만…….”
아리온의 말에 칼리가 고개를 저었다.
난생처음 보는 장면이다. 칼리라고 실버스타에 무슨 장치가 붙어 있는지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로써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놈이 전설의 게이머라는 것이다.”
칼리가 가는 눈매로 실버스타를 좇으며 말했다.
“그래서다! 우리가 놈을 쓰러뜨려야 하는 이유가! 전설의 게이머 아크! 놈을 지칭하는 그 이름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학생들은 돌아오지 않아!”
-그렇겠지.
-이제 우리도 확실하게 알았다.
-놈은 위험해.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너무 위험한 존재다.
“그래, 여기서 끝장을 내야 해!”
칼리가 부하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쫓아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여기서 놈을 꺾어야 한다!”
SPACE 9. Last Order (1)
“……빌어먹을.”
칼리의 얼굴에 짜증이 솟았다.
8기의 전투기가 모두 격추당했을 때도 칼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무적함-Ⅰ, Ⅱ, Ⅲ는 그렇다 쳐도 아수라와 나머지 2척은 준전함급으로 분류되는 3등급 전투선이다.
전투기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함대가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8기의 전투기는 기대 이상의 전과를 올려 주었다. 비록 전멸했지만 수송선이지만 무적함-Ⅱ를 격침시키고 다른 함선에도 적지 않은 대미지를 주었으니.
그러나 전투기의 역할을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본대.
칼리와 장보고, 아리온, 유진의 몫이었다.
그리고 다시 추격을 재개했을 때 칼리는 곧 결판을 지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전 작업으로 이제 이 지역에 깔린 기뢰의 정보는 대강 파악했다. 그리고 같은 기뢰라도 데이터를 입수하면 광학 스캐너의 탐지와 해체 속도가 증가한다.
물론 그래도 무수히 깔린 기뢰의 해체 작업을 하며 항해 속도를 유지하기는 무리지만…….
‘기뢰 밭이라도 어차피 추격은 놈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 가는 것이다. 처음처럼 모르고 따라 들어왔을 때라면 모를까, 기뢰 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놈들이 지나간 궤도를 똑같이 따라붙으면 기뢰에 당할 걱정은 없어. 뭐 놈들의 함선이 우리 전함보다 작으니 걸리는 기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경계선의 기뢰는 많지 않을 거다. 그 정도는 광학 스캐너를 앞세워 궤도의 경계를 훑으며 진군하면 항해 속도를 유지하며 처리할 수 있어.’
거치적거리기는 한다.
그러나 이제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칼리 함대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큘러스를 몽땅 기뢰로 뒤덮어 놨을 리가 없다.
기뢰가 깔린 곳은 일부 지역.
이대로 추격하면 곧 기뢰 밭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그때는 GAME OVER다!’
새삼스럽지만 칼리 일당은 해적이다.
도망가는 사냥감을 추격해 숨통을 끊는 게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해적선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항해 속도다. 일단 따라잡아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다른 기능을 포기하더라도 항해 속도는 한계까지 올려놓는 것이다. 칼리 함대 역시 마찬가지. 일단 기뢰 밭만 벗어나면 놈들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
‘이제 곧이다!’
우우우웅! 콰콰콰콰!
‘이제 곧이다!’
우우우웅! 콰콰콰콰!
‘이제…… 빌어먹을! 왜 거리가 좁아지지 않는 거야!’
추격을 재개한 지 50여 분, 처음에는 당장이라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50여 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크 함대는 아슬아슬하게 사정권 경계 너머에서 항해하고 있었다.
300~400미터.
딱 그 거리만 좁혀도 놈들의 엉덩이에 포탄을 박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 거리가 좁아지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바보가 된 기분이군.
아리온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지역의 기뢰는 그냥 대충 흩어 놓은 게 아니었어. 아크는 이 기뢰 밭 내부에 길을 만들어 놓았어. 자동차 경주장의 트랙처럼 커다란 원형의 길을. 지금 놈들은 그 길을 따라 원을 그리며 회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뒤를 쫓고 있는 거고.
이게 아크 함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였다.
칼리 함대는 아크 함대보다 항해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그건 직선 항해가 가능할 때의 얘기다. 그리고 거치적거릴 것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곳은 기뢰 밭이다. 이 지역의 모든 기뢰를 파악하지 못하는 한, 아니, 파악해도 달라질 게 없지. 어차피 기뢰 밭 속에서 함대를 움직일만한 공간은 지금 아크 함대가 항해하는 궤도밖에 없을 테니까,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때문에 칼리 함대도 원을 그리며 뒤쫓을 수밖에 없다.
직진할 수 없다. 이건 업그레이드를 반복해 한계치까지 올려놓은 항해 속도를 발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게 아크 함대와 거리가 좁아지지 않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다른 루트로 갈 수도 없다.
이곳은 기뢰 밭. 아마 아크 함대가 이동하는 궤도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무수한 기뢰가 깔려 있을 테니까. 그러니 ‘▷▷▷’ 형태로 늘어서서 이동하는 아크 함대의 뒤를 ‘▷▷▷’ 형태로 늘어서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대로 놈들의 꽁무니를 쫓아가기만 해서는 우리는 결코 놈들을 따라잡지도, 이 기뢰 밭을 벗어날 수도 없어. 그저 끝없이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다. 그로 인해 놈들이 얻으려는 바로 무승부! 그게 이 기뢰 밭의 진짜 목적이다.
“무승부…….”
칼리가 입술을 실룩거렸다.
“내가 그런 것을 용납할 것 같은가?”
-칼리, 이건 용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을 확인해 봐라. 벌써 전투를 시작한지 2시간 반이 넘었다. 연방군이 여기까지 오는 데 4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해도 이제 1시간 반밖에 남지 않았다. 아니, 시간은 상관없어. 말했듯이 이곳에서는 놈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러니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러날 타이밍을 놓치면 무승부조차 힘들어져.
“지금 물러나면 무승부가 된다는 건가?”
전함 6척에 전투기 8기를 끌고 여기까지 날아왔다. 그런데 고작 준 전함 3척, 수송선 3척으로 구성된 함대―나중에 실버스타가 추가됐지만―와 무승부?
뭐 수송선 1척은 격침시켰지만 그사이 전투기 8기를 잃었으니 전과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우린 아직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했어! 누가 봐도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도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물러난다니, 그건 무승부조차 아니야! 패배다!”
칼리가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가? 헛된 망상에 젖어 있는 학생들에게 아크의 몰락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아크의 명성은 더 높아지겠지. 아크의 힘이 진짜라고! 역시 아크는 대단하다고! 그렇게 떠들어 대겠지!”
-사실이지 않나.
“뭐?”
-난 아크를 무시했다. 전설의 게이머니 뭐니 해 봤자 어차피 애들 얘기. 실체는 그저 남들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해서 레벨이 높고 장비품이 좋다 보니 강하게 보이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어. 놈은 강하다. 레벨이나 장비품의 문제가 아니야. 캐릭터도 아니다. 아크라는 남자, 그가 강한 것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난 인정할 수 없다!”
칼리가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아리온, 너는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이라 너무 넓게 보는 경향이 있어. 그래, 아크가 우리의 예상보다 영악한 놈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남자의 강함은 그런 것이 아니야. 남자의 강함은 좀 더 단순한 것이다. 아직 아크는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어. 적어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식의 결말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아리온의 말을 끊은 사람은 유진이었다.
-우리들,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착각? 무슨?
-우리가 함대를 이끌고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 아크를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였지. 그건 아크를 죽인다고 달성되는 목표가 아니야. 아크와 교전하는 사이에 잊고 있었지만 원래 우리의 목표는…….
유진이 모니터에 비치는 혹성, 이큘러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리온이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이큘러스를 타격할 방법도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들어와 있는 곳은 기뢰 밭이다. 아크의 목적이 무승부라면, 우리가 퇴각로를 만들기 위해 기뢰를 해제하면 방해하지 않겠지. 하지만 이큘러스 쪽의 기뢰를 해제하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긴 원형의 통로. 우리가 항해를 멈추면 기뢰 해체 작업을 하는 사이에 아크 함대가 계속 진격하면 결국 우리의 후미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후미, 경우에 따라서는 앞뒤에서 포격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기뢰 밭이라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전투는 우리의 패배를 더 확실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
-방법은 있다.
유진이 자르듯 대답했다.
-놈들이 돌아오기 전에 기뢰 밭을 벗어날.
그리고 유진의 설명이 이어지자 칼리와 장보고, 아리온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하, 하지만 그런 방법은…….”
-내가 꺼낸 얘기다. 그러니 임무도 내가 맡겠다. 물론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다. 저스티스 버스터에 들어올 때부터 그런 각오는 하고 있었어. 모든 것은 전자 세계의 노예가 되어 방황하는 이 시대의 학생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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