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501)
아크 더 레전드-501화(501/875)
[501] SPACE 1. 결전 (1)웅웅웅웅.
백색 검광이 어둠 속에서 두 사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1명은 이퀄라이저를 들고 있는 아크. 그리고 다른 1명은 수백만의 유저들이 활보하는 은하계에서도 최강자로 손꼽히는 7인 중 하나, 세븐 소드의 칼리!
“카프레 검술 4식, 피어싱!”
그러나 아크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상대의 지위나 명성 따위는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기까지 와서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다. 이미 몸은 충분히 예열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전력투구! 그 말 그대로 아크는 자신의 몸을 던지듯이 칼리를 향해 폭사시켰다.
챙-!
뒤이어 울리는 쇳소리!
“흠, 생각보다 성급한 녀석이군.”
칼리의 여유 있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 사이의 공간에서는 이퀄라이저가 수레바퀴를 닮은 칼리의 무기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 기습적으로 펼친 피어싱이 저지당한 것이다. 그러나…….
‘……걸렸다!’
아크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피어싱이 통하지 않을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아크의 노림수는 그다음. 검과 수레바퀴가 격돌하는 순간 아크는 바로 교묘한 손목 스냅으로 이퀄라이저를 회전시켰다. 그러자 마치 자석에 붙은 것처럼 칼리의 수레바퀴가 이퀄라이저의 궤도를 따라 움직였다.
이 일련의 동작은 ‘디펜스 브레이크’!
적의 방어를 해체시키며 중심을 무너뜨리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게 그냥 스킬만 발동시킨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기술은 아니었다. 상대가 마주쳐 오는 힘의 방향을 읽고 격돌하는 순간의 정확한 타이밍을 잡아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투 중에 그런 타이밍이나 완급 조절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밍을 놓쳐 버리면 역공당할 위험까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적, 특히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적을 상대로 함부로 남용할 수 없는 기술이다.
그러나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적이 막을 수 있는 공격을 펼쳐 의도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게 만든 뒤에 ‘디펜스 브레이크’로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바로 지금처럼!
‘전투는 기선제압이다!’
수레바퀴를 밀어내자 칼리의 몸이 훤히 드러났다. 순간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반전시켜 칼리를 공격하려는 찰나!
위이이잉! 카카카카!
갑자기 수레바퀴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했다.
동시에 이퀄라이저의 검신이 마치 그라인더에 갈리는 것처럼 무수한 불똥을 튀기며 반대쪽으로 튕겨 날아갔다.
뜻밖의 반탄력에 중심을 잃은 아크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이, 이게 무슨……?”
“성급함은 항상 실수를 부르는 법이지.”
칼리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다가왔다.
“의도는 좋았다만 아무리 그래도 상대의 무기가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면서 무턱대고 돌진하는 건 아니지. 방금 전에 내가 날려서 공격하는 것을 보고 원거리 무기라고 착각한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 금강륜金剛輪은 굳이 따지자면 근접용에 가까운 무기지.”
철컥! 철컥! 위이이잉!
칼리가 수레바퀴, 금강륜을 들어 올리자 외륜外輪을 따라 날카로운 칼날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회전!
회오리를 일으키며 가속에 가속을 더하는 금강륜은 순식간에 형태가 사라지고 하나의 원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귓가를 자극하는 파공음만이 그 원판이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금강륜 앞에서는 어떤 방어도 무력하다!”
쩡! 쩡! 쩡! 쩡!
칼리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마치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자동차 바퀴와 같은 회전력! 검 자루를 양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어도 그 회전력에 의해 금강륜에 닿기가 무섭게 튕겨 날아가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힘을 주면 줄수록 반탄력도 강해져 손아귀가 찢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문자 그대로 방어 불가! 금강륜의 무서움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큭! 뭐 이런 무기가…….”
카카칵!
-대미지 48!
고속으로 회전하는 칼날!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대미지가 들어온다.
한번 수세에 몰리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막을 때마다 검이 튕겨 날아가는 탓에 자세가 무너져 번번이 반격할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다.
새삼스럽지만 금강륜은 직경이 60~70센티미터 정도 되는 수레바퀴 형태의 무기. 거기에 고속의 회전이 더해지니 그 자체가 방패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크에게도 있었다.
어떤 방어도 뚫을 수 있는 스킬이!
아크가 번쩍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브레이크키네시스!”
동시에 눈동자에 모여드는 푸른빛!
그러자 수상한 낌새를 느낀 칼리가 공세를 멈추고 금강륜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브레이크키네시스’는 포스를 진동시켜 공간을 폭발시키는 기술. 고속으로 회전하는 금강륜이라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적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기술도 아니지만.
퍼펑-!
“크윽! 뭐, 뭐냐?”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나자 칼리가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 시간은 불과 1초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칼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아크는 이미 칼리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있었다.
“어디서 얕은 수작을!”
칼리가 노성을 터뜨리며 금강륜을 휘둘렀다.
그러나 한순간이라도 눈을 감았던 칼리는 이미 타이밍을 잃은 상태. 그리고 아크는 그런 눈먼 공격에 맞을 정도로 수준 낮은 유저도 아니었다.
위이이잉! 콰콰콰콰!
살짝 속도를 늦추자 고속으로 회전하는 금강륜이 아슬아슬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가며 바닥을 긁었다. 그제야 실수를 깨달은 칼리가 황급히 금강륜을 들어 올렸다.
“이런 빌어먹을!”
“상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나만이 아니다!”
아니, 들어 올리려는 찰나! 아크의 목소리와 함께 백색 검광이 금강륜을 내리쳤다.
여전히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어 이퀄라이저는 이전처럼 튕겨 나왔다. 그러나 금강륜 역시 이퀄라이저와 충돌하며 반대 방향으로 튕겨 다시 바닥에 처박혔다.
금강륜이 평범한 무기였다면 딱히 문제 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금강륜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칼날! 위에서 충격이 가해지자 바닥의 강철판을 가르며 파고 들어갔다.
카카카카! 카카카! 카카! 카…….
불길을 일으키던 금강륜의 회전이 약해지다가 우뚝 멈춰 섰다. 칼리가 다급한 표정으로 힘을 썼지만 금강륜은 움직이지 않았다. 강철판을 파고 들어가다가 회전이 멈추는 바람에 끼어 버린 것이다.
“이게 무기만 믿고 설쳐 댄 결과다.”
아크가 낑낑대는 칼리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동시에 백색 검광을 뿜어 올리는 이퀄라이저가 큰 원을 그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크의 필살기, 갤럭시 소드의 기수식이었다.
거리는 불과 1미터. 뿐만 아니라 칼리는 무기까지 봉쇄되었다. 이 거리에서! 이 상황에서! 세상 누구라도 갤럭시 소드를 막을 수 없으리라. 일단 발동시키면 확실하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 일격으로 완벽하게 승기를 잡았다!’
“카프레 검술…….”
윙윙윙윙. 윙윙윙윙. 윙윙윙윙.
그때 아크의 귓가에 물체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 금강륜이 내던 소리였다. 그러나 칼리의 손에 들린 금강륜은 바닥에 박혀 회전이 멈춘 상태. 그럼에도 아직 그런 소리가 울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뒤에서!
‘서, 설마……?’
윙윙윙윙! 부아아아앙-!
아크는 스킬을 캔슬하고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날카로운 뭔가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그 직후였다. 이때까지도 아크는 목을 긁고 지나간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정체를 확인한 것은 몸을 굴리며 수 미터 물러나 칼리를 향해 시선을 돌린 다음이다.
“호오. 피했나?”
칼리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칼리의 손에는 2개의 금강륜이 들려 있었다.
하나는 아크와 싸울 때 사용한 금강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방금 전 아크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 그것!
“……2개?”
“말했잖아. 상대의 무기가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면서 무턱대고 돌진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하지만 반사 신경만큼은 인정해야겠군. 그런 상황에서 이 공격을 피하다니. 이 공격을 피한 것은 네가 처음이다. 대부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당했지. 하지만…… 뭐 네 명성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겠지. 명성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칼리가 도발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며 덧붙였다.
“그렇지 않나? 전설의 게이머 아크.”
“……!”
아크의 어깨가 움찔했다.
전설의 게이머라는 칭호는 뉴월드에서 얻은 것이다.
그리고 아크가 ‘그’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동료들 중에서도 레피드와 붉은학살자 정도밖에 없다.
그런데 처음 보는 칼리가 전설의 게이머를 운운하는 것이다. 확신에 차 있는 표정을 보면 그냥 넘겨짚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역시 호크의 사주를 받은 건가?”
“사주? 웃기는군. 네 정체를 호크에게 들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하수인 역할이나 하는 사람이 아니야. 확실하게 말해 두지. 이 전투는 오직 나, 칼리의 의지다.”
“그렇게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고?”
“뭐?”
“이런 짓을 해서 네가 얻을 수 있는 게 뭐지? 설사 이큘러스를 약탈해도 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불과 몇 톤의 자원뿐이다. 고작 그 정도의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은하연방의 영지를 공격한다니, 너무 무리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지금이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게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을 정말 네 의지로 선택했는지.”
“호크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칼리가 피식 웃으며 끄덕였다.
“그래, 뭐 결과적으로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내가 모르는 것?”
“내게도 꼭 너를 밟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 그것도 최대한 비참하게!”
칼리가 아크의 말을 끊으며 양팔을 들어 올렸다.
2개의 금강륜이 좌우에서 동시에 회전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
투투투투! 투투투투! 핑-! 핑-!
칼리함 내부에서 아크와 칼리의 접전이 시작했을 때.
외부 갑판에서는 격렬한 총격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EMP에 의해 모든 전함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아크와 함께 칼리함을 급습한 친위대원과 해적들의 총격전이었다.
이 두 부대는 입장이 뒤바뀌어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총격전이 벌어지는 곳은 칼리함, 해적들의 전함이다. 원래대로라면 해적들이 갑판에 방어진을 펼치고 습격해온 친위대원을 맞아 싸우고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 전투는 친위대가 갑판에 방어진을 펼치고 해적과 맞서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아크 때문이다.
아크는 EMP가 발동하자마자 ‘우주 비행’을 이용해 칼리함에 돌진. 밖의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갑판으로 나오는 해적을 족족 우주 공간으로 밀어내 버렸다.
덕분에 아크의 뒤를 따라온 친위대는 도착하자마자 칼리함의 갑판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효과는 상당했다.
칼리함을 급습한 아크의 부하는 엘라인, 밀란, 베라드 등 친위대 11명. 반면 칼리함의 해적은 60여 명이나 되었다.
11 대 60.
일반적인 전투였다면 승산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는 병력 차이였다. 그러나 이곳은 평범한 전장이 아니었다.
전함 주위는 무중력의 우주 공간.
“빌어먹을! 이래서는…….”
우주 공간으로 밀쳐진 해적들이 이를 갈아붙였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상태로는 몸을 완전히 고정시킬 수 없다. 물속에 있는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몸이 제멋대로 회전하거나 어딘 가로 둥둥 떠내려가는 것이다.
본래 우주전은 해적의 주특기다.
그러나 해적들의 전투는 대부분 함대전, 백병전이 벌어져도 대부분 적함에 난입해 싸우는 쪽이었다.
이런 식으로 먼저 기습을 받아본 경험도 없을뿐더러, 우주 공간에서 총격전을 치러 본 경험은 없는 것이다.
그나마 통신이라도 할 수 있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EMP의 영향으로 님프의 통신 기능이 마비됐지만 사실 그건 님프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계기 역할을 해 주는 우주선이 정지한 탓에 통신이 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님프의 단파 통신(중계기를 거치지 않고 님프에서 단파短波를 발산해 대화를 전달하는 근거리 통신 방식.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우주 공간 같은 장소에서 많이 사용된다.)은 사용할 수 있었다.
“젠장! 이렇게 되면 난사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우왓! 멍청한 자식! 무슨 짓이야?”
“얻다 대고 쏘는 거야? 다 죽일 생각이냐?”
덕분에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설치는 동료에게 항의라도 할 수 있으니까. 무턱대고 총을 쏴 대면 이런 식으로 반동에 의해 해적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탄환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며 동료들 사이로 날아가는 것이다.
“연발은 안 돼! 연발은!”
“그래, 단발이다! 제대로 조준해서 한 발씩 쏴야 해!”
“그게 되면 난사를 했겠냐! 이런 자세로 한 발씩 쏴서 맞겠어?”
“그렇다면 중화기다!”
그때 한 해적이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